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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너무 좋아요 *^^*

팔불출 조회수 : 1,756
작성일 : 2009-04-10 14:14:17
연애 7년, 결혼 20년....
아들 둘에 현재 전업주부.  남편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인 회사원.
그동안 나름 힘들게 살아왔어요.
결혼후 한참 맞벌이 했고..  무엇보다 시어른 두 분 모시고 사느라 힘든점이 많았지요.
넓지 않은 집에서 별난(죄송...) 시부모님과의 생활에 마음고생 많이 했어요.
시아버님 병드셔서 대소변 수발도 어머님이 안하셔서 제가 다 했고
어떨 땐 두 분 동시에 입원하셔서 이리 뛰고 저리 뛴 적도 있었지요.
방이 부족해서 아이들은 거실생활을 했어요^^(아들만 둘이라 다행이었지요)
전 사실 마음속으로 남편과 시부모님 원망도 많이 하고  이런집에 시집온걸 후회도 했었어요.
남편이 전형적인 '없는 집 장남'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좀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라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지 않았어요.
남편인들 뭔 죄가 있나, 자기도 이런 생활 힘들고 불편할텐데  나까지 바가지 긁으면
얼마나 더 괴롭겠나...뭐 이런 생각으로 참았지요.
그런데 갑자기 지난 1년 사이에 아버님과 어머님이 돌아가셨어요.
솔직히 어른이 안 계시니까 생활은 엄청 편해졌어요.
그런데 같이 산 세월이 있어서 자주 생각이 나면서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납니다.
제목을 저렇게 단 이유는요....  시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니까 남편이 저한테 너무 잘해 주는거에요.
그동안 부엌에 얼씬도 않던 사람이 설거지도 해주고...
외식하기도 수월찮았는데 요즘은 수시로 맛있는 것 먹으로 가자고 하고...
결정적으로 제가 최근에 사고를 쳤어요 ㅠㅠ
시간이 많아진 김에 뭔가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1억이나 되는 돈을 날렸거든요.
남편 얼굴 보기 미안하고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런데 제 남편...  쿨하게 이러데요.
"사업을 하다보면 실패할 수도 있다.  우리보다 훨씬 큰 돈 날린 사람도 많다.
당분간은 좀 쉬어래이~"
그러고는 내가 고민하느라 밥도 굶을까봐 점심때 수시로 밥 맛있게 먹으라는 문자도 날려주고요
뭐든 배우고 싶은거 다 배우고 사고 싶은거 있으면 사라고 카드를 주네요.
없는 집 장남으로 태어나 힘들게 공부하고 직장생활 십수년에 겨우 집하나 장만하고
가진 현금은 마누라가 모두 날려버렸는데......
그동안 가끔 마음속으로 남편 원망하고 결혼 후회한게 너무너무 미안하네요.
지금 저는 정말 편안하고............행복하답니다.
IP : 59.150.xxx.57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09.4.10 2:18 PM (121.131.xxx.48)

    남편분 진짜 짱이시네요^^
    행복하세요~~

  • 2. 아름다운
    '09.4.10 2:19 PM (220.240.xxx.65)

    부부 이십니다.
    원글님이
    오랜세월 그만큼
    수고 하셨고
    남편분이
    그걸 기억해 주시고
    고맙게 갚네요.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 3. 걱정녀
    '09.4.10 2:21 PM (59.25.xxx.212)

    사랑할만 하네요...
    님이 남편분께 그동안 그렇게 잘해왔으니...
    남편분도 그렇게 잘하시는거에요~
    저희 부부도 나중에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요 ^^

  • 4. 이거뭐
    '09.4.10 2:22 PM (203.247.xxx.172)

    만원을 내시랄 수도 없고...흠흠....ㅋㅋ

    정말 흐뭇한 얘기 콧물 찡하며 잘 읽었습니다~

  • 5. 행복하세요
    '09.4.10 2:55 PM (220.65.xxx.223)

    행복하세요. 행복하세요.
    제맘이 넘 조아요 이런분들 있구나.
    서로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기다려주고 지켜주고
    저도 닮고 싶어요

  • 6. 행복하세요2
    '09.4.10 3:08 PM (59.5.xxx.203)

    행복하세요. 행복하세요.
    제맘이 넘 조아요 이런분들 있구나.
    서로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기다려주고 지켜주고
    저도 닮고 싶어요 2222222

  • 7. 원글이
    '09.4.10 3:28 PM (59.150.xxx.57)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만큼 살고 생각해보니 행복한 결혼생활은 아무래도
    노력이 반이고 복불복이 반인것 같아요.
    서로 배려하고 인내하는 노력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근본이 안된 사람을 만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힘든것 같더군요.
    주변에 보면 정말 나무랄데없이 참한 사람인데 배우자 잘못 만나니 아무리 애를 써도
    안되어서 결국 헤어지게 되더라구요.
    어찌보면 결혼이란게 정말 인생에서 제일 큰 도박인 듯 해요.
    하지만 노력 하는데까지는 해봐야겠지요.
    '성공한 결혼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배우자가 되는 것이다'
    라는 말을 새기면서요...

  • 8. 음...
    '09.4.10 3:32 PM (211.55.xxx.30)

    이런게 옛말 하며 산다는 바로 그건가요?
    찐한 고생속에 있을때 참아라 나중에 옛말하며 살 날 있을것이다 그러잖아요.
    원글님 애쓰셨네요.
    그 수고로움을 알고서 자상하게 대해주시는 남편분도 멋지시구요.
    오래 오래 행복하세요.

  • 9. z
    '09.4.10 3:51 PM (125.186.xxx.143)

    '성공한 결혼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배우자가 되는 것이다' ^^
    봄날만큼 기분 좋은 글이네요

  • 10. ..
    '09.4.10 4:18 PM (211.249.xxx.61)

    님의 행복 바이러스 저도 받아갑니다
    더욱더 행복하세요

  • 11. ..
    '09.4.10 4:52 PM (121.138.xxx.181)

    제목보고 신혼인 색시가 남편 자랑하는건지 알고 들어왔는데.. ^^; 세월이 연륜이
    많으신분의 글이라 더 흐뭇하고 같이 배시시 웃게 되네요..
    계속 행복하시고 더욱 행복하세요~

  • 12. 무슨소리!
    '09.4.10 6:04 PM (118.32.xxx.155)

    만원을 내시라고 해야죠!!

    행복하소서~

  • 13. 희망찬새벽
    '09.4.10 10:19 PM (59.0.xxx.43)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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