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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시인을 아십니까?

해남사는 농부 조회수 : 608
작성일 : 2009-04-13 23:46:46
     *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해남에는 두 명의 유명한 시인이 있습니다.
한 시인은 남자 시인이고
다른 한 시인은 여자 시인입니다.
비록 性은 다를지라도 두 시인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두 시인 모두 일찌기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는 점 입니다.
두 번째 공통점은
두 시인니 태어나고 자란 곳이 해남읍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는 점과
두 시인이 태어나 자란 마을이 서로 보이는 가까운 곳이라는 점입니다.
남자 시인이 태어나 자란 삼산면 봉학리와
여자 시인이 태어나 자란 삼산명 송정리는 인근이어서
마을에서 마을이 보입니다.
마지막 공통점은
남자 시인이 여자 시인보다 두 살 많은 비;슷한 연배라는 점입니다.
그 남자 시인은 80년대를 뜨겁게 살다가 간 김남주
여자 시인은 고정희 시인입니다.

고정희 시인의 생가는
시인이 생전 사용하던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시인의 숨결과 체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사제로 사용하던 거실이며
집필실로 사용하던 큰 방
침실로 사용하던 작고 낡은 침대가 놓여 있는 침실까지
시인이 입던 옷들과 살림들까지
시인의 생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서
해남을 여행하는 길이 있으면
고정희 시인의 생가를 한 번 찾아보는 것도 무익하지 않을 것입니다.
거디가 덤으로 김남주 시인의 복원된 생가까지 둘러보신다면
해남에서는 최고의 여행한 보람을 느끼실 것입니다.
여기 82 회원들 가운데는
어쩌면 고정희 시인을 아는 분들도 계실 것이며
고정희 시인과 교우를 나누었던 분들도 계실지 모릅니다.
넓은 호수를 마당삼아
야트막한 마을 뒷동산 자락 유택에서
어쩌면 김남주 시인의 생가를 바라보는지도 모르고
하늘의 해와 달과 구름과 별을 바라보는지도 모르지만
생가 뒤 부친의 곁에서 쉬고 있는 시인의 생가와 봄날 묘지를 찾아
시인의 못다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시인의 집필실에 펼쳐진 채로 오는 사람을 맞는 방명록에
큼지막하게 다녀간 흔적을 남기는 것은
등반 도중 추락해 불혹의 나이에 비명에 간
시인에 대한 추모라도 좋을 것입니다.
IP : 211.223.xxx.4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웬지
    '09.4.13 11:49 PM (122.43.xxx.9)

    해남, 하면 시적인 느낌이 들더라구요.
    김남주 시인... 많이 좋아했었는데...

  • 2. 선배
    '09.4.13 11:50 PM (211.218.xxx.177)

    저희 대학 선배입니다. 돌아가셨죠ㅠㅠ

  • 3. 해남사는 농부
    '09.4.13 11:53 PM (211.223.xxx.43)

    김남주 시인의 생가도 구옥이 보존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복원된 생가에서는
    시인의 숨결과 체취를 느낄 수 없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사실 80년대를 김남주 시인보다 뜨겁게 살았던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은 옥고가 원인이 되어 일찌기 젊은 나이에 요절했지만...

  • 4. ..
    '09.4.14 2:05 AM (220.75.xxx.204)

    모든 사라지는 것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고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뒤에서

    팽팽한 바람이 멧새의 발목을 툭, 치며

    다시 더 큰 여백을 일으켜

    막막궁산 오솔길로 사라진다


    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 있는

    둥근 여백이여 뒤안길이여

    모든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여

    여백이란 쓸쓸함이구나

    쓸쓸함 또한 여백이구나

    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


    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

    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

    네 사립에 걸린 노을 같은, 아니면

    네 발 아래로 쟁쟁쟁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

    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

    그 아래 네가 앉아 있는

  • 5. 헤남사는 농부
    '09.4.14 6:17 AM (211.223.xxx.203)

    고정희!
    비록 길지 않은 삶이었지만
    온몸으로 생을 뜨겁게 살다 간 여인이지요.
    하필이면 지리산 등반을 나선 것이
    능력 있는 한 젊은 시인의 목숨을 앗아 갔지만
    그녀처럼 온몸으로 뜨겁게 열정적으로 산 여인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요절하지만 않았으면 더욱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턴데
    우리는 안타깝게도 시대의 여인을 잃었지요.

  • 6. 감상^^
    '09.4.14 11:05 AM (122.43.xxx.9)

    쓸쓸함이 따뜻함에게

    언제부턴가 나는
    따뜻한 세상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추운 거리에서 돌아와도, 거기
    내 마음과 그대 마음 맞물려 넣으면
    아름다운 모닥불로 타오르는 세상,
    불그림자 멀리 멀리
    얼음짱을 녹이고 노여움을 녹이고
    가시철망 담벼락을 와르르 녹여
    부드러운 강물로 깊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그대 따뜻함에 내 쓸쓸함 기대거나
    내 따뜻함에 그대 쓸쓸함 기대어
    우리 삶의 둥지 따로 틀 필요없다면
    곤륜산 가는 길이 멀지 않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내 피가 너무 따뜻하여
    그대 쓸쓸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쓸쓸함과 내 따뜻함이
    물과 기름으로 외롭습니다
    내가 너무 쓸쓸하여
    그대 따뜻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따뜻함과 내 쓸쓸함이
    화산과 빙산으로 좌초합니다

    오 진실로 원하고 원하옵기는
    그대 가슴 속에 든 화산과
    내 가슴 속에 든 빙산이 제풀에 만나
    곤륜산 가는 길 트는 일입니다
    한쪽으로 만장봉 계곡물 풀어
    우거진 사랑 발 담그게 하고
    한쪽으로 선연한 능선 좌우에
    마가목 구엽초 오가피 다래눈
    저너기 떡취 얼러지나물 함께
    따뜻한 세상 한번 어우르는 일입니다

    그게 뜻만으로 되질 않습니다

    따뜻한 세상 지금 사시는 분은
    그 길을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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