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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조폭 남친 대동해 "환불해라" 고함

조회수 : 649
작성일 : 2009-03-24 21:06:35
조폭 남친 대동해 "환불해라" 고함
[신입사원 생존백서-아찔했던 순간]<22>진상고객
    김병근 기자 | 2009/03/24 13:17 | 조회 80276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 고객을 응대하는 직업은 특히 애환이 많다. 아무리 뛰어난 스펙으로 입사한 직원이라도 고객 앞에서는 자존심을 버릴 수밖에 없다.

금융 유통 등 고객 접점이 있는 직업은 이런 애환의 중심에 있다. 이들은 매일같이 고객을 직접 대하면서 듣는 온갖 불평불만에도 '미소'로 응대해야 한다.

가장 괴로울 때는 역시 '진상고객'을 만났을 때다. 진상고객은 특정 상품을 구입한 후 합리적인 근거 없이 무리한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등 상식을 벗어난 행동으로 판매자를 괴롭힌다.






유통업계에서는 일명 '상진엄마', '상진아빠'로 통하고 영어로는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로 부른다.

진상고객은 자신만의 궤변으로 온갖 수단을 동원,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게 특징이다.

'손님은 왕'이란 명제를 과잉 실천하는 이들은 고함은 기본이고 영업 방해도 서슴지 않는다. "인터넷에 올리겠다" "언론사에 제보하겠다" 등은 진상 고객이 즐겨 찾는 멘트다.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마냥 둘 수 없는 판매자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에 응해준다.

물론 판매자들도 가만히 앉아 당하기만 하지는 않는다. 각각 진상 유형별로 대응 매뉴얼을 만들거나 정기·비정기 모임을 통해 대처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

진상 고객이 가장 좋아하는 건 역시 '신입사원'이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이들은 소위 '진상'의 큰 소리에 자신이 진짜 잘못이라도 한 양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진땀 흘리기 일쑤다.

#대형 쇼핑몰 입사 1년차 김씨.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김씨는 지난해 대형 쇼핑몰에 입사했다. 어렵게 입사한 만큼 김씨는 일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강했다. 어떤 난관이든 이겨낼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한 통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김XX입니다."

"야, 너네 장사 똑바로 안 해? 5~6일에 배송해 주기로 했으면 5일에 와야지 왜 6일에 오는 거야. 너 때문에 내가 얼마를 손해 본 지 알아!"

전화를 건 사내는 김씨가 전화를 받자마자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댔다. 사내는 5일 또는 6일에 배송될 예정인 제품이 5일이 아닌 6일에 도착해 하루를 허비했다고 잔뜩 화가 나 있었다.

김씨는 "죄송합니다 고객님.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고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성함하고 연락처 남겨주시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자못 침착하게 대응했다.

"내 이름? 난 억대 연봉이야. 내 하루 일당이 50만 원이야 50만 원. 연락은 필요 없고 내가 배송 기다리느라 하루 날렸으니까 기회비용까지 합쳐서 100만 원 보상해. 장사 똑바로 해. 안 그럼 인터넷에 너네 회사가 고객을 얼마나 우습게 아는지 다 폭로할거니까."

김씨는 황당한 요구에 순간 멍해졌지만 입사 후 첫 회식에서 선배들이 해 준 조언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 일 오래하려면 도(道) 닦는 마음으로 해야 돼."

#대형 백화점에 다니는 최씨. 그는 입사 초기 여성용 의류매장에서 일을 배웠다.

하루는 매장에서 옷을 정리하고 있는데 조폭으로 보이는 한 커플이 씩씩거리며 매장을 찾았다.

"매장 보스가 누구야? 얼른 나오라고 해. 이 옷 당장 환불해 놔."

최씨는 당황스러웠지만 우선 제품을 받아들었다. 택(tag)은 이미 없었고 여러 번 입은 듯했다. 어쨌든 매장의 점장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두 사람을 진정시키며 영수증을 요구했다.

그러나 남자는 영수증 대신 팔을 걷어 붙였고 이내 최씨의 눈에 남자 팔에 그려진 무시무시한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곧이어 남자는 자신이 무서운(?) 남자임을 강조하는 말을 이어갔다.

"조직에 전쟁이 터져서 머리를 망치로 맞았어. 그래서 맘에 안 드는 옷 환불하러 오는데 두 달이 걸린 거야. 당장 환불해 내지 않으면 가만 안 둘 줄 알아"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마침 점잠이 돌아왔지만 물건 파는데 베테랑인 점장도 별 수 없었다. 결국 커플이 여성복 상·하 한 벌을 환불해 가는 걸로 사건이 종료됐다.

#국내 유명 은행에 다니는 김씨.

입행 후 3개월 쯤 지난 어느 날. 마감을 앞두고 있는데 점잖게 한복을 차려입은 한 중년 남자가 김씨 앞에 앉았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어떤 업무를 도와드릴까요."

"이름이 뭐야? 이름하고 생년월일 불러봐."

갑작스런 말에 당황스러웠지만 김씨는 신입행원답게 친절하게 이름과 생년월일을 말해 주었다.

남자는 종이를 꺼내 무언가를 열심히 적은 후 말을 이어갔다.

"음.. 사주가 아주 좋아. 아직 결혼 안 했지? 남편 될 사람도 돈 만지는 직업이야. 영원히 잘 살거야. 1만원 만 내놔."

손님인줄 알았던 남자가 관상쟁이였던 것이다. 이미 여러 은행 지점을 돌며 똑같은 행동을 반복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이지만 신입사원인 김씨는 몰랐던 것.

남자의 말에 김씨가 웃으면서도 당황해 하고 있는 찰나, 멀리서 과장님이 급히 김씨 자리로 뛰어 왔다.

"아, 이 아저씨가 또 왔네.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 그만 좀 하시죠."

번호표를 든 손님들이 적지 않은 바쁜 때였지만 남자는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허 왜 그래. 관상을 봐줬으면 돈을 내야지. 공짜가 어딨어."

결국 과장님은 주머니에서 1000원을 꺼내 주며 남자를 돌려보냈다.

#국내 유명 주류업체에 입사한 박씨. 입사 7개월째 혼자 야근을 하고 있는데 사무실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지금 당신네 회사 술 마시고 있는데 술에서 나뭇가지가 나왔어. 지금 당장 이리 안 오면 좋지 않을 거야."

술에 취한 건지 혀가 약간 꼬인 듯한 사내의 말이었지만 신입사원으로서 자칫 잘못 대응했다가 큰 화를 부를까 두려운 박씨는 사내가 말한 곳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그러나 도착해보니 사내가 말한 나뭇가지는 다름 아닌 고사리였다. 술안주로 먹던 고사리가 어찌어찌 해 술병에 들어간 걸 남자가 취해서 나뭇가지로 잘못 본 것이었다.

"당신 회사 술에서 나뭇가지 나온 걸 경쟁사가 알면 좋아하겠지. 어때? 어떻게 해줄까?"

막무가내로 우기던 남자는 고사리를 나뭇가지로 둔갑시킨 것도 모자라 협박성 멘트를 날리며 끝내 본심(?)을 털어놨다.

"내가 이거 아무한테도 말 안 할 테니까 대신 나 당신 회사에 취직시켜줘. 내가 얼마 전에 회사에서 잘렸거든. 취직시켜주면 아무한테도 말 안할게."

#최씨는 지난해 국내 유명 백화점에 들어갔다. 혼자 매장을 지키고 있는데 점심 넘어서 한 여자 손님이 찾아와 옷이 맘에 안 든다고 환불을 요구했다.

옷을 받아든 후 확인해보니 착용한 흔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겨드랑이 부분에 구멍이 나 있었다.

최씨는 "고객님, 죄송하지만 이미 착용하신 데다 구멍도 나서 환불은 안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고객은 막무가내였다. 집에서 확인해보니 원래 살 때부터 구멍이 있었고 입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며 환불을 요구했다.

최씨는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환불을 해줬다. 그러나 오후 늦게 선배들을 통해 확인해보니 그 고객은 옷을 자주 교환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심지어 여름옷을 하나 산 후 1주일 단위로 교환하기를 반복, 겨울옷으로 교환해 갔던 전력이 있어 업계에선 이미 유명한 진상 중의 진상이었던 것.

고객은 기업을 비롯한 판매자에게 분명 고마운 존재다. 특정 회사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그 회사 매출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한 명의 고객이 한 번에 한 달 치 매출을 올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로 한 번에 1년 치 스트레스를 주고 가는 이들도 있다. 소위 '상진엄마' '상진아빠'로 불리는 진상 고객이다.

물론 진상 판매자도 있기 마련이다. 고객 알기를 우습게 알아 '안 살거면 빨리 나가라'는 식의 행동을 하거나 손님 옷차림을 위아래로 쭉 훑고는 무시하는 판매자들도 없지 않다.

어느 쪽이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객은 판매자 입장에서, 판매자는 고객 입장에서 서로를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IP : 125.186.xxx.14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09.3.25 2:09 AM (222.96.xxx.68)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열심히 읽었습니다..
    직접 당할땐 정말 ...... 매일 매일 도를 닦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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