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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가 되겠다는 우리 딸

황당맘 조회수 : 2,401
작성일 : 2009-04-30 11:12:01
우리 딸 초등 2학년이구요..언제나 씩씩하고 늘 앞서 나가기 좋아하는 당찬 성격이지요(주윗분들은 알파걸의 전형이라고 하시구요)
저는 내성+소심과인데 누굴 닮았는지..(남편이겠죠, 남편은 극구 부인하지만) 어디서든 손 번쩍 들고 자기 의견 말하기를 너무 좋아해요.
성당 교리반에 다니는데 거기에서 신부님께서 "나중에 신부님이나 수녀님 되고 싶은 사람 손들어 봐라" 하셨나봐요. 그러자 뭐든지 나서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딸이 손을 번쩍 들었다네요.
그 이야기를 집에 와서 하기에..저는 성당에서 만나는 주일학교 수녀님이 워낙 좋은 분이라 그 분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나보다 이렇게만 생각했는데..
아이에게 "나중에 그럼 결혼 못 하니까 아기도 못 낳아 기르는데 그건 괜찮아?" 이렇게 물었더니 괜찮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워낙 어린 아기 좋아해서 동네에서 만나는 아기들을 너무 예뻐하거든요. 그래서 왜 그렇게 생각이 바뀌었느냐고 물었더니....

"엄마 보니까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안 낳는 게 좋겠어"

이 대답 듣고 충격받은 저입니다.

물론 제가 직장맘으로서...아이 키우면서 계속 공부도 했고 학위도 마치면서 많이 힘들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 노릇이 이리 힘든 줄 몰랐다" 식의 말도 했다는 거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아이에게 애정표현도 과하게 한답니다. 너무너무 사랑한다..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이다 이런 딸 주신 하느님께 감사기도 드린다. 엄마는 하루 종일 우리 딸 보고 싶었다..이런 말 늘 입에 달고 살고..아직도 밤에 꼭 끌어안고 서로 만지면서 자는 닭살 모녀인데..

아이의 독립성을 키워주기 위해 "엄마는 여러 가지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살림도 하고 해서 바쁘고 힘드니 우리 딸이 자기 할 일은 스스로 했으면 좋겠다, 너도 이제 그만큼 컸다" 라는 말은 자주 했어요. 그리고 엄마가 힘드니까 우리 딸이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하고 책가방 챙기기, 준비물 챙기기, 샤워 혼자 하기, 빨랫감 빨래통에 넣기, 매일 정해진 숙제와 공부 하고 나서 놀기와 같은 규칙을 정해서 잘 지키면 상도 주고..잘 못 하면 타이르고 그랬어요. (절대 매는 안 들었구요). 덕분에 저는 훨씬 수월해졌고, 아이는 가끔 버거워 보였지만 결국 그렇게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구요.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각자 할 일이 있고 그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가족구성원들의 책임이자 의무라는 사실을 아이 수준에서 알아듣게 잘 가르쳐왔는데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네요. 일하는 엄마가 육아와 살림까지 하는 게 많이 힘들고 어려워보였나보다..싶으면서도..내가 얼마나 엄살을 부렸으면 아이가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할까 싶어 반성반성하게 됩니다.

참고로 우리 딸은 지금까지 장래희망이 선생님, 의사, 검사, 패션디자이너, 화가, 실험가,  마술사 등등 아주 많이 변해왔던 아이입니다. 나중에 커서 이 많은 일을 다 하기 위해 요일별로 직업을 바꿔가며 하겠다는데..이제는 거기에 일요일 직업 수녀님까지 추가되었네요.^^

제 양육 자세를 많이 되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는 힘들어도 안 힘든 척, 늘 즐거운 척만 해야 하나봐요..ㅜㅜ
IP : 203.232.xxx.3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9.4.30 11:14 AM (211.57.xxx.106)

    변하겠지요^^ 엄마 힘들어하는 모습 보고 아이 안 낳을거라고 하는 따님 모습에..
    마냥 귀엽다할 수 없는 님 마음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아이들은 작은 거 캐치하는 능력이 탁월하대요. 작은 한마디 한마디 가끔 기억하는 거 보면
    너무 놀랍기도 하고요.
    엄마가 힘들어하는 게 많이 마음에 와 닿았나보네요..

    원글님처럼 저도 직장다니며 힘들다는 소리를 가끔 했는데,
    아이들 앞에서 즐겁게 생활하도록 노력 많이 해야겠어요~
    우리 힘 내자고요~!!

  • 2. 웃음조각^^
    '09.4.30 11:16 AM (125.252.xxx.143)

    에구.. 그래도 따님이 엄마가 힘든 모습이 짠했나 보네요. 마음에 남아서 그런 표현을 한 것 같아요.
    아이들의 꿈은 하루에도 수십번 변하니 걱정마세요.

    수녀님이 나쁘다는게 아니고.. 정말 주님이 부르시면 어쩔수 없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정말 착하고 멋진 알파걸? 알파숙녀? 로 잘 자랄 거라고 봐요.
    (저도 한때는 수녀님을 해볼까?? 라고 잠깐 생각만 하다가 속세가 너무 좋아서 5초만에 단념했던 사람입니다^^;;
    지금도 오히려 사제분들 보다 수녀님들이 더 위대해 보이고요. 드러나지 않게 뒤에서 묵묵하게 자기 일과 수도를 행하시는^^)

  • 3. 바다
    '09.4.30 11:16 AM (122.35.xxx.14)

    카톨릭신자여자분들 중에 한번쯤 수녀가 되겠다는 생각 안해본사람 없을걸요 ㅎㅎ

  • 4. 새우튀김
    '09.4.30 11:17 AM (211.189.xxx.250)

    저도 4학년때 수녀되고 싶다고 신부님 수녀님들앞에서 손들고, 지금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너무 심난해 하지 마세요. ^^;;

  • 5. 황당맘
    '09.4.30 11:20 AM (203.232.xxx.3)

    에고..혹시 오해가 있으실까 해서..^^
    저는 아이가 수녀님 되는 게 싫은 거 아니구요..(사실 주님이 불러주신다면 가문의 영광이죠..^^)
    아이에게 그런 스트레스를 주고 마는 제 양육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성중이랍니다..

  • 6. ...
    '09.4.30 11:20 AM (121.166.xxx.92)

    제목 보고 대학생쯤 된 아이인 줄 알았네요..^^;; 걱정마세요.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가져보는 성직자에 대한 동경인 듯해요.
    저는 지금도 가끔 수녀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하는걸요. ^^
    근데 사실 수녀가 되겠다는 말보다 엄마 보니까 아이 낳고 키우는게 힘든거같다는 딸아이의 말이 좀 걸리네요..
    아이에게 "엄마 노릇이 이리 힘든 줄 몰랐다"고 하셨다면 아이는 엄마가 해버린 그 단 한번의 말을 흡수해버려서
    자기의 가치관으로 만들어버린답니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요. 굉장히 안좋아요..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 7. ㅎㅎ
    '09.4.30 11:24 AM (221.152.xxx.45)

    아직어린데요.
    저도카톨릭 신자입니다. 9살이네요. 엄마분은 어렸을적 꿈이 여러번
    바뀌지 않 으셨나요. 충격받고 놀랄 정도는 아닌것같으네요.ㅎㅎ

  • 8. 냐앙
    '09.4.30 11:24 AM (61.72.xxx.218)

    사실 원글님의 삶의 방식이나 양육방식이 저의 이상인데..
    (전..학위까지 마칠 부지런함은 절대 없지만..)
    거기다가 엄마가 힘들다고 하면 안된다는거까지 배워가는군요.
    엄마가 행복해야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똘똘한 따님이..훌륭한 엄마를 더욱 훌륭해지라고 자극하는거같아요. ^^

  • 9. ..
    '09.4.30 11:25 AM (220.149.xxx.65)

    아~~ 우리 딸이 얼마전 저한테 했던 소리랑 너무 똑같아서... 또, 님처럼 저도 제 인생 찾겠다고 애 낳고도 공부며, 직장이며... 놓지 않고 꾸준히 해왔던 거며... 그렇게 독립적으로 사는 것이 아이 인생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가... 딸한테 엄마처럼 살기 싫다는 얘기듣고 한동안 공황상태까지 갔던 경험이 있었던 지라... 도저히 그냥 못지나치겠네요...

    저희 딸은... 나중에 너가 그런 얘기 해서 엄마 너무 충격받았다고 그랬더니... 엄마 일하는 건 좋은데... 엄마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그랬다고...
    나중에 자라면.. 엄마처럼 너무 힘든 직업 말고... 화가같이... 그림 그리면서 여유롭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한 소리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화가는 뭐 네 생각처럼 그렇게 한가한 직업이 아니라고... 더 많이 힘들거라고 얘기했더니 ㅎㅎㅎ 그래도 엄마보단 나을 거라고 ㅎㅎ

    여튼... 그 얘기 듣고 제가 너무 여유없이 살았구나... 싶어서.. 참 많이 서글펐었네요.. ㅎㅎ 근데, 아마 우리 딸은 제가 늦게 둘째 낳아서... 더 정신없이 사는 데다... 자기한테 가던 애정이 많이 줄은 느낌이라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여튼... 너무 속상해 하지 마세요... 그냥.. 커가는 과정인가보다.. 하면서 저도 좀 여유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그렇게 삽니다 ㅎㅎㅎ

  • 10. z
    '09.4.30 11:35 AM (220.85.xxx.202)

    커서 남자친구 사귀면 그런말 안할거에요. ^^

  • 11. ..
    '09.4.30 11:38 AM (211.179.xxx.12)

    수시로 바뀌는 9살 소녀의 말에 너무 큰 비중을 두지마세요.ㅎ

  • 12. 윗님들..
    '09.4.30 11:54 AM (118.223.xxx.14)

    말씀이 맞습니다
    어렸을때 그리하다가..
    울딸은 초등 입학 무렵부터 오랜동안 여자 복사했었는데요
    좋은 추억이랑 감동을 받아서인지 수녀님 되고싶다는 생각이 꽤 오래 갔어요...
    또 주변에 멘토가 되는 좋은 수녀님과 신부님들이 많이 계셔서요
    학교 동창 남자친구들도 여럿 이미 신부님이 되셨구요.
    이제는 결혼할 나이가 되어서 결혼 준비 하고 있습니다.

  • 13. 앞으로
    '09.4.30 12:15 PM (121.140.xxx.230)

    12번쯤 바뀔겁니다.

    저 아는 집 아들이 꿈이 교황이 되는 것이라고...
    장가가서 잘 살고 있어요.


    그리고 따님이 어려도 속이 깊은가봐요.
    엄마의 어려움을 헤아릴 줄도 알고...

  • 14. ...
    '09.4.30 12:19 PM (222.109.xxx.79)

    내용은 너무 심각한데 그리 걱정 안하셔도 될듯하네요...아이의 장애희망은 계속 진행중이니까요..

  • 15. $$
    '09.4.30 1:35 PM (221.150.xxx.249)

    자식 입장에서는 부모 중 어느 한쪽이 너무 고생하는것 처럼 보이면
    (힘든 티 내고 안내고는 상관없어요)
    '난 저렇게 살 자신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아' 하는 생각 들기도 해요.
    부모탓이 아니라 자식의 성향에 따라 똑같은 걸 보고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거죠.

    저희 엄마가 살림에 부업에 시댁까지 살뜰히 챙기느라 정말 고생 많이 하셨는데요.
    엄마는 자신이 이렇게 열심히 부지런히 살면 자식이 보고 배울줄 알았다고 하시는데
    전 그런 엄마를 보면서 엄마인생이 너무 불쌍하고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지 다짐을 했답니다.--;;;

  • 16. 그러니
    '09.4.30 2:14 PM (121.165.xxx.76)

    아이들이죠.. ^^
    아이들은 스펀지잖아요..
    그때그때 모든걸 다 흡수하는... 그래서 자기만의 생각을 만들어내잖아요.. 후훗..
    엄마 양육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

    얼마나 기특해요... 자기가 생각했다는거잖아요.. ^^
    독립적인 아이로 잘 키우고 계신걸요~!! ^^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걸 받아들일까요.. ^^

    원글님 따님 넘 귀여워요..

    저도 어릴때 꿈이 수녀님이었는데.. ^^;;
    에휴.. 주일미사나 잘 나가보자... ^^;;;;;;;;;

  • 17. 프리리
    '09.4.30 2:38 PM (210.218.xxx.148)

    님의 양육자세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고요, 엄마의 노고를 알아주는 딸도 대견하네요. 사랑스런.. 이상적인 모녀의 모습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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