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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시어머님보다 남편이 더 싫네요

그냥 넋두리 조회수 : 1,690
작성일 : 2009-04-11 13:35:19
택배 이야기 올라온 것도 그렇고 시누라는 존재, 참 무섭네요.
다행?인지 전 시누가 없어요. 시부모님의 불평불만을
대변하고 전달하면서 가슴을 찌르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에서 다행이지요.

하지만 그 역할을 남편이 하니 참 그것도 서글퍼네요.
지난 명절에도 목청 높이며 싸웠습니다. 남편이 여기 올라오는 글들의 시누처럼 시댁에서 제게
말하더군요. 제대로 해라는 식의, 다른 곳도 아니고 시댁에서 시부모님 앞에서 내편이 아닌 줄은
알지만 그래도 적진?에서.
내용은 다 어머님의 불만인데 그게 남편입을 통해서 듣는게 참.

거꾸로 제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제 입장에서 나오는 말들에 대해 마음에 없더라도
한번씩은 맞장구쳐주면 저도 그냥 기분이라도 좋아서 넘어가질텐데.
자기 부모 건드리는 말은 결혼하고 십오년이 넘어가도 못들어주는 남편의 마음가짐,
참 힘드네요. 오늘도 결국 터지고.

저희 어머님 전략가시죠. 저앞에서 대놓고 불쾌한 말 안하십니다.
대신에 아들과 남편을 잘 구워삶으셔서 해결하시죠. 아들이나 남편한테 할때도
아마 며느리 험담처럼 안하시고 본인이 서럽고 힘들다는 식으로 말씀하실겁니다.
시댁에 가도 훈계?들을 일 있으면 아버님 얼굴에서 표시납니다.
시어머님은 모른척, 시아버님의 훈계는 결국 며느리 도리를 잘해서
너희 엄마 서운치 않게 해라. 아버님은 어머님의 남편이니 그렇다치고 남편이 그러니 마음이
힘드네요.

살아갈수록 마음이 공허해서 벌받을 소리인줄 알지만
차라리 바람을 피워라 그런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그러면 나도 연애라도 해보든가
그걸 핑계로 이런 상처안받게 시댁 안보고 살 수 있게.
배부른 소리이고 배우자 외도로 상처받고 계시는 많은 분들한테 죄송한 말인 줄 알지만
정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자기 부모하고 알토란같이 못지내고 노후에 같이 못사는 것도
마누라가 까칠한 탓이라고만 생각하는 남자.  

나쁘다 돌 던지실지 모르지만 부모님 병드셔도 모시고 싶은 마음 없습니다.
하라고 하면 이혼할 겁니다. 맞벌이하면서도 설거지 한번 자발적으로 해주는 법 없고
청소한번 하지 않고 혼자서 골프치러 다니고 그래도 별 불만없고 불평없지만.
도우미없이 이리뛰고 저리뛰며 모은 돈 시댁 일로 몇 천이 날아가도 저는 불평안했는데
자기 엄마 형수한테 너무하다는 말에 펄쩍 뛰며 짜증내고 출근한 남자, 애들만 아니라면
얼굴 안보고 싶네요.  

이젠 더이상 내마음이 어떤지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싶지도 않네요.
핏줄이라는게 논리나 이성으로 되는게 아니니까요.

이런 남자가 나를 무지 사랑한다고 착각하고 결혼한 제 탓, 핏줄의 힘을 우습게 보고
살다보면 내 입장도 어느 정도 마음으로 이해해줄거라고 믿었던 제 탓이지 누굴 원망하겠습니까.
그래도 마음이 공허하네요. 계산까지 해봤습니다. 나랑 열아홉에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같이 지낸 시간이 이십몇년,  열아홉 이후로는 잠자는 시간빼면 어머님보다 저하고 있었던 시간이
더 기니(과커플이었습니다) 나랑 사랑과 정을 쌓은 시간이 이십몇년, 어머님하고는 19년인데 ㅎㅎ
이런 유치한 계산까지.

핏줄의 힘, 무섭네요. 이 남자가 결혼전에 형수를 욕 할 때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나 바보ㅠ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59.22.xxx.3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보다
    '09.4.11 1:56 PM (124.80.xxx.119)

    결혼 선배님이시네요... 시어머니가 나쁘긴 해도 남편이라도 내 얘기 들어주면
    괜찮던데... 저는 결혼 2년 만에 시어머니 때문에 상처받아 치유가 안 됩니다. 이제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시어머니가 저한테 잘못했다고 해도
    얼굴 보고 싶지 않아요. 그럴 일도 전혀 없겠지만요. 그냥 남남처럼 살고 싶네요... 그리고 제발 나이들고 아프면 요양원에 가시라고 하고 싶어요. 다행히 울 시어머니 돈은 많으니까-_-
    최고급 요양원에 가시옵소서...

  • 2. 그냥 넋두리
    '09.4.11 2:21 PM (59.22.xxx.33)

    윗님, 그래도 혹시나 남편앞에선 시어머니 나쁘게 이야기하지 마세요.
    저 결혼할때 친정 엄마의 첫번째 당부가 그거였네요. 남자들이 오히려 평생 가슴속에
    가지고 간다고.
    그땐 제가 평생 가슴속에 가지고 갈 남편의 어록이 생길지 몰랐는데 ㅠㅠ.

    님 남편은 얘기 들어주시고 괜찮을 수 있지만 시어머니 나쁘다 하지말고
    님이 힘들다만 하시고 절대 이야기하지 마시길 바래요.

    남편? 남의 편입니다.

  • 3.
    '09.4.11 2:39 PM (124.80.xxx.119)

    그래서 저 얘기 안 해요. 다 시어머니 일 때문에 한창 싸울 때 느꼈어요.
    핏줄은 어쩌지 못하는구나... 명백히 시어머니가 다 잘못한 일인데 그걸 말하면
    남편이 힘들어하고 급기야 화를 내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안 해요. 남편도 시어머니가 잘못
    됐다는 정도는 알지만 그걸 듣는 게 괴로운 거 같아요. 저는 이제 시어머니에 대한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아요. 무관심 모드입니다.
    그러니까 남편이 오히려 자기 엄마 얘길 꺼냅니다. 뭐 과거의 어렸을 때 일이나 뭐 그런 거에 연관시켜서... 그런데 저는 이제 시어머니 얘기조차 듣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딴청 피우거나 못 들은 척 합니다. 결혼한 뒤 얻은 제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나지만 이제 조금씩
    본래의 나를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넋두리님도 누구보다 본인을 먼저 사랑하시길 바라요!^^

  • 4. 저와..
    '09.4.11 3:27 PM (211.210.xxx.180)

    비슷한 경우군요.
    나이가 먹어야, 자기 부인이 옳고 또 귀한존재라는것을 느끼더군요
    우리집도 50줄에 들어선지금은 마누라가 세상에서 제일 귀한줄을 안답니다.
    그걸 깨닫는데 너무나 오랜세월이 지났네요.남자들은 왜 그렇게 어리석을까요.
    돌이켜보면 싸우면서 산 세월들이 너무나 아까워요.
    우리집도 시집일만 얽히면 인상쓰고 어지간히 싸웠답니다. 과거의 일이됐네요.
    원글님, 속상한맘 너무나 이해됩니다. 다 겪은일이라....
    원글님남편분도, 세월이 좀 지나야 깨달을것같네요.

  • 5. ..
    '09.4.11 4:14 PM (112.72.xxx.68)

    어찌 그리도 똑같은지요 죽어서도 그쪽으로는 안간다고 했어요 납골당에 넣어달라고

  • 6. 미투
    '09.4.11 4:20 PM (61.109.xxx.139)

    결혼한지 몇해 안되었지만 신혼초부터 시어머님이 제게 가진 조그마한 불만은 직접말씀안하시고 아버님과 남편통해서 말을하게 하더군요. 그게 더 싫더라구요 여우같이...
    저요? 어머님 험담을 안하려해도 하게도더군요. 살면서 단한번 해봤는데 남편 난리였네요. 그후로 어떤 이유건 절때 시댁에 대한말은 왈가왈부하지 않는답니다. 여전히 시어머님은 아버님을 통해서 말씀하는게 대부분입니다. 나한테는 웃으면서 늘 말하면서... 저도 말은안하지만 솔직히 그런 어머니 싫어요.

  • 7. 그냥 넋두리
    '09.4.11 4:49 PM (59.22.xxx.33)

    여러분들의 공감과 위로, 감사합니다. 하루종일 우울하네요.

    제 마음에 상처는 이리 나있는데 정작 부모님들 병들거나 너무 늙어 힘도 없으신데
    안모시면 절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겠지요(아마 형님네는 안될겁니다.
    윗동서가 이를 부득부득 가는지라). 떨어져 살아도 이런데 같이 살면 제 마음이
    너덜너덜해질 듯. 정말 그땐 남편하고 극한 상황까지 갈지도.
    그런 일 있기전에 미리 별거나 이혼해버릴까 하는 참, 남들이
    보기에는 말같지도 않은 생각까지 하게되는 우울한 토요일이네요.

    질책않고 공감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8. 시아버님이
    '09.4.12 2:31 AM (125.182.xxx.136)

    하시는게 더 낫지 않을까요?ㅠ 홀시어머니 밑이라 아들삼형제가 시누노릇을 해내는 집이 저희 시댁인데 증말 피곤하기 짝이 없다지요. 아들들 앞에선 며느리 최상으로 잘해주시는 척 하시며뒤돌아서면 쌩~한걸 아들들은 모르구 제 아무리 말해줘도 자기 엄만 안그런다구..허허..
    넘넘 여우같은 행동들을 많이 하셔서 어머니께 잘 해야 한다는 맘이 세월 흐른만큼 점점 줄어드네요. 그걸 모르고 쿨쿨 자고 있는 넘의 아들 살짝 때려 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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