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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촛불도 알바도 싫어..." 라는 표현의 위험성

오래된미래 조회수 : 679
작성일 : 2009-03-12 12:36:38
모든 구성원의 정치적 성향이 중도라 할지라도 대체로 정의롭고 합리적으로 굴러갈 성숙한 시민사회에서라면 중도는 중도로서의 의미를 가지겠죠.

그런 사회에서는 진보냐 보수냐 라는 건 개인 취향의 문제일 뿐, 현상태로도 사회는 건강하게 잘 굴러가고 있기 때문에 "진보도 보수도 싫고 난 중도야" 라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가치 중립적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한국 사회는 아직 성숙한 시민사회가 아니고, 현재의 한국에서 소위 중도라는 것은 전혀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현재 대한민국은 큰 변화나 개혁이 없어도 무방한 합리적인 사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단적인 예로, 미국에서라면 대통령은 커녕 후보 검증 과정에서 당장 구속되고도 남았을 비리종합세트의 사기꾼을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이렇게도 부정부패와 비리에 관대하고 불합리와 부조리가 판을 치는 나라에서 "난 촛불도 친정권도 아니야" 라는 태도는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그런 불합리에 대한 소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촛불 vs. 알바 라는 대결 구도 자체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참으로 위험한 설정인 것 같습니다.

촛불들은 자기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들여서 본인의 정치적 성향을 표현하는 자주성을 가진 주체들입니다.  알바들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고 그 배후 – 어디서 많이 들어본 용어군요 – 에 있는 누군가가 전달하기를 원하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일종의 로봇과 같은 존재들이지요.

진정한 진보와 진정한 보수의 건강한 정책 토론은 없고 인간 vs. 로봇이라는 소모적인 싸움만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촛불도 알바도 싫다"는 주장의 적극적인 피력은 은연 중에 로봇, 더 정확히 말하면 로봇의 배후에 있는 그 누군가, 를 옹호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왜냐하면 인간과는 달리 로봇은 지치지 않으니까요.
IP : 98.230.xxx.83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웃음조각^^
    '09.3.12 12:39 PM (211.112.xxx.15)

    한쪽만 편들기를 바라는 흑백논리의 양분성은 원치 않지만..

    여기 계신 분들이 자주 올리시는 글..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중립을 지키는 이들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라던가? 그 글이 생각나네요.

  • 2. 보름달
    '09.3.12 12:42 PM (219.251.xxx.14)

    슬픈일이죠.
    비교할 대상도 아닌데 막 갖다붙이기의 명수들인가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몸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고..스트레스 안 받고 오래 장수하겠네요.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것이 이 나라의 암담한 현실입니다.

  • 3. ...
    '09.3.12 12:43 PM (218.50.xxx.181)

    그런데 자게에서 목소리를 높여서 주장을 하시는 분들은 너무나 사람에 대해서 긍정적이신 것같아요.내가 이렇게 바른 소리를 하면 남이 알아 줄 것이다.라고요.전 그게 기본전제가 틀린 거라고 봐요.사실 알바도 있지만 알바가 아닌 사람들 중 그런 사람들도 실제로 많을 거예요.자기네들 말론 침묵하고 있는 다수(?)라고 하는 부류의.아니면 기껏해야 원글님 말씀처럼 자긴 중립적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시끄러운 게 싫을 뿐인 그런 사람들이요.현실에서 보면 불행히도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인 것 같아요.
    그냥 지치지 말고 휘둘리지 말고 얘길 했으면 좋겠어요.자꾸 흥분해서 휘말리지 말고.

  • 4. 나도 촛불
    '09.3.12 12:45 PM (210.91.xxx.157)

    어제는 저도 진짜, 너무나 기운이 빠져서 우는 소리 좀 했습니다.
    일루님이랑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지금 베스트에 올라온 어이없는 글에 달았던 덧글인데 여기에 다시 답니다.
    한분이라도 더 알아두셨으면 해서요.

    독재자들이나 위정자들이 시민들의 눈을 가리고 정치에 관심을 끊게하여
    영원히 계속 해쳐먹는 방법으로 즐겨 쓰는게 두가지가 있지요.

    하나는 갖은 유희에만 빠져 지내게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정치란 본디 골치 안픈 것이며 이 놈이고 저 놈이고 정치하는 것들은 다 똑같다면서
    신물 나게 하여 관심을 두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진실이니 정은이가 이 게시판에 도배질 전법을 쓰고 반나절도 안되어 사리지는 거나
    '님의 글을 읽고서' 같은 이가 저런 글 올려서 결국 그 글의 몇 동감님들 처럼
    '이꼴 저꼴 다 보기 실하다'라는 소리를 이끌어 내는 거나
    모두 위에 것 중 두번째 전략의 실천입니다.
    우리가 반 조중동 운동을 시작한 것도 같은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고요.

    국민을 우민화 하는데 이렇게 애쓰는 돈과 에너지로
    갈 곳 없는 아이들 한명이라도 더 챙겨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 5. 응집력
    '09.3.12 12:49 PM (125.133.xxx.245)

    대법관사태까지 40년 이상 정치퇴행, 경제파탄,인권탄압,외교실종 등등

    시민들이 언제까지 눈감고 모르쇠로 갈지...

    민주주의는 정말 공짜가 없다는 게 맞다는 걸...

    이대로 가다가는 임기4년후에는 정권이 혹시라도 바뀌어도

    후손들에게 물려줄 어떤 성장동력까지도 다 상실한 빈껍데기 한국 ㅠㅠ

  • 6. ⊙⊙
    '09.3.12 12:49 PM (117.82.xxx.108)

    양비론과 양시론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보면 독재를 더 키우는 꼴이 될수있어 알바보다도 더 못한 분류로 취급이 되기도 하죠.

    존 에프 케네디가 한 말중에 이런 말이 있네요.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가려야 할 시점에서 여기도 저기도 아닌 가운데쯤에 서 있는 자는 양쪽 모두의 공적이다.”

  • 7. 진정한 마음
    '09.3.12 12:50 PM (211.212.xxx.11)

    이곳에 오면 언제나 희망을 보게 되어 좋습니다.
    답답한 현실에서 그래도 그래도 ...
    나름대로의 도덕과 철학을 가진이들이 희망을 얘기 하게 되네요...

  • 8. 맞아요.
    '09.3.12 12:52 PM (211.114.xxx.177)

    어처구니 없는 일을 매일 매일 보고 들으며 살자니
    참으로 맥빠지지만,
    끝이 있겠지요.

    이대로 촛불을 내려선 안돼요.

  • 9. 그것이
    '09.3.12 12:52 PM (219.241.xxx.11)

    바로 기회주의자네요..

  • 10. 듣보잡
    '09.3.12 1:03 PM (118.32.xxx.195)

    59.10.64님...
    고정닉에 반감 많은거 알고있네요...

    59.10.64님 과거 이런댓글 기억하시죠?
    "82에 다시는 안 올 것처럼 하더니 또 오셨네요...ㅋ"

    ps: 제댓글전에 59.10.64님이 장황하게 글늘어놓으셨다가 지우셨네요

  • 11. 말도 안되
    '09.3.12 1:04 PM (61.72.xxx.89)

    촛불 vs수구 기득권 또는 (친일 기득권)
    알바는요
    그런 수구 기득권세력이나 한나라당,뉴라이트들의
    발톱의 때에요

    비교할걸 해야지..

  • 12. 세우실
    '09.3.12 1:05 PM (125.131.xxx.175)

    일부의 경우에는 "안타까우셔서" 일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불과 얼마전까지 말 그대로 게시판 본연의 목적대로 살림얘기하면서 보냈는데
    어느날 갑자기 "정치에 관한 글이 올라오게 된" 그 현실 그 자체에요.
    그것이 나라를 이렇게 만든 윗대가리들 때문이건,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런 글을 쓰거나 퍼다가 나르는 저희 몇몇 고정닉 때문이건
    어쨌건 현 상황은 이러하니까 말이죠.
    그래도 글은 멈출 수 없습니다. 그것도 현실이니까요.
    지금은 천년만년 중도에 서는 것이 판타지가 되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뭐 저도 앞으로 화살표 달고 글 박제하는 일은 줄여야겠습니다.
    성향보다 게시판 우선이라는 미명하에 한 일이 오히려 함께 말려들어가고 있는 듯.....
    아침에도 "진실"의 글 포획했다가 그냥 지웠죠. 쩝............

  • 13. ..
    '09.3.12 1:08 PM (220.70.xxx.90)

    저는 알바보다도
    정치글이 싫어..
    옛날 자게로 돌려줘...
    이슈게시판 만들어줘..
    이러는 분들이 더 싫으네요..

  • 14. 윗님 저도 동감
    '09.3.12 1:08 PM (203.232.xxx.3)

    ..
    스스로 우민화의 길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 15. 나도 촛불
    '09.3.12 1:15 PM (210.91.xxx.157)

    이건 정말 매트릭스 아닌가요?
    그 영화는 정말 너무나 기가 막히게 현실을 포착하였어요.

  • 16. 똑소리
    '09.3.12 1:22 PM (119.148.xxx.222)

    나게 쓰셨네요 제가 다 하고싶은 말입니다.

    저는 솔직히,
    이것도저것도싫다라는 분들은 알바하고 동일취급합니다.
    알바는 색깔이라도 분명하지,
    표나지않게 알바를 도와주고 있는 양상이라는거....
    댓글도, 유심히 보면... 알바는 아닌데., 은근히 물타기 하면서 자기는 쿨한척 하면서..
    알바글에 동조하는 글들있습니다.
    오프에서 만나면 프락치로 취급받기 쉬운 타입이죠

  • 17. 올갱이
    '09.3.12 1:25 PM (123.214.xxx.28)

    원글님
    제 생각과 같은 글이네요.
    근데. 제주변에도 정치는 나완 상관없다는식의 엄마들도 많아요.
    어찌 돌아가건
    내아이 학교만 잘 보내면 되고, 공부만 잘하면 되고,집값만 오르면 되고, 돈만 많으면 되고...
    그들을 보면 앞날이 깜깜합니다.

  • 18. 로얄 코펜하겐
    '09.3.12 1:49 PM (59.4.xxx.202)

    이런 사람들 많은 나라는 결국 정치인들의 입맛대로 가게 되어있습니다.
    꿀벌처럼 열심히 자신의 이익만 탐하다가 양봉철이 되어 꿀을 다 빼앗긴 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꿀을 훔쳐갔는지 생각해보지도 않고
    다시 열심히 꿀만 모으는 습성이랄까요?

  • 19. 양비론
    '09.3.12 1:50 PM (125.184.xxx.192)

    으로 쿨한척 하는 사람들 싫어요.. ㅡ.,ㅡ

  • 20. ..
    '09.3.12 2:00 PM (123.189.xxx.27)

    이래서,

    "진보" 라는 정치몰이꾼의 사람들이 현실세계에서는 친구가 없는 것 같습니다.

    원글의 "비리종합세트의 사기꾼을"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진보"들의 말을 믿지 않는 국민들이 현명한 것이고, 이것이 바로 충분히 "중도"를 포용할 정도의 성숙된 사회가 되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비리종합세트의 사기꾼"을 뽑을 정도로 국민들이 바보라는 자기들만의 헛주장을 반복하는 한, 이 땅의 진보들은 매 선거마다 조금씩 그 설 자리를 잃어 갈 것입니다.

  • 21. ..
    '09.3.12 2:02 PM (220.70.xxx.90)

    또 납셨네...
    123.189.129

  • 22. ...
    '09.3.12 2:11 PM (211.117.xxx.182)

    원글님 의견에 동감합니다.

  • 23. 결국
    '09.3.12 3:41 PM (210.218.xxx.129)

    역사를 바꾸는 건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원글님 생각에 매우매우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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