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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전.. 고마우신 동생의 담임선생님

초딩아니라국딩 조회수 : 391
작성일 : 2009-03-04 12:41:16


요즘 개학철이라 선생님에 대한 글이 자꾸 올라오네요.
저도 참 고마운 마음 간직하고 있는 선생님이 계세요.
근데 제선생님이 아니고 한살어린 동생의 담임선생님이네요. ㅎㅎ

전 큰딸이라 괜찮았는데 제 동생이 어릴때 아들아니라고 구박을 많이 받고 자랐어요.
너댓살된 아기 밥먹는데 할머니가 와서 뒷통수를 퍽퍽 때리면서
뭘 안달고 나왔다고 구박을 합니다.
밥을 먹어도, 소꿉놀이를 해도, 잠을 자도.. 아들이 아닌게 죕니다. 말로 구박하고 쥐어박고..

이러니 제동생은 5살이 되도록 사람들 앞에서 말을 안했어요. 마음을 닫아버린거죠.
놀이라고는 하루종일 빈병에 개미 담으면서 놉니다.;; 저녁나절엔 개미가 몇센치가 쌓여요.. -ㅅ-;
밖에 나가서 나무토막 같은거 주워와서 집앞에 쌓아놓구요.
지금 같으면 정신과 직행인데 그때는 그냥 애가 좀 특이하다.. 이정도로 생각들 하시고 지나가셨죠.

이 동생이 초등학교 입학을 했는데
수업시간에 자기가 아는 내용 하고 있길래 자기는 들을 필요가 없는것같아서 그냥 밖으로 나갔다합니다.
선생님이 뒤돌아서 칠판에 뭐 쓰고 있다보면 애가 없는거죠;;;
막 뒷산에 가서 혼자 놀고 있으면 그선생님이 찾아오고 그랬다고 해요..;;
숙제 이런것도 전혀 안해갔어요. 재미가 없으니까..
근데 저희집에서는 아무도 몰랐어요.
청각장애인인 엄마아빠는 돈버느라 바빴고.. 집에는 전화도 없어서 연락도 안됐어요.
들리는 소리가 없으니 그냥 학교 잘 다니고 있겠거니 했죠. 저는 그때 국민학교2학년. 뭘 알리가 없잖아요.
그렇게 학교 입학한후 첫해를 보낸 뒤에 2학년 때 담임선생님!
아직도 이름하고 얼굴, 목소리까지 똑똑히 기억이 나요.

이선생님이 정말 제동생을 사랑으로 감싸주셨거든요.
그랬더니 애가 점점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다른이유로 편애하는거 아닌가 싶으셨을 거에요.
엄마는 입학식, 졸업식, 운동회 빼고는 학교에 찾아온적도 없는데.. ㅎㅎ

특별활동도 하도록 배려해주시고 칭찬 많이해주시고.. 항상 관심가져주시고..
편지도 몇번 써주셨던 생각이 나네요.

그렇게 정상으로 돌아온 동생냔은 점점 성적이 쑥쑥 올라가더니
지금 교대나와서 초등학교 선생님 하고 있습니다.
그때 그 담임선생님도 대구에서 아직 선생님 하고 계신다고 해요.
선생님 된 뒤에 수소문해서 연락을 드렸다는데 너무너무 깜짝 놀라셨다고 하는군요. ㅋㅋ

그선생님 아니었으면 제동생 지금 어떻게 되었을지..;;;
전 제 선생님들보다도 동생의 2학년때 담임선생님. 그선생님이 참 감사하고 문득 생각나고 그러네요.



IP : 119.70.xxx.22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말...
    '09.3.4 1:03 PM (122.32.xxx.10)

    어릴수록 좋은 선생님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런 글을 보면 실감이 나고 그래요.
    우리 아이들도 좋은 선생님 만났으면 좋겠어요.
    원글 쓰신 분 동생도 좋은 선생님이실 거 같아요...

  • 2. 눈물이
    '09.3.4 1:09 PM (221.138.xxx.101)

    핑돌아요 ㅠㅠ 이렇게 감사한 좋은선생님들도 많으실꺼라고 믿어요

  • 3. 초딩아니라국딩
    '09.3.4 1:17 PM (119.70.xxx.22)

    제동생도 지금 선생님 하면서 자기 어릴때랑 비슷한 애들 보면 그냥 못지나쳐요;; 부모님 모셔다가 자기 얘기 해주면서 꼭 치료받도록 해달라고.. 그런다고 합니다. 제동생은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 동생이 5년차인데 그전에 가르쳤던 애들이 자주 찾아오고 하는거 보니 아주 꽝은 아닌 모양이에요. 걔도 잘해야죠. ^^

  • 4. 감사합니다
    '09.3.4 2:19 PM (218.38.xxx.6)

    그리고 고맙습니다

  • 5. 눈물이...
    '09.3.4 2:34 PM (218.38.xxx.124)

    핑,,, 돕니다.. 그리고 저도 그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 6. ㅠㅠ
    '09.3.4 3:14 PM (58.229.xxx.130)

    흑~ 눈물이 핑 돌다가 주루룩 흘러 내립니다.
    제가 학교 다닐때도 정말로 좋으신 선생님들 많으셨는데
    지금도 알게 모르게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많으시리라고 생각해요.

  • 7. 울동생
    '09.3.4 3:14 PM (222.104.xxx.98)

    담임은 그랬다네요.
    국민학교 4학년
    학교에서 문제집을 가져오랬데요.
    근데 3남매중 막내인 동생은
    위 두형제가 풀고 지우개로 지운 걸
    (그당시 울부모의 경제상황)
    가졌갔는데 그걸보고 반으로 접어
    울동생 머리를 뺨때리듯 때렸대요. 두번을...

    울지는 못하고 빨개져서 ...눈물이 그렁그렁 해지니
    뭐하자는거야 하시더래요.
    자기는 30여년이 다 된 지금도 그일이 그렇게
    혼날 일인가 싶은게 묻고 싶데요. 잊혀지지도 않고.
    자기도 새것이 좋은 줄 알고 창피했는데...
    나중에 친구가 왜 혼났어 하는데 몰라 그소리만 했데요.

    그 선생님 입장이 뭐였는지 저도 궁금해요.
    저희는 그때 전과는 당연히 동네 언니꺼나 헌책방가서 구하고
    문제집은 제가 사면(답도 살살 흐리게 쓰고 채점도 표시않고 해서 깨끗이 썼어요)
    두동생은 그거 지워서 썼는데 우리집이 넘 궁상인건가봐요.

    동생이 가끔 그얘기를 할 때마다
    지난 일이지만 속상해요.
    전체 상황을 알 수없지만 일단 맞았다는게
    근데 안가져온 아이는 안 혼났데요.
    그래서 울컥해요.

    그 선생님은 왜 무슨 큰 뜻이 있으셨기에
    울 동생 맘에 대못을 박으셨을까

  • 8. 헉~
    '09.3.4 3:17 PM (58.229.xxx.130)

    윗님 글 읽고 헉소리 나오네요.
    완전 싸이코 선생 아닌가요?
    평생 아이의 가슴에 대못질을 했네요.

  • 9. 초딩아니라국딩
    '09.3.4 3:53 PM (119.70.xxx.22)

    헉.. 아니 무슨 그런 선생이 다있답니까. 뜻은 무슨 뜻이에요, 헐.. 그날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나왔나본데요. 진짜 당하는 입장에선 평생 가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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