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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좀 해주세요..

굴욕적인 느낌.. 조회수 : 734
작성일 : 2009-03-26 12:00:30
서른 중반이라죠. 2아이의 엄마고 맞벌이랍니다.
어제 상사에게 업무상 필요한 것을 요구했다가 사무실에서 짜증난다. 내가 뭘 안 해줬냐. 소리소리 지르며 화를 내시더라구요. 저는 너무 당황하고 황당해서 제대로 말도 못했네요. 상사는 50 중반이시구요.

오후 내내 심기 너무 안좋게 있다가 업무 보고 사무실 들어와 보니 퇴근 시간 전에 머리 아프다고 먼저 가버리셨더군요. 집에 가서 곰곰히 생각했답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평소 저에게 사람이 괜찮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을 가르켜 주고 싶다. 믿음직 스럽다. 왜 이제서야 만났는지 참 안타깝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하신 분이고 저도 최대한 회사일을 내 업무처럼. 그리고 시다바리(? 딱 좋은 단어가 생각 안나네요..) 같은 일도 마다 하지 않고 다 했었다고 자부합니다.

그래서 그래 내 상사니 토를 달아봤자 더 힘들겠다 자존심 무척 강한 사람이니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 아침에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하고는 기분 좋게 풀어보려고 휴게실 가서 얘기를 했지요.

제가 말을 꺼낼 새도 없이.. 하시는 말씀이.
제가 여자라 불편하답니다. 술도 잘 안먹어서 싫고 출장을 가도 남자직원이면 좀 즐기는 맛도 있는데 그런 것도 하나도 없고(해외 출장을 같이 가야 하는 업무랍니다.) 또 제가 자기 권위에 도전을 했다고 계속 불쾌해 하시네요.
자기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는 둥. 남자 직원이 더 나을 수 있겠다는 둥.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도 제가 잘못한 것은 전혀 없다고 상사가 오버한다. 참 황당하다 했더랬습니다.
업무상 필요한 것을 요구한 것인데 왜 그것을 안해 주려 하는 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제가 보기에 업무상 넘겨주기는 해야 하는데 본인 영역이 좁아질까봐 노파심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잘못 말씀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제 의도는 이래저래.... 했었습니다. 잘못 전달되었다면 오해 마시고 마음 푸시기 바란다... 뭐 이렇게 납짝 엎드렸지요...

그러고 나서 풀어졌나 했더니.. 일부러 시다바리 일을 시키는 역력한 기운이.. 휴..............
오늘 자존심 다 깍이고.. 아.. 참 굴욕적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느낀 날이네요..
글로 적고 보니 뭐 별일이 아닌 것 같은데 순간 순간 상사의 표정이며 말투며 분위기... 아...

마음같아서는 하고 싶은 말 다 뱉어 버리고 잘 살아라~!!! 하며 문 쾅 닫고 집에 가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곱하기 2만번 이지만... 애들 얼굴이 먼저 생각나고......

에휴... 찔끔찔끔 눈물이 나요.. ㅜㅜ
평소 믿고 의지했던 상사가 마음속에 저런 생각을 담고 있었구나 참 헉.. 이런 슬픈 마음도 들고..

소심한 제가 싫어지네요.
얼른 추스리게 힘 좀 주세요... ^^;
IP : 121.156.xxx.15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효~
    '09.3.26 12:08 PM (125.246.xxx.130)

    쪼잔한 그릇인 상사가 자리가 위태롭다 느끼나보네요. 너무 저자세로 나갈 필요 없습니다.
    원글님은 할만큼 하셨다 싶으니 이제 그냥 공을 보내놓고 어떻게 치고 나오는지
    보기만 하세요. 계속해서 남자가 낫다느니 하는 말을 하게 되거든...
    그때가서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지금 그런 말씀 하시면 제게 상처가 된다.
    저는 그만 둘 마음도 없으니 더 이상 안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예의바르지만
    당당하게 말씀드리세요. 그리곤 신경 뚝..하시는 게 상책입니다.
    내 할 일 처리하면서 예의바르게 행동하시면 지 스스로 면목없어 질겁니다.

  • 2. ...
    '09.3.26 12:09 PM (121.168.xxx.186)

    제가 여자라 불편하답니다. 술도 잘 안먹어서 싫고 출장을 가도 남자직원이면 좀 즐기는 맛도 있는데 그런 것도 하나도 없고(해외 출장을 같이 가야 하는 업무랍니다.) 또 제가 자기 권위에 도전을 했다고 계속 불쾌해 하시네요.

    ------------------------------------------------------------------------------------
    정말... 뭐 저런 쓰레기 같은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수 있는지...

    원글님.. 저런 게 이유면..

    원글님 능력과는 아무 상관없는 상사의 정말 찌질한고 더러운 불만거리인데...

    저건 뭐... 자기 변비인걸.. 다른 사람한테.. 짜증내는 꼴이라죠.

    원글님 힘 내시고요.

    더럽지만.. 일단 직장생활 계속 하셔야한다니.. 적당히 비위맞춰주시고..
    여기 82나.. 마음 통하는 친구한테.. 실컷 상사 욕해주시고 마음 푸세요.

    에구.. 이럴 때.. 님이 무덤덤.. 눈치없는 척 그리 넘어가야할 듯...
    요즘 안그래도 장자연씨 사건으로 남자들의 술문화 말이 많구만...
    뭐 저 딴게... 있는지...

  • 3. 자유
    '09.3.26 12:12 PM (211.203.xxx.207)

    자상하던 상사들도 자신이 위기감을 느낄 때에는 히스테릭해지더군요.
    50대의 위기감...그런 것 아닐까요. 억지소리를 해서라도 권위를 지키려는...
    온화한 가운데에서도 권위를 지킬 수 있는 처지일 때에는 그리 안 해요.
    그리 하지 않아도, 자기 입지가 공고하니, 상대에게 치부를 드러내지 않지요.
    무언가 불안한 느낌을 받고 있고, 그 원인 중 하나가 원글님일 수도...
    그 분, 지금 무의식 중에 자기방어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을 가엾게 여기신다면, 견디기 좀 수월해지실 거예요.
    그 분 처신을 보니, 그 상태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거예요.
    자신이 느끼는 위기감이 실제 위기라면, 자기 입지 오래 못 지킵니다.
    혹은, 입지에 이상 없는데, 공연히 스스로 방어적이 된 것이라면
    자신의 위치가 확고하다고 느껴질 때,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올 겁니다.
    버티세요. 시간이 답을 줄 겁니다.(경험담입니다.)

  • 4. 에구
    '09.3.26 12:20 PM (210.108.xxx.19)

    그냥 털어버리세요..그렇게 권위를 내세우거나 진상을 부리는 사람의 수준이나 위기감..다 자신이 못남을 드러내는게 아니겠습니까..남자들은 정말 납작 업드리지만 여자들에게는 그게 잘 통하지 않지요 ,,, 그냥 하시던데로 자기 일 묵묵히 잘 하시면 됩니다. 시간이 답을 줄겁니다. 정말 맞는 말입니다.

  • 5. 원글이
    '09.3.26 1:13 PM (121.156.xxx.157)

    감사합니다.
    님들 댓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지나치지 않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좋~은 하루 되세요~ ^^

  • 6. 위에..
    '09.3.26 3:48 PM (61.105.xxx.11)

    대체로 여자들은 상사에게 지적을 당하면...
    내가 일을 잘못했네...에잇 담엔 엄청나게 잘해서 만회해야지...하는 게 아니라
    나만 미워해...한다 더라구요

    사람에 따라서 다른것이지 여성성 남성성에 따른 결과는 아닌것 같은데요
    남자분들도 상사가 대놓고 나만 *네 ..회사를 옮겨야 되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윗분처럼 생각하시는분들은 남자분들이 대부분 그러는것이 아니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신분들이 대부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원글님도 긍정적이신것 같아요
    여기에 쓰시고 풀어버리려는듯...힘내세요
    여자라서 불편했다는것은 핑계같아요
    술안마시고 담배안피고 여자싫어하는 남자직원이면 자기가 어쩔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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