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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가 수그러 들어야 하겠지만...(많이 길어요.)

마야 조회수 : 650
작성일 : 2009-02-09 11:23:57

가입후 처음으로 글을 남깁니다. ^-^
예전 자게부터 쭈욱 훝어보면서 새로운 지혜와 깨달음에 감탄하고 있어요.
역시..지금  제가 안고있는 문제와 가장 부합된 글을 접할때 더욱더 정독하게 되는건 어쩔수가 없는것 같아요.

전 20대 후반의 미혼입니다.
이곳에서 어머니 또래나 그 이상 연배의 분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랄까....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상대적으로 저희 어머니를 떠올리면 문화적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사시는것 같아 마음이 싸아해 지구요.
(아래 잠시 그 이유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지금 저와 어머니의 사이가 무척 나쁩니다.
작년 여름쯤에 사건의 발단이 되었고 지금까지 쭉-
더군다나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어머니와 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면 믿어지시나요?
같은 집에 살면서 ....
활동대가 겹치는 시간에는 서로가(혹은 제가)의식적으로 피합니다.
목이 말라도 부엌에서 소리가 나면 참았다가 잠잠해질쯤에 나가고, 씻을때가 되어도 혹여나 거실에서
어머니와 마주칠까봐 귀를 귀울였다가 빛의 속도로 욕실행입니다.

처음에는 그 누구도 아닌...나와 가장 가까운 관계인 모친과의 사이가 나쁘다는 사실에 죽을만큼 괴롭고 어머니가 증오스럽고 제 처지가 한탄스러웠는데 역시 시간이 흐르고 적응이 되다보니 이짓(?)도 익숙해 지는것 같네요.

그래서 ...작년 가을부터 저는 도피하듯 심리관련 책에 매달렸습니다.
주로 80%는 김형경씨 의 저서였어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린시절의 제가 불쌍해서,지금의 제가 불쌍해서...
학창시절, 직장생활 시 왜 그리도 인간관계가 서투르고 자책이 많았는지 서서히 알게 되었어요.
착한여자 컴플렉스에 평생을 시달려 왔었고, 나르시시즘과 자기비하의 연속인 불안한 생활 등등.

모친과의 갈등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파고든 심리책에서 저는 되려 어머니를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어마어마한 무게의 원망만 차곡차곡 쌓여감을 느꼈어요.

왜 그리도 어린시절에 저를 엄하게만 대하셨는지 ....
아버지와의 사별->일방적인 친가와의 관계 두절 ->재혼->그리고  6년후의 이혼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왜 단 한번도 나에게 상의를 하지 않았는지, 나이가 어렸기 때문이라면 현재 상황을
눈높이에 맞게 차근차근 설명이라도 할수 있었을텐데..

제가 독립후 본능적으로 늘 드는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그래도 학창시절보다는 지금이 낫잖아. '

네... 어떤 상황이어도 그 시절의 저보다는 덜 불안하고 덜 무서웠으니까요.

회의, 우울, 무기력,자기비하, 폭식, 도피 ..
자의식이 생기기 전부터 지금 현재까지 끈질기게 저를 따라붙은 이것들의 실체는 바로 어린시절의
그런 상처들이 발로가 되었다는것에 어머니가 너무나 원망스러웠습니다.

더 나아가....
외할아버지는 왜 어머니를 국민학교밖에 보내지 않았을까...
집안이 가난한것도 아니었다는데, 맏딸이었다는데.... 외삼촌은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면서..

서른의 나이에 혼자되셨을때 어머니는 얼마나 막막하셨을까...
배운것이라도 많았다면 물장사, 음식장사, 노점상 등을 전전하지 않아도 되었을것을...
그랬다면 여동생과 나에게 좀더 신경쓸 시간이 많았을텐데...

뭐가 그리 급해서 아버지 돌아가시고 2년도 안되어 재혼을 하셨던가....
재혼했으면 잘 사시기라도 하시던지...
새아버지란 사람의 무능력, 끝없는 부부싸움 (이불 속에서 덜덜 떨며 하나님, 부처님 제발 오늘은 엄마와
새아빠가 싸우지 않게 해주세요... 몇번이나 떨면서 기도했는지...)
최소한 새 아버지란 사람때문에 형성된 남자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텐데...

하...
이 끝 닿을줄 모르는 원망이란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이론은 분명하더군요.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어라/ 속 마음을 편지로 적어 건네라/
하지만 이것이 저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먼저 어머니에게 다가선다는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것 같아요.

.
.
.
.

마냥 적어내려가다 보니 중구난방인것 같아요.
감정이 북받쳐 또다시 눈물이 줄줄 흐릅니다.

결론은

1. 어떤일로 인해서 모친과 사이가 많이 틀어져서 지금까지 냉전중이다.

2. 심리책을 읽고 나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에 지금 나의 성격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머니의 양육방식이었음을 명확히 알게된 지금은 되려
    모친이 더 원망스럽고 애증도 더해간다.

입니다...

끝맺음이 흐지부지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124.51.xxx.5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부모.....
    '09.2.9 11:53 AM (59.0.xxx.202)

    부모자식간이 꼭 교과서처럼 드라마에서처럼 정겨운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더군요. 아마 대물림되는 성격...그런 게 있을 겁니다. 할머니로부터 어머니께 어머니로부터 원글님께요....
    그냥 이해하시고
    미워하지 마시고
    이제 독립하세요.
    인간은 원래 그렇게 혼자 가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독립하시면서 새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세요.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요.
    원글님은 나중에 새 가정을 꾸리시면서 자식에게 어떤 것을 물려주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잘 아실 거라고 믿어요. 그렇게 내일을 바라보면서 사시면 되는 겁니다.
    힘내요. 아파하지 마시고. 다들 그렇게 나름대로 상처를 안고 사는 게 인생이랍니다.

  • 2.
    '09.2.9 12:15 PM (121.151.xxx.149)

    아직 어릴때 느꼈던 그모든마음들이 제대로 정리되지않은채 님은 무섭고 힘들었던 그시절에서 벗어나지못하신것같아요
    사람이 자기의 능력밖의 일을 당하면 그일에대해서는 멈춰진다고하더군요
    저도 한두번 그런일이 있었구요
    지금도 그때생각하면 그날에서 내생각은 멈춰져있어요
    그래서 객관적인 사고도 못하고 행동도못하고 그일에 매몰되어가는것이지요
    나이가들면 달라져야하고 달리살아야하는데그게 쉽지않은일같아요

    님이 거기서 벗어날려면 어머님의 사과를 받아야할테인데
    그건 쉽지않은것같아요
    그러면 그냥 님이 어머님을 모르는척하고 사시는것이 제일 좋을것같네요 지금처럼한집이 아니라 각자 독립된생활을하시면서 몇달에한번정도 만나서 얼굴보고 이야기하는것으로
    그러다보면 어머님에대해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실수있을겁니다

  • 3. 다....
    '09.2.9 1:24 PM (59.86.xxx.68)

    세상 일 모두 한발짝 다가가 들여다 보면 소설 감 드라마 감 아닌것 없고
    한발짝 물러서면 이해 못할 일들 하나 없어요.

    원글님이 읽으신 소설책들 어떤 것들인지 짐작 갈만 합니다.
    저 역시도 좋아하는 작가고, 그 책들을 읽으며 그런 시간을 보냈었으니까요.

    원글님께 권해드리고 싶은 게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소설을 통해 어머니와 원글님에 대해 좀더 생각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소설이라는 틀을 벗어나 원글님이 직접 어머니와 대화를 하시는 건 어떨까요?
    마음 담은 쪽지나 편지 같은건 도움 안되요. 소설에서도 읽으셨듯이 두 분이 한번
    속 터놓고 싸우고 울고 끌어안아주면 어떨까요?
    꼭 어머니를 이해하고 용서하라기 보다는 그런 과정을 몇번이고 겪다보면
    지나왔던 과거를 과거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개운함 마음이 생길 듯 합니다.

    또 하나는 어머니와 떨어져 지내는 것을 권합니다.
    원글님 이미 독립할 나이는 지난 성인입니다.
    때로는 거리를 두어야 서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멀어져 있어서 얻는 단점들도 있겠지만 원글님 상황에서는 장점이 더 클 듯 합니다.

    제가 권해드리는 두 가지가 좀 상반된 것들이죠?
    되도록 둘 다, 안되면 둘 중 하나라도 시도해보시면 어머니를 보는 좀 더 다른 눈을 가질 거라 여겨집니다.

    원글님
    어린 시절 받지 못한 사랑 때문에 성인의 몸 안에 어린 아이 마음을 담고 사는 사람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아요.
    그 모두가 계속 부모를 원망하고 살지는 않죠.
    나이 더 들고 좀더 많은 세상에 부딪히고 살다보면, 특히나 본인도 결혼이란걸 하고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다보면 자연스레 이해하는 부분도 생기는 거고
    그래도 이해 못하는 것들은 내 아이에겐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삭히며 사는거죠.

    그때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같은 생각들은 이제와 소용없습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온 시간일 뿐이고, 원글님께는 원글님 자신이 있어요.
    원글님 스스로가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시길 바랍니다.

  • 4. 원글이
    '09.2.9 2:13 PM (124.51.xxx.54)

    정성어린 충고들 감사합니다.
    네... 과거에 연연한다는건 참 스스로를 갉아먹는것 같아요.
    쉽지 않겠지만 과거보단 현재와 미래를 중히 여겨야 하겠지요...

    사실 전 19살부터 26살까지 (취업차 지방으로) 독립을 했었습니다.
    뒤늦게 어머니와 같이 살고 부딪치며 내안에 침잠되어 있던 풀지못한 원망이
    이제서야 수면위로 올라온것 같아요.

    다시 독립이나 결혼 등으로 제 입장에 변화가 온다면 지금보단 모친을 바라보는 마음이
    좀 유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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