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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글이라 생각되어,,<펌>

마음 조회수 : 426
작성일 : 2009-04-10 14:06:06
노무현 대통령님, 저도 사과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 / 김굽다집태운놈 / 2009-04-09)


75년생입니다. 30여 년 살아오면서 솔직히 박정희 대통령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제가 기억나는 대통령은 전두환부터입니다. 다음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다섯 명 기억납니다.

학교 가면, 의례 선생님은 군대식으로 줄 세우고 때려도 되는 사람인 줄 알았고, 국정교과서 말고 다른 교과서는 있어야 하는 줄도 몰랐습니다. 시험 보면 성적 나오고 등수 나오는 거 당연한 걸로 여겼고요.

대학가면 공부하지 않고 데모하는 애들하고 몰려다니지 말라고 해서 대학가서도 운동권, 학생회, 총학생회 이런 데 소속된 애들을 쓸데없는 짓 하는 애들이다, 빈티 난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저 자신은 세련된 척, 상아탑의 낭만을 즐기는 척, 나름 똑 소리 나는 척 가식 떨고 살았습니다.

군대 갔다 오고 졸업할 때 되니까 취직하기 겁나고 아직 뭐 해야 할지 결심도 안 서서 대학원 갔습니다. 알바를 해도 직장인만큼 돈을 벌잖아...하면서 자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냥 세상이 나 위주로 좀 편하게 돌아갔으면 싶었습니다.

대학원 때 노무현 대통령 선거하는데 왠지 그동안 눌려왔던, 유교적 논리로 나를 짓누르던 내 윗세대들에 대한 반란 같아서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더러운 짓 하는 정치인들, 아는 척 가르치려는 어른들 다 찍소리 못할 것 같아서 한 표 던져놓고는 이제 새 세상이 오겠지.. 하면서 또 방관자로 있었습니다.

그래놓고는 또 노무현 대통령에게 불만이 생겼습니다. 왜 화끈하게 세상을 안 바꿔주나 왜 저런 사람들한테 질질 끌려다니나... 왜 타협하려고 하나...

결국, 등 떠밀리듯 대학원에서 나와서 사업을 한답시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자리 잡기 힘들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힘듭니다. 그렇게 세상이 힘들다는 걸 느끼니까 모든 불만은 세상을 화끈하게 안 바꿔 준 노무현 대통령에게 돌아갔습니다.

"뭐야 도대체 뭐가 바뀌었다는 거야? 뭘 바꿔준다는 거야. 이거 또 뒤에서 정권 잡았다고 지들만 도둑질하는 거 아니야? 왜 우리 같은 업체는 지원 받기 힘들어? 이거 말만 지원 지원하고 생색만 내는 거 아니야? 50여 년 살다가 이제 눈이 따가워서 쌍꺼풀 수술을 해? 대통령부인은 왜 또 같이해? 아... 하는 짓이 죄다 맘에 안들어...."

그런데요....

저 요즘 반성하고 후회 많이 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미안해요, 노무현 대통령님. 뭐 제가 하는 불만과 욕을 직접 저한테 들으신 적은 없지만 그래도 미안해요. 저 나이 30 넘어서야 좌파니, 우파니, 진보, 보수, 자유민주주의, 공안정치, 어용, 수구세력 등등의 단어가 몸으로 와 닿기 시작한 늦디늦은 사람인데요. 어쨌든 미안해요, 노무현 대통령님. 그냥 제 마음이 그렇다고요.

부인이 돈을 받았는지 그 돈이 빚을 갚는 데 썼는지, 받아서 땅에 묻어놨는지 그런 건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가 기억나는 전두환 이후로 대통령이 사과하고 법적 처분을 바란다는 소리도 처음 들어봤고요. 전 가본 적은 없지만, 고향땅 돌아가서 농사짓고, 홈페이지에서 사람들이랑 대화한다고 하는 대통령도 처음이고요. 눈에 보이는 등신 짓을 하면서도 입으로만 사과하고 뒤통수 치는 쥐새끼보다는 당신은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같고요.

지금 뉴스에서는 당신이 직접 요구를 해서 10억을 줬니 어쩌니 하는데... 됐다고 하세요. 전 이제 제가 바라보는 시퍼런 색깔이 어떤 시퍼런 색깔인지 잘 알게 됐어요. 끝없이 당신을 씹어대는 족속들이 어떤 부류인지는 저 같은 어설픈 속물이 더 잘 알아요. 신경 쓰실거 없어요. 조금 호흡을 길게 하고 심지 굳게 하고 가세요.

전 천성이 반골이라 대통령 하실 때 표는 던져 드렸어도 단 한 번도 하시는 일 호응해 드린 적 없는데요. 그런데 지금은 당신이 실제로 죄를 지었다고 떠들어도 그 소리가 귓등으로 들려요.

혹시나 당신을 좋아하던 사람들, 노사모 등등 뭐 이런 사람들이 다 당신을 욕하고 등 돌린다고 해도... 단 한 번도 당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적 없는 저는 등 돌리지 않을게요.

좋은 세상 만들고 있었는데 몰라봐서 미안해요. 술자리에서, 밥 먹고 드러누워서, 화젯거리가 없다고 TV에 얼굴 나온다고 안주대용으로 심심풀이로 욕해서 미안해요.

완벽하진 않았어도 좋은 대통령이었던 거 같아요. 뭐 이런저런 문제도 지금은 만들고 있고 생길 수도 있지만 이제 그런 쓸데없는 소리 안 믿으려고요.

전 이제 당신을 누구한테 얘기할 때 노무현이, 노무현.. 뭐 이렇게 부르지 않아요. 간지러운 소리는 못하지만 적어도 꼭 뒤에 '대통령' 소리 붙여요.

맘고생 좀 하시고 후딱 회복하세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무는 모습 좀 관람하고 있죠, 뭐.

그래도 어쨌거나 알았니 몰랐니 해도 일단 겨 묻은 건 겨 묻은 거니까 그거 인정하셔서 멋있네요.

...그런데 이거 읽어 보실라나?... 사과는 받아주셔야 제 맛이긴 한데...^^






※ 출처 - http://www.knowhow.or.kr/



ⓒ 김굽다집태운놈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30421
IP : 219.241.xxx.1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0
    '09.4.10 6:56 PM (210.94.xxx.229)

    눈물날라고 하네요. ㅠ.ㅠ 노무현 대통령 재임중이실때도, 퇴임후에도 그분을 뵈면 항상 눈물이 핑 돌았어요. 언젠간 후대에서 역사가 평가해줄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상처가 너무 클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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