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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에 서점글

서점직원 조회수 : 948
작성일 : 2009-03-18 12:06:28
원글님같은 분들이 많아진다면, 지금 음반가게들 다 사라진 것처럼 동네서점들도 사라지겠죠.
뭐 책이야 펴 볼 수도 있고 급한 책이나 참고서가 있으니까 조금은 차이가 있겠지만..

교보만큼은 아니어도 적당히 큰 규모에 아이와 함께 와서 실컷 구경하고 엄마들 모임도 하고 시간때우기 딱 좋은 그런 서점. 비싸니까 주로 인터넷으로 책은 사고 급할 때는 거기서 사도 되고.. 아주 환상이죠?

그래서 손님만 많고 책은 안팔리면? 뭐 망하는거죠. 사장이나 직원이나 다.

그래도 책이 팔리고 직원들 월급 줄 만큼은 된다면? 사장은 뭐 좋죠.
직원은? 깝깝~하죠.
월급은 얼마 안되고 시간도 없으니까 돈모으는 재미도 없고 사람도 못 만납니다.
일은 노가다+고객서비스라 심신이 피로하죠.
들어오는 책 어마어마합니다. 그거 다 진열하면서 원래 있던 책 반품하는게 노가답니다. 몇십권씩 책 들고 오르락내리락하니 늘 자리 지키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담당파트 직원이 없으면 손님은 직원 어디갔냐고 난리납니다. 혹시 사장이 그걸 봤다? 직원은 매장 잘 지키라고 하죠. 그럼 창고에 있는 책은 누가 갖다줍니까?

그러니 사장 생각은, 전 직원이 전 매장의 모든 책을 꿰뚫고 있으면 참 좋겠죠. 가능하겠습니까?
그리고 원래 재고가 한권밖에 없는 책을 손님이 보고 다른 데다 꽂아놓으면, 다시 정리를 하지 않는 이상 그 책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손님이 많으면 좋다구요? 손님이 하도 많아서 책 열심히 보시고 엉뚱한데 꽂아놓고 가는 바람에 직원은 책 정리할 시간도 없고요. 문의받고 책 찾아주느라 엉망이 된 서가를 정리할 시간이 없습니다. 서가 앞에 죽치고 앉아있는 손님한테 책정리할테니 비키라고 할 수도 없죠. 특히 아동서적들.. 구연동화에 애들 뛰다가 넘어지고 책 찍어지고 말도 못합니다.
결국 책정리가 개판이고 서비스마인드가 떨어져서 매출이 떨어진다고 사장한테 깨지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럼 일찍 출근해서 서비스교육받고 책정리하느라 늦게 퇴근하는 수밖에 없죠.

집근처에 음반가게 없어서 아쉬우신가요? 전 처음엔 너무 아쉬웠지만 이젠 적응했습니다. 음반가게에 따로 주문해서 음반찾고, 주인아저씨 추천음반도 사서 듣고, 작은 가게 안에서 울리는 음악소리에 아저씨가 타주시는 커피도 많이 그립지만 이젠 옛이야기죠.

예전에 영풍문고에서 직원들이 노조 만들어서 뭐 좀 해보려다가 안된 이후로 우리나라 서점 직원들 대우는 아주 개판입니다. 절대 내자식 그런데서 일시키고 싶지 않을 겁니다. 위에서 아무나 데려다가 쓰고 갈아치우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래가 없습니다. 뭐 말로야 전문적인 지식과 고객서비스로 무장하고 어쩌고...
88만원 받으면서 하루에 열시간씩 주말에도 못쉬고 노가다+고객서비스...
로보트가 일하는 거 아닙니다.. 사람이 일하는 거에요..

아 교보문고는 예외입니다. 만약 고만고만한 동네서점들 대신에 규모있는 교보문고가 지역중심에 들어온다면 아마도 손님이나 직원이나 만족하겠죠. 교보직원은 아니지만, 전 고객 입장으로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조회수가 많아져서 오해를 막고자 덧붙입니다.
동네서점들이 망하고 교보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아니고요. 삼성과 다르게 교보문고는 노조가 있습니다. 직원들 만족도가 높아 이직도 없구요. 저는 악덕기업주의 물건은 책이건 뭐건 다 사고싶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한은요. 제가 일하던 서점은 알바생 시급을 끝까지 안올려주다가 신고 들어온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서점에서 일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받는 대우와 하던 일의 미래가 편의점 알바생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요. 지금 시스템으로 동네서점들이 잘된다면 서점주와 지역주민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조금 큰 규모라도 해도 직원들이 받는 대우는 편의점 알바생과 다를 바가 없으니, ‘창업’은 괜찮겠지만 ‘취업’은 절대 말릴 겁니다.

IP : 211.222.xxx.7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3.18 12:14 PM (124.254.xxx.93)

    고만고만한 가게들이 사라지고 거대기업의 독점이 시작되면 그 폐해는 우리가 고스란히 감당해야지요....삼성이 잘못되면 나라가 망한다식의.말도 안되는 논리가 생활전반에 통용되는 사회 가 될거예요. 우리자식들이 그렇게 대충 쓰이다 버려지는 소모품이 되지 말라는법도 없고요..

  • 2.
    '09.3.18 12:18 PM (211.177.xxx.252)

    자기 일이 되기 전엔, 자기 눈앞에 벌어지기 전까진 전혀 깨닫지 못하는게 대부분이죠...

  • 3. 로얄 코펜하겐
    '09.3.18 12:24 PM (59.4.xxx.202)

    대형마트는 나라에서 알아서 사업제한을 해줬음 합니다.
    미국 유럽에선 그렇게 한다고 들었는데..

  • 4. 동네
    '09.3.18 12:26 PM (221.153.xxx.137)

    가게들을 살리는게 우리를 위해서도 좋아요.
    무조건 대형을 선호했던 결과가 어떤가요
    동네에서 뭐 조그만 철물하나 사려해도 철물점없는곳이 태반이죠. 그러니 뭐 하나 사려해도 대형마트로 갈수밖에 없는 구조.. 그러다 보니 동네작은 가게들은 점점더 없어지고.
    대형마트 끊고 살아보기 티비에서 실험했었는데 정말 아파트 단지같은데서는 거의 불가능하더군요. 우리나라 도로구조 자체가 그렇대요. 큰 도로를 자꾸 만들어서 큰 대형마트가 성공할수있도록 하는 구조요.
    동네작은가게들 우리가 지켜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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