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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난 계양산

분아 조회수 : 681
작성일 : 2009-04-05 17:22:58

식목일.

사우나에서 종종 아줌마들이 계양산 갔다온
얘기를 심심찮게 하는데, 원주에서 이사온지
6년이 넘도록 난 계양산 구경도 못했다.

동생하고 같이 가려다 공짜 버스만 타고
창자 끊어지게 웃기만 하고 못 가본 계양산.

부평역에서 인천 지하철 탔는데
어느 역에서 내리는지 몰라 표끊을 때 물어보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큰 올케한테 문자 급송.
<계양산 어느 역?>
급행 답신.<계산역>  
(아직 시누이 파워가 완전히 사그러들진 않았나부다.)

계산역 5번 출구로 나와보니, 나 왔다는 소문 듣고
환영 나온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 떼로 몰려있다.
(내 편한대로 해석하는게 제일 뱃속 편하다. ㅎㅎ)
사람들 가는 방향으로 자석처럼 끌려갔다.

산 타본지 오래고~
헬스도 이사와서 3개월하고 못다녔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운동은 필수다.

타고난 건강체라 다른 사람보다 덜 헥헥대고
계양산 허리춤까지 올랐는데...
(고백:강풍이 엉덩이 밀어줘서 쉽게 올라왔다)

여기서부터 진풍경 벌어진다.
(아니 초장부터 있었는데 여기서 쓸려고 참았다.)

집에서 하는 입씨름 지겹지도 않은지
계양산까지 와서 또 연장전!!!
(아마 관중이 없어서 싱거웠나보다)

아내: 여기서 밥 먹고 올라가자.

남편: 정상이 얼마 안 남았는데 그냥 계속 올라가.

토끼들: 아빠 배고파.

아내: 거봐, 애들도 배고프대잖아.

남편: 뱃속에 그라지가 들었나 밥 먹으면 힘들어서
        못올라가.

아내: 뭐 살판났다고 배 쫄쫄이 굶어가면서 기어올라가?
        쉬엄 쉬엄 올라가면 될텐데...

남편: 아 새끼들을 이따위로 교육시키니 참을성이 없지.

아내: 어쩐지 모처럼 가족들 위해 시간을 내준다 했지.

남편: 이 여편네가 내가 집구석에서 노냐?

아내: 난 집구석에서 놀아? 밖에서 돈 버는 거만 일이야?

남편: 시끄러워. 그냥 계속 올라가.

아내: 당신만 올라가. 우린 여기서 밥 먹고 천천히 올라갈꼬야.

남편: 뭐라구? 이렇게 먹는데 목숨거니
         뱃살이 그모양으로 출렁대지.
아내: 사람 많은데 꼭 이리 망신줘야돼?

남편: 먼저 성질건드린 사람이 누군데?

아내: 그래 잘났다. 버들가지처럼 허리 가는 뇬하고
       늘어지게 자알 살아봐~!

토끼들: 또 싸워?

집에서 싸우면
관중이 토끼들밖에 없어서 흥이 안 난 부부였나보다.

그들이 박터지게 싸우든 말든 계단을 밟으며 앞으로 전진.
앞서 가는 사람들의 등산화에서 뽀얀 먼지가 일어난다.

이마에 베시시 베어나는 땀~!
바람이 분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에어컨 바람 시원한 건 명함도 못들이댄다.

드디어 정상.

산 허리춤에서 500원 받던 아이스크림이
정상에선 1000원이다.

토끼: 엄마 아이스크림 사줘.
엄마: 요 밑에 내려가면 500원이야. 밑에 내려가서 사줄게.

토끼: 목 말라 죽겠어.
엄마: 물 먹어.

토끼: 물 먹기 싫어. 아이스크림 사줘.
엄마: (얼굴을 붉히며 큰 소리로) 밑에가서 사준댔잖아?

아빠: 그냥 사줘. 애 먹고싶다는데...
엄마: 안된다고 했지?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토끼에게 사준다.)
(엄마가 그 아이스크림을 토끼 손에서 빼앗아 길에 버린다.)

(아빠가 엄마에게 도끼눈을 부릅뜨고
아이스크림을 다시 사서 토끼 손에 쥐어준다.)

(엄마 자존심 회복 차원인지 복수심인지 다시 아이 손에서
아이스크림을 빼앗아 길에 내동댕이 친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아빠, 엄마의 싸대기를???)
(엄마는 분풀이로 토끼 싸대기 올려부치고...)

참, 돈 안내고 별 걸 다 구경한다.

다른 코스로 내려올까 하다
길치라 그냥 왔던 길로 다시 하산.

엄마야~!
여기가 공항터미날이가?
아니면 호텔 커피숍이가?

향수를 얼마나 뿌리고 왔는지...
(너무 진한 향수 실례라는 거 모르나보다)

거기에 늘어지는 통 넓은 저지 바지에 뾰족구두!
흰 실크 블라우스!
정장 핸드백!
저 아줌마 계양산으로 선보러 온게 틀림없다.

웬만하면 안 놀래려고 맘 먹어도 잘 안된다.
사람들이 많다보니, 늘 새로운 진풍경에
눈과 귀가 심심찮다.

전철타고 부평역.
<동경회전초밥>에서 먹고 싶은 것을 골라먹었다.
밥맛이 꿀맛이다.

너무 오랜만에 산을 탄 탓인지
다리가 뻐근하다.

집에 돌아와 계양산을 떠올리니...
많은 사람들이 가지 각색으로 들볶아대니
아무래도 몸살날 것 같다.

계양산 몸살났는데 무슨 약 먹일꼬?




IP : 122.44.xxx.4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주서 삽질
    '09.4.5 5:34 PM (211.177.xxx.101)

    계양산이 부평 계양구와 부천을 양분하죠~

    계양은 계양산(桂陽山,400여미터)에서 얻은 이름이구요~

    계양산은 박달나무(桂)와 회양나무(陽)가 많아서 입니다.

    계양산은 김포,인천,일산 인근서 가장 높다.

  • 2. 우주서 삽질
    '09.4.5 5:38 PM (211.177.xxx.101)

    무신정권 4대를 양지에서 살았던 이규보가 김포 계양현으로 좌천된적이 있었어요.

    가족들은 전송으로 개풍군 조강포를 건너 김포 조강포까지 내려왔나봐요.
    (조강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파주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강)

    그때 이규보 그 유명한 시를 읊죠~

    /아내 떠나고 남편은 머무르니 이 무슨 연유인가

    너 나를 속박지 않건만 난 죄수 같구나

    배는 가고 사람은 멀어지니 마음도 따라가고

    바다는 조수를 보내오니 눈물이 함께 흐르네


    한 강(一江)만이 막혔건만 물결은 넓고 넓어

    도리어 천리길인 양 유유도 해라

    지척의 곡산(개경)을 가지 못하니

    말 위에서 짐짓 졸며 머리 돌리기 겁내네/

  • 3.
    '09.4.5 6:01 PM (125.190.xxx.48)

    바다에 살다보니..산이 좋아 집디다..
    우리 동네 산도..관광지 산이라 사시사철
    온갖 사람들이 오가는 것 같아요..
    그래도..전 아직 한 발짝도 안 올라가 봤어요..
    그냥 밑에서 바라만 보지요..
    저~ 가파른 산을 오르기가 귀찮아서 였기도 하고..
    요즘 같아서는..
    진짜 산이 몸살을 앓는듯..
    건강붐에 등산붐에...노령화에..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우리 어렸을 적보다
    훨씬 많아졌겠죠??
    아마 산도 디뎌지고 디뎌지고 또 디뎌져서
    점점 낮아 질듯...
    마지막으로 산에 올랐던게..
    15년전..지리산을 완주 했었더랬는데..
    꼭대기에 남아있는 추한 인간들의 흔적에
    질겁을 했었죠..

  • 4. 존심
    '09.4.5 7:27 PM (211.236.xxx.21)

    계양산 우습게 보다가(395미터) 숨소리 허덕거리는 사람 많더이다...

  • 5. 뒷산
    '09.4.6 9:20 AM (211.226.xxx.166)

    제가 사는집 뒷산이 계양산입니다
    맨날 쳐다만 볼뿐 올라갈일은 별로 없네요
    요즘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산행을 즐기더라구요
    일요일10시 정도면 밀려서들 올라가구요
    그리고 계양산 솔밭 가볼만합니다.

  • 6. ..
    '09.4.6 11:45 AM (59.17.xxx.22)

    계양산 솔밭, 정말 좋죠.

    목상동쪽에서 오르는 그 멋진 솔밭이 글쎄 사라질 위기라고 얼핏 들었네요.
    골프장이라나 뭐를 짓는다고...
    환경단체에서 반대하고 그런다는데 과연 지켜질 수 있을지 걱정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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