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공이산님, 오늘 우리가 꾸는 꿈은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 사는 세상 / 봄봄 / 2009-04-22)
오늘 홈페이지에 올리신 글을 기사로 읽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비록 눈에 눈물이 고이진 않았지만, 일터에서 아직 퇴근하지 못한 시간이라서 억지로 참고 있었을 뿐, 제 가슴에는 한없는 눈물과 분노가 함께 차고 넘쳤습니다.
이 밤, 참으로 쉽게 잠들 수 없는 밤이 될 것 같습니다. 잠들어서도 편안할 것 같지가 않아서 이렇게 자판을 두고 앉았습니다. 저도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올리신 글을 통해서 “민주주의와 진보와 정의를 이미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가슴이 얼마나 참담한 것인지 그냥 알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서관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저희들의 의견을 물으셨습니다. 홈페이지 문을 닫고 싶으시다고. 그러는 것이 어떻겠냐고.
이런 것이 바로 민주주의가 아니겠습니까? 노공이산님이 주인이신 곳, 그래서 주인장 마음대로 그 홈피 문을 닫은들 누가 무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섭섭해서 떠남을 미적이겠지만, 또 나름의 대안을 찾아서 흩어질 사람들, 그러나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니라고 의견을 내놓는 비서관의 의견을 받아서 저희들에게 의견을 물어주시는 것.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이루는 근간인 ‘절차를 소중히 하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랍니까. 그러니 민주주의는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아니 노공이산님께서 민주주의란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몸으로 보여주시고 계시니 말입니다.
세간의 허다한 말이 아니어도, 이미 깊은 아픔에 피눈물을 흘리고 계시는 것 알 수 있습니다. 노공이산님께서 직접 잘못하신 것이 아니셔도, ‘다 내가 대통령을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그러니 다 내 잘못이지. 아니, 내가 대통령이 되었던 것이 그렇게 잘못일까?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겪게 된 것을 보면 그렇고 말고...’ 이런 회한의 시간들로 빼곡하게 채우고 계실 지금의 심정 또한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니 그저 조금 이해할 수 있는 척할 따름입니다. 우리들은 말입니다.
얼마 전에 멀리 이민 가서 사는 후배가 전화를 했더랬습니다. 비싼 국제전화로 그가 물어온 것은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선배,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전기를 읽었어. 그런데 그 양반이 혼외자식이 있더라구. 그 사실을 알고 나니까, 참 혼란스러워. 그리고 인권의 상징으로 이야기되는 그 양반을 더 이상 존경할 수 없게 되더라구, 그래서 전화했어. 선배도 알고 있는 일일 터이고,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야. 난 참 혼란스럽거든.”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내 나이가 조금 더 젊었더라면 너처럼 그렇게 실망했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난 이즈음 생각이 좀 달라. 킹 목사가 흑인도 사람이라고 피부가 달라도 서로 헌혈을 하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같은 생명이라고, 그러니 흑인도 사람 대접하는 것이 당신들 백인들을 살리는 길이라고 이야기했던 그 사상, 그것은 그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중요한 가치이고, 그것은 포기할 수 없는 그의 꿈이었고, 그리고 그 꿈은 마침내 버락 오바마란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으로 뽑히는 것으로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지. 킹 목사가 혼외자식이 있었다는 것, 그런 사실은 그가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목사라는 것 때문에 너에게 깊은 상처가 되었겠지만, 나이를 먹다 보니 허물없이 인생을 산다는 것이 참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더라. 그의 도덕성에 흠집이 있어도 아름다운 꿈, 평등한 세상, 약자도 인간의 대접을 받는 사회를 꿈꾸었던 그의 생각은 포기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겠니?” 이런 이야기를 길게 나누고 전화를 끝냈습니다.
노공이산님께서도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지셨다고 고백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수렁에 우리도 함께 빠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노공이산님과 함께 꾸었던 꿈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남과 북의 국민들이 평화롭게 서로를 돕고 사는 세상, 법 앞에 평등해지는 세상, 약자를 배려하는 세상... 이런 꿈들을 우리가 어떻게 포기할 수 있는 것입니까!
도덕적으로 노공이산님께서 허물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당신이 결코 거짓말을 하실 분은 아니시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공이산님께서 사랑하시는 분들이, 잠시 잘못 생각하고 행동한 것조차 당신의 허물이라고 책임감을 통감하시는 님의 모습이 못내 안타깝지만, 그러나 여기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포기한다면, 우리의 후손들이 우리를 향하여 한 번의 실패를 극복하지 못한 찌질이들이라고 손가락질을 할 것입니다.
광복 직후에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좌우이념대결이 아직도 우리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는 족쇄로 작용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지금 우리의 꿈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또 얼마나 길고 긴 부패와 반목의 천박한 세월들을 보아야 하는 것이겠습니까. 정말 치사하고 더럽지만 그리고 정말 너무 죄송스럽지만 맨 앞자리에서 견뎌 주시라고, 꼭 그냥 그 자리에 버텨 주셔 달라고 간청을 할 수밖에 없는 이 지지자를 외면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날이 춥습니다. 그제 내린 봄비에 화사했던 봄꽃들은 그 잎을 떨구었지만 그 꽃잎들이 스러진 자리에는 저마다 단단한 씨앗들을 품었을 것입니다. 지금의 모진 바람에 떨구어질 수밖에 없는 꽃잎들이 안타깝지만, 그저 속절없이 떨어져 버리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홀로 외로이 청와대에서 5년간 고군분투하시게 했던 것 진심으로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자고 다짐하는 목소리들이 작지만 울리는 지금입니다. 다 노공이산님께서 법과 절차를 중요시하신 지난 5년의 세월 속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돋아난 새로운 싹들임을 알아봐 주시고 부디 마음 굳게 하시고 함께 이 모진 세월을 견디어 가자고 생각을 바꾸어 주시길 바랍니다.
둔한 지지자가 드립니다.
※ 출처 - http://member.knowhow.or.kr/board/view.php?start=0&data_id=18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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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퍼왔어요,,,
미안해요 조회수 : 387
작성일 : 2009-04-24 09:07:06
IP : 219.241.xxx.1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9.4.24 9:09 AM (58.142.xxx.112)덕분에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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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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