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박연차리스트'와 '장자연리스트'

폭풍속으로 조회수 : 1,718
작성일 : 2009-03-21 11:31:30
'박연차리스트'와 '장자연리스트'
[김종배의 it]검찰·경찰, '트위스트 수사'?
기사입력 2009-03-20 오전 9:36:58

    
박연차 리스트'가 있단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금품을 건넨 정관계 인사 70여명의 명단이란다. 여야의 국회의원,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거명된 리스트란다.

'장자연 리스트'가 있단다. 고 장자연 씨가 소속사 대표의 강요에 못 이겨 술 접대와 성 상납을 한 인사 10여명의 명단이란다. 방송계와 기업계 인사뿐만 아니라 유력언론사 대표까지 거명된 리스트란다.

차이가 있다. 똑같이 '리스트'라고 이름 붙여졌지만 실체는 다르다. '박연차 리스트'는 없다. 박연차 회장이 검찰 앞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또는 정황이 잡힌 인사들을 통칭하는 것일 뿐이다. '장자연 리스트'는 있다. KBS가 입수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고 장자연 씨의 필적과 동일하다고 잠정결론 내린 문건에 실명과 직책 등이 기재돼 있다. 시중에 떠도는 출처불명의 리스트를 빼면 이렇다.

차이가 하나 더 있다. 검찰은 열심히 뒤진다. 박연차 회장을 압박해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을 하나 둘 진술하게 만들고 있다. 경찰은 은근히 뺀다. 처음엔 "문건내용에 폭행·성 강요·술자리 강요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돼 있다"고 했다가 이제 와선 "경찰이 확보한 리스트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납득할 수가 없다. '박연차 리스트'와 '장자연 리스트'는 본질상 같다. 먹이사슬구조의 정점에 있는 유력인사가 불법적으로 상납을 받았다는 점에서 두 리스트는 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상납 품목이 하나는 금품이고 하나는 성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행위의 질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도 경찰은 뒤로 뺀다. 검찰은 열심히 뒤지는 반면 경찰은 차려준 밥상마저 뒤로 물리려 한다. 그래서 납득할 수가 없다.

납득할 순 없지만 정리할 순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의지를 저울에 올려놓을 수 있다. 한쪽의 용기를 높이 사고 다른 한쪽의 눈치를 성토할 수 있다. 하지만 섣부르다. 삐져나온 현상만 갖고 서둘러 결론내리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정치권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박연차 리스트'가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소리다. 실제로 언론에 의해 보도된 '박연차 리스트'엔 박근혜계 인사와 친노 인사만 거명돼 있다. 여당의 주류 인사는 쏙 빠져있다. 그래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수사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바로 이게 예단을 경계하는 이유다. 정치권에서 나도는 의혹 또는 음모론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검찰과 경찰의 수사의지를 저울로 재는 건 무의미해진다. 오히려 검찰과 경찰 모두 유력인사의 위세에 눌려 '트위스트 수사'를 했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할지 모른다. 두 곳 모두 지극히 정치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 말이다.

이렇게 짚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짓일지 모른다. 다른 여러 가능성, 즉 실제로 이명박계 유력인사가 금품을 받지 않았을 가능성, 유력언론사 대표가 성상납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여의도 정치에 부정적인 이명박 대통령이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 차제에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더라는 보도도 나오는 판이다. 아무튼 지켜볼 일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일이다. 검찰과 경찰의 '트위스트 수사'를 동시에 감상해야 하는 경우도 상정해야 하고 또 다른 '저울재기'도 준비해야 한다. 권력실세와 유력언론사 대표 중 어느 쪽의 힘이 더 센지를 재는 일 말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  필자의 다른 기사

IP : 58.224.xxx.4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30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591
682629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251
682628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531
682627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87
682626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682
682625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395
682624 꼬꼬면 1 /// 2011/08/21 27,428
682623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619
682622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813
682621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61
682620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7,005
682619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225
682618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205
682617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413
682616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319
682615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643
682614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4,109
682613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65
682612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634
682611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73
682610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403
682609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53
682608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055
682607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557
682606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67
682605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829
682604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819
682603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41
682602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8,106
682601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84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