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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만이님의 아파트 이야기 듣고 ...

조심스럽게... 조회수 : 1,807
작성일 : 2009-03-04 12:15:45
추억만이님이 쓰신 재미있는 이야기 들었다는 베스트 글 읽었습니다.
대형 평수 아파트 주민들이 자기네들 육교라고 막고 쓴다는 얘기였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리플 다신 분들 말씀대로 정말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하지만 그 동네 분들께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니까 아마 와전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추억만이님 글 내용과는 좀 다르지만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어  조심스럽게 말씀 드릴까 해요.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연립,단독주택들이 많은 낙후된 동네에서
연립 몇채가 재건축해서 들어온 아파트인데요.
새아파트이니 지하주차장이며, 놀이터며, 조경이며 참 잘 되어 있었어요.
주민들도 새 아파트에 입주하신 분들이니 새집에 대한 애착이 강하셨는지
주민들이 자진해서 꽃밭에 꽃도 심고, 놀이터도 꾸미고, 입주한 봄에는 주민음악회도 하더라구요.
놀이터 공터에서 가족들이 나와서 리코더 불고, 하모니카 불고, 율동도 하고,
좀 유치하긴 했지만 요즘 같이 이웃을 모르고 지내는 시대에 한편으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어느 순간 지하주차장에 차 댈 곳이 없고,
놀이터에 매직으로 낙서가 되고 망가지고, 조경들도 다 망가지고 그러더라구요.
쓰레기 버리는 곳에도 무단 쓰레기며, 요일을 지키지않는 분리수거 등등 으로 엉망이 되고요.
저녁에는 동네 불량 청소년들이 와서 술마시고 담배피고 싸우고요.

반상회때에 이런 문제가 여러 차례 논의 되었고,
매일 아파트 방송으로 협조 요청이 나오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전혀 좋아지지 않아서 결국
지하주차장에 아파트 차가 아닌 차량들을 조사하고
아파트 내에 방범으로 설치된 CCTV를 조사해서 범인들을 알아내자고 의견이 모아졌어요.

그래서 놀이터에 낙서하고 망가뜨린 아이들,
화단에 화초 뽑아가는 할머니와 아줌마,
무단 쓰레기 버리는 아줌마, 분리수거 안지키는 사람들,
화단 밟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캡쳐해서 주민알림판에 붙이게 되었는데
분리수거 지키지 않은 사람 5명 중 2명 빼고는 아파트 주민이 아니였어요.
지하주차장에 아파트스티커가 없이 고정적으로 주차하는 사람들은 물론 이구요.

놀이터에 낙서하고 놀이기구 뽑아간 아이들네 부모에게
주민대표가 가서 이러이러 했습니다 말했더니
미안한 기색 하나 없이 그럼 내가 일일이 애 놀이터 가서 놀때 지키고 있어야하냐?며 반문하더랍니다.
화초 뽑아간 할머니와 아줌마들도 CCTV 보여줘도 자기가 아니라고 하더니
한 분은 화초를 뽑아 심어둔 화분을 그 곳에 확 엎어놓고 가시구요.


그래서 결국 담이 없던 아파트에 담이 생기고,
지하주차장에 출입시스템이 생기고,
쓰레기장에 "무단 쓰레기 고발조치 함/아파트 주민 외에 쓰레기 버리지 마시오" 라는
정말 민망한 푯말까지 붙었습니다. -_-;

결과적으론 다시 지하주차장에 주차가 수월해졌고,
아파트 담이 생겨서 무단 쓰레기 버리러 오는 사람들도 적어졌고,
불량청소년 출입도 한결 줄었습니다.
밤새도록 아이들 노는 소리로 복작대던 놀이터도 조용해졌구요.
아파트 주민들이 바라던 대로요.--;

하지만요. 그 과정을 지켜보던 제 마음 한 구석은 편치 않더라구요.
경비아저씨가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쫓아내는 것도 보았구요.(이건 아니다 싶은데 그러시더라구요.)
아파트 담이 생기니 아파트 주변 주민들도 아파트를 빙 돌아가야해서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아졌습니다.
아파트 주변과 입구에 불법 주차가 많아지니  
경비아저씨와 동네 주민들이 주차로 싸우는 것도 두어번 보게 되었구요.

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아파트 주민들도 그런 일을 겪고 나서 마음이 팍팍해졌다고 할까요?
동네 주민들과 섞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 뭐든 동네 주민 탓을 하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누가 잘못했다, 아니다를 떠나서
몇몇 이기적인 사람들 (아파트 주민들 몇몇과 동네 주민들 몇몇) 때문에
(그리고 그런 성향의 분들의 입김은 어찌나 센지 소문이나 정책들이 그런 몇몇 분들에 의해서 결정되더군요)
낯 부끄러운 일들이 생기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지켜줄 것은 지켜주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

IP : 211.106.xxx.22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지키는 사람
    '09.3.4 12:25 PM (121.166.xxx.170)

    도덕을 지키고 양심을 지키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거죠.
    아파트 주민들의 결정을 비난할것만은 아니죠.
    제가 가끔 아이따라 놀이터에 나가보면 모르는 아이들도 어른 하나가 옆에서 지켜볼때와 안지켜볼때 다르게 행동해요.
    제가 뭐라고 말하는것도 아니고 그저 쳐다볼 뿐인데 지들끼리 싸우고 주먹이 올라가다가도 절 한번 쳐다보고 흠칫하며 관두거든요.
    아이들 세계도 이런데 어른들 세계 오죽하겠습니까?
    성숙된 시민문화를 완성 시키려면 어쩔수 없는 과정이라 생각됩니다.

  • 2. ...
    '09.3.4 12:31 PM (116.120.xxx.164)

    근데 아파트라는게....
    남이 볼때는 사는곳이지만...
    아파트에 대한 관점을 달리하면 그게 아파트가 아니고
    묻어둔 금 대용이 될수도 있고 즉시 팔고 뺄 수있는 현금과 같은 존재,적금,주식일 수도 있지요.

    돈과 연관되어서 그래요.

  • 3. 울아파트
    '09.3.4 12:50 PM (61.72.xxx.60)

    필로티에 벤치도 놓고 벤치 옆으로조경도 이쁜데

    밤에 고등 학생 아이들이 침뺃고 담배 피고

    어유 그건 정말 아니예요...

    울 아파트 화단에도 작년 봄에 연산홍 뽑아가는거 직힌 사진이 공개 되기도 햇어요.

    놀이터 에서 아이들 아이스 크림 먹이면서 바닥에 그냥 버리고 -아이교육상 엄마가 버릴곳이 마땅하지 않으면 도로 가방에 넣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저희 아파트는 아직 외부인 차단 그런거 없습니다.
    그런데 목소리 높여 단속하라시는 분 있는데
    반대는 못합니다.

  • 4. 조심스럽게...
    '09.3.4 1:14 PM (211.106.xxx.220)

    네, 저도 팍팍하게 살고 싶진 않은데 아파트 주민으로써 내 집, 내 공간을 지키고 싶더라구요.
    서로 잘 지켜주면 좋을텐데 아쉬워요.

    주변 동네 분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몰지각한 몇몇 분들 때문에
    담을 쌓고, 출입을 제한하고, 그런 일로 서로 얼굴 붉히는 경우가 생기고...
    이런 아파트를 보고 내부사정을 잘 모르시는 동네분들은
    아파트 산다고 유세 떠네, 인심 고약하네, 말이 많고요.

    안타까워요.

  • 5. caffreys
    '09.3.4 3:08 PM (203.237.xxx.223)

    추억만이 글엔 같은 아파트인데도 평수가 달라 차별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아파트와 외부인 사이에 담을 쌓는 이유가 단지
    위의 이유라고 치자구요.
    같은 단지 내 작은 평수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 건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은 공식의 편견때문인가요?

    가난하면 공공질서를 어지럽히고 피해를 준다.
    가난한 사람은 작은 평수의 아파트에 산다.

    아이들의 가정환경 조사서에 아파트 이름까지 적어가게 하는 것도
    뭔가를 판단할 때 저런 공식을 참조하려는 거겠죠.

    이혼 후 혼자서 임대아파트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친구 하나는
    가정환경 조사서 작성때마다 속상하다 눈물짓는데
    누굴 위해 촛불을 들었을까요...

    추억만이 님 말이 맞아요. 정말 개떡 같은 세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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