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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시아버지 성격 점점 닮아가는 남편 있나요?

우울 조회수 : 1,308
작성일 : 2009-04-25 10:20:02
결혼 전에, 조금 무뚝뚝하긴 하지만 그래도 며느리 아껴주시고 군말 없으실 것 같으셨던 시아버님...
어차피 같이 사는 것도 아니라서 간간히 시댁 가고 할 때는 그냥 전형적인 한국 시아버지 스타일(며느리 어려워하면서 챙겨는 주고 싶어하시는...)이시구나 했어요. 적어도 저희 결혼하고 1-2년까지는요.
그런데 한번씩 남편은 자기 아버지를 왠 일에선지 별로 안좋아하더라구요.
자기는 아버지 별로 안좋아한다고...
그래서 그런가 한번씩 자기 아버지랑 통화할 일이 있을 때는 무슨 생판 모르는 사람이랑 통화하듯이 딱딱하게 하더라구요. 잘 웃지도 않고요.
자기 아버지랑 통화하거나 같이 있으면 어색하고 싫다고...
본가에 통화할 일 있어도 어머님한테 하고 아버님한테 부재중 전화가 와있어도 아버지 아닌 자기 어머니한테 전화 하더군요.

무슨 일인가 했는데 시아버님께서 소싯적에 한 성격하셨던가봐요.
부모님 일찍 잃고 친척집에서 이래저래 길러지고 깡 밖에 안남은 상태라고 해야하나... 그런 아버님 입장도 이해는 가요. 자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그런 것 밖에 없었겠죠.

저희 시어머님과 결혼해서도 어려운 살림 속에 돈 벌어서 3남매 먹어살리랴 돈 버는 데만 급급해서 집에 오면 신경질도 많이 내고 어쩔 땐 밥상도 뒤엎고 아이들도 버릇 들인다고 별 것 아닌 일로 소리 지르고 체벌하고 했다나봐요. 뭐, 그렇다고 어머님을 때리고 이런 건 아니고... 그냥 전형적인 가부장적 아버지랄까 그런 성향이 좀 유달리 강하셨던가봅니다. 식구 생일 한번 챙긴 적 없고 정말 악으로 깡으로 살아오신 분이셨대요.
(성격도 대쪽 같아서 직장에서도 아닌 건 두 눈 뜨고 못보고 부하직원이 잘못하면 바로 주먹 날라가고... -.-;;)
다행히 어머님에게 손찌검은 안했다니 다행이죠.
그래도 한 성격하셨던 터라 마누라와 자식들을 마음에 많이 멍이 들었었던가봐요. 그래서 아들인 남편은... 자기 아버지를 경멸(?)하면서 살아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나이 들어가니 조금 달라지긴 하는지 적어도 제가 결혼해서 지켜본 바로는 별 문제도 없어보이시고 또 며느리 들어오고 나서는 많이 달라지셨다고 시누이들도 남편도 놀라길래(조심한 거겠죠) 대체 어땠길래 그런가 했는데 결혼하고 2년 정도 지나선가... 아버님 예전 성격을 제대로 목격한 적이 있었죠(이건 이야기가 길어서 생략. 제 눈 앞에서 누군가랑 말로 싸울 일이 있었는데 독기가 보통이 아니더이다. 깜짝 놀랐어요).

울 아버님...그 때 며느리 앞에서 실수했다고 두고 두고 미안해는 하시는데 결혼하고 7년 가까이 옆에서 한번씩 지켜보니 옛날 성격 한번씩 나오더군요.
물론, 저한테는 뭐라 하시진 못하시는데 아들 며느리 보는 데서 어머님한테 한번씩 욱~하고 소리 지르고(성격이 급해서 순간적으로 욱 하시는 성격) 식당 같은 데 가도 식당 종업원분들 마음 상하게 얼토당토 안한 고집을 피우신다던지(다른 데는 무슨 메뉴가 있는데 여기는 없다는 둥... 그런 이야기 굳이 할 필요 없잖아요?)... 식당 가면 당신 다 드셨다고 빨리 가자고 하신다던지(저는 애 챙기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전화해서 당신 용건만 다 끝나면 전화 바로 끊어버린다던지...


아버님이 종교를 가지시면서 과거를 많이 후회도 하시고 아들인 저희 남편과도 어느 정도 사이가 회복되었는데(저희 남편도 아이 낳고 키우더니 부모 마음이 이해된다며 본인 아버지의 과거에 대해 조금 너그러워지더군요) 문제는... 살면서 문득 문득 본인 아버지를 스스로 닮아간다는 거예요.

본인이 그리도 싫어하고 경멸하던 아버지 모습... 순간적인 화로 인해 가족에게 욱 하고, 뒤돌아서서 후회하는 그런 모습이 남편에게 가끔씩 나타날 때면 저도 깜짝깜짝 놀랍니다.
자식이 부모를 닮는 거야 당연한 거겠지만 특히나 아들은 알게 모르게 자기 아버지(성격)를 닮는다는 걸 실감했지요.

평소에 가정적이고 자상하고 처자식 위해주는 스타일의 남편, 어느 순간 화가 나면 마음에도 없는 말로 제 마음을 후벼파지요. 그러고는 다음 날 미안하다고 하고...

물론, 이런 일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1년에 한 두번이더라도 이런 일이 있고 나면 그 상처는 없어지지 않더라구요.


한번씩 남편이랑 대화할 일이 있으면 조심스레 물어봅니다.
'당신, 아버님 성격 닮아가는 거 알고 있어?'
그러면 자기도 알고 있다고... 어렸을 땐 그게 그렇게 싫었는데 어느 새 자기가 그런 성격이 나와서 때로는 스스로도 놀란다고 하네요.


어제도 폭풍처럼 그런 일이 한 차례 지나갔어요.
(물론, 물건을 던지거나 폭력을 행세한다거나 하는 과격한 행동을 이야길 하는 게 아니고... 말로 상처를 주더군요. 언어폭력이 어쩌면 더 무서운 것일 수도...)

그러고는 또 본인이 후회하고 사과하고... 저도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나갔어요. 몇 시간 전 그렇게 싸운 거 맞나 싶더군요.
본인도 많이 후회 되겠죠. 가끔 저한테 얼마간 살면서 말로 상처준 것 평생 못잊을 것 알고 있다고 앞으로는 조심하겠다고 다짐도 하고 그 빈도도 확실히 예전보다는 많이 줄긴 했어요.
그런데 그런 일이 일년에 한번이든 수년에 한번이든... 제 상처의 깊이와 정도는 똑같네요.

저희 남편도 시아버님처럼 나이들고 힘없어지면 마누라한테 미안해하고 그제서야 잘할려고 하겠죠.
(저희 시아버님 뒤늦게 어머님 챙긴다고 바쁘십니다. 그렇게 어머님 없으면 못살 것을 왜 그렇게 가족들에게 독하게 하셨는지...)

아들은 아버지 성격을 어느 정도나마 닮아간다는 것, 어릴 때는 너무도 싫어한 아버지의 모습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성격이 닮아간다는 것... 맞는 말 같아요. 그래서 집안을 잘 봐야 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거겠죠.

예전에 제 남편 만나기 전에 결혼까지 처음으로 생각했던 사람은 아버지가 어머니한테도 손찌검을 할 정도였는데 그런 집 아들과 결혼을 하지 않은 것에 가끔씩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남편분들이 시아버님 성격 점점 닮아가시는 82님들도 계신가요?
IP : 59.19.xxx.8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럼요..
    '09.4.25 10:58 AM (59.14.xxx.63)

    당연하죠..보고 자랐는걸요..욕하면서 닮는다은 얘기가 달래 나오는게 아니예요..
    저희 신랑도 아버지를 너무 어려워해요...시아버지 성격이 괴팍하고, 신경질적이고..
    아들에게 굉장히 차갑거든요..웃긴건 딸들에겐 안그래요..어쨌거나 아들하고 참 사이가
    데면데면한데, 저희 신랑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렇게 변하네요..ㅠㅠ
    저희가 애가 셋이예요..큰애가 딸이고, 둘째가 아들인데, 아들녀석에게 그렇게 하는
    징후가 보여요..저희 신랑은 아버지의 그런 면을 정말 너무 싫어하는데,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하는거죠..제가 옆에서 "당신, 아버님이랑 똑같아진다.."
    이러니가 흠칫 놀래요...자기도 몰랐다고, 안그러고 싶다면서 의식적으로 노력한답니다..

    어쩔수 없죠..자라면서 봐왔는데요..다만, 본인이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바꿀수는 있다고봐요..
    제가 읽은 책중에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에 보면, 부모는 무의식적으로 자기의
    성장과정을 자식에게 투사한다고 나오더라구요..
    저 그거 읽고 많이 울었답니다...
    제가 너무너무 싫어하던 친정엄마의 모습이 바로 저더라구요...ㅠㅠ

    의식적으로 자꾸 노력하는데, 솔직히 너무나 어렵습니다...
    마음이 아파요..

  • 2. 어쩌겠어요
    '09.4.25 11:26 AM (218.237.xxx.182)

    어쩌겠어요.
    다른 집 다른 부모도 다른집 자식이 아니고
    바로 그 집 그 부모 밑에서 자란 그 아이인걸요.
    그래도 본인이 좋은 부모란, 좋은 사람이란 어떤 건지 인지하고 있다니 참 좋은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생각 조차 없이 마구잡이로 살면서 주변사람 잡아먹거든요.
    든든하게 힘 북돋아 주세요.
    자기 자신 추스리기가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리고 남편분이 지금 현재 굉장히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다는 걸 알려주세요.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모두요.
    여기서 고리를 끊어야 애들이 멀쩡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악순환의 고리속에 제물이 되거든요.
    본인의 아이가 자기 아버지와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거에요. 본인때문에요.
    그런 치떨리는 일 겪지 않게 하려면 강하게 자신을 다잡아야해요.

  • 3. 우린
    '09.4.25 11:27 AM (222.98.xxx.131)

    쇼파에 누워서 TV속 세상에 몰입해 있는 포즈와 표정이
    점점 닮아가고 있어요.
    볼 때마다 깜짝감짝 놀라요.

  • 4. 집안환경을
    '09.4.25 11:34 AM (211.225.xxx.164)

    봐야한다는거 살면살수록 더 실감합니다.
    우리남편 어렸을적 어머니 돌아가시고 아버님 슬하에 여러형제들 같이살아왔는데
    엄하게누르고,돈에인색하고,아버님은손하나까딱않고 군림하고
    이모든게 생활에 나타나더군요.어머님 그립다고 드라마보면서 눈물흘리고
    술마시면 울고,이모든게 자기 연민이더군요.
    근데,처자식에게 하는걸보면 인색하기 그지없고 정말 정떨어집니다.
    요는,안부모 안계신상황에서 부부관계,문제해결을 보고 배운게
    없는지라 모든게 미숙하고 화만내면 끝이고,여자 귀하다는걸 모릅니다.
    그래서,교제 하면서 서로 많이알고 집안도 잘 살펴보고 좋은연을
    맺어야한다 싶어져요.성장과정에서 다듬어지지않은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더군요.

  • 5. 윗글
    '09.4.25 11:40 AM (211.225.xxx.164)

    이어서...
    그래서 제 결혼생활은 거의 이사람과의 투쟁였어요.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위한...떄로 기회봐서 같이앉아 얘기를 하면
    이해하는가 싶다가도 용수철처럼 다시 제자리로 가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소외감을 느끼면서도 변하는게 아닌 마음속에
    또다른 응어리를 갖기도 하고,암튼 이뻐할래야 이뻐할수없는
    그런 아이갔다고나 할까요.
    요즘은, 나밖에 이사람을 감당할수없어 하나님께서 인연을 맺어주셨나보다고
    스스로 달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라면서의환경 무시못하죠.

  • 6. ..
    '09.4.25 12:15 PM (115.136.xxx.157)

    집안환경을 봐야한다는거 살면살수록 더 실감합니다. -----> 2
    남편 스스로도 너~무 싫어서 싸우고 하더니 .....정말 너무 똑같아져요.
    자기도 괴로워하면서 반성은 하지만..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성격은 바꿔지지 않아요.

    아이가 배우는 것 같아서 심하게 고민입니다.

  • 7. 외모까지
    '09.4.25 2:36 PM (121.140.xxx.114)

    성격은 둘째치고 외모가요..전혀 닮지 않았던..아니 오히려 엄마쪽을 더 많이 닮았던 사람이 갈수록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어요..저는 가끔 말해요..어쩜 얼굴이 그렇게 변해가냐구ㅠㅠ

  • 8. 저희는
    '09.4.25 4:29 PM (211.32.xxx.8)

    친할아버지 성격이 불같으셨어요. 힘들게 사시긴 하셨죠 찢어지게 가난한집 그것도 종갓집 장남으로 태어나 밑으로 동생들 줄줄이 있는데 할아버지 서른쯤에 증조할아버지 돌아가셔서 작은할아버지, 고모할머니 다 키우셨어요. 저희 할머니랑 고생많으셨죠.
    그 와중에 작은할아버지 돌아가셔서 조카들까지 다 키우고.. 자식은 넷을 낳았는데 키운숫자는 12명이니까요..
    증조할머니는 그저 내 한몸만 편하면 끝나는 스타일이셨어서 매일 술마시고 놀러다니기 바쁘셨고.....
    저희 할아버지는 술도 많이 드시고 주사도 꽤 있으셨고 불같은 성질에 약간의 의처증도 동반. 폭력도 쓰시고
    할머니 정말 힘들게 하셨었거든요.
    저희 아빠는 그거 보고 자라셔서 폭력을 쓰거나 의처증이 있거나 하진 않으셨는데
    요즘들어 성격이 비슷해져가세요. 술 매일 드시고 불같은 성격까지.
    그렇다고 폭력을 쓰거나 물건을 부시진 않지만 욕을 안해도 상대방 기분 나쁘게 하는 언어폭력
    꼬장꼬장 해지기도 하셨고
    점점 우리 엄마가 불쌍해져 간다는 ㅠㅠ

    전 시아버님께서 몇년전 돌아가셔서 못뵙고 결혼했어요.
    시아버지 사랑을 못받는것도 아쉽지만. 신랑이 나중에 어떻게 변할지?를 모르는게 더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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