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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유별난건지.

예비시댁 조회수 : 1,906
작성일 : 2009-04-01 01:54:39

3년을 넘게 사귄 남자친구와 내년초에 결혼하자 말이 나오고 있어요 ( 아직까진 저희 둘만 )
집안에 서로 인사를 드리지 않은 상태고요

며칠전, 남친 작은집에 결혼식이 있어서 남친이 인사도 드릴겸 함께 내려가자 하더군요.
저는 형식적인 자리보다는 마침 그런 자리에 가서 인사를 드리는게 부담이 덜할것 같아 함께 내려갔고요.

결혼식장에서 어머님 아버님 형님될분들 작은어머님 아버님 모두에게 인사드리고,
뻘쭘하게 밥을 함께 먹고 또  식이 끝나고 작은집까지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그후부터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집 식구들을 처음본거였고 엄연히 손님으로 간것입니다.
물론 결혼하면 며느리가 될 사람이지만 며느리가 된다는것이 곧 그집의 밑에 사람이 된다는 뜻은 아닐겁니다.

작은집에서 벌어진 작은 잔치..
저는 과일을 깎고 음식을 나르고, 막걸리 심부름을 해야했습니다.
누구 하나 저에게 따뜻한 말한마디 건내지 않더군요.
뭔가 일을 하는것이 당연한 분위기라고 해야하나요.

오히려 작은 어머님이 올해 결혼해야지~ 라고 말씀하시니
누님께서 딱잘라 말하더군요, 시집올지 장가갈지는 두고봐야죠. 라고.

누님, 제 나이를 묻더니 '나이가 좀 많네~ ' 하십니다. 물론 농담처럼 웃으시면서.
제나이 서른 하나입니다. 남친은 서른 둘이고요.
저는 제나이가 하나도 많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 자기 동생은요? 저보다 한살 더 많은 자기 동생은 어린 나이랍니까?

저 스물일곱에 남친 만났고, 이제껏 사귀어 왔습니다.
오래사귀고 나이가 차니 별소릴 다 듣는구나 싶어 울컥했습니다만,
어쩝니까. 점수따러 간 예비시댁인것을...
바보처럼 웃으며 '네.. 제 나이가 좀 많죠. ' 했습니다.

그집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눈치보며 밥한숟갈 제대로 못먹고 ( 그나마 먹은것도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가는지)
바보처럼 웃고 얼굴 붉히며 가지 않는 시계를 연신 쳐다봐야 했네요~

돌아오는길, 왜이리 결혼이 하기 싫던지요.
좋은 부모님 밑에서, 배울만큼 배웠고,
집에서 설겉이 한번 안하는 철없는 딸입니다.

그런데 뭔가요.
아직도 미묘한 '아들가진 유세'가 느껴지는건.

아주 오래전에야 - 여자가 많이 못배우던 시절..
남자쪽에 시집 간다고 했죠. 남자가 더배우고  
남자가 먹여살리던 시절 ( 그것도 사실 말안됩니다.여자도 가사노동하는건데 ; )
아들가진 유세. 조금은 이해합니다

근데 요즘 시대에, 똑같이 배울거 배우고, 평등하게 자라고,
돈도 똑같이 맞벌이도 벌려는 요즘..  이건 뭐죠. 이 더러운 기분은 뭐죠.
형님될분들의 '너를 두고 보겠다' 하는듯한 싸늘한 눈빛과
그집에 첫 인사 가서 ( 엄밀히 말하면 그집도 아니고 작은집 ) 손님이 아닌 며느리가 되어 눈치보며
일해야 하는 내 바보스러움과 나이 많고, 자기 아들과 결혼 못해서 환장한 사람이 된것같은 기분이요...

제가 오바하는건지도 모르겠네요.
갑자기 한국의 결혼문화가 지긋지긋하게 싫어집니다.
부모님께도 미안해지고요.

사실 겁도 납니다.
무척이나 낯가리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내 성격...
대 쎄기로 유명하다는 형님들과 어머님 앞에서는 싹싹하고 붙임성있는 며느리 연기를 해야한다는것도.
앞으로도 오랫동안, 결혼하면 이런 일들을 반복해서 겪어야 하는것도...

제가 유별나서 이런 기분을 느끼는건지.
왜 한국에서 며느리가 된다는것은...
좀더 심플할 수 없는건지 - 그냥 내 아들의 아내 정도로만 받아들일 순 없는건지 -

우울한 하루네요

IP : 59.15.xxx.43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국민학생
    '09.4.1 1:58 AM (119.70.xxx.22)

    진짜 무급도우미 하나 들이는것쯤으로 생각하는건지... 거참.
    님이 알아서 하신건가요 아님 시키던가요? 저같으면 시킬 기색이 보일때 그냥 인사만 드리려고 왔다 담에 뵙겠다 하고 나왔을거 같아요. 결혼전 왕래 있어봤자 좋을것 없거든요. 앞으로 정식으로 상견례하기 전까지는 왕래하지 마세요.
    근데 남자친구도 님 일하는거 봤나요? 남자친구 반응이 중요한데요..

  • 2. 첫대면을
    '09.4.1 1:58 AM (125.190.xxx.48)

    너무 시댁식구들 바글거리는 곳에서 하셨네요..
    조용히 따로 만났으면 달랐을 수도 있고,,
    대접도 받았을 텐데..
    담에 나이가 많다고 누가 그러면..남친보다 한살 적다고 그러세요..
    7년전에 결혼한 저도 첫대면이라고
    그렇게 팍 죽어들어가진 않았어요..
    한번 기어들어가면 계속 그렇게 됩니다..
    담엔 강하게 나가시길~^^

  • 3. 유별난건
    '09.4.1 2:00 AM (119.149.xxx.229)

    아니지만 남친 부모님께 인사드리러간것도 아니고 집안 결혼식에 간건 잘못이라고봐요.
    더군다나 결혼식후 작은댁까지 간건 더더욱...

  • 4. 에고~~
    '09.4.1 2:02 AM (123.204.xxx.64)

    3째 줄까지 읽고 가지 마세요!하려다...
    4째 줄에서 가셨구나....

    가기전에 여기에라도 한 번 물어보시지 그러셨어요?
    아니,평소에 여기게시판을 자주 들락거리셨다면
    그런자리는 가는거 아니라는거 아셨을텐데...
    너무 안타깝네요...

    남친 동생 결혼식이라 해도 가지말라고들 했을텐데...
    작은집 결혼식에..@@
    그후 스토리는 안봐도 비디오니 많은 사람들이 결혼전에 남친네 집안행사,
    특히 친척들 다모이는 행사는 가지말라고 말리는거죠.

    뒤집어 생각하면...
    남친네 집안이 유별난게 아니라...대부분 다 그래요....
    그리고 원글님도 유별난게 아니라 그런일 겪으면 다 기분이 않좋죠....

    이미 벌어진 일이니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마시고...
    보통 다들 그러니까요...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남친을 원글님편으로 만들 수 있도록 잘 대화하세요.

  • 5. ...
    '09.4.1 2:09 AM (58.226.xxx.42)

    그런 자리에 결혼 전에 가는 거 아닌데요...
    결혼 전에 어버이날, 생신... 이런 거 챙기지 마세요.

  • 6. 예비파출부이시네요
    '09.4.1 3:19 AM (59.151.xxx.164)

    그 남친과 결혼하시면 님이 느끼신 그 몇배로 신분이 강등하실겁니다.
    안봐도 비디오...말 한마디에도 그사람 전체가 담겨있죠...
    전 이 글귀 하나 맘에 새기고 삽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집으로 딸 시집보내자."

  • 7. 하나더...
    '09.4.1 3:21 AM (59.151.xxx.164)

    근데 남친도 이상해요.
    작은집 결혼식에 님을 왜 데려가나요?
    왜 작은집 결혼식에서 부모님을 인사시키나요? 어이없음.
    생각없는 남친...결혼하면 님이 아이키운다. ..생각하고 싸워가며 다듬어서 살아야 살수있을겁니다.

  • 8. 저도님남친답답..
    '09.4.1 4:23 AM (222.119.xxx.210)

    남친이 아직 한~~~~~~참을 모르네요..
    그리고 님도 아직 좀 결혼에대한 현실감각없으신것 같구요..
    남친이 하자는대로 다하는게 능사는 아닌데..
    그렇다고 종알종알 하면서 짜증부리면서거부하면 상대방도화나게되있으니
    현명하게 잘 ~~다독이면서 사시길 바랍니다~

  • 9. 답답
    '09.4.1 6:13 AM (125.186.xxx.76)

    결론적으로 그 자리는 원글님이 대우를 전혀 받을 수 없는 자리였습니다.
    오래 사귀었고, 결혼까지 생각하는 사이라면
    밖에서 정식으로 부모님께 인사드리거나 아니면 집으로 초대받아 가야죠.
    온 친척들 다 모이는 결혼식장이나, 사람들 복작거리는 작은집에까지 따라가시다니요.
    남자친구의 부모님들은 님을 챙기고 싶어도 친척들 이목때문에라도 못 그랬을 겁니다.

    그 자리에서 남자친구가 여자친구 일하는 모습 안쓰럽고 부당하다 생각하여
    데리고 일찍 나왔어야 하는데 당연하다 느끼던가요?
    하여간 님이 겪으신 일은 결혼 후 자연스럽고 너무 당연하게 따라올 일이구요.
    다만 결혼 전에 먼저 겪으신 건 두 분이 경솔하게 그 자리에 간 탓이었네요.

  • 10. 답답님
    '09.4.1 7:28 AM (219.254.xxx.118)

    말씀이 옳아요...

  • 11. //
    '09.4.1 7:33 AM (218.209.xxx.186)

    님과 남친이 좀 생각이 짧았네요. 아직 양가에 인사도 안드린 상태에서 결혼식에 간 것부터가 잘못이구요, 거기서 인사했으면 그냥 와야지 작은집에는 또 왜 갑니까..
    거기 가면 여자들은 다 일하고 남자들은 술상 받고 하는 분위기 뻔한데 거기서 다른 여자들 다 일하는데 님만 손님대접해서 앉아서 상 받으실 줄 아셨어요?
    첫 시작을 그리 하셨으니 앞으로 시댁에 인사가도 님은 당연히 밥 먹고 설거지에 과일까지 깍아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상견례 전까지 시댁에 가지 마시구요 시댁 어른들과 인사할 자리도 집으로 가지 마시고 밖에서 만나는 걸로 하세요

  • 12. 가신게
    '09.4.1 8:54 AM (203.247.xxx.172)

    윗분들 말씀처럼 잘 못 이구요...결혼식 갔다가 그냥 오셨으면 좋았겠구요...

    그리고 그동안 집에서 설거지 한 번 안한 거...그 것도 많이 잘 못 하신 겁니다....

  • 13.
    '09.4.1 9:02 AM (114.164.xxx.128)

    답답님 말씀이 옳아요...2
    친형 결혼식도 아니고 같은 도시도 아니고 당최 왜 내려가셨는지 이해가 안되요.
    가족들에게 소개받는 날은 내가 주인공이어야하는데 남이 주인공인 날에 가서 어쩌자는 건지..
    그리고 원글님 부모님께는 인사도 안드리고 남자집에 먼저 가신건가요?
    부모님도 원글님이 작은집 결혼식에 가신 거 알고 계신가요?
    당연히 남자 데려와 부모님께 먼저 인사시키셨어야죠.

  • 14. ..
    '09.4.1 9:20 AM (118.37.xxx.162)

    '부당함을 느끼면서도 알아서 기는 행동' 절대 하지 마세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하고 빠져나오셨어도 전혀 이상할 거 없었던 상황인데
    어쩌면 오히려 친척들이 ' 저 사람은 누군데 여기서 일하는거야? ' 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남친하고 결혼못해 안달나 보이게 만든건 원글님 본인이세요.

    ' 예비시댁에 점수 따려고'
    ' 앞으로 싹싹하고 붙임성있는 며느리 연기를 해야한다 ' 라는 생각을 버리세요.

    그렇게해서 얻어지는 게 뭡니까..
    시어머니 입맛에 맞는 며느리 역할 끝까지 해내셔야 할겁니다.
    시댁에서는 점점 당연히 여기고 더 많은 걸 기대하게 될거구요.

    원글님 자신의 모습 그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버릇없이 굴고 제 멋대로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리고 가지 않았으면 좋을 자리에 가셨다곤 하지만 그래도 원글님이 일을 하려할 때
    에구 손님이 무슨 이런 일을 하냐며 말리고
    아들에게 그만 데리고 나가 너희끼리 재밌게 놀라고 하셨어야 좋은 시댁이었을 텐데
    누님 말씀하시는 것도 그렇고 그리 좋은 시댁이 될 것 같지는 않네요.

  • 15.
    '09.4.1 9:29 AM (123.213.xxx.185)

    1. 두분 다 실수 하셨네요.
    2. 첫대면도 정식으로 안하셨으면 그런 자리 안 가는게 좋아요.
    3. 집에서도 설겆이 안 하신 분이 왜 남친 친척집가서 하시나요? 손님으로 가셨으면 손님처럼 그냥 계시다 오시지.
    4. 남자 서른둘과 여자 서른둘은 같은 나이가 아니예요. 남자들은 군대갔다와서 자리잡기 때문에 여자보다 2~3살 많아야 비슷하게 본답니다. 서른 둘 아들가진 집안에서는 28~30살 정도의 여자가 적당하다고 볼테니 31살 처자는 나이 많다고 느낄 수 있어요.

  • 16. 흐음
    '09.4.1 9:46 AM (203.247.xxx.20)

    예비 자유게시판 단골 되시겠습니다

  • 17. 집에서
    '09.4.1 11:18 AM (119.64.xxx.78)

    설거지 한번 안시킨건 교육을 잘한게 아니지 않나요?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셨으면, 앞으로 시집살이가 참 팍팍하게
    느껴지실거에요.
    시집에선 아무리 잘난 여자도 파출부랑 크게 다르지 않더라구요.
    집에서 손에 물 안뭍히고 살아온 사람들은 충격이 더 큰지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는 모습 가~끔씩 봤지요.

  • 18. 걱정많아!
    '09.4.1 11:34 AM (211.52.xxx.194)

    일을 하게 내버려둔 남친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19. 원글이
    '09.4.1 11:35 AM (59.15.xxx.43)

    원글녀에요
    진작 게시판에 물어보고 갈걸 그랬나봐요 --;
    경험만큼 좋은 교훈은 없다더니... 이렇게 다들 말리시는 곳은 안가는게 상책인데요 끙~
    댓글들 감사합니다

  • 20.
    '09.4.1 12:07 PM (124.80.xxx.58)

    어차피 가서 그 집안의 인간됨됨이를 알았으니까
    결혼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쪽부모, 작은집, 누나들 다 별로네요

  • 21. 그리고
    '09.4.1 3:34 PM (61.38.xxx.69)

    원글님은 혹시라도 나중에 친정쪽에 인사오게 될 올케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하는 건지 잘 아는 기회가 됐을 겁니다.
    그렇게 조금씩이라도 우리가 바꿔가야겠지요.

    몰상식한 시집 식구들 행동을 따라하시면 아니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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