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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엄마와 딸..

다큰딸 조회수 : 1,679
작성일 : 2009-02-24 18:58:00
우선.. 나름 고민 많이 하다 글 올리는 거니까 돌던지실 분은 그냥 여기까지만 읽고 나가주세요..

저희 부모님은 제가 3살때 이혼을 하셨습니다.
전 친할머니가 키우셨고, 아빠는 제가 5살때 재혼하셔서 지금까지 잘 살고 계시구요.
친할머니랑 살면서 삼촌이랑 고모들이 하도 잘 챙겨주고 감싸줘서 아빠가 이혼을 했다는 사실을 고2때 첨 알았을 정도였어요.
부모님이랑 같이 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엄마가 일을 하니까 전 친할머니가 둘째는 외할머니가 키워주셔야 한다고 설명하셨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보다 했구요.
지금의 엄마가 좀 차갑다고 느끼면서도 뭐 워낙 성격이 그러려니 했던 거 같구요.
고2때 아빠가 이혼을 하셨고 지금의 엄마가 친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죽는다고 몇 번이나 약도 먹어보고 손목도 그어보고.. 참 모진 짓 많이 했습니다.
뭐 그런다고 바뀔 사실도 아니고.. 고2 1년을 그렇게 정신 못차리다가 고3 되면서 어쨌든 내 인생은 내 몫이니까.. 하면서 공부해서 대학도 가고.. 대학 가자마자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친엄마가 계신다는 곳의 주소를 알아냈죠.
그렇게 엄마랑 연락이 닿았는데 참 묘한 관계가 되더라구요.
연락도 늘 내가 해야 하고, 찾아가는 것도 늘 내가 해야 하고.. 그냥 살가운 엄마 정이 그리웠던 저한테는 나를 귀찮게 생각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1년에 한두번 보고, 한달에 한번쯤 연락하면서 지내다가 제가 결혼을 하게 되었구요.
물론 오고 싶어하겠지.. 하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오시라고 할 순 없더라구요.
시어른들은 이혼사실을 알고 계셨지만, 지금 엄마의 입장도 그렇고 절 키워주신 할머니도 극구 반대셨고 무엇보다 외가쪽 식구들 다 대동하고 참석해야겠다는 엄마의 생각이 좀 많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준비하면서는 연락을 하지 않았구요.
그 이후부턴 1년에 한두번 제가 전화하면 목소리 듣는 게 전부네요.
작년에 둘째낳곤 집에 와서 한두달 계시는 게 어떻겠냐고 했을 때도 연락한다고 하시곤 쭉 묵묵부답이셨구요..

30대 중반.. 뭐 엄마의 사랑이 필요하다던가 그런 나이는 훌쩍 지나왔습니다.
그런데도 가끔, 아주 가끔씩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를 할 때마다 '내가 왜 이런 의미없는 짓을 하고 있지?'하는 생각이 들 게 만드는 엄마..

낳기만 하고 키우질 않아 정이란 게 없어 그런걸까요?
오늘은 정말 핸드폰에서 엄마 전화번호를 확 지워버릴까 싶을만큼 맘이 상하네요.
IP : 125.176.xxx.9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2.24 7:12 PM (210.115.xxx.46)

    제가 경험한 일이 아니니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두 분 다 서로 상처받으신 게 아닌가 싶어요.
    원글님은 원글님대로 마음이 아프신 데가 있으실테고
    어머님은 결혼식에 못가셔서 서운한 것도 있으실테고요.
    계속 함께 살아온 모녀지간도 아무리 친해도
    때로는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고 그런 것같아요.
    그래도 엄마시니까 어떡하겠어요.
    저도 딴에는 효녀라는 소리 들을 정도로 잘 해드리지만
    엄마가 가끔 던지는 차가운 말 한마디에 상처받거든요.
    그냥 원글님이 힘드시더라도 딸 된 도리 한다 생각하시고
    대하시는 게 어떨까요. 암튼 너무 속상해 마시고 힘내세요.

  • 2. 그냥
    '09.2.24 7:38 PM (58.225.xxx.94)

    느낌에 감정에 충실하셔요
    도리에 자책할 필요도 없고 엄마에 대한 기대로 마음 다치지도 마시고요.
    과거에 묶이지말고 현재에 가정에 충실하셔요

    평범한 듯 보이는 모녀관계도 윗님 말씀처럼 냉랭한 관계 .....아주 많습니다
    저는 몇달 전에 친정모친 돌아가셨지만 슬프지도 그립지도 않습니다
    제가 맏딸이었지만요

  • 3. 훼어리
    '09.2.24 7:45 PM (122.34.xxx.16)

    원래 자식은 키운 정이지요.
    원글님 자책하지 마세요.
    어머님이 연락된 후로도 냉냉하다는 건
    따님을 많이 잊고 살았던 거 아닐까 싶으니까요.

  • 4. .
    '09.2.24 8:30 PM (218.238.xxx.26)

    저도 결손가정..4십대 중반입니다..
    어릴적 5세쯤? 나는 엄마한테,남동생은 아빠(아빠란말이 잘안나오네요.ㅎ)한테..
    평생을 저는 아버지란분 못만나봤구요..통화 두번정도?
    하지만 남동생은 다 커서 찾아왔더라구요..지금은 저랑 엄마랑 가끔 통화하고 만나구요..
    그 사연 넘 기니 짧은 뎃글에 못적고 결론은..
    님처럼...서로 떨어져 살면 정말 정이 없습니다..우리엄마가 남동생 대하는거봐도
    그렇고..별로 보고파하지도 않고...
    아버지와 딱 두번 통화한 (한번은 중학교때 한번은 다 늙어서)
    적있지만..오랫동안 마음을 후벼팔정도로 무덤덤, 아픈말만하고 끊었었지요..
    근데요..저는 살면서 아버지가 궁금은 했지만 그립진않았는데...어느날..
    아버지에 관한 영화나..그런걸보면 사정없이 눈물이 나옵니다...속에 억눌려 내재되있는지
    는 몰라도...하물며 얼마전 과속스캔들 볼때도 하염없이 눈물나서 당황했네요..감추느라..
    (그게 왜 아버지와 딸과의 관계가 나오니...)
    이런부분은 걍 운명이겠거니 해요...내 남동생도 가끔씩 그렇겠지요..
    근데...자식을 하나도안키운 부모는 떨어져 살았던 그 자식보다 감정이 덜한거같아요..
    생각해보면...같이 산다른자식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살아봐야 한세상인데...왜 연락처알면서 한번도 안찾는지...(아버지요...)
    저는 그래서..자식놔두고 이혼한부부..걍 이유없이 밉습니다...
    저같은 경우 같아서...걍 지나쳐지지가 않네요...
    자책할거없구요...원글님 아가와 남편한테 그 정 다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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