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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영화 페드라 보신 분?

프리댄서 조회수 : 1,056
작성일 : 2009-03-05 18:23:04
제가 우리나라 대표팀이 뛰는 축구경기를 잘 못봅니다.
너무 조마조마해서, 상대편 선수가 우리나라 쪽 골문 가까이 오면 눈 질끈 감고 귀 막고 있어요.
월드컵 때는 아예 다른 방으로 피신해서 문 닫아 있고요.
우리나라 선수가 상대편 진영을 파고들 때에도 마찬가지예요.
박지성이 그 두 개의 심장을 자랑하며 막 돌진한다... 그러면
너무 조마조마해서 겨우 한 개만 있는 제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아요.
전 스포츠경기 보다가 돌연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올림픽 경기도 그래서 잘 못보고요.

각설하고요, 오늘 새벽에 DVD로 <페드라>를 봤거든요?(1962년에 만들어진 영화),
어렸을 때 이 영화에 대해 요렇게 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 영화 라스트신이 유명하다,
남자 주인공이 스포츠카를 몰고 그림 같은 그리스 해안도로를 타고 질주하다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는다,
"페에에에드라아아아아~~~~"하고 절규하며....
커서는 어떻게저떻게 주연 여배우며, 감독, 영화음악을 담당한 작곡가에 대해 주워들은 게 있네요.

암튼 저, 저 영화 원작을 이미 읽어봤기 때문에 내용을 다 알고 있거든요?
근데도 보다가 플레이어를 정지시켜버렸어요.
의붓아들을 다른 여자한테 빼앗길까봐 괴로워하던 페드라가 의붓아들한테 키스하려는 장면에서요.
그때 그 두 사람은 복도에 있었고 남편은 바로 옆방에서 카드놀이하고 있었거든요.
워낙에 대저택이라 다른 하인들, 가족들도 여기저기 많았고.
들키면 어떡하지? 이러면서 으악, 조마조마해서 못 보겠는 거예요.

근데 이 영화 영어로 대사하는데 배우들이 거의 그리스 배우들이에요.
유일하게(유일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출연한 영어권 배우가 안소니 퍼킨스인데 그 사람마저도 영국 출신.
그래서 발음이며 억양이 정말 참 친근하데요?^^
(우씨, 누가 꼭 어륀지로 발음해야 한다고 한겨?)

암튼 오늘 밤에 그 나머지를 마저 볼 건데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리네요.
이제 남은 건 두 사람의 패륜적(?) 사랑이 천하에 까발려지고 안소니 퍼킨스가
"페에에에에드라아아아아아~~~~"를 외치는, 그 유명한 라스트신을 보여주는 일만 남았는데. ㅠㅠ
IP : 219.241.xxx.222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은혜강산다요
    '09.3.5 6:27 PM (121.152.xxx.40)

    저는 때리는 영화줄 알았어요....누군가를 패드라...ㅎㅎ
    무식한 은혜어무이 원글님께 죄송합니다...ㅋ

  • 2.
    '09.3.5 6:28 PM (119.64.xxx.49)

    패드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 3. .
    '09.3.5 6:30 PM (211.41.xxx.163)

    안소니 퍼킨스의 싸이코의 살인장면이 오버랩되어 전혀 집중이 안되던 영화였어요.
    참...축복이자 저주죠 배우에게는.

  • 4. 가로수
    '09.3.5 6:31 PM (221.148.xxx.201)

    참 좋아하는 영화인데 DVD가 나왔군요
    그 음악에 요즘말로 뻑이 간 적도 있었는데...
    나이든 저에게도 올드무비였는데 이영화를 보는 젊은 처자가 있다는게 신기해요

  • 5. ...
    '09.3.5 6:31 PM (119.64.xxx.146)

    다른건 기억이 잘 안나고 마지막에..페드라~~~~~~~~~~~~~~`
    하는 장면은 또렷히 기억납니다.
    걸작이었지요... ..

  • 6. 그 영화...
    '09.3.5 6:36 PM (211.177.xxx.252)

    "페에에에드라아아아아~~~~"하고 절규하며...시작하는 OST 가, 감정 묘하게 만드는 썸씽 스페셜한게 있죠...^^*

  • 7. 썸씽 스페샬
    '09.3.5 7:20 PM (121.131.xxx.127)

    안소니 퍼킨스
    참 좋아하는 배우였고
    그 역에 꼭 알맞구나
    소년에서 청년과 남자 사이의 사내구나
    하던 느낌과
    그리스 집들의 하얀 벽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 8. 다요님
    '09.3.5 8:13 PM (221.146.xxx.3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굴 패는지.....영화 한번 다시 자세히 좀 봐야겠습니다.....ㅋ

  • 9. 쓸데없어
    '09.3.5 8:22 PM (122.37.xxx.197)

    안소니 퍼킨스는 동성애자라 들었고
    메리나 메리쿠리???는 그리스 문화부장관까지 올랐어요..

  • 10. ㅎㅎㅎㅎㅎㅎ
    '09.3.5 8:43 PM (125.184.xxx.192)

    아.. 이런 글에서 제가 실컷 웃을줄 누가 알았겠어요?
    패드라.. ㅎㅎㅎㅎㅎ

  • 11. 오래전에
    '09.3.5 9:06 PM (59.8.xxx.195)

    엄청 재미있어하면서 봤던 기억이 있어요.
    기억이 왔다갔다 하는데,,, 마지막 장면에 자동차 질주하면서 페드라~~ 맞나요?
    그 목소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네요 ^^ 재미있게 보세요~

  • 12. 둘리
    '09.3.5 9:10 PM (118.220.xxx.56)

    바하의 토카타와 푸가음악과 더불어 둘이 죽는장면이 굉장히 명장면이고..절대 잊을 수 없는
    불륜은 용서할 수 없지만 아버지역의 유명한 배우 라프 발로네 페드라 역의 멜리나 메르쿠리,
    안소니 퍼킨스 이렇게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로만 보세요... 이입하지 마시구요...

  • 13. 안소니 퍼킨스
    '09.3.5 10:12 PM (125.186.xxx.205)

    여기 영화에서도 연하남으로.. 왠지 돌봐주고 싶은 역할이었는데.. 히치콕의 싸이코에서는 물로 아니었지만요.. 그런데 잉그리드 버그만과 이브 몽땅과 함께 나온 영화 '이수 Goodbye again'에서도 비슷한 이미지로 나옵니다. 페드라처럼 막장 연애는 아니고, 잉그리드 버그만이 이브몽땅이라는 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하의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안소니 퍼킨스에게 빠진다는... 이전에 케이블에서도 한번 하던데.. 잼있어요..^^

  • 14. 몇년전에
    '09.3.5 10:32 PM (211.192.xxx.23)

    그래봣자 10년은 됏겠네요,,
    씨네하우스에서 흑백 대형화면으로 상영했었지요,,,
    성형도 드물던 시절인데 안소니 퍼킨스는 몸전체가 예술 이더이다 ㅎㅎㅎㅎ

  • 15. 음,,
    '09.3.5 10:36 PM (121.131.xxx.127)

    퍼킨스가 동성애자였나요?
    아들이 배우라 들었는데..

    '완벽하다 싶으면 남자 친구가 있고 'ㅎㅎㅎㅎㅎㅎ

    버그만이 나왔던 영화는
    원래 사강 원작 소설이였지요.
    제 책에는 앞에는 어떤 미소 란 소설이, 뒤에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란 소설이 들어 있었고
    굳바이 어게인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를 각색한 걸로 알아요

    퍼킨스, 사강, 버그만
    비오는 날 줄줄이 옛생각이 납니다^^

  • 16. 프리댄서
    '09.3.5 10:43 PM (219.241.xxx.222)

    이 영화 보신 분들이 많군요.^^
    패드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은혜엄마님 땜시 많이 웃었습니다. (큰 웃음 주셔서 고마워요.)
    그리고 가로수님. 저 연식이 좀 돼요.
    하지만 그냥 '젊은 처자'인 척할래요.^^

  • 17. 프리댄서
    '09.3.5 11:15 PM (219.241.xxx.222)

    이 영화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이 영환 고대 그리스 비극작품인 에우리피데스의 <페드라>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영화랍니다. (라신 작품 중에도 <페드라>가 있지요.^^ 문지에서 번역돼 나왔고요..)

    감독은 줄스 다신(Jules Dassin)이라는 유대계 미국인입니다. 미국 공산당 활동을 했고 그 때문에 매카시 광풍이 불 때 '비미 행위 위원회"에 출석하라는 요청을 받아요. 그래서 그 매카시 광풍을 피해 유럽으로 건너가 줄곧 유럽에서 활동을 했죠. (이 감독 이름이 종종 불어 발음인 쥘 다생으로 표기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영화의 여주인공은, 예 저 위의 어떤 분들께서 말씀해주신 대로 멜리나 메르쿠리나는 그리스 출신 여배우인데 <페드라> 감독인 줄스 다신의 두 번째 부인입니다. <페드라> 찍을 당시에는 두사람이 부부였고요. 그때 그리스는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군부가 독재를 행하고 있었습니다. <페드라> 음악감독은 '기차는 여덟시에 떠나네'로 유명한 미키스 테오도라 키스. 그는 군부독재에 대항하다 쫓겨나기도 했구요. '기차는 여덟시네 떠나네'는 원래 레지스탕스 애인을 기다리는 여자의 심정을 노래한 것인데, 그리스 군부독재 시절 그 독재에 저항하는 민중가요로 많이 불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아침이슬'처럼. 원 가사가 이렇게 된다는군요. 우리에게는 신경숙이 번안한 가사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원 가사 내용은 이렇다네요.

    카타리니행 기차는 언제나 8시에 떠나는군요.
    11월은 영원히 당신의 기억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이 우오조(ouzo)를 마실 때 우연히 만났지요.
    당신은 무슨 비밀인지를 간직한 채
    밤에는 결코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기차는 8시에 떠나지만,
    당신은 카타리니에 혼자 남았겠지요.
    가슴에 칼을 품고 안개속에서 시계를 주시하며
    5시에서 8시까지...

    어쨌든 그후 그리스에서 군부독재가 물러나고(인류에게 민주주의라는 훌륭한 가치와 시스템을 선물해준 그리스에 저런 독재정치가 행해졌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죠?) 민주정부가 들어섰을 때 문화부장관을 맡았던 사람이 멜리나 메르쿠리입니다. 배우 출신인데도 아주 일을 잘 했대요. 남편인 줄스 다신 감독은 부인을 도와 영국에 유입된 그리스 문화재 반환 운동을 벌였고요...

    한 마디로 영화 <페드라>는 멜리나 메르쿠리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라는 두 걸출한 현대 그리스의 '문화상품'^^이 참여한 영화라고 할 수 있죠. <페드라>에서도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노래를 멜리나 메르쿠리가(이 여자가 노래를 잘 불러요)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전 아그네스 발차라는 그리스 출신이 메조 소프라노 목소리로 들었던 거예요. 근데 그 노래가 메르쿠리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실리자 또 색다른 맛이 있고 아련하면서도 좀 슬픈 느낌도 나고 그렇더군요.

    근데 <페드라>가 우리나라에서 상영되었다는 1960년대 중반 무렵(우리나라 개봉명 <죽어도 좋아>), 한국전쟁이 끝난 지 불과 10년 정도가 됐던 그때 새 엄마와 의붓아들의 정사장면을 한국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해지더라구요. 그리고 이거 DVD로 발매가 안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구하기 어려운 영화들을 구워서 파는 사이트를 통해 구매했던 거예요.^^

  • 18. ....
    '09.3.6 12:15 AM (211.207.xxx.191)

    나나나나나나나~ 나나나나나나나 ~~~ 페~~~~드라~~~~~~쾅..

    가끔씩 설거지 하다가도 혼자서
    흥얼거리며 나나나나 페드라~ 그래요..내참..

  • 19. 그리스 가고싶다
    '09.3.6 1:05 AM (59.28.xxx.25)

    전 영화는 안 봤지만 젊은 시절 라디오에서 이 영화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을 듣던거 생각나네요..끝부분 페드라~~하면서 절규하는 부분에서 전율이 느껴졌던 기억이...영화 보고 싶네요

  • 20. 하늘을 날자
    '09.3.6 11:46 AM (124.194.xxx.146)

    재밌겠네요... @..@ DVD도 없다면, 그 사이트가 어딘지... 공개적으로 말씀해주시긴 힘드시려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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