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지나고 엄마랑 같이 페밀리 레스토랑 갔었어요.
저는 30대 중반, 미혼에 맏딸이고, 엄마는 6남매 장남한테 시집온 맏며느리지요.
시집와보니 시아버지는 벌써 돌아가셨고 집안 통틀어 벌이라고는 남편이 벌어오는게 유일하더랍니다.
줄줄이 딸린 시동생들 다 미혼이고, 시어머니는 시집 온 그해던가 다음해던가부터 많이 편찮으셨고요.
그래도 울 아빠 그 박봉으로 시동생들 다 가르치고 시집장가 보내고
시어머니 돌아사길 때까지 20년 넘게 모시고, 집도 사고 남부럽지 않게 자식들도 가르치셨습니다.
울 엄마 고생은 말도 못했지요. 통장이라고 가져본 게 제가 중학생 때라던가 그러니까요.
처녀 적에 하얀 얼굴에 생머리가 예뻐서 인기도 많았다는 울 엄마.
제가 가끔 엄마는 무슨 배짱으로 이런 집에 시집왔냐고 물어봐요.
그럼 식구 적은 집에서 처녀시절 보낼 때마다 대가족 한 번 이뤄보는게
소원이라 그랬다고 그러십니다. 그리고 너는 시집가지 말라고 그럽니다.
몇 년 전에 아버지 퇴직하시고 이제 집에 늘 계시는데
엄마는 한창 때 고생보다 이게 더 못견디게 힘드신가 봅니다.
엄마도 이제 큰 수술도 하셨고 환갑이 넘어 건강도 체력도 예전같지 않은데
아버지는 하루 두 끼 이상 꼬박꼬박 집에서 드시니 귀찮은가봐요.
게다가 끼니때마다 더운 밥을 새로 해 내기를 은근히 바라시니 그것도 부담스럽고
예전부터 입맛이 까다로워 뭘 해드려도 맛나게 드시지도 않으니 해 드려도 신도 안 난다 하시네요.
엄마도 이제 좀 마음 편히 홀가분하게 살고 싶으신데
온갖 일들이 다 귀찮고 짜증이 나시나 봅니다.
이번 설에도 음식은 확 줄이셨는데 그래도 찾아오는 친척들마다 잘 드시던 것 생각해서
김치도 새로 담고 식혜도 만드시고 고기며 야채며 몇날며칠을 장을 봐다 나르셨지요.
본인 좋아하는 건 언제나 꾹 참고 찾아드시지도 않으면서.
우리 엄마가 닭고기랑 군만두를 그렇게 좋아하는 줄을 대학생 되고서야 알았어요.
한 번은 같이 아웃백에 갔는데 치킨 샐러드랑 바베큐립을 너무너무 잘 드시는 거에요.
그 때부터 가끔씩 같이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요. 가면 저보다 더 잘 드십니다.
이번 설 끝나고 같이 패밀리 레스토랑에 또 갔어요.
사실은 홍콩이나 가까운 해외를 한 번 모시고 가고싶은데 엄마는 또 안 간다고 그러네요.
이번에는 우겨서라도 한 번 모시고 나가야겠어요.
저도 언제 결혼할 지 모르는데 기회 될 때 나가야지요.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설 지나고 울 엄마 보니 기분이 그렇네요
휘유 조회수 : 1,258
작성일 : 2009-02-01 13:17:40
IP : 115.161.xxx.13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9.2.1 1:39 PM (121.131.xxx.48)꼭 모시고 가세요
아직 미혼이시고 맏딸이시니 맘먹었을때 한번 해보세요
엄마가 아주 좋아하실것 같아요
매년 올해는 엄마하고 여행가야지 가야지 했는데..
엄마는 기다려주시지 않네요 ㅠ.ㅠ2. 딸이 좋아
'09.2.1 1:47 PM (124.28.xxx.46)원글님 같은 따님이 계셔서 엄마에겐 딸이 필요하다고
노년의 필수항목으로 딸을 꼽는거겠지요?
참 훌륭하신 어머님에 훌륭한 따님이십니다.
같은 딸로서 무척 반성하고 갑니다. 엄마, 올해부터 저도 잘 해 볼랍니다~3. 별사랑
'09.2.1 1:55 PM (222.107.xxx.150)부모님들, 연세가 있으시니 생신 때 한식이 젤 좋지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희 엄마, 아버지를 봐도 그렇고..가끔 피자
선물하기 해서 보내드리면 맛나게 드셨다고 합니다.
또 패밀리 레스토랑에 모셔가면 너무 잘 드시고 좋아하셔요.4. 착한딸
'09.2.1 2:53 PM (119.67.xxx.139)이시네요...
어머님께선 정년퇴직하신 아버님때문에 몸도 마음도 힘드실겁니다..
어머님을 위해 마음 써주시는 착한 따님이 곁에 계시니 어머님은 행복하실겁니다..
흐뭇하고 저까지 행복하네요...^^*5. 휘유
'09.2.1 4:40 PM (115.161.xxx.137)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집 떠나 살아서,
사실 엄마가 이렇게 힘든 줄 머리로만 알았지 실감을 잘 못 했었어요.
지금도 멀리 따로 사는데, 그래도 자주 찾아가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682630 | 자유게시판은... 146 | 82cook.. | 2005/04/11 | 154,588 |
682629 |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 82cook.. | 2009/12/09 | 62,250 |
682628 |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 82cook.. | 2006/01/05 | 92,530 |
682627 |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 ᆢ.. | 2011/08/21 | 19,984 |
682626 |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 애니 | 2011/08/21 | 21,679 |
682625 |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 사랑이여 | 2011/08/21 | 21,392 |
682624 | 꼬꼬면 1 | /// | 2011/08/21 | 27,421 |
682623 |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 애셋맘 | 2011/08/21 | 34,616 |
682622 |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 명언 | 2011/08/21 | 34,806 |
682621 |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 애엄마 | 2011/08/21 | 14,857 |
682620 |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 차칸귀염둥이.. | 2011/08/21 | 17,000 |
682619 |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 너무 어렵네.. | 2011/08/21 | 23,222 |
682618 |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 해남 사는 .. | 2011/08/21 | 36,202 |
682617 |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 조이씨 | 2011/08/21 | 27,409 |
682616 |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 -_-; | 2011/08/21 | 18,318 |
682615 |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 | 2011/08/21 | 26,639 |
682614 |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 짜증섞인목소.. | 2011/08/21 | 74,100 |
682613 |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 이건뭐 | 2011/08/21 | 14,562 |
682612 |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 도어락 얘기.. | 2011/08/21 | 11,632 |
682611 |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 참맛 | 2011/08/21 | 14,370 |
682610 |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 | 2011/08/21 | 13,400 |
682609 |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 수영장 | 2011/08/21 | 13,652 |
682608 |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 독수리오남매.. | 2011/08/21 | 26,050 |
682607 |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 애플 이야기.. | 2011/08/21 | 23,552 |
682606 | 가래떡 3 | 가래떡 | 2011/08/21 | 19,766 |
682605 |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 슈슈 | 2011/08/21 | 21,827 |
682604 |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 늦은휴가 | 2011/08/21 | 13,815 |
682603 |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 도대체 | 2011/08/21 | 11,940 |
682602 |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 독수리오남매.. | 2011/08/21 | 18,100 |
682601 |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 | 2011/08/21 | 21,8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