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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두살 우리엄마.

엄마 조회수 : 690
작성일 : 2009-04-14 18:00:56
부모에게 자식은 예순이 되든 일흔이 되든
어린자식  딱 거기에 멈춰 있는 거 같습니다.

작년에 소박한 환갑을 맞으시고 올해 예순 두살이 되신
저희 친정엄마는 10년 전에 남편을 먼저 보냈지요.

지지리 가난한 집의 장남에게 시집와 부부간의 정보다도
하루 하루 먹고 살기 위해 젊음을 바치고
시부모 시동생 어린 자식들까지  초가집 방 두칸에서
보살피며 젊음을 바치고
독하디 독한 시어머니  시집살이에 열아홉 여리디 여린
마음에 상처를 내고 그 상처를 뭍으며 젊음을 바치고...


그리 힘겹게 살아온 내 친정엄마는
조금 숨이 트일만 할때  남편을 먼저 보내야 했지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자식들 다 크고 난 다음이어서...


여즉 아흔이 훨씬 넘은 시어머니를 혼자 보살피시고
혼자 농사일 죄 해가며
사시사철 자식들한테 온갖 곡식 음식 다 보내시고
며느리가 몇이나 되지만 항상 먼저 일하시고 다 준비해 놓으시고
아들보다 며느리 입장을 먼저 헤아리시고.
잠들때가 아니면 가만히 방안에서 5분도 앉아 계시지 않고
동해번쩍 서해번쩍 바지런하게 움직이시는 분.


인생에 분홍빛 행복이 있었는가  생각해보아도
고비 고비 넘길 고개에 행복따위는 찾을 여력이 없으셨을
친정엄마는
그럼에도 열여덟 소녀마냥 맑은 웃음을,  맑은 얼굴을
가지신 분입니다.


먼거리에 떨어져 살아서 찾아뵈야 할 일이 있지 않은이상
자주 못가는 친정시골집을
지난달에 내려갔을때
사정이 생겨 대중교통으로 내려가
8시면 끝나는 막차 표를 다행이 끊고 전화를 드렸더니


마을회관에서 놀고 계시다는 친정엄마는  
" 그럼 내가 8시 10분쯤  마중나갈께~잉.   껌껌해서 무서운게..^^" 하시며
들떠하셨지요.
시골 촌의 봄밤은  칠흑처럼 어두우니까...


마을 입구에 도착해 버스에 내리면서 보니
저만치  친정엄마가  수줍게 딸을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3월 봄밤
엄마의 모습이  갑자기 생각나
마음이 시려  주절주절 ....하였습니다.
IP : 218.147.xxx.14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흐믓함
    '09.4.14 6:13 PM (59.23.xxx.73)

    엄마 생각들게 하는 글입니다.
    주절주절이라 하셨는데 읽을 수록 그러나 행복하고 따스하고.
    누구에게나 엄마가 있지만 정녕 원글님 엄마같은분 다는 아닐거라 믿어요.
    저희 친정엄마도 자식에게 너무나 헌신적이셨지만 너무 강해서 뚝 부러질것
    같은 순간 목격 많이 했어요.친구들도 너희 엄마 무섭다라는 표현한적 있어요.
    일찍 돌아가셔서 안타깝지만 강한 추억에 지금도 기억하기 싫기도 해요.

  • 2.
    '09.4.14 6:41 PM (125.186.xxx.143)

    천사같은 분이시네요~~~ 자주 찾아뵈세요^^

  • 3. 깜장이 집사
    '09.4.15 12:19 AM (110.8.xxx.72)

    사실.. 결혼 많이 반대하신 시어머니 많이 미워했는데..
    저희 시어머니가 오버랩되네요..
    잘 해드려야겠어요.. 무딘 며느린데.. 내일은 전화 한번 드려야겠네요.. 울컥..

    친정 엄마는 뭐.. 아빠가 잘 해주시겠죠? 그렇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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