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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 넓은 나

병이야 조회수 : 1,988
작성일 : 2009-03-03 10:58:45
전 길가다가 할머니들이 야채 조금 놓고 파시는 걸 보면
-저거 다 팔아서 얼마나 될까?
오죽 돈이 궁하시면 저렇게 조금이라도 팔아보려고 나오셨을까?
단속에 걸리면 저 늙은 할머닌 어쩌지?

저녁이 다 됐는데 생선파는 아저씨 좌판에 생선이 남아 있으면
-저걸 어떻게 처리할까?
저 아저씨는 오늘 돈 벌은 거 저거 못 팔면 쌤쌤이 되는 거 아닌가?
저 아저씨도 가족이 있을텐데 힘드시겠다...

울애 합기도 학원 저녁반에 자기 포함해서 총5명이었다고 하길래
-저 합기도 관장님은 저래갖고 어떻게 가정을 꾸려나가시나?
낮 시간이라도 애들이 바글바글해야 할텐데...

고속버스를 탔는데 열 자리도 안 차고 텅텅 비어있으면
-이 큰 버스를 몇 시간씩 운전할건데 기름값도 안 빠져서 어떻하냐...

공원에서 혼자 벤치에 앉아있는 외로운 노인을 보면
-저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죽고 혼자 남으신 걸까?
며느리랑 사는데 며느리 눈치 보여서 대낮에 밖에서 시간 보내다가 저녁에 들어가시는 걸까?

등등...

저 좀 별스럽게 오지랖이죠?
생각이 많아서 재래시장 같은 데를 못 가겠어요.
이 사람도 내가 사줘야 될 거 같고, 저 사람도 내가 안 사주면 오늘 집에 못 들어갈 것 같고...

IP : 218.52.xxx.97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은혜강산다요
    '09.3.3 11:01 AM (121.152.xxx.40)

    저도 그런데..그래서 매번 저만 망합니다요...ㅋㅋㅋ~~

  • 2. ㅎㅎ
    '09.3.3 11:02 AM (119.69.xxx.147)

    저도 한 몇년 가게를 했었기에 그런 생각 정말 많이 해요.
    여기엔 같은 업종이 붙어있네..주인들 미치겠다..에효..부터 들어간 가게에 손님이 없으면 제가 주인처럼 답답하고요.

  • 3. 허걱
    '09.3.3 11:02 AM (123.109.xxx.127)

    제가 쓴 글인 줄 알았어요.ㅎㅎ
    저녁에 퇴근할 때마다 손님 없는 밥집 들여다보며 걱정하는 게 제 일이라죠.

  • 4.
    '09.3.3 11:04 AM (221.141.xxx.177)

    유난히..사람보다도 집없는 강아지만 보면 맘이 너무 안좋아요. 고양이는 그나마 조금 약삭빠르게 느껴져서 그런지 고양이보다도 겁에 질린 강아지는 정말..ㅠ.ㅠ

  • 5. 우리딸이
    '09.3.3 11:06 AM (58.227.xxx.74)

    우리딸 중2 입니다.
    원글님하고 똑같은 걱정을 7살때부터 하더군요.
    친정엄마가 아이를 어렸을때 키워주셔서 할머니들에 대한 애착이 강합니다.
    특히 가난한 노인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
    우리딸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지 외할머니입니다.
    그러고보면 손주키운공은 없다는 말도 예외가 있나봅니다.

  • 6. 노티
    '09.3.3 11:09 AM (210.217.xxx.5)

    저도 제가 쓴 글인줄 알았습니다..
    출퇴근길에 고속버스터미널이 있어..
    평일에 텅텅빈 버스로 터미널 들어오는거 보면..괜시리 짠해서 가슴 답답하고..
    저도 파지줍고 계신 허리굽으신 할머니를 보면...정말 힘드시겠다..라고 안쓰런 맘들고..

    요샌 너무 답답한 일들이 많아서..짠한 세상입니다

  • 7. 저두요!
    '09.3.3 11:13 AM (121.162.xxx.48)

    윈도우쇼핑하다가 점원이 의례상 인사하면 꼭대답해요..점원께서 무안할까봐..
    엘레베이터에서도 어린아이한테까지 먼저 인사하고요..아이 어섹할까봐...
    자게에 내가 아는 글 올라오면 댓글달고요..무플이면 민망할까봐...
    장터에서 살때와 팔때 쪽지로 오고 가면 정말 고맙다는 인사 잘해요..설사실망스럽더라도..
    노상에서 물건파시는 분 왠만에서 그냥 못지나가서 조금이라도 사고요...
    손내밀면서 구걸하시는분 빈손이 민망할까봐 얼마라도 드리고요...
    그 오지랍때문에 6년 시누시동생 데리고 살았고 시댁이종 사촌까지 데리고 있을뻔했어요...(
    대학생인데 학교가 가까워 우리집서 다니라고 남편이 참으라고 해서 입다물었네요^^)

  • 8. 어느 추운 겨울날
    '09.3.3 11:14 AM (58.226.xxx.115)

    저녁식사후 남편과 산보 중이었는데 한 왜소한 아저씨가 군고구마를 팔고 있더군요.
    무지 추운날이었는데 어찌나 안되보이는지..
    이날따라 돈도 안갖고나와 팔아드리지도 못하고 마음이 잘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저 아저씨 다 팔아야될텐데..날도 추운데 큰일이네..했더니
    울남편 왈 넌 니 남편보다 항상 남의 남자 더 걱정하더라.
    내 걱정도 좀 해봐라~ 뜨악...

  • 9. 건이엄마
    '09.3.3 11:17 AM (59.13.xxx.23)

    어제 시골 마트 갔는데 3살쯤 된 애기 코 흘리며 등에 업혀 있길레 코 닦아주고,할머니 무거운거 들고 있기에 도와드리고 ...기적이님 어찌 살까 고민하고....내코도 석자정도 되는것 같은데...

  • 10. 악ㄱㄱㄱ
    '09.3.3 11:22 AM (124.51.xxx.83)

    저두요 그래서 길가에 앉아서 파시는 할머니들한테서 막 사게되요...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도 나구요..ㅜㅜ

  • 11. 중학교는 첨이라
    '09.3.3 11:26 AM (59.18.xxx.171)

    오지랖 넓은 사람들이 많을수록 살기좋은 사회, 우리나라가 되지 않을까요?? 원글님을 칭찬합니다. ^^

  • 12. ....
    '09.3.3 11:27 AM (58.77.xxx.100)

    아는 사람이 가게를 오픈 한 뒤론 가게들마다 텅 비어있으면 절로 드는 생각이 ,
    < 저 집은 어떻게 월세 내려고 저렇게 손님이 없냐...>
    .
    .
    실상 저 보다 더 잘 사실텐데 혼자 걱정하네요..

  • 13. 카후나
    '09.3.3 11:33 AM (119.70.xxx.187)

    마음속에 사랑의 엔트로피가 충만하셔서 그래요...

  • 14. 오지랖퍼
    '09.3.3 11:37 AM (211.237.xxx.25)

    저도 그러네요. 내할일이나 똑바로 할것이지...

  • 15. 저도
    '09.3.3 11:37 AM (125.188.xxx.27)

    한 오지랖하지요.
    근데 그분들이 사실은 저보다 나아요..
    전 그야말로 밑바닥 인생이면서..
    내 앞가림이나 잘해야하는데..

  • 16. ...
    '09.3.3 11:38 AM (114.205.xxx.152)

    저랑 똑같네요..
    살면서 그럴필요 없다는 생각도 들던데..
    우리집 아들녀석이 똑같이 그러네요..
    에휴...^^

  • 17. ㅋㅋ
    '09.3.3 11:40 AM (58.229.xxx.130)

    헉~~ 저도 제가 쓴 글인 줄 알았어요.

    마트 가다가 길 옆에 좌판 펼쳐 놓으신 할머니 계시면
    제가 안 팔아주면 집에도 못 가실까봐 필요도 없는 물건들 골고루 사와요ㅠㅠ
    정작 필요한 장은 못 보고~
    댓글 읽다보니 한 오지랖 하는 저같은 사람 정말 많나봐요^^

  • 18. 착하게 살자
    '09.3.3 11:50 AM (210.99.xxx.18)

    다들 착하셔서 그런거예요

    저는 오늘부터 이런 오지랖을 한번 떨어볼까 싶네요 ^^

  • 19. 듀플레인
    '09.3.3 12:00 PM (203.235.xxx.29)

    저도 새 가게 오픈한다고 공사하고 있는거 보면,,
    아휴,,저 사람들은 대출 얼마 냈으려나,,
    불경기에 손님은 많으려나,,
    이자랑 월세는 감당해야 할텐데..
    이러고 지나갑니다,,ㅠ.ㅠ

  • 20. 저는
    '09.3.3 12:03 PM (211.178.xxx.195)

    예전엔 길에서 전단지 주는것 피하고 안받았는데 몇년 전 부터는 길에서 전단지 나눠주는것 다 받는 편이예요.
    그 사람은 그거 다 돌려야 돈도 벌고 집에 갈수 있을것 같아서요. 나이 먹어가니 그런 생각도 들고 하네요.

    어제 아침에는 길에서 어떤 청년이 전단지를 돌리더라구요.
    추워보이고 해서 한장이라도 빨리 없애게 해주려고 일부러 그 앞으로 가까이 지나가는데 절 안 주더군요.

    원글님처럼 너무 장사가 안되는 집을 봐도 마음이 심란하고 걱정되고...

    설 전날 전철 탔는데 허우대 멀쩡해 보이고 인물도 괜찮아 보이는, 노숙한지 얼마 안된것 같은 젊고 키도 큰사람이 자리가 많은데도 자리에 앉지않고 문앞에 서있다가 서울역인지 용산인지 암튼 거기서 내리는것 같았어요.
    명절인데 집에 못들어가고 있다가 결심하고 열차타고 고향가려는 사람인가 싶었어요.
    추웠는지 머리에 모자를 쓰고 서있다가 내리는데 마음이 참 짠해 졌어요.
    아마 빚을 져서 빚 독촉땜에 집에 못 들어가고 방랑하다가 큰 맘먹고 고향으로 가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어땠길래 오늘날 저렇게 살수밖에 없나 싶어서 마음이 편치 않네요.
    그 청년도 어느집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었을텐데 하구요.

  • 21. ....
    '09.3.3 12:12 PM (58.122.xxx.229)

    사람맘이 다 그런가봅니다 .

  • 22. ^^
    '09.3.3 1:39 PM (121.156.xxx.157)

    다들 그러시군요. 저희 신랑은 저 더러 남 걱정 말라고 한답니다.
    어제도 신장 개업한 곳을 다녀왔는데 사람이 없어서 제가 걱정에 걱정을 했더니만 (테이블이 몇개던데 최소 하루에 몇테이블은 차야 하는 거 아니냐.. 가격이 얼마니까 테이블당 얼마고 어쩌구 저쩌구... 임대료도 높을 텐데.. 어쩌구 저쩌구)

    신랑 왈... 너.. 주인양반하고 뭔 사이지... 그렇치~!!!

  • 23. 제가,
    '09.3.3 4:14 PM (121.142.xxx.135)

    쓴 글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본들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짠해져요.
    그래서 막 사드리게 된다는....

  • 24. 헉!!!
    '09.3.3 4:39 PM (222.110.xxx.137)

    계속 헉!!! 헉!!! 헉!!! 했어요~

    저도 제가 쓴 글인 줄 알았습니다.
    완전 똑같애요~~~ 저도 맨날 고민했는데, 아아아아~~~ 반가워요!!!
    원글님 말고 다른 분들도 너무너무 반가워요~~~~ 흑흑흑흑.
    저만 이상한 게 아녔어요~ 아이, 기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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