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님이 노트에 엄마욕을 왕창 써놓아서 그걸 읽고 충격받으셨다는 어머니 글을 읽으니
잊고 있었던 일이 생각나네요.
저 고1때 어버이날을 맞이해서 부모님께 편지를 써서 선생님께 제출하라는 겁니다.
학교에서 직접 풀칠해서 부치겠다고...
빈봉투 보낼까봐 편지랑 봉투랑 따로 제출하라고까지 하셨죠.
첨엔 정말 쓸 말이 없어서 우물쭈물하다가 어찌 어찌 한 줄 넘어갔는데
그러다 보니 갑자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주저리 주저리 편지지 몇장을 채워나갔어요.
혼자 펑펑 울면서 편지를 쓰니 주변 친구들이 다 놀래고....ㅎㅎㅎ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제가 1남2녀중 첫째입니다. 막내가 남동생이었고요.
그래서 남동생은 남자애라고 걔만 이뻐한다는 둥 차별하지 말라는 글을 썼던 거 같아요. 내용이 거의 기억이 안나네요.
암튼 그렇게 편지를 보내놓고 전 잊었는데
편지가 정말 아버지한테 도착했었나봐요.
그날 편지 읽으시고 아버지 고모님네(바로 근처에 사셨거든요, 고모네 막내 언니는 저희학교 2학년이었구요)로
가셔서 술을 드시고 우셨다는.....--;;
뭐 그리 나쁘게 쓰지도 않았던 거 같았는데....
근데 여동생네 학교서도 저희학교처럼 똑같은 행사를 했는데
여동생도 저처럼 아버지를 원망하는 편지를 보냈더래요. --;;
아버지 두 번 충격 받으셨지요.
술 취해 오셔서 저희한테 미안하다고 시작했다가 결국 술주정으로....끝났지요.
그땐 사춘기라 정말 부모님이 싫었어요. 목소리 듣는 것부터 시작해서 머리카락 하나하나까지 다 싫었어요.
그 당시 일기장보면 아버지(잔소리가 심했거든요)에 대한 욕설부터 시작해서 죽었으면 좋겠다까지.....
온갖 험한 말을 다 써있더군요.
더불어 아버지의 총애를 받고 살았다고 생각되는 남동생에 대한 욕설까지....
근데 남동생 기억엔 제가 첫째라서 부모님이 언제나 저만 챙겨줬다고 하더군요.ㅎㅎㅎ
지금은 저도 어린 딸을 두고
호랑이같았던 아버지는 종이호랑이가 되어
이젠 제 잔소리에 눈치를 보시게 되었어요.
아버지와는 대학을 간 뒤로 사이가 좋아졌구요.
중고교시절엔 정말 말 한마디 안할 정도였어요.
부모님과 상의? 이런 거 절대 없었지요.
정말 해야할 얘기말곤 식구들 누구하고도 '대화'라는 걸 안했던 거 같아요.
속 얘기 말이예요.
지금은 여동생하고도 사이좋고 남동생도 듬직해서 좋고
부모님과도 소소한 얘기까지 해가면서 잘 지냅니다.
따님 글 쓰신 어머님도 노여움 그만 푸세요.
지금 생각해보니 제 일기장을 안들킨 게 천만다행이예요.
그걸 들켰더라면 울 아버진 아마 농약이라도 들이키셨을 거예요.
아버지 아직 한 번도 말 못해봤지만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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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두 얼굴의 딸 얘기가 나와서....
저도 한땐 조회수 : 776
작성일 : 2009-03-12 10:19:52
IP : 116.121.xxx.23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저도
'09.3.12 10:40 AM (61.38.xxx.69)그래서 사춘기 아들
쉽게 봐 넘길 수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아는 엄마들이
자기들은 사춘기때 절대, 저얼때 안 그랬대요.
그래서 아이들도 봐 줄 수 없다고요.
원글님께 동질감 느끼는 사십 중반 아줌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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