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서 (사실 하기전에도 백수였지만) 전업주부가 되었습니다.
7년간 잘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혼자서 중남미 배낭여행 두어달 다녀와서 대학원 준비해서
후기로 들어갔거든요.
학교다니다가 결혼한 케이스라서 취업하기도 뭣하고,
평소 엄마의 '여자는 그저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자기 살림하며 사는게 최고'라는 이론에
긴 직장생활에 지쳐서 퇴사했던 전 '아, 진리일지도 몰라.' 라고 생각했거든요.
좀 힘든 직업군에 종사했던터라 하루 한시간 반씩 세시간을 출퇴근하면서
그것도 첫차와 막차로 왔다갔다하는 생활을 했거든요.
24시간 꼬박 대기상태여야하고, 새벽 두세시에 오는 전화도 정확하게 받아서 수행해야했어요.
그런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서른 여섯의 이른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여자 혼자서 아이들을 키워야했던
엄마의 힘든 인생이 그런 결론을 만들어준듯 싶어요. (.. )
합가하지 않고 살기때문에 신랑 출근하면 온종일 혼자 있어요. 지금 방학기간이거든요.
처음엔 좋았어요. 새벽 5시반에 일어나서 금방 지은 따끈한 밥과 국에 신랑 밥먹이고,
오늘 입을 양복에 넥타이도 코디해놓고 그랬거든요.
학교가 가까워서 운동삼아 걸어가서 도서관에서 책도 보고,
집에 오면 오븐으로 과자도 구워보고 하루종일 바빴어요.
와이셔츠 세탁이란 것도 처음해보고, 남편 기다리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그런데 임신 14주가 된 지금은 새벽일찍 일어나기도 힘들고, 입덧때문에 상차리기도 귀찮아요.
남편은 언제나 괜찮다고 안해도 된다고 하지만 그것도 안해주면 미안해서
거의 매일 차려줘요. 내용물 매일 바꿔서 삼각김밥으로 도시락도 싸주고요.
오늘 아침도 카레랑 돼기고기넣은 김치찌개랑 샐러드만들어서 남편 잘 먹여서 보내고
이제 점심시간이네요.
어제 카레랑 찌개끓이면서 그걸로 저녁먹었고, 오늘 아침도 먹었는데 점심까지 먹기 싫어요.
그렇다고 다른거 만들어 먹기도 귀찮고요.
사실 귀찮다기보다는 제가 만들어서 제가 먹는거니까 메뉴도, 맛도 뻔히 아는게 구슬퍼요.
'내손을 거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아요. ㅠ_ㅠ
남이 차려주는 밥상 받고 싶어요.
이래서 친정 엄마가 외식을 좋아하시나봐요.
집에 돌아오시면 엄마도 우리를 위해서 식사 준비를 늘 하셔야했으니까요.
다음에 엄마랑 외식해야겠어요.
엄만 허름하고 맛있는 집보다는 맛은 별로여도 인테리어가 예쁜 식당을 좋아하시죠. ^^
처음 월급받고 패밀리 레스토랑 모시고갔을때 드라마에서만 보던 곳이라며
너무 즐거워하시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흑, 엄마, 보고싶어.
저 점심 뭐 먹을까요.
사는 곳이 휑한 곳에 아파트만 달랑 있는 개발 지구라서 마트 푸드코트 가기도 쉽지 않고,
배달음식은 조미료때문에 태아에게 안좋을까봐 잘 안먹어요. 양수가 탁해진다나.. -ㅅ-;;
친정가면 냉장고에 맛난 것들이 그득~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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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뭐 먹을까요....
구슬프다.. 조회수 : 246
작성일 : 2009-02-19 12:21:24
IP : 61.101.xxx.17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태아땜에
'09.2.19 1:47 PM (59.8.xxx.32)먹으시라고 권할수 없네요
저는 점심 귀찮으면 사발면입니다
박스로 사서
그냥 고추가루 조금넣고 김치넣고 나중에 밥 조금말아 먹으면 배가 부르네요
제일 행복한 점심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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