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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온 남편에게 어떻게 행동하시나요?

시큰둥 조회수 : 1,859
작성일 : 2009-04-05 01:39:57
전 아직 미혼이구요, 몇년 전부터 아버지랑 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상태입니다.

몇 일 전에 저녁 10시쯤 퇴근해서 집으로 들어 오니 아버지가 거실에서 저녁 먹었냐고 묻더라구요.
안 먹었다고 대답하고 방으로 들어와 옷 갈아 입고 짐 정리하고 화장실가서 스타킹 빨고 화장 지우고...
그러고 나왔더니 난리가 났네요.

결혼해서 신랑에게 저렇게 행동하면 당장 소박맞고 쫒겨날거라구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댔어요.
직장 생활을 한다는 년이 저렇게 눈치가 없고 분위기도 모른다고...
한 30분은 고래고래 소리치다 분에 못이겨 방으로 들어가더라구요.
알고보니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제가 퇴근하기 얼마 전에 집에 들어 온거였어요.

제가 저녁을 먹지 않았다고 하니 못 다 마신 술 한 잔 더 하면서 저랑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제가 옷 갈아 입고 짐 정리한다고 10분 남짓.
스타킹 빨고 화장 지운다고 10분 남짓 꾸물대니까 화가 났던 거지요.
옷도 갈아 입지 않고 부엌으로 가서 상을 차렸어야 했는데(아직 직장 생활하는 엄마는 늘 이렇게 행동합니다. 만일 조금만 꾸물대도 온갖 짜증과 신경질을 부리며 사람을 볶지요) 그러지 않았다고...

방금 전에 퇴근한 제가 그런 상황을 어떻게 알았겠어요.
더구나 10시까지 저녁을 먹지 않았으리라고는 쉽게 생각하기 힘들지 않나요?

아버지는 고등학교 때부터 술 마시고 오면 물이나 꿀물을 타오도록 시켰어요.
자기 이부자리를 펴라고 한 적도 많았구요.

제일 싫었던 건 하염 없이 밤새도록 무한반복으로 술 주정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거였죠.
시험 전날이건 피곤한 날이건 일주일에 2~3번씩 밤이고 새벽이고 자기 옆에 와서
듣기 싫은 소리 듣고 있어야만 직성이 풀리나봐요.
주로 누구 욕하는 거죠. (식구들-저.엄마.동생들. , 직장 동료들, 친척들, 이웃들 등등)

조금이라도 심기를 거슬리게 하면 늘 지겹도록 하는 소리가 바로
"결혼해서 그렇게 행동하면 신랑한테 미움받고 쫒겨난다. 남편 바람난다..." 뭐 이런 거였어요.
혈기왕성했던 학창시절에는 싫은 소리도 해보고 같이 고함지르며 싸우기도 해봤는데 안 고쳐지더라구요.

저희 엄마는요, 순응하고 살고 있습니다.
몇일 전 저 일이 있었을 때도 너무 속상하기도 하고 분해서 엄마랑 이야기를 했는데
그냥 이해해라... 라는 말 밖에는 하지 않습니다.
원래 이상한 사람이니 그걸 정상의 기준에 놓고 판단하려 하지 말라구 하네요.

학창 시절에 술 마신 아버지께 대들다가 맞은 적도 있는데
그럴 때면 엄마는 "다른 집 애들은 아버지한테 더한 욕도 많이 듣고 심지어 허리띠로 맞는 집들도 있어.
너희 아버지는 거기에 비하면 양반이지"이렇게 말하곤 했답니다.

결혼 한 친구들 보면 신랑에게 농담이지만 직장에서 저녁 먹고 들어 오면 안되냐고 묻기도 하고
격의 없이 대하던데 아마 저희 아버지가 들으면 뒷 목 잡고 쓰러질 일이겠죠.

도대체 뭐가 정상이고 뭐가 비정상인지 혼란스러워요.

술 마시고 한바탕 집 안을 들었다 놓았다 하고 1~2일은 죽은 듯이 눈치 보면서 식구들한테 잘하고...
이런 악순환이 몇 십년 째 반복되어 왔는데 엄마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고 있는 거죠.

한 집에 살지만 눈도 마주치지 않고 동네에서 퇴근 길에 만나도 외면합니다.
아버지는 제가 아는 척 해주길 바라는 눈치인데 정말 같이 말하기도 싫어요.

저도 덩달아 비정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요.

가족끼리 이러면 안되는건지 잘 알면서도 그냥 아버지가 너무 싫어요.
솔직히 제 눈치 보고 잘 해주려 할 때는 토할 것 같기도 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해하자, 이해하자 하면서 살았는데
이젠 솔직히 평생 안 보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술 마시고 와서 주사 부리는 남편에게 보통 어떻게 대하세요?
중,고등학교 다니는 딸이 꿀물타다 주고 옆에서 1~2시간씩 주사 들어주고... 그런 집들 많이 있나요?
직장 다니는 딸이 밤 늦게 퇴근해서 술 마신 아버지 라면 끓여주고 주사 들어주고... 그런게 일반적인건가요?

제가 이렇게 아버지를 증오하는게 비정상은 아닌거겠죠?

IP : 58.140.xxx.30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4.5 1:48 AM (125.130.xxx.107)

    비정상 아니세요. 힘드셨겠습니다. 어머니까지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저는 살면서 식구중에 술먹고 주사부리는 사람을 본적이 없어서
    누가 그러면 정말 공포스럽더군요. 원글님 상처가 깊어질까 걱정스럽습니다.

  • 2. 휴우..
    '09.4.5 1:59 AM (211.236.xxx.228)

    일단 원글님 마음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근데요..저희 아버지는 멀쩡한 정신에 그러십니다.
    항상 제가 밥을 하는데 정말 오랜만에 친구와 저녁에 영화보려고 예매해뒀고
    그것도 미리 말씀 드렸지요.. 저녁에 약속이 있고 영화보고 들어온다고..

    영화관 아래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친구와 파르페를 먹으며 영화시간을 기다리는데

    영화시간 20분전에 전화가 와서 당신 드실 저녁 안차리냐고 난리난리가 났었죠 당장 들어오라고..

    평소에도 자리 안해드리면 난리가 나고..
    저흰 술드시면 당신 옷벗기고 잠옷으로 갈아입히라고 하십니다.

    잠이들어서 몰랐으면 잠든 사람에게 꼬집고 물고(실제로 물어서 이 자국으로 멍이 들 정도로;;)..
    시험기간..피곤한거 없지요..

    그냥 그래요..

    가족들 다 당하면서도 (많은 비율로 제가 당하지만;;) 알면서도 가족들은 아버지편을 들어요..

    가부장적인것에 빠진건지..익숙해져버려서 포기상태가 되어버린건지...

    헤헤....그냥 그렇다구요..

    원글님이 나보다 나은 상황이니 포기하고 살라는게 아니구요..

    그래도 끈을 놓지 말고 계세요..

    전 조금씩 가족들을 가끔 보고 제 삶을 살려고 조용히 노력중입니다..

    하지만 몸이 함든것보다도 힘든건 마음이군요...힘내세요!

  • 3. ...
    '09.4.5 2:00 AM (116.41.xxx.34)

    저희집은 술많이 먹는거 배척하는 분위기라...
    아빠 술드시는거 구박합니다..신경질내고 화내고..막 머라 하고...
    암소리 못하심..딸램 성질 장난아닌거 아셔서..ㅡ.ㅡ;

    남편 술먹고 오면...쇼파에서 자~ 끝..

  • 4. 마음이
    '09.4.5 2:02 AM (124.80.xxx.203)

    아프네요. 제가 눈물 날 거 같아요...
    원글님 힘내세요. 그래도 아버지잖아요. 미운 정도 정인 거 맞는 거 같아요.
    조금 가엾다고 생각해보면 될는지.. 제가 원글님 입장이어도 말처럼 쉽지는 않을 거 같지만요.
    그렇게밖에 될 수 없는 아버지도 속상하실 거 같아요. 아버지가 자라신 환경이 어쩔 수 없이
    그런 사람이게 만든 거 아닐까요... 저는 아버지 고3 때 돌아가셨는데 생각하니 눈물나네요..
    살아계실 때 어머니처럼 이해해드리세요. 그냥 부모님이니까.. 저도 부모님 단점도 생각나지만 그래도 좋은 점을 더 생각하게 돼요...시부모님은 이해 못하고 살고 있지만요. 아버지가 가끔씩 잘해주려고 노력하신다는 점만 봐도 아버지는 원글님한테 미안한 맘 갖고 있는 거 맞아요.

  • 5. 시큰둥
    '09.4.5 2:17 AM (58.140.xxx.30)

    원글인데요... 잠이 오질 않아 그냥 게시판을 들락거리네요.

    제가 분노하는 건 술 마시고 부인 때리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패턴있쟎아요.
    난리치고 - 죽은 듯이 잘 해주고 - 난리치고 - 또 잘해주고...
    여기에 부인이나 다른 가족들이 순응해간다는 건데요.

    이런 패턴으로 인해서 어려서부터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술 마시고 욕하고 물건 부수고 가족들에게 상처주는 게 진짜인지
    아니면 다음 날 술에서 깨서 기운 없는 모습으로
    식구들에게 잘 해주는 게 진짜 우리 아빠인지 말이예요.

    술에 취해서 저나 식구들에게 (차마 게시판 더러워질까봐 그대로 못쓰겠네요...)
    욕설을 퍼부을 때면 몇 일전에 나에게 잘 해주던 아버지 모습과 말, 행동이 떠올라 마음이 너무 괴로웠어요.

    어린 시절 느꼈던 혼돈, 괴로움, 애증...
    이런 감정들이 그 시절 어린 아이가 느껴보아야 할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에 분노가 느껴져요.

    지금도 마찬가지이죠.
    분노와 연민을 오락가락하게 만드는 아버지의 태도가 혼란을 주었다가 역겨움을 주었다가...

    참, 부모란게 뭔지 말이죠.
    형제나 친척만 되어도 인연 끊고 고민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부모라서 이렇게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위로가 되는 답글들 감사해요.

  • 6. ...
    '09.4.5 2:21 AM (211.187.xxx.30)

    아이고..........술먹고 온남편 ...전 개박살 냅니다...
    주정이라도 할라치면 술도 곱게 안마시고 ..어디 뭐하는짓이냐고...
    친정 아버지 젊었을때 술드시고 과하게 행동하는거 보면서 다른집도 다그런줄 알았습니다..
    고등학교때 다 그런게 아니라는걸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주정이라도 할라치면 울기도 하고 말리기도 하고 ..
    그랬는데 술때문에 몸에 병얻어 ...환갑전에 돌아가셨어요..

  • 7. ^^
    '09.4.5 2:28 AM (121.158.xxx.8)

    아버지도 바뀌셔야 해요.
    나이들면 괜찮겠지. 나아지겠지. 기운딸리면 소리도 못 지르겠지.. 그런생각드세요?
    제가 딱 원글님처럼 살았어요.
    괜히 대들었다가 맞을까봐 그것도못하고 이웃에 챙피해서 피하고. 한부분 그래도 아버지인데 어떻게 대드나.. 술깨고 말짱하면 자상한아버지로 돌아오기도해서..
    그래놓고 몇날몇일 미안해서 자식 눈치도 보는게 때론 안되보이기도하고
    저 고3때 또 그 난리가 났는데 아버지한테 제 언니가 대들다가 정말 대놓고 싸대기를 정통으로 맞았어요. 갓 취직한 새내기 직장인이었는데 그동안은 언니도 저처럼 말리고 달래고 참고 그랬는데 그날은 정말 독하게 맘먹었는지 저를 부르더니 가방싸라고 하더라구요.
    그 오밤중에 언니따라 책가방을 싸서 나왔는데 제 예상은 결혼한 큰언니집으로 가겠구나 였어요. 그런데 언니가 절 데리고 여관을 간거죠. 벌써 20년전 얘긴데 둘이 무서워서 문을 두번세번 걸고 꼭 안고 잤어요. 밖에서 조그만 소리만 나도 벌벌떨면서. 그때 언니가 그러더군요.
    다시는 그 꼴 안본다고 그러고 아침되서 학교로 직장으로 갔다가 다시 저녁에 만나서 또 여관을 갔어요. 당연히 큰언니네로 간줄 알고 계셨던 아버지가 난리가 났죠.
    큰언니가 작은언니 직장으로전화해서 아버지가 찾는다고 일단 들어가라고 달래고 그래도 안들어갔어요. 일단 큰언니네로 옮기고 며칠있다가 집으로 갔죠. 아버지가 눈을 못마주치더라구요.
    아버지도요.. 자식이 이제 어른이라는걸 아셔야해요. 저는 맘이 약해서 시간지나 유야무야 잊었는데 언니는 정말 몇달동안 아버지를 상대로 안했어요. 투명인간처럼
    그후로 아버지가 손찌검하는일은 없었어요. 물론 술은 가끔하셨지만..

  • 8. ㅠ.ㅠ
    '09.4.5 2:51 AM (58.233.xxx.242)

    슬픈 일이지요.
    원글님 괴로움 깊이 짐작이 돼요.
    정말 할수만 있다면 이민이라도 가고싶으실 거고요.

    아버님이 외로움을 심하게 타시는 듯 싶어요.
    아마 가족중 누구와도 제대로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자라면서 부모에게서 보살핌을 많이 못받으셨을 것 같기도 하고요.

    슬프게도 원글님 아버님 같은 분들 아주 많아요.
    술에 취해 그런 행동 하는 사람들 보면
    어른들도 응석 내지는 투정을 부리는 것이라 여겨져요.
    그 응석이 아이들이라면 참아줄만 하지만
    그게 술취한 어른이라면 참 괴롭지요.

    그런 사람들중 많은 경우가
    심하게 악인도 아니예요
    적당히 우유부단하고
    적당히 비굴하고
    적당히 마음 약하고 뭐 그렇지요.
    자신들도 참을만큼 참다가 견딜수 없어
    술로 마음을 달래다 감정이 폭발하는 거지요.
    그러면 가족들은 더 도망가고...

    자신의 외로움을 그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에 연민을 느껴요.
    타인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방법을 배우지 못한 탓이지요.
    요즘 세대보다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좀 어려운 시대이다보니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것에 아무래도 좀 서툴수도 있고요.
    뭐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행동해도 된다는 건 아니지만
    원글님 마음은 좀 편할수 있지않을까 해서요.

  • 9.
    '09.4.5 2:54 AM (115.136.xxx.174)

    우선 아버님의 그런생각과 행동으로 인해 가족분들 특히 어머님이 힘드셨겠어요...

    사람은요...그 상황에 적응하고 그런가보다 하다보면 그새 그게 당연한게 되버리고 생활이 되버리죠...어머님이 그러신거같아요.어느정도는 적응 어느정도는 포기...

    일반적인 시각을 봤을떄는 아버님의 그런패턴은 잘못된것입니다.가족 특히 집안의 여자는 자기 손발이 아니예요.(만약 아프신분이라면 말이 달라지겠죠)

    난 가만히있으면서 이래라 저래라...그러다가 맘에 딱 안들면 소리치고 괴롭히고...

    그런가정에서 생활하시는님도...너무 힘드셨을거라 생각되요.

    우선 질문 하신게...술먹고 온 남편에게 어떻게 하시나요잖아요.거기에 먼저 글을 쓰자면...

    제 남편은 한번도 술먹고 인사불성이 된적은없어서...들어오자마자 소파에 누워서 드르렁 거리며 졸아요.전 그떄 내버려둡니다.힘들어죽겠는데 옆에서 잔소리하거나 옷벗고 씻으라고 닥달을해도 귀에안들어오거든요.그러다가 좀 지나면 안아주며 힘들었냐고 괜찮냐고 많이 마셨나며 은근슬쩍 대화를 유도(그러다보면 술이 어느정도 깨더라구요) 그러다 자기가 스스로 일어나서 씻고 옷갈아입고...가끔 라면좀 끓여달라고하고...(술먹고나면 목도 마르고 얼큰한 라면 떙길수있거든요...저도 결혼전에 술좋아라해서 좀압니다;;) 그리고나서 자요...솔직히 아침에 북어국까진 못끓여줘도 꿀물과 콩나물국 정도는 끓여줍니다.(대신 너무 늦거나 말도없이 늦거나하면 안줍니다-_-)여기까지가 답변이었구요...

    님 아버님 같은경우는 잔인하겠지만 다 들어주시면안될거같네요.어머님이야 아내고 남편이니 어쩔수없다손 쳐도...님은 그러시면 오히려 안될거같아요.

    소리를 지르던 손찌검을 혹시 하시던 철저히 무시하세요.도를 지나치시면 좀 시끄럽더라도 경찰을 부른다고 말씀하시고 그래도 안통하면 부르세요.철저히 냉정하고 차갑게 구세요.

    아버님은 아마 자기가 무슨 요구를 하면 들어주는게당연하고 빨리 들어줘야하고 혹시나 안되면 소리 지르면 해결되는걸로 알고계신거같습니다.

    아무리 어르신이 소리치고 난리를 치셔도 이제 들어줄수없다.그런식으로 행동하세요.

    그 순간 피곤하고 짜증나서 들어줘버릇하시면 정말 계속 그러셔야할거같아요...

    괜시리 안좋은기억에 님이 나중에 결혼생활 하실떄 힘드실까 그게 더 걱정이네요..

  • 10. 시큰둥님
    '09.4.5 5:01 AM (211.222.xxx.11)

    참 흔한 일이지만 당사자는 지옥인 마음.. 남일같지 않아서 지나칠 수가 없네요.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내용 중 발췌입니다. 힘내세요.

    -----------------------------------------------------------------------

    소중한 일들이 사소한 일들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 괴테

    어쩐 일인지 괴테는 잠언적인 말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가 남긴 이 말 역시 자기계발프로그램에 차용되고 있습니다. 소중한 일에 꾸준히 열정을 쏟으면 처음에는 당신이 습관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습관이 당신을 만든다고 합니다.


    유독한 부모, 역기능 가정이 존재합니다.



    집과 가족이 너무 싫습니다.

    저는 올해 스물한 살의 여대생입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싸움을 봐왔습니다. 제가 아기였을 때는 엄마가 아버지에게 맞아서 기절한 적도 있다는데 그건 기억나지 않고, 대신 아버지가 장롱을 부순다거나 케첩을 던져서 온 방안이 피바다처럼 보이거나 했던 일들은 선명히 기억합니다. 아버지에게 ‘대화’는 없습니다. 명령과 지시가 있고, 분노와 폭행이 있습니다. 엄마는 아버지와 헤어지고 싶어하지만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그러지 못합니다.
    지난 구정 때 아버지가 사소한 일로 화를 내시더니 제 얼굴을 힘껏 때리셨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아버지를 챙긴다고 한 행동인데, 아버지가 보실 때는 돼먹지 못하게 간섭하고 무시하는 행위로 여겨지신 것 같습니다. 엄마가 아버지를 가로막았지요. 제가 너무 화가 나서 “경찰에 신고할 거야” 했더니 아버지는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마구 던지시면서 “어디 해봐라, 이년아!” 하더군요.
    아버지를 존경하고 싶어도 존경할 만한 구석이 있어야 그렇게 하지요. 아버지는 지금도 당신이 잘못한 거 없다고 하시고, 저도 나름대로 억울해서 아직도 그날 일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그래도 밖에 나가서는 어두운 내색을 보이지 않으려고 밝고 활기차게 행동하는데 저, 잘하고 있는 건가요? –사과

    신경과민인 엄마와, 엄마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아빠는 부부 싸움이 끊일 날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혼을 하셨고 저는 처음에는 아빠와 살다가, 그 다음엔 엄마와, 스무 살 때부터는 혼자 일하면서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이단 종교에 빠져 있고 자기 입장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엄마는 저를 비난하고, 고등학생이 된 동생은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속은 분노와 조소로 가득차서 누구의 말도 듣지 않습니다. 아빠는 힘들게 일해서 엄마와 동생의 생활비를 보탭니다.
    저는 곧 결혼할 예정인데 엄마가 결혼식에도 오지 않겠답니다. 아빠를 만나기 싫다고요, 갈기갈기 찢어진 우리 가족, 다시 행복해 지고 싶은데, 동생하고라도 사이좋게 의지하며 살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까요 –울고싶다



    부모가 사랑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립니다.

    인간은 성장 과정에서 엄마와의 친밀한 일대일 관계, 아버지가 등장하는 오이디푸스적 삼각관계, 형제자매와 경쟁하는 시기 등을 경험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일어나는 장소는 가정입니다. 가정은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과 증오를 배우고, 관계 맺기를 배우고, 세계를 배우는 곳입니다. 한 인간이 심리적으로 탄생하고, 성격이 형성되고, 정체성이 확립되는 곳도 가정입니다.

    가정이 그토록 중요하기 때문에, 모성이나 우애에 대한 환상처럼 가정에 대한 환상도 도처에서 만나게 됩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는 행복한 가정의 이미지를 유포하고, 곳곳에서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같은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우리는 가정이란 원래 그토록 화목하고 행복이 넘치는 곳이어야 한다고 믿으며 그것을 추구합니다.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 집은 어쩐지 잘못된 듯 느껴집니다.

    하지만 사과 님, 그리고 울고싶다 님, 혹시 아시는지요? <즐거운 우리 집>이라는 노래는 만든 작사가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그는 한 번도 ‘꽃피고 새 우는’ 가정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그 노래는 ‘이상적 가정’에 대한 어느 독신 남성의 환상일 뿐이고, 그런 종류의 환상은 다시 우 리의 ‘가정 이상’을 만들어냅니다. 사실 가정이란 원래 행복하고 절로 평화로운 게 아니라 무 수한 갈등을 해결하고, 서로의 욕망을 협상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절하는 곳입니다. 가정 폭력이나 가족의 해체는 그런 갈등 조절과 의사소통에 실패했다는 뜻입니다.

    현대 사회로 접어들어 모성과 어린이가 창조되고, 가정과 양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부모와 자녀 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제 부모는 예전처럼 위엄으로써 자녀를 지도할 것이 아니라 자녀와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사실이 널리 인식되었습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가 밀착되면서 둘은 정서적으로 지나치게 의존하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 의존성은 점점 심화되어 이제 부모와 자녀는 강박적으로 상호 의존하는 관계가 되었고, 심지어 중독에 취약한 인성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핵가족조차 해체되고 독신 가족, 동거 가족, 이혼하고 재결합하는 ‘재연합 가족’ 등이 등장했습니다. 더불어 가정은 예전보다 더 많은 정서적 문제는 안게 되었습니다. 구성원들끼리 자주 친밀감을 점검해야 하고, 더 많은 갈등을 해결해야 하고, 욕구를 협상하고 거래해야 합니다. 정서적 상호 의존도는 점점 높아집니다.

    현대 정신분석가 수잔 포워드는 자녀와 병리적으로 상호 의존하는 부모를 ‘유독한 부모’라 분류합니다.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부모, 신처럼 아이를 벌주고 지배하는 부모, 지나치게 통제하고 간섭하는 부모, 알코올 중독인 부모, 언어나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부모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그런 부모들은 자녀의 인격이나 자기 존중감에 심각한 손상을 입힙니다.

    유독한 부모에 의해 정서적 기능을 정상적으로 행하지 못하는 가정을 ‘역기능 가정’이라 부릅니다. 역기능 사정은 인간을 정신적으로 탄생시키고 성장시키는 기능을 제대로 해내지 못합니다. 오히려 자녀의 발달을 저해하고 자녀의 마음에 독성을 입힙니다.

    사과 님, 그리고 울고싶다 님,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현실에는 역기능 가정, 유독한 부모들이 틀림없이 존재합니다. 또한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두 분 모두 유독한 부모의 독성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사과 님은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살아님기 위해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된 것 같급니다. “아버지를 존경하고 싶어도 존경할 만한 구석이 있어야 그렇게 하지요.” 라는 식으로 쓰셨더군요. 울고싶다 님은 이기적이고 가학적인 엄마와 계속 피학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우리는 부모의 행동과 욕구를 통해서 자신의 성격을 형성하기 때문에 부모의 유독한 요소들마저 흡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분 모두 유독한 부모, 역기능 가정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일이 가장 필요합니다. 두 분이 그토록 고통스러운 것은 폭력적인 아버지, 이기적인 어머니를 여전히 사랑하고, 아직도 그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정신적으로 독립하라는 말씀은 그런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지라는 뜻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와의 관계에서 중단해야 하는 태도가 몇 가지 있습니다. 자신의 고통이 없어지도록 부모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 부모의 사랑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각하는 것, 부모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 언젠가는 부모가 진정으로 사랑과 지원을 해줄 것이라는 환상을 갖는 것, 위와 같은 태도를 버리고 상호의존적 관계 맺기 게임을 중단할 때 비로소 부모로부터 독립된 개인이 됩니다.

    사과 님도 정신적으로 독립한 후에, 좀 더 나이가 들면 울고싶다 님처럼 경제적으로 독립하시기 바랍니다. 경제적으로 홀로 설 수 있어야만 진3정 독립된 개인으로 기능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 다음 부모와 독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내면의 왜곡된 측면을 돌보는 작업을 하셔야 합니다. 자신의 냄 us에 부모와 상호 의존적으로 형성된 가피학성, 냉소적 태도, 중독 성향, 타인을 지배하고 조종하려는 태도 등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날의 삶을 의식적으로 관찰해보시기 바랍니다.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가해자인 부모와 폭력의 문제를 놓고 대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그렇게 할 만큼 자아가 강하지 못하거나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데, ‘유독한 부모’라는 개념은 정립함 저 정신분석학자는 ‘편지 쓰기’를 권합니다. 가해자인 부모에게, 도와주지 않고 방관한 다른 쪽 부모에게, 상처 입은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애인이나 배우자에게, (미래의) 자식들에게…. 위와 같은 순서로 한 번 씩 편지를 쓰고 나서 얼마 후 똑 같은 순서로 다시 한 번 편지를 씁니다. 두 편지를 비교해 보고 마음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점검한 다음 다시 똑 같은 순서로 편지를 씁니다. 그렇게 몇 번 되풀이합니다.

    아무리 험악하고 지저분한 말을 동원해서 상대를 욕하더라고 고쳐쓰지 않습니다. 마음이 풀릴 때까지 내면의 모든 감정을 편지에 쏟아냅니다. 그런 식으로 마음속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버리면서 동시에 자기혐오를 없애고, 자신을 치유할 힘을 길러나갑니다. 내면의 아기에게 사랑의 언어를 베풀어주고, 미래의 자녀에게 사랑의 약속을 함으로써 사랑의 능력을 회복합니다. 애인이나 배우자에게 쓰는 편지는 치욕스러운 기분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상담 치료를 받으면 좋습니다.

    유독한 부모나 역기능 가정의 자녀들은 이상적 가정에 대한 환상을 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한 것을 환상 속에서 기대하면서 부풀리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들은 울고싶다 님처럼 해체된 가정이 복원되기를 바라는 갈망이 자니치게 커서 너무 이른 나이에 결혼하거나, 혹은 반대로 자기만의 가정을 꾸미는 일을 죄악처럼 느낍니다. 폭력이 난무하던 가정에 대한 공포에 너무 깊으면 아예 자신의 가정을 갖고 싶어하지 않기도 합니다. 두 분 모두 그 점에 유 의하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또 한 가지 유념하실 것이 있습니다. 연인이나 배우자를 구할 때 사과 님은 아버지처럼 폭력적인 사람을, 울고싶다 님은 어머니처럼 이기적이고 유아적인 사람을 만나지 않도록 조심하시는 것입니다.

  • 11. 원글님
    '09.4.5 2:47 PM (220.86.xxx.9)

    아버지가 정상이 아닙니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분이 아닙니다.
    나열하신 것을 보니 알콜중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정신적 미숙함 이기적이고 난폭한 성향...
    이런 것들이 보이는 군요.
    특히 자기 술 먹고 싶은데 기다리게 하면 무지 화내는..
    그런 것들도 보이구요.
    원글님은 아버지를 알콜중독이라고 생각해 보신 적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 많은 분들이 그러니까요.
    댓글다신 글들 중에도 알콜중독 증후군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님 어머니의 반응은 전형적인 가족 증후군 중의 하나입니다.
    익숙해지고, 뒷처리 해주며 그저 덮어주고(더한 아버지도 있다..)
    자식들은 혼란속에 자라지요. 무엇이 잘못된건지 혹은 잘목되기나 한건지
    전혀 알지 못하지만 ... 무언가 계속 괴롭고 아버지는 싫고... 혼란 그 자체.
    아버지를 알콜중독자로 인식하고 새롭게 한번 바라보시고
    님을 환자가족증후군 이라는 관점에서 한번 새롭게 보세요.
    무언가 확연해지는게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해보시는 편이 님의 정신 건강과 성장을 위해 큰 도움이
    될거예요. 불분명한 거는 성장이 아니라 정체를 가져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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