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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양날의 검...

회색인 조회수 : 323
작성일 : 2009-03-05 12:26:57
캐나다에서 사시는 어느 분의 블로그를 보다보니...

웃기는건,오늘 캘거리 sun 신문을 보니, 이번 민영화 계획에 따라, 캐나다의 앨버타주는, 2009년부터 주민들의 의료보험을 무료화 합니다? 즉, 모든 사람들은 공립병원에서는 '무료' 로 진료를 받을수 있습니다. 이러면 돈있는 사람은 민영화된 병원을 가고, 돈없는 사람은 그냥 주정부에서 지원하는 공립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이것이 캐나다에도 공병캐(공립병원 다니는 캐병신)와 개병귀(개인병원 다니는 귀족)를 만들까요?한국에서는 벌써 이 두단어가 유명하더군요.

...라는 내용이 있더군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에서 극찬해 마지않던 그 천국같은 캐나다 의료서비스가 부분 민영화 발표를 한건 작년 4월 27일이었습니다.

사실, 캐나다에서 사시는 분들 얘길 들어보면 차라리 민영화가 반가울 정도로 의료서비스는 악명이 높습니다. 무료로 진료해주는 공립병원의 예약률이 워낙 높아서 한없이 기다리다가 지쳐 나가떨어지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죠...

완전 무료로 의료서비스를 하는 나라들 대부분이 비슷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의료민영화라는 달콤한 유혹의 떡밥을 쉽사리 떨치기 어려운데... 아직까지는 많이 지켜내고 있어 보입니다. 미국이 힘들여 30여년이나 과외공부 시켜준 결과일지도 모르죠.

예전에 뉴질랜드에서 살다온 친구 얘길 들어보면, 다른 건 상당히 괜찮은데 안과와 치과는 세계에서 제일 비쌀거라고 그러더군요. 내용인즉슨, 안과와 치과는 공립병원 예약률이 심하면 3개월 이상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어서 개인병원을 찾는데 그 수가가 워낙 비싸다.

뭐 어떤 시스템이길래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하여간 그런 저런 얘기들을 들으면 우리 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상당히 좋은 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완전 무료는 아니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훨씬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공급받는... 완전 무료에 완벽한 서비스를 받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게 하기엔 어디든 어려운 사정이 있겠죠.

작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후, 이 문제도 상당히 심각하게 불거져 나왔었는데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조금 잠잠해 보이긴 합니다만 아마도... 물론 지극히 제 개인의 엉뚱한 상상일런지는 모르겠지만서도... 분명 노리고 있는 부류는 있을 것이고 어떻게든 그렇게 나가려고 하는 부류도 있을 겁니다.

앞서도 잠깐 의문시되는 기사가 있어 이곳 자게에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 이왕에 신자유주의로 나서기로 단단히 작정한 현 정권의 정체성으로 미루어 봤을 때, 이 정권을 밀어준 세력들이 결코 포기하기에는 힘겨운, 아주 매력적인 황금시장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죠.

저 위에 써있는 캐나다의 의료민영화 계획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자체 문장으로만 보면 별로 트집잡을 일은 없어 보입니다. 돈 없으면 나라에서 무료로 진료하는데 가서 병고치고 돈 있으면 마음대로 비싸든말든 좋은 병원 가라.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똑같은 논리로 전개되면, 지금도 보건소 이용률이 지극히 저조한 실정에서 과연 이 말이 가당키나 할지... 문제는 그것이겠죠.

이것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제 생각에 불과하지만 만약 우리나라에서 실질적으로 의료민영화 계획이 정식으로 발표되고 진행된다면 이 나라에는 더 이상 "중산층"이란 단어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상당히 괜찮은 건강보험제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치병이나 난치병 한번 걸리면 심지어 온 가족이 파산하는 일이 벌어지곤 하는데... 과연 얼마나 안전한 대책을 세울지도 의심스럽고, 가뜩이나 비싼 물가에,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에 나날이 가계가 붕괴되어가는 이 현실에서 의료비와 보험료 부담마저 가중된다면... 전국민의 몇퍼센트나 지금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우리 나라의 의료서비스에도 개선점이 요구되는 부분은 분명 있습니다. 치과, 안과, 산부인과 등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는 처방이 많은 대표적인 과목들 외에도 각 분야에 높은 수가를 요구하는 부분이 분명 지금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래서 그런지 주기적으로 언론들은 이런 의료실태를 고발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보도를 합니다.

이게 바로 제가 불안해하는 부분입니다.

이런식으로 우리 나라의 의료실태를 계속 표면적으로 고발해 가다보면 국민들은,

'어! 그렇지! 개선해야지!' 생각할 수 있고...

정부는,

'국민들이 싼값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게 하겠다!' 나설 수 있고,...

관계 분야에선,

'이런식으로 개선할 수 있다!' 제안할 수 있겠고...

보험사는,

'요즘 의료비 부담에 힘드시죠? 이런 보험 좋습니다!' 광고할 수 있고...

어느 순간엔...

'이런 병원을 건립해서 누구나 원하는 사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단, 돈만 있으면!'하고 발표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다가 결국... 너도나도...

'우리 병원도 이렇다! 여기도 이렇다!'

...이런식으로 "의료선진화"씩이나 될 수 있을 날이 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국가에서 국민들에게 보장해줄 수 있는 의료서비스의 부족한 점을 민간이 부담해주는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합리적'이란 국민들의 가난한 주머니를 강탈해서는 안된다는 도덕성과 사회성이 담보되어야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아직은 아무런 얘기도 없는 이런걸 포스팅하는 이유는, 억지로 불안을 조장하는 것도 아니고 현정부가 밉다고 일부러 폄하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지난 2005년, 미국 MIT의 노암 촘스키 교수가 뉴욕타임즈 신디게이트에 기고한 칼럼에 따르면 현재 서유럽과 미국 등 소위 '선진국'이라는 자본주의 국가들의 지배권력층은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들이 원하는건 오직 하나, 계급의 분화입니다.

신자유주의란 자본을 독점한 부류가 그렇지 못한 부류와 구별되어서 완전한 지배력을 갖는, 제국주의 시대의 초기 자분주의로 회귀하는데 그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오바마정권 출범이후 미국마저 신자유주의를 포기하려는 기류를 보이고 있는 이 시점은 우리 나라의 정치권력층과 그들을 떠받들고 있는 조중동, 뉴라이트, 재벌 등등은 결코 포기하고 싶지않은 절호의 찬스를 잡은 시점이기도 합니다.

그저 제 개인의 기우이기를 간절히 바랄뿐입니다.


IP : 58.229.xxx.9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3.5 12:28 PM (203.244.xxx.59)

    이런글은 정말 많은 분들이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 2. 캐나다
    '09.3.5 12:31 PM (221.146.xxx.1)

    캐나다에서 잠깐 있었었는데,
    저런 공립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데, 무릎을 빨리 수술해야 하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6개월을 기다려야 했었습니다. (어학원 선생님 가족이었음 -.-)

    우리나라가 그렇게 될까봐 가슴아픕니다.

  • 3. 좋은 글
    '09.3.5 12:46 PM (203.232.xxx.3)

    감사합니다.
    추천버튼 있으면 눌렀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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