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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내와 원시인이 되었습니다.

해남사는 농부 조회수 : 1,799
작성일 : 2009-02-04 01:36:19
어제 밤부터 내리던 비가
오늘 날이 밝고 오전이 다 가도록 그치지 않는 바람에
오늘 보내야 할 배추 절이는 작업을 하는데많은 애를 먹었습니다.
소위 아내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데가 바로 저희가 사는 곳입니다.
오늘 보낼 배추는 그럭 저럭 작업해 택배로 보내고
문제는 내일 보낼 작업을 하는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라도 제가 사는 지역은 온통 황토여서
비나 눈만 오면 진창이 되기 십상인데
더우기 저희 집이 밭 가운데 있어서
비나 눈이 오면 꼼짝달삭을 못하는 고립된 섬이 되고 맙니다.
그래도 내일 보낼 배추는 따다가 절여야 하는데
아무리 4륜구동 차라 해도 방법이 없습니다.
트랙터라도 시동이 걸리면 괜찮은데
트랙터마저 병이 들었는지시동이걸리지 않고
하다못해 리어카를 끌고 배추를 나르는데
리어카도 바퀴에 진흙이 달라붙어
꼼작달삭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내와 둘이서
저는 앞에서 끌고 아내는 뒤에서 밀어도
리어가조차 꼼짝을 하지 않습니다.

한 두 분도 아니고
적지 않은 분들과 내일 보내드리겠노라 약속을 한 처지에
날씨를 핑계로 미룰 수도 없고
"아이고! 사람 환장하겠네"
커다란 고무통에 줄을 매서
고무통에다 배추를 실고
아내와 둘이서 줄을 끌어 어렵게 배추를 날랐습니다.
지금은 배추에 간하는 작업을 마치고
방에 들어와 이 글을 조립하고 있는데
아내와 둘이서 고무통에 중을 매어 끌면서
옛날 원시인들이 이런 방법으로 물건을 나르지 않았을까 상상되더군요.
카메라가 있어서 그 모습을 찍었더라면
틀림 없이 보기 힘든 특종이 되었을 턴데
가지고 있던 카메라를 대학 다니는 딸이 가져가
새로 구입한 카메라마져 아들이 가져가는 바람에
아싑게도 세기적 작품이 될 수도 있었던 모습을 찍지 못했습니다.
더불어 여러분게서도
자칫 세기적 작품이 될 수도 있었던 사진을 보실 수 있는 기회를 잃으신 것이구요.
이글을 보시는 분들은
생에 두 번 오기 어려운 기회를 잃으신 것을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하셔야 할 것입니다.
IP : 61.84.xxx.92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2.4 1:39 AM (220.122.xxx.155)

    오늘 많이 힘드셨겠어요.. 허리는 괜찮으신지..
    후기가 좋아서 저도 주문하고 싶은데 저는 김치를 아직 한번도 안해 봤어요. 친정에서 얻어먹느라.. 김치만 할 줄 알았으면 벌써 주문했을거예요.
    배추의 고소한 맛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2월말까진 주문 받으신다하셨으니 그 사이에 자신감이 생기거든 지를지도 몰라요. 김치 레시피 열심히 공부해서

  • 2. 짝퉁 듣보잡
    '09.2.4 1:42 AM (122.32.xxx.10)

    저도 주문하려고 합니다. 전 날이 개여서 좀 편해지시면 할께요.
    힘든 일 하셨는데, 부디 좋은 결과가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

  • 3. 빨간문어
    '09.2.4 1:44 AM (118.32.xxx.195)

    후기가 올라오고있네여..
    부디 고생하시고 땀흘린 보람 만끽하셨으면 좋겠네여..

    그나저나 금년 해남 밤고구마농사는 하실 예정인가여? 댓글주세여..

  • 4. 내년에는 일찍
    '09.2.4 1:48 AM (124.80.xxx.157) - 삭제된댓글

    엄청 진실하신 분일 것 같은...
    내년 김치 예약할께요.
    내년에는 절임배추 일찍 올려주세요...
    김장철 전에 올려주셔용^^

  • 5. 해남사는 농부
    '09.2.4 1:56 AM (61.84.xxx.92)

    빨간문어님!
    올 해 고구마 농사는 여름고구마와 가을고구마 모두 할 예정입니다.
    고구마를 심으면
    고구마를 캐기 전에 회원분들을 초청해'고구마순 뜯기 행사와
    고구마를 캘 때는
    역시 회원분들을 초청해
    가장 먼저 고구마 캐기 행사를 가질 계획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기대를 가지셔도 좋을 것을 약속합니다.

  • 6. 내년에는 일찍
    '09.2.4 1:59 AM (124.80.xxx.157) - 삭제된댓글

    농부님 내년에는 일찍 올려 주실거죠????????????^^

  • 7. 해남사는 농부
    '09.2.4 2:01 AM (61.84.xxx.92)

    많은 분들이 배추는 김치를 담는 용도로만 알고 계시는데
    적당하게 절인 배추의 물기를 쏙 빼고서
    삼겹살 쌈을 해도 맛이 그만이고
    삼겹살이 아니고 양념장이나 쌈장을 준비해
    양념장 쌈이나 쌈장 쌈을 하셔도 맛이 뛰어납니다.
    절이지 않은 생배추를 양념장이나 쌈장에 쌈을 하셔도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이며
    생배추를 데쳐서 나물을 해도 별미고
    국이나 된장을 끓여도 맛이 좋습니다.
    삼겹살 쌈을 빼고는
    저희가 즐겨 먹는 특식 메뉴입니다.

  • 8. 내년에는 일찍
    '09.2.4 2:06 AM (124.80.xxx.157) - 삭제된댓글

    아~~김장철 배추와는 다른거군요...^^
    월동배추가 더 맛있을 것 같아요.
    김장김치를 일부러 많이 할 필요가 없겠네요...
    요렇게 겨울에도 배추가 나오궁...
    배추에 대해서 아는게 없어서...
    여하튼 감사합니다.^^

  • 9. 해남사는 농부
    '09.2.4 2:20 AM (61.84.xxx.92)

    요즘 시중에 판매되는 배추는
    대부분 해남지역의 특산물인 월동배추입니다.
    월동베츠는 해남지역에서만 재배되는 배추로
    추석 때 심어 겨울을 밭에서 납니다.
    해남 배추도 대부분 2월 중순이 지나면 추대가 되어
    수확해 냉장창고로 들어갑니다.
    해마다 기언이 상승하는 바람에
    배추도 추대시기가 빨라지는 추세인데
    만일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
    추대가 발라지게 됩니다.
    "추대"란 배추의 동이 올라 오는 것으로
    배추가 추대가 되면 상품으러 가치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요즘 시중에 판매되는 배추는
    저온창고에 보관한 배추가 아니면
    해남에서 올라가는 배추로
    채소는 추운 지방에서 나는 채소일수록 맛이 좋습니다.

  • 10. 세상에서
    '09.2.4 2:24 AM (118.223.xxx.14)

    가장 귀한 일을 하시는 농부님 덕분에...
    배추 예쁘고 알맞게 잘 절여진 미인배추를
    맛나게 김치 담그고 목살사다 보쌈 먹었는데
    죽음입니다
    이 계절에 김장김치 두번담그고
    온동네 자랑했습니다
    장터에 오래오래 자리 잡으시기 바랍니다
    배추맛에 홀딱 반하고
    농부의 자긍심이 절로 우러나오십니다..
    참으로 휼륭한 농부이십니다

  • 11. 은실비
    '09.2.4 6:50 AM (125.237.xxx.82)

    배추도 키워주신 주인을 닮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해남사시는 농부님, 건강하십시요.

    산이면 노송리출신 지인이 하나있습니다.

  • 12. 해남사는 농부
    '09.2.4 8:00 AM (211.223.xxx.112)

    "해남사는 농부의 인사 법"

    감사합니다. - 감 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고구마 사겠습니다.

    위에 글 주신 모든 분들과
    여기 회원 모든 분들께 드리는 해남사는농부의 인사말입니다.

    캄사켔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 13. ㅎㅎ
    '09.2.4 9:42 AM (116.126.xxx.50)

    저 아무래도 해남사는 농부님 팬이 될거 같아요.^^
    한상자 더 주문할래요.
    김치로 안담그고 그냥 이리저리 해먹어도 맛있을거 같아요.
    겉저리.쌈.된장지짐.지개넣어 먹기.백김치.물김치등등.

  • 14. 지나가다
    '09.2.4 10:02 AM (58.229.xxx.130)

    해남사는 농부님! 딴지는 아니구요~ 걍 궁금해서요~
    아내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데가 해남이었나요?
    옛날에 탄광촌에 비가오면 탄먼지?가 질퍽하게 길에 넘쳐나
    다리까지 푹푹 빠져서 장화없이는 못 산다는 글을 읽었는데..
    해남도 황토흙 때문에 장화없으면 못 산다고 하나봐요.

  • 15.
    '09.2.4 10:59 AM (221.140.xxx.210)

    내일 조금 받기로 신청된 사람인데요.^^
    너무 힘들게 작업하셨다니 맘이 안쓰럽네요...
    두 분이 빗속에 고생하시는 영상이 그려져서
    내일 받으면... 잘 먹겠습니다.
    수고 많으셨고 고맙습니다.

  • 16. 전화받았어요
    '09.2.4 11:12 PM (219.248.xxx.136)

    좀전에 전화받은 사람이랍니다.
    세상에나..이렇게 고생을 많이 하셨다니..너무 맘이 아프네요 ㅠㅠ
    전 내일 꼭 안받아도 되는데..미리 연락하시지..ㅠㅠ
    고구마..저희집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는데 몹시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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