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노상강도떼를 만나본적 있나요?
지금부터 십 수년 전 혼자서 여행을 떠났을 때의 일,
LA에서도 올림픽스트리트는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큰 교회도 있고 대형 마켓도 많고 한국인이 경영하는 각종 한국 먹거리와
떡방앗간, 건강원과 선물가게등 거리의 간판은 온통 한국말로 되어있어
여기가 미국인가? 싶을 정도로 거의 한국같은 거리,
사람들은 여기를 '코리아타운'이라 부른다.
나는 남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에서 출발-뉴욕에서 1주일-토론토에서 1주일
로스엔젤레스에서 15일을 끝으로 이제 곧 남미 부에노스로 돌아갈 예정이였기에
내게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아쉽고 지루한 여행의 끝무렵,
나홀로 여행이니만큼 언제나 외톨이 떠돌이였다
차도 없고 길동무도 없고, 여행비도 넉넉지 않으므로 아껴아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했다
잠시 머물던 교우님집에서도, 교우님이 정해준 하숙집에서도 여자 혼자서 떠돌아다니는건
곧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일이니 제발 어딜가든 남의 차 신세를 지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혹 신세가 부담스러워 혼자 나돌아 다녔다가는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일이란다.
그래서인지 뜬금없이 '나 좀 태워주세요, 나 지금 올림픽스트리트 **번가 k마트에 있어요'
하면 얼른 달려와 내 짐을 싣고 빵빵 쌩쌩 집으로 달려간다. 전혀 생색도 내지않고 뭘 바라는 일은
더욱 없는.. 참 인심좋은 미국, 살기좋은 미국이구나~ 생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습이였다
그래도 그렇지, 한가하게 노는 사람도 없고 다들 낮에는 일하러 나가고 밤에는 공부하고,
남는 시간에는 낮이나 밤이나 잠을 자고 쉬어야 하는걸...
짧은 여행중 내가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성공한 교포사업가가 아니라 주경야독,
야경주독하면서 고단하게 살고있는 사람들이였다.
그러니 어디다 맨날 실어달라 데려다 달라 할 수 없다. 나름대로 판단한 나,
그냥 지도들고 모르는 길은 대충 잉글리쉬, 에스빠뇰, 니혼고와 콩글리쉬, 바디랭귀지..
난 세계 어디를 다니든지 나름대로의 기초언어를 갖추고 댕긴다 자부하면서 으쓱^^
훨훨 유유자적 자유롭고 평화롭고 부담없고 이렇게 좋은것을, 흐흐..
아무래도 난 자유분망 홀홀단신, 그것이 체질인가봐~ 그래서 외롭고 편하고.. 룰루~
이제 몇밤만 자면 그리운 남미, 부에노스로 떠나야 할 시간이 가깝고
마켓에는 웬 그렇게 살것도 많고 값도 헐코.. 멸치도 웃물에 건진건 몽땅 미국에 수출하나보다
라면도 한국서 보던 라면빛이 아니야~ 포장도 말쑥말쑥 완전히 좋은건 다 미국에다 팔지 싶다
과일은 또 어떻고.. 싱싱하고 보기좋고 먹음직한 것들.. 아우~!
그시절엔 우리나라에 대형마켓이 생기지 않을 때니 한국보다 십 수년 앞선 미국의 마켓은
정말정말 내가 사는 남미로 뚝 떼어 들고 가고싶더라.. ㅎㅎ
특히 남미에가면 금값처럼 비싸게 팔리는 프림(커피에 넣는)과 인삼봉지, 멸치와 라면
자질구레한 것들을 쇼핑이랍시고 양손에 들고 갈 수 있을만큼 사서 가방에 담고 낑낑
아들을 위해 테니스라켓,라켓줄,테니스공,나이키운동화를 사고 딸래미를 위해 뭘 샀던가?
오래돼서 기억이 안난다. 뽀야 사랑하는 딸래미야 미안하데이~ ㅎㅎ
양팔에 낑낑 끌다시피 들고 버스정거장 그늘진 의자에 유유자적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중,
머리에 비녀쫏은 할매와 할배 부부인듯한 한국사람이 내옆에 함께 버스를 기다렸는데
어느새 어디론가 사라지고 내주위는 멕시코소년들이 열몇명 뺑둘러 서있다.
나도 참, 먼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느라 주변 이웃이 싸그리 바뀌도록 몰랐던지..
열 서넛살쯤 먹은 멕시칸 아이들이 내 팔뚝시계를 보고 눈이 반짝**
소년1: 스페어로 지들끼리 "오메가시계야!"
소년2: (영어로) '왓 타임?' (짜슥 내게 영어로 물어와? 내 스페인어로 답해주지)
나: 1시 (아 라스 우나)
소년들:(놀라며)'스페인어 할줄 아니?' (아블라 에스빠뇰?)
나: 운 뽀꼬 (조금)
소년5: ' 와우! 너 시계 좋타~'
나: 팔을 들어 시계를 보여주며 '오메가 아니야~ 이거 무지 싼거야~'
그쯤하고 이젠 내가 질문,
나: 너희들 어디서 왔니?'
소년들: 한꺼번에 와글와글 대답한다 '나~~ 어디,어디,솰라쏼라...!@##$%^%'
나: '아이쿠 시끄러워 한사람씩 대답해~! 자~~ 너부터~'
소년7: '나~ 띠화나 어디어디***'
나: 고개 끄덕끄덕 '아~~ 그러니~~ 그렇구나..'
나: '다음,, 너는 어디서?'
소년8: '나는~~ 어디살고 어쩌구구쏼라***'
나: '응~~ 그래.. 너희동네 좋으니?'
이렇게 같은 방법으로 4명쯤 면접을하니 버스가 왔다.
나: 주섬주섬 짐을 챙겨들며 '버스왔다! 나 간다~~ 짜우~!' (매보이~ 짜우~)
소년들: 내 손목을 잡으며 '시계 주고가, 선물줘~!' (다매 레갈로, 렐로흐)
나: 손을 뿌리치며 '아냐! 이거 내꺼야!' (노! 에스 미야!)
손을 흔들며 버스를 타고 '얘들아 안녕~ 짜~우!'
소년들: 다같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든다 '짜~우!'
아무 영문도 모르고 버스에 오른 나는 깜짝놀랬다.
어디서 숨어 있었던지 아까 그 할아버지 할머니가 버스에 타고 계시면서
얼굴이 샛노래 가지고서 "휴~" 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할아버지: '그넘들이 말짱다~~ 강돕니다.. 강도!!!'
나: 멀뚱멀뚱 '예? 그래요??'
할머니: '옆구리에 칼들어와요... 세상에~'
갑자기 등이 싸아~~~ 해지며 등골이 오싹해졌다.
멕시코 강도보다 할매할배가 더 미워..
말이나 해주지 말지.... 누가 물어 봤냐고요! (속으로)
남미생활 2년에 스페인어 좀 줏어들은걸로 목숨은 건졌지만
지금도 그 할매할배 생각만 하면.. 아휴~ 주먹이 운다. ㅎㅎ
해외에 사는 우리동포들
그 할아버지 할머니 방법으로 살지는 않겠지요?
외국여행 때는 절대로 혼자서 거리를 활보하면 안됩니다.
반드시 여럿이 몰려다녀야해요..
황당하고 용감무식한 된장녀의 옛날이야기..
오늘은 여기서 끝--
'토함산 된장녀의 옛날이야기 중에서..'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옛날이야기1 '노상강도와 뭘 모르는 나'
토함산된장녀 조회수 : 381
작성일 : 2009-03-19 14:03:27
IP : 59.23.xxx.22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그 녀석들
'09.3.19 2:28 PM (221.141.xxx.177)동양인이 스페인어 한다고 반가워서 강도짓 할 생각도 못했나봐요. 그 노부부 가만히나 있을것이지..타국 생활에 인간성이 점점 피폐해 졌나봅니다.
또 다른 얘기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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