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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살다가 초등학교 입학한 딸아이

초1맘 조회수 : 1,381
작성일 : 2009-03-13 11:26:43
제 딸아이는요
2살때 외국에 나갔다가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하면서 한국에 들어왔어요.
외국에서 유치원 몇년, 초등학교는 4개월 다니다 들어왔어요.


그곳에서 제가 정말 열심으로 한글을 읽고, 쓰는걸 가르쳤어요.
- 아마 아이를 직접 가르쳐보신분들은 아실거에요. 한글교재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
하지만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보단 언어구사력, 어휘선택 이런건 많이 뒤지겠죠.

외국과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좀 다르잖아요.
그것 때문에 적응못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이는 한국친구들, 한국선생님
무엇보다도 한국말들을 하니 더 좋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어요.


입학하고 몇번 수업끝나기 전에 살짝 숨어서 수업을 본적이 있어요.

어린 아이들이고, 안전문제 때문인지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들을 엄하게 질서를 잡아주시더라구요.

예를 들면
통신문 받으러 나오는데 살짝 뛰어나왔다고 다시 자리로 들어가서 뒷꿈치 들고 고양이 걸음으로 나오기
-제아이가 지적대상이었어요-
선생님이 서계신 바로 옆에 앉았던 아이는 통신문 받는데 당연히 그냥 앞으로 쑥 걸어나갔어요,
근데 교실에서 다니는 길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시 들어가서 교실뒤로해서 삥 돌아서 나가기..

또, 교실 가운데 매트를 펴놓고 그곳에 아이들을 앉힌다음 스크린으로 하는 수업이었어요.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아빠다리, 손무릎" 여러번 말씀하시는데
제아이는 아빠다리를 불편해해요. 바닥에 앉을땐 무릎꿇고 앉는걸 더 편해하거든요.
아빠다리를 하고 무릎에 손을 얹고 앉아있기는 했지만 제아이는 불편해하는게 보였고...
스크린으로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가 나오는데 선생님께서 뭐냐고 물으니
"건널목" 이라고 아이들이 대답하더라구요.
제 아이는 그게 무슨 뜻인지 멀뚱멀뚱해하고, "지하도"란 말도 몰라하고...
전 그런 수업을 보다가 그냥 맘이 안좋아서 안보고 말았어요.

아무튼
그런 저런 수업 광경을 보면서
워낙 적은 인원에 선생님과 허물없이 학교에서 지냈던 아이라
제 딸아이가 긴장하겠구나 싶었죠.


그저께는 본인 사진을 붙이고, 장래희망에 대해서 적는 숙제를 가져왔어요.
네모보다 붙이려는 아이 명함사진이 살짝 컸어요. 가로,세로 1cm 정도.
겉의 주변을 색칠해가는걸 아이는 잊었었구요.

그걸 그 숙제를 선생님께 갖다 냈더니
"왜 사진을 사이즈에 맞지 않게 잘라 오지 않았으며, 색칠을 해오지 않았냐"고 말씀하셨대요.
그러시면서 외국에서 살다와서 네가 말귀를 못알아듣는구나 하셨대요.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집에와서 제게 그 말을 전해주는데
기분이 살짝 좋지 않더라구요. -사진 잘라서 붙여주지 않은건 제가 잘못한거지요.-
그게 뭐 말귀를 못알아들어서 그런건가...

그냥 실수 했구나, 다음에는 빼먹지 말고 해와라
이정도로만 말씀해주셨음 좋았을텐데....


괜히 선생님께 보내는 통신문에 아이의 외국생활을 적었나싶기도 하고
그것때문에 선생님께서 제아이에게 선입견이 있으신가 싶기도 하고...

수업광경을 괜히 보았다 싶기도 하고..

제아이는 아무렇지 않다고 하는데
워낙 낙천적인 아이이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건 선수급이에요.
-나라를 2번이나 바꿨었거든요. 이 나이까지-

제 맘은 여러가지 이유들로 심난하네요.
한 나라에 정착시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
어떻게 보면 제가 학교다닐때랑 별반 다름없는 권위적인 수업모습...

비도 오고 제 맘이 참 심난해요.

저에겐 친구같고 언니같은 82cook 가족들...
살짝 위로의 한마디씩 해주세요..
IP : 118.223.xxx.71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같은초1맘
    '09.3.13 11:36 AM (114.206.xxx.250)

    선생님께서 별뜻없이 말씀 하신 걸거예요. 저도 누가 말을 하면 나중에 곱씹어서
    소심한 생각에 스스로를 괴롭히는 편인데요...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서는 조금 과감하게 생각하려고 마음 먹고 있어요.
    정작 아이는 그걸로 상처 받거나 아무렇지 않은데 가만보면 엄마들이 더 힘들어하고
    걱정하는 거 같더라구요. 편안하게 생각하세요.
    선생님도 아마 한번 더 아이를 배려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외국에서 살다와서 그런가
    보다 지나가듯이 말씀 하신거라 생각하세요.

  • 2. ...
    '09.3.13 11:37 AM (61.73.xxx.4)

    많이 속상하시겠어요.
    오후엔 비 그친다니 마음도 같이 개었으면 좋겠네요.
    저희 조카 아이도 외국서 태어나 살다가 7살 여름에 한국으로 들어와 이듬해 3월에 초등학교 입학했어요.
    입학 전에 학습지로 집에서 한글공부하고 입학했는데 한국말이 유창해지는데 한 6개월 걸린 듯해요.
    1학년 마칠 때는 모범상 및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고 마쳤고요,
    2학년 올라가서는 회장도 되더라고요.
    지금은 답답하시겠지만 짧게는 반 년, 길게는 1년 정도 두고 보시면 잘 적응할 거예요.

  • 3. ...
    '09.3.13 11:37 AM (123.235.xxx.211)

    초등학교 1학년은 모두 엄마 숙제예요.. 선생님이 이해하고 넘어가셨다 생각하고 다음부턴 잘 챙겨주세요. 외국에서 살다왔다고해서 선생님이 아이에게 더 신경 써 주시지 않을까요? 너무 걱정마세요 ..

  • 4. ^^
    '09.3.13 11:42 AM (121.161.xxx.213)

    그냥 아이를 믿으세요.
    아이가 행복하다면 문제 없는 겁니다.
    문제는 아이가 맘 상하고 주눅들까봐 걱정인 거죠.

    저도 두 아이를 길렀고 지금은 두 아이 다 대학생이 되었지만
    어려서 상치 받지 않게 하려고 정말 맘을 많이 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자라면서 자기 몫의 상처^^는 다 받고야 말더군요.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커갑니다.
    그래야 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거고요.

    너무 마음 쓰지 마시고, 아이가 컴플레인 할 때 그때 엄마가 잘 들어주고 용기를
    주는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아이가 모나지 않고 씩씩하니 사랑 받고 잘 자랄 겁니다.
    힘내세요!

  • 5. 바람소리
    '09.3.13 11:49 AM (58.76.xxx.30)

    윗님들 말씀이 다 맞습니다.
    저도 아이 키우면서 별 걱정 다하고 사는데 정작 아이는 재밌게 하루 하루를 보내더라고요.
    따님도 좌충 우돌하면서 친구도 사귀고 적응할거에요.
    상처도 받으면서 해소하는 법도 나름 터득하겠지요.
    아이들을 믿어봅시다.
    홧팅하세요!!
    좋은 하루 되시고요~

  • 6. 한국에서만 살았어도
    '09.3.13 11:57 AM (121.166.xxx.182)

    초등 1학년.. 한국에서만 살았어도 원글님과 비슷한 아이들 많아요.
    제 생각엔 아이보다 엄마가 한국초등학교에 적응 못하시는거 같아요.
    이곳에서도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환경이 너무 급격히 변하기 때문에 엄마들도 긴장해요.
    주변 엄마들과 친하게 지내셔서 준비물이나 숙제 반드시 확인하고 또 확인하셔서 차질없게 준비하게 해주세요.
    반마다 씨씨티브이 역할을 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좀 똑소리나는 여자애들이요.
    그 엄마랑 친하게 지내셔서 오늘 학교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원글님네 아이가 뭘 몰라서 혼자 헤맸는지 좀 물어보세요.
    그래서 모자라는 부분은 원글님이 자꾸 보충해주셔야해요.
    전 아이를 외국에서 키우지도 않았는데 매일 이생활입니다. 힘내세요.

  • 7. 11
    '09.3.13 12:13 PM (58.148.xxx.43)

    다음주쯤해서 선생님을 한번 만나보시면 어떨까요?
    선생님입장에서는 아이에대해서 더 알수있는 기회도되고..엄마입장에서는 모든게 많이 떨어질테니 이해좀해주십사..그리고 열심히 지도할테니 아이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될때는 연락좀 주십사 하면...제 생각이예요.선생님이 좀더 따뜻하게 대해주셔도 좋을텐데 많이 아쉽네요.

  • 8. 이해해요
    '09.3.13 12:25 PM (121.166.xxx.79)

    저의 아이는 외국에 살다가 초등학교 1학년 2학기에 편입학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선생님 말 자체를 이해를 못했어요.
    하지만 선생님이 이해를 많이 해 주셨지요. 그리고 기다려 주시더군요.
    지금도 1학년 때 선생님이 제일 좋다고 합니다(현재3학년)
    아이가 말 뜻을 이해 못하는 것이 당연하니 엄마가 많이 도와 줘야 합니다.
    그리고 윗 님 말씀처럼 똑 소리 나는 같은 반 여자아이 엄마와 친구해서 도와줘야 합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한글 교육을 계속 시키세요.
    저는 끝말 잊기 놀이를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영어 단어의 끝 알파벳으로 단어 잇기 놀이를 하다가 조용히 한글로 넘어갔어요.
    한글을 너무 어려워하서 그렇게 했답니다.(한글 뜻을 모르면 영어로 설명)
    그리고 배운 외국어도 잊지 않도록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한글에만 신경 쓰면 한순간에 영어를 다 까먹어요(길어야 6개월).
    이것도 엄마의 노력에 따라서 유지되기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어렵겠지만 천천히 가세요.
    한번에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요(제가 욕심을 조금 부렸었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외국에서 받은 교육 시스템이 한국과 많이 다르니까 학교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9. ...
    '09.3.13 12:25 PM (121.131.xxx.166)

    아유..그런데..그 선생님 좀 그러신 것 같기도 하네요. 사진규격까지 그렇게 딱딱 원하다니..아휴..토닥토닥.. 좀..느슨하신 분 만났으면 더 좋았을텐데..

  • 10. ..
    '09.3.13 1:31 PM (115.137.xxx.72)

    답답하네요. 전 아이가 아직 어려서 학교갈려면 멀었는데 학교란 곳은 20년, 30년이 흘러도 그대로군요..
    장래희망이 무엇인지..어떻게 꿈을 표현하는지가 중요한거지..규격맞추고..색칠하는게 왜 중요할까요..
    과연 뒷길로 나가야 예의바르고 올바른 아이로 자라나는 걸까요..
    적절한 자유와 책임을 가르쳐야할 나이에 무조건 복종스러운 저 교육태도..너무 싫습니다..생각없는 아이들로 만들기 딱 좋은 환경이에요..

  • 11. 그게..
    '09.3.13 1:47 PM (61.106.xxx.32)

    애들은 서너달이면 금새 바뀐 환경에 적응 잘 해요. 아이는 잘 하고 있는데 엄마가 너무 걱정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저도 외국 살다가 중1부터 한국 들어와 산 케이스인데, 적응이 너무 빨라서 탈일 정도였어요. 한국의 경직된 암기식 교육 시스템에 너무나 잘 적응해 버려서 창의력이 다소 메말라버린. 암튼, 외국 대비 한국의 교육제도가 상당히 딱딱하고 개인의 창의력보다 단체생활이라든가 규격화된 틀 속에 조화시키는데 더 의미를 두는 건 저도 개인적으로 맘에 안 들어요. 하지만 그건 교육관이고, 이왕 한국에 돌아온 상황이라 했을 때 님 아이는 잘 적응하는 중이고 앞으로도 무척 잘 할 거예요. 좀 지켜봐주세요

  • 12. 그 정도까지
    '09.3.13 2:43 PM (220.86.xxx.157)

    말씀하신거 보면 뭐 별로 엄한 선생님도 아니고 그냥 한국의 평균 선생님이신듯 싶어요.
    그래도 신경 써주시는듯 보이네요. 얼마전에 글 올라왔지만 '병신' 이라고 말하는 선생님도 있다잖아요. 제가 보기에 외국 생활과 더군다나 1학년이라는 것까지 겹쳐서 엄마가 과민하고 걱정 많으신거 같아요. 저도 작년에 1학년 입학하고 3월 한달은 눈물로 보냈지만 .. 지나고보니 참 별의별일로 다 울었구나 싶어요.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한국 교육이 외국에 비해 너무 딱딱하고 그렇지만 엄마가 걱정하는것보다 아이들은 훨 잘 적응해요. 엄마부터 릴렉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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