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화와 칼'을 다시 읽고 있는데요, 번뜩 정신이 들게 하는 부분이 있어 82에도 올려요
일본의 이지메에 대한 근본적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도..
더 이상 이지메는 일본만의 것이 아니죠. 우리나라도 수많은 왕따들이 있잖아요.
책을 읽다보면 육아 방식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와 굉장히 유사한 점이 많아요.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볼만한 문제네요.
…그러나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쓰는 수단은 젖을 찾는 아이에게 아직도 갓난아이를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놀려 대는 것이다. “사촌인 아무개를 봐라, 그애는 정말 어른 같다. 너처럼 작은데도 젖 달라고는 안한다”라든가, “이것 봐, 저애가 보고 웃어요. 너는 벌써 형인데 아직 젖을 찾다니”하고 놀려 댄다. 두 살이 되고, 세 살이 되고, 네 살이 되어도 아직 어머니의 젖을 찾는 아이는 자기보다 큰 아이가 가까이 오는 발소리를 들으면 급히 엄마를 떠나 딴전을 피운다.
이처럼 아이를 놀려 대어 빨리 어른이 되는 것을 재촉하는 것은 젖 떼는 경우에 한한 일은 아니다. 아이들이 자기에게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는 어떤 경우에건 이 방법이 잘 쓰여진다. 사내아이가 울면 어머니는 그 아이에게 “너는 여자아이가 아니야”라든가, “너는 남자다”라고 말한다. 또는 “이봐, 저애를 봐, 저애는 울지 않잖아”라고 말한다. 손님이 갓난아이를 데리고 온 경우에는 어머니는 자기 아이 앞에서 손님이 데리고 온 아이를 귀여워해 주는 것처럼 하며, “이애를 엄마의 아이로 삼아야겠다. 엄마는 이처럼 똑똑하고 착한 애가 좋아. 너는 벌써 다 컸는데도 바보짓만 하고 있는걸” 하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는 어머니에게로 뛰어가 어머니를 주먹으로 계속 때리면서 “싫어요, 싫어. 이젠 갓난아이 같은 건 싫어요. 나도 엄마 말 잘 들을게”하고 운다. 한두 살된 아이가 떠들거나 말을 잘 안들으면, 어머니는 남자 손님에게 “이애를 어디로 데려가세요, 우린 이런 애가 필요없어요”하고 말한다. 손님은 짐짓 그 역할을 맡아 그애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아이는 울부짖으면서 어머니의 도움을 청한다. 어머니가 이젠 충분하다고 생각되면 태도를 부드럽게 하여 아이를 불러들이고, 아직도 심하게 울고 있는 아이에게 이제부터 얌전히 하라고 맹세시킨다. 이 조그만 연극은 때로는 대여섯 살 된 아이들한테도 연출된다.
아이들을 놀려 대는 것은 또 다른 형태로 하는 경우도 있다. 어머니는 남편 곁으로 가서 아이를 향해, “나는 너보다는 아빠가 더 좋단다. 아빠는 좋은 사람이니까” 하고 말한다. 아이는 질투가 나서 아빠와 엄마 사이로 뛰어들려 한다. 어머니는 “아빠는 너처럼 집안을 시끄럽게 하거나 방 안에서 뛰어다니진 않으신다”고 한다. 그러면 아이는 “아니, 아니야. 나도 이제 그런 짓은 하지 않아요. 나는 좋은 아이가 될 거에요. 자, 이제 예뻐해 주는 거죠?” 하고 말한다. 이제는 충분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연극이 진행되면 부모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빙긋이 웃는다. 그들은 사내아이뿐 아니라 여자아이도 이렇게 놀려준다.
이러한 경험은 성인이 된 일본인에게 현저하게 나타나는 조소와 배척에 대한 공포심을 기르는 비옥한 토양이 된다. 자신이 놀림을 받고 있다는 걸 몇 살이 되어야 알게 되느냐를 단정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늦든 빠르든 아이는 자신이 놀림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조롱받고 있다는 의식과 함께 일체의 안전한 것, 익숙해져 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아이들의 무서운 공포의 하나가 된다. 어른이 된 뒤 타인에게 조롱을 당하게 될 경우에도 이 유아기의 공포가 어디엔가 남아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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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는 배운다 中
틀 조회수 : 156
작성일 : 2009-02-10 00:04:26
IP : 121.151.xxx.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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