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그제 두 얼굴의 딸 얘기가 나와서....

저도 한땐 조회수 : 747
작성일 : 2009-03-12 10:19:52
따님이 노트에 엄마욕을 왕창 써놓아서 그걸 읽고 충격받으셨다는 어머니 글을 읽으니
잊고 있었던 일이 생각나네요.

저 고1때 어버이날을 맞이해서 부모님께 편지를 써서 선생님께 제출하라는 겁니다.
학교에서 직접 풀칠해서 부치겠다고...
빈봉투 보낼까봐 편지랑 봉투랑 따로 제출하라고까지 하셨죠.

첨엔 정말 쓸 말이 없어서 우물쭈물하다가 어찌 어찌 한 줄 넘어갔는데
그러다 보니 갑자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주저리 주저리 편지지 몇장을 채워나갔어요.
혼자 펑펑 울면서 편지를 쓰니 주변 친구들이 다 놀래고....ㅎㅎㅎ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제가 1남2녀중 첫째입니다. 막내가 남동생이었고요.
그래서 남동생은 남자애라고 걔만 이뻐한다는 둥 차별하지 말라는 글을 썼던 거 같아요. 내용이 거의 기억이 안나네요.
암튼 그렇게 편지를 보내놓고 전 잊었는데
편지가 정말 아버지한테 도착했었나봐요.

그날 편지 읽으시고 아버지 고모님네(바로 근처에 사셨거든요, 고모네 막내 언니는 저희학교 2학년이었구요)로
가셔서 술을 드시고 우셨다는.....--;;
뭐 그리 나쁘게 쓰지도 않았던 거 같았는데....

근데 여동생네 학교서도 저희학교처럼 똑같은 행사를 했는데
여동생도 저처럼 아버지를 원망하는 편지를 보냈더래요. --;;
아버지 두 번 충격 받으셨지요.
술 취해 오셔서 저희한테 미안하다고 시작했다가 결국 술주정으로....끝났지요.

그땐 사춘기라 정말 부모님이 싫었어요. 목소리 듣는 것부터 시작해서 머리카락 하나하나까지 다 싫었어요.
그 당시 일기장보면 아버지(잔소리가 심했거든요)에 대한 욕설부터 시작해서 죽었으면 좋겠다까지.....
온갖 험한 말을 다 써있더군요.
더불어 아버지의 총애를 받고 살았다고 생각되는 남동생에 대한 욕설까지....
근데 남동생 기억엔 제가 첫째라서 부모님이 언제나 저만 챙겨줬다고 하더군요.ㅎㅎㅎ

지금은 저도 어린 딸을 두고
호랑이같았던 아버지는 종이호랑이가 되어
이젠 제 잔소리에 눈치를 보시게 되었어요.
아버지와는 대학을 간 뒤로 사이가 좋아졌구요.
중고교시절엔 정말 말 한마디 안할 정도였어요.
부모님과 상의? 이런 거 절대 없었지요.
정말 해야할 얘기말곤 식구들 누구하고도 '대화'라는 걸 안했던 거 같아요.
속 얘기 말이예요.

지금은 여동생하고도 사이좋고 남동생도 듬직해서 좋고
부모님과도 소소한 얘기까지 해가면서 잘 지냅니다.


따님 글 쓰신 어머님도 노여움 그만 푸세요.
지금 생각해보니 제 일기장을 안들킨 게 천만다행이예요.
그걸 들켰더라면 울 아버진 아마 농약이라도 들이키셨을 거예요.

아버지 아직 한 번도 말 못해봤지만
사랑합니다.
IP : 116.121.xxx.23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09.3.12 10:40 AM (61.38.xxx.69)

    그래서 사춘기 아들
    쉽게 봐 넘길 수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아는 엄마들이
    자기들은 사춘기때 절대, 저얼때 안 그랬대요.
    그래서 아이들도 봐 줄 수 없다고요.

    원글님께 동질감 느끼는 사십 중반 아줌마랍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712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332
682711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130
682710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441
682709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845
682708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453
682707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137
682706 꼬꼬면 1 /// 2011/08/21 27,205
682705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339
682704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451
682703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730
682702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6,854
682701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038
682700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5,895
682699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201
682698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157
682697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384
682696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3,475
682695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446
682694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551
682693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199
682692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296
682691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555
682690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5,852
682689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374
682688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644
682687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675
682686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727
682685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874
682684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7,667
682683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699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