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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뭐라고 하지말고 읽어만 주셔도 위안이 됩니다

시누이 조회수 : 1,533
작성일 : 2009-04-07 02:52:17
야심한밤에 들어왔더니 제글이 대문에 걸려있네요
아버지 돌아가실때까지 따로 살았다면 별문제 없었겠지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병든장인을 모시고 살때도 이렇다저렇다 말씀없으셨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처남처제들 앞가림하느라 허리가 휘는걸 보시면서 알게모르게 쌀도 실어날라주고 고기도 들여놔주시던 아버지셨습니다

늙그막에 아마도 며느리밥을 얻어드시고싶으셨던지 며느리를 불러앉혀놓으시고
" 양조장이랑 산이며 땅을 팔아 널주면 나 밥좀 먹여줄테냐?"
물어보셨을때 제 올케가 단 일초도 망설임없이 그러마고 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말씀이
"니 올케가 한치라도 망설이거나 어려워하는 모양새였으면 농담으로 한말이었다고 하려고 했다"
하시더군요
돌아가시기 삼일전쯤에 제집에 와서 제 시어머니도 계신자리에서 그말씀을 하셨습니다
연세드신 사돈어르신 (제 시어머니) 잘 봉양해드리란 당부도 하셨습니다
제 아버지께서 집을 나서시는데 시어머니께서 아버지를 잡으라고 하시더군요
시어머니는 딸집에가서 자고올터이니 친정아버지 하룻밤 주무시게 하라구요

모든일의 중심엔 제 오빠가 있습니다
우유부단하고 사람만좋은 제 오빠가 눈감고 귀막고 살았던게 가장 큰 잘못입니다
처가뒷바라지하느라 십년은 더 늙어버렸는데 아버지는 그게또 당신탓이라 하십니다

돈은 좋았지만 시아버지모시는거 생각만큼 쉽지않았고 귀찮고 싫었겠지요
딱 2년이라는 기한이 정해진거 미리 알았더라면 그렇게 자기본성을 드러내진 않았을지 모를일입니다
아버지혼자 사셨으면 2년이아니라 십년쯤 더사셨을지도 모릅니다
술도 드실줄 모르고 담배도 하실줄 모르고 화투조자하실줄 모르시는 제 아버지가
아침밥드시고 저녁까지 넓은서울시내를 하릴없이 시간보내시느라 너무 많이 힘을 소진하셨던것같습니다

며느리가 시댁식구를 싫어하고 미워하는건 다 이유가 있을거라고 하지만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무조건 귀찮고 싫은경우도 있습니다

나도 시댁식구가 싫을때 많습니다
나보다 두배는 덩치큰 시댁조카아이들이 한방차지하고 있는거 더러는 미울때도 있습니다
시어머니 어디 한며칠 나들이라도 안가시나 기다릴때도 있습니다
훌훌 옷다벗어버리고 큰대자로 누워 낮잠한번 편히 자고싶을때 많습니다
그래도
나쁜점보다는 좋은점이 많습니다
때때로 저들이 다 내편이라고 생각하면 든든하구요

저도 본성이 참으로 모진구석이있는지
매일같이 올케의 예비며느리가 올케와 똑같은 사람이길 바랍니다
제 오라비도 함께 고생하겠지요뭐

잠이안오네요
그냥 넋두립니다
뭐라고는 하지마세요
시누이올케 편가르기하는것도 아니고 그냥 말할곳이없어 답답하던차에 한번 주저앉아있으니 술술 잘 풀어지네요

아, 조만간에
저도 올케입장에서 또 넋두리 풀어놓을지도 모를일입니다
덩치 산만한 녀석들 둘을 올케한테 맡겨놓은이가 제 시누님입니다
시누님..저도 할말 많거든요~ -,-
IP : 122.35.xxx.14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냥...
    '09.4.7 3:00 AM (61.255.xxx.240)

    상황이 미루어 짐작만 되지만 많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시겠어요.
    저도 시누이자 올케이고 나중에 며느리를 보겠지만
    이 모든 입장을 떠나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할지 한번 생각해 봅니다..

  • 2. 저도
    '09.4.7 3:05 AM (124.53.xxx.179)

    잠이 안와서 들어왔네요
    시누이고 올케고 며느리도 봤고 손자도 있어요.
    시누이 평생 제게 십자가입니다.정말 안보고 살고싶은데 그럴수도없고 두사람 중에 한사람 죽어야 끝날것같네요

  • 3. ..
    '09.4.7 3:16 AM (219.251.xxx.18)

    아직도 안주무시는 분들이 많군요.^^
    저도 잠이 안와서 왔다갔다 합니다.
    그동안 내가 대해왔던 사람들에게 잘못했던것들(아마도 대부분 의식하지 못하고)
    반성해봅니다.(나름은 쿨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었던 터라.ㅎㅎ)

  • 4. 아버님이
    '09.4.7 8:43 AM (59.8.xxx.188)

    울남편 스타일이네요
    그래서 가슴아픕니다
    저는 남편보고 그랬어요
    혹시라도 내가 먼저 죽으면 절대 혼자 살으라고, 죽이되던 밥이되던
    그저 허~~웃고마는 남편이 다른사람,,,누가 구박해도 그저 웃고 말걸 알거든요.
    어지간하면 나보다 조금일찍가라는 소리도 하지요
    그냥
    시아버지도 어려운 분이고.
    며느리도 그렇고

    이젠 님이 내려 놓으세요
    아버님 그리 가신거 한이 시겠지만 결국 아버님 운명이셨어요
    남에게 해코지하고 가신 모진양반보다는 낫잖아요
    이렇게 가신분에게 가슴아파할수 잇는 자식있으니 괜찮답니다

    아버님이 하늘에서 님에게 바랄거는 이젠 내려놓고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일겁니다
    아버님때문에 가슴아파하는거 바라지 않을겁니다
    그러니 이젠 웃으시고 행복해지세요

  • 5. 힘내시고..
    '09.4.7 8:44 AM (121.162.xxx.190)

    마음이 많이 상하셨음이 읽어져요.
    그래도 원글님 가정, 아이들 생각해서 씩씩하게 사시길 바랄께요.

    저도 친정아버지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파요.
    원글님 아버지 못지 않은 것을 겪다가 돌아가셨지요.
    차라리 돌아가시고 나니 제 마음은 편해지더군요.
    이 땅에 살면서 그런 모진 삶 살때는 저혼자
    울음을 삼킨적도 많았으니까요.
    아버지를 위해 일찍 돌아가시길 마음으로 원한적도 많았었죠.
    가끔 아버지 생각이 나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버지가 그런 고생은 안하시겠지 하고
    위안을 받습니다.

    원글님 아버지도 그러실거라 믿어요.
    지금은 자식들 잘되기를 바라시며 계실거예요.
    힘내시고 식사 잘하시고 더 열심히 살면서 원글님 행복하게 사세요.
    앞으로는 언제나 좋은일만 있을거라고 믿어지네요.

  • 6. 세상엔...
    '09.4.7 9:30 AM (203.142.xxx.230)

    인간답지 않은 인간도 많다지만... 그것이 내문제가 되었을땐
    참으로 피눈물 나지요... 해드릴건 없고... 맘으로 위로를 보냅니다.

  • 7. ㅜㅜ
    '09.4.7 9:34 AM (122.43.xxx.9)

    근데 이상하게 기쎈 사람들이 또 순한 사람하고 엮이더라구요.
    올케의 며느리가 그럴까봐 걱정입니다.

  • 8. 그냥..
    '09.4.7 9:47 AM (220.117.xxx.1)

    어깨 토닥거려드리고 싶어요...
    참 힘든일만 자꾸 생겨서 어쩐데요...

  • 9. 아~
    '09.4.7 2:49 PM (59.5.xxx.203)

    정말 마음으로 위로를 보내드립니다. 원글님 올케..정말 너무한 사람이네요...첫글에는 댓글 못달았지만 정말 원글님 마음에 위로를 보내드립니다. 힘내세요..

  • 10. 가족이라면
    '09.4.7 5:11 PM (130.214.xxx.252)

    서로 아껴줘야하는 거 아닌지..씁쓸하네요.. 올케도 그렇고 아이들 맡긴 시누이도 그렇구..해도 고마운 줄 모르고 가족이 남만 못하단말이 이래서 나오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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