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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하늘을 날자 조회수 : 348
작성일 : 2009-03-27 09:55:42
어제 하루는 무척 즐겁게 시작했습니다. 저는 축구를 매우 좋아하고, 호나우도의 (조금) 광적인 팬입니다. 여기서 호나우도는 브라질의 간판 공격수, 바로 '축구황제'인 호나우도 나자리오 데 리마를 말합니다. 이런 설명을 덧붙여야 하는 상황이 늘 안타깝군요. 예전에는 호나우도라고 하면, 곧 브라질의 호나우도를 의미했는데, 요즘엔 호나우도라고 하면, 먼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인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먼저 떠올리니 말이죠. 바로 그 '축구황제'이자 '골키퍼들의 악몽'이자 '멈출 수 없는 폭주기관차'인 호나우도가 브라질 코린티안스 소속으로 3, 4호골을 기록했다는 소식을 접한 날이 바로 어제입니다. 그 소식을 듣고는 정말 제 심장이 급하게 쿵쾅거리더군요. 드디어 황제가 완전히 복귀했구나!!!

호나우도는 이미 1999년 경에 오른쪽 무릎의 십자인대가 파열되어 지루한 재활 훈련을 거쳤습니다. 십자인대 파열과 그에 이은 재활 훈련은 정말 힘들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우리의 황제는 꿋꿋하게 이겨내고 2002년 월드컵을 얼마 안남기고 복귀하게 됩니다. 당시 브라질은 남미예선조차 간신히 통과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팀이었지요. 그러나 황제가 복귀한 후, 브라질은 당당히 월드컵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매 경기 한 골씩을 넣을거다'라는 황제의 말에 코웃음을 쳤던 많은 사람들은 정말 그가 거의 매 경기마다 골을 기록하자 정말 머쓱해졌었지요. 그리고 레알에서의 활약, 그러나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의 부진(사실 호나우도 정도 되니까 '부진'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지요. 3골을 기록했고, 8강까지 진출했으며,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 골인 15호골을 기록하기도 했었는데...), 그리고 '산책축구'니 '뚱보'니 '돼지'니 하는 비야냥들. 급기야 AC밀란에서 왼쪽 무릎의 십자인대까지 파열... 정말 저도 호나우도의 축구인생은 이제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다시 호나우도가 무릎을 감싸쥐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동영상을 보면서 1999년의 그 모습이 떠올라 정말 눈물이 핑 돌더군요. 얼마나 아팠을까... 황제여. 이제 안녕... ㅠ.ㅠ 이런 생각만을 하면서 우울해 했었지요.

그러나 그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좀 살은 쪘지만,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는 아직 좀 부족한 듯 보이지만, 그는 여전히 동물적인 골 감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 2호 골 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 했었는데, 어제 골을 보니 정말 확실하게 부활한 것 같더군요. 한준 기자의 글처럼 제 가슴도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은 순간 스피드도, 드리블도, 골 감각도 아닌 바로 '축구를 향한 열정'이라는 그 자신의 말을 바로 증명해 보인 호나우도를 보면서 감동했습니다. <한준의 축구환상곡> 중 호나우도의 복귀에 관한 글을 어제 여러 번 읽고 또 읽었습니다. 한준 기자는 정말 호나우도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애정을 담은 기사를 늘 씁니다.

아... 1998년 스코틀랜드와의 월드컵 개막전을 보면서 처음 호나우도를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놀랐었습니다. 저런 선수가 있단 말인가!!! 동네 꼬마들과 축구 선수와의 대결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으니까요. 그 이후, 바르셀로나와 인터밀란에서의 모습을 알게 되었지요. 바르셀로나도, 인터밀란도 권위에 대항하는 저항적인 팬들을 가진 축구 팀인지라 더욱 호나우도를 좋아했었지요. 물론 그 후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팬들이 응원하는 레알과 AC밀란으로 이적하는 바람에 좀 충격이었지만요. 그래도 호나우도를 응원할 수 밖에요.

그렇게 기분 좋았었는데... 어제 오후에야 비로소 YTN 노조위원장 구속 및 PD수첩 제작 피디 긴급체포 사실을 접했습니다. 이런 반전이... 제 생각에는 두 사안은 조금 성질이 다릅니다. 파업에 대한 공권력의 개입이 YTN의 문제라면-물론 언론의 자유도 문제이겠습니다만-, 언론의 자유의 보장이 보다 직접적으로 문제되는 경우가 바로 PD수첩의 문제이겠지요. 쟁의행위의 정당성 문제와 관련해서 87년 민주화 이후 수도 없이 많은 노동법 논문들이 현행법의 문제점을 지적해왔고, 노동형법의 독자성 문제니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의 문제니 하는 것들도 수도 없이 많이 지적되어 왔지만, 우리의 대법원 판례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이젠 정말 절망적이기까지 합니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님은 아예 논문 중에서 '과연 한국에서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긴 한 것이냐'라고 목차를 달아서 쓰고 계실 정도이니까요. PD수첩의 경우는 더욱 황당할 뿐입니다. 명예훼손죄가 과연 그대로 존속되어야 하는지 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농림식품부인가 하는 행정부처가 과연 명예훼손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과연 허위사실이란 것이 그렇게 엄격하게 판단되어야 하는 것인지 등의 문제들이 많이 있는 상태에서 일단 '체포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대응은 아무래도 좀 섣부른 것이 아닌지... 어째서 검찰이 이렇게 자꾸만 자충수를 두는 것인지 잘 모르겠군요. 아...

기분좋게 시작한 나의 하루를 어찌 이렇게 망쳐놓을 수 있단 말이냐!!! 참으로 '어려운 시절(hard times)'이로군요. 젠장.
IP : 124.194.xxx.14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건국 이래
    '09.3.27 10:35 AM (24.211.xxx.211)

    최고로 후진 나날들입죠

  • 2. 프리댄서
    '09.3.28 7:52 AM (218.235.xxx.134)

    마음은 이렇듯 소년인데 현실은 딸딸이 아빠시군요.^^ (음.. 빈말이 아니라, 정말 님이 쓰실? 법정 드라마가 기대돼요....)

    호나우두(첨엔 로날도라고 했다가 98 월드컵을 계기로 호나우두라고 했다가 요즘에 호날두라고 하는 것 같은데...)가 뛴 그 경기 저도 보고 뿅 갔었습니다. 상대편 선수가 잡거나 말거나 막 돌진하다가 한 바퀴 핑 돌면서 슝~ 하고 차더니 골인시켜버리더라구요. 생긴 것도 참 순박하고 (웃을 때 앞니 벌어진 게 보여서 에구, 짜식 귀엽네.. 했던 기억이...^^)

    하여 2002년에 그 호나우두 볼라고 별렀죠. 근데 좀 늦게 매표행렬에 뛰어드는 바람에 수도권 경기는 벌써 매진. 표가 남은 건 울산밖에 없었구요. 근데 울산까지 갈 형편은 안 됐고. 그래서 꿩 대신 닭이다, 호나우두 대신 지단을 보자! 고 하고는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하는 덴마크-프랑스전을 관람했었어요. 지단은 잠깐 뛰다가 부상 부위가 도지는 바람에 일찌감치 들어갔고 프랑스 팀은 계속 삽질... 결국 덴마크에 2:0으로 졌었죠. 어쨌든 당시 트레제게, 앙리 등등을 다 봤었네요.^^

    근데 인상적이었던 건 프랑스 응원단이 자기네 팀이 하도 삽질만 하니까 경기 종료 한 10분을 남겨놓고는 응원을 아예 포기해버리는 장면이었어요. 그렇다고 걔네가 자기네 팀 못한다고 성질도 안 내요. 그때 한창 유행했던 "대~한민국 짜자작작작" 박수치면서 장난이나 하고. 그거 보면서 '아, 저게 가진 자의 여유라는 것이란 말인가'....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오직 감독만 초조한 얼굴로 경기를 보고. 그러다 경기 말미에 커다란 전광판에 프랑스팀 감독 얼굴이 잡혔는데 거스를 수 없는 패배를 당한 자의 당혹감과 함께 복잡미묘한 심정 같은 게 표정이 나타나 있더만요.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겠죠. 그러고 보면 참 감독도 못할 노릇인 듯싶어요.

    암튼 요즘 날씨도 수상하고요... 얼른 따뜻한, 명실상부한 봄이 됐으면 좋겠어요.

  • 3. 하늘을 날자
    '09.3.30 11:00 AM (124.194.xxx.146)

    건국 이래 님// '건국 이래 최고로 후진 나날들'이라...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르겠네요. 민주화까지의 그 지난했던 여정들, 그 많은 목숨들, 그리고 민주화 이후 그 많은 노력들이 차례로 수포로 돌아갈 것 같은 모습도 보여지니까요.

    프리댄서 님// 오옷!!! 덴마크-프랑스전을 보셨군요. @..@ 전 2002년 월드컵 당시엔 월드컵을 별로 즐기질 못했어요. ㅠ.ㅠ 할머니께서 쓰러지셔서, 병원을 지키고 있어야 해서... 준비하던 시험에도 떨어지고... 아무튼 (저에겐) 힘든 나날들이었죠. 에공. 그래도 병원에서 환자 분들과 함께 스페인과의 월드컵 8강전을 너무나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네요. 마지막 승부차기 할 때 환자들이 너무나 흥분해서 병원이 떠나갈 정도로 환호성을 지르자 간호사 선생님이 놀라서 달려오시고, 너무 흥분들 하지 마시라고 급히 진정시키시던 기억이 새록새록...^^ 아... 그 때 호나우도를 봤어야 되는데... 제 일생에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인데... ㅠ.ㅠ

    프리댄서님도 축구 팬, 더 나아가서 호나우도 팬이시라니 너무너무너무 반갑네요. @..@ 제가 자주 가는 'ilovesoccer'라는 다음 축구 까페가 있는데, 거기서는 호나우도가 주로 퇴물 취급을 받는터라... ㅠ.ㅠ 오옷~~~ 게다가 프랑스의 경기를 직접 보셨다니... 물론 지단은 당시 몸상태가 별로라서 인상적인 경기는 아니었지만... 너무 부럽네용. @..@ 2002년 프랑스는 참 아쉬워요. 유로 2000 우승팀인 프랑스의 '캐망신'... ㅠ.ㅠ

    그래도 pd수첩 피디는 석방되어 다행입니다. 하긴, 묵비권 행사할 게 뻔한 데, 어차피 구속영장 청구하기에도 무리인 사안에서 영장청구할 것도 아니면서 굳이 체포까지 한 검찰이 잘 이해가 안되는 사안이었지요. '우리는 이렇게 긴급체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그랬나...?

    그러게요. 빨리 따뜻한 봄이 왔으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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