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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 한말 정말 작네요

^^ 조회수 : 1,304
작성일 : 2009-01-24 03:27:14
매해 시골서 보내주는 된장,고추장을 먹다가 더 늦기전에 만드는 법을 알고 싶어서 올해는 메주를 샀습니다
메주 작은거 한장만 실험삼아 해보고 싶었는데, 많은 분들이 적게해선 맛이없다는 바람에 겁도없이 한말을 샀어요.
어제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양이 정말 작습니다.
겨우 메주 두덩이. 대체 이걸 뉘 코에 붙일가나 싶을 정도로 작네요. 무게는 한말이 맞아요 ㅡ.ㅡ;;

이걸 기준으로 시골집에서 메주 만드시는 양을 가늠해볼때 집에선 메주세덩이가 한말,
매해 수십말을 만드신다니 그럼 메주가  @.@;;

할머니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나마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시고나서 양을 반이상 대폭 줄이신 거라던데, 할머니가 돌아가신다면 저희 엄마는 솔직히 그 반에 반이나 제대로 할수 있으실지 의심스럽습니다.
맏며느리면서도 워낙에 음식에 관심이 없으십니다. 할머니 걱정이 이해가 가요.
전통한과의 달인이셨던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신뒤로 할머니는 그 맛을 흉내만 낼뿐 근접하지도 못하시니 점점 한과만드는게 재미가 없어서 만들기 싫다시더니 어느해부턴가 아예 안만들고 사먹게 되더라구요.
할머니는, 만들지 말자하면 엄마가
'아니에요 어머니, 재주 없더라도 제가 만들어 볼께요'
이러길 바라셨다는데, 저희 엄마가 냉큼
'그래요 어머니, 어차피 다른집도 다 사먹는데 그거 하나만 줄여도 큰 일거리 줄어들어요'
이러셨답니다. ㅜ.ㅠ

이러는 울 엄마시니 보시는 분 속은 얼마나 끓으실까 제가 다 걱정이 됩니다.
할머니 왈 '니 엄마는 나 죽으면 장도 사먹을까 걱정된다'시는데
솔직히 제 생각에도 안그러시리란 보장이 없어요. 아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엄마가 못미더워서일수도 있지만 할머니도 나 죽기전에 가능한 많이 만들어놓으련다 이러시는데
엄마대신 저라도 내려가 대신 배우고 싶어요.

혼자서 또는 시댁에서 장만드는걸 시도해봤던 고모들은 고모부들이 처가댁 장맛이 최고라시는 바람에 수십년간 계속 가져다 먹고, 소량씩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고모들왈, 고모부들이 자꾸 장모님 솜씨좀 배워오라고 등떠밀어서 짜증난답니다) 고모부들이 처가댁 장 아니면 음식맛이 틀리다고 귀신같이 투정한데요.

작은엄마들은 장담궈놓은거 자기식구들만 먹이는게 아니라 심지어 자기 친정부모님과 친정언니들 집에까지 가져다 나르고 있습니다.이건 솔직히 너무 얌체같아서 얄밉습니다.
자기네 먹는건 그렇다치고 친정식구들에게까지 사돈네서 가져다 먹는건 좀 아니지 않나 싶어요.
장독째 가져간다고 봉고차나 작은 트럭을 빌려오는 작은엄마도 있어요 ㅡ.ㅡ;
더구나 내미는 돈은 시판 기업형 된장 대용량 사는 가격보다도 더 적게 주니 어이가 없어요.
그냥 주는대로 허허거리고 받으시는 할머니 생각하면 좀 화가 나요.
건강생각하셔서 그냥 집에서 한해 먹을만큼만 하시고 다른 곳에는 신경 안쓰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최소한 지금 하는거 반의 반만 해도 충분하다니까요.

그나마 고모들은 엄마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정말 몫돈으로 드리고 가서 다행이에요.
할머니왈, 고모하나가 주는 봉투가 작은엄마들 셋이 주는 봉투를 합한것보다 몇배는 많다시네요.
고모셋입니다. 고모들봉투 다 합하면 작은엄마들주는 봉투 다 합한거 열배이상이랍니다.
가져가는 양은 작은엄마들이 고모보다 배는 더 가져가요.
고모나 숙부들을 보면 정말 잘키운 딸하나 열아들 안부럽다는 말이 딱 맞는것같아요.
딸은 영원한 도둑이라는 말도 맞지 않는것 같구요.
오히려 이것저것 가져가려고만 하고 주는건 없이 모른척 입 싹 씻는 작은아빠들이 더 얄미워요.

할머니께서 몇해 전에 거의 사경을 헤매신적도 있는지라 솔직히 언제까지 장을 담으실수 있을지 걱정되는데, 그일 이후로 오히려 죽기전에 많이 만들어놓고 가련다고 더 열심이신거 같아요.
기력이 떨어지시면 집집마다 장담는다고 난리칠 집이 최소한 열곳은 넘어요
물론 돈이면 못살게 어디있겠냐만은 할머니의 장맛에 비견할 만한 것은 두번다시 맛볼수 없을테지요.
더 늦기전에 저라도 꼭 배워두고 싶어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저 어릴적엔 황토방 두곳에 가득 메주가 놓여있었으니 지금 하시는거 두배이상은 되었어요.
지금은 황토방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나마 양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저렇게 해서 만든 메주로 된장,간장,고추장을 담아 도시에 살고있는 여섯이나 되는 고모,숙부와 그 두배가 넘는 손주,손녀네는 물론이요 여기저기 지인, 한동네사시는 독거노인들과 봉사하시는 곳에 기부도 하시는 할머니가 정말 존경스러워요.
돈받고 파는건 하나도 없어요.

여기 장터에서 팔리는 된장,고추장값을 생각해보면 할머니는 그냥 자선사업하시는 셈이지요.
장터에서 파는 된장,고추장 가격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누가 정해놓은건 아닐테지만 대부분 비슷한 가격이고, 정말 그 값대로 내놓고 가져가라면 작은엄마들 어떤 얼굴일지 궁금하기까지 해요.

저희 엄마 불만도 여기에 있습니다.
만드는데 드는 일손도 일손이지만 들어가는 재료비도 만만치 않은데 반이상 꼬박 공으로 나가니 아깝다 이거지요. 거기다 얌체같은 동서들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데요.
그돈이면 그 고생안하고 좋은거 충분히 사서 먹을수 있는데 돈쓰고 고생만 죽도록 하고, 얻는건 없으니 엄마가 속 터질만도 하지요. 엄마 마음도 충분히 이해는 가요.
더구나 그 동서들이 감사해하기는 커녕 알량한 돈 몇푼 주는걸로 생색내니 더 어이없다 시네요.
고모들은 몫돈에, 비싼 상품권에 귀한 선물까지 바리바리 챙겨오면서도 엄마랑 할머니가 고생한거 낼름 가져가서 죄송하고 고맙다고 진심을 담아 말하거든요.
엄마도 알고, 고모들도 아는 사실은 그 값이면 시중에서 제일 좋은 걸로 사고도 남을 돈이지만 친정부모님을 위하는 그 마음때문에 해마다 가져다 먹는 거지요.
할머니에게 내 자식에게 이정도는 해먹일 능력이 된다는 자부심같은걸 느끼게 해주려는 듯이 고모부부들이 얼마나 감사해하는지 옆에서 보기 참 좋습니다.

암튼, 제가 직접 장을 담아보려고 준비하다 보니 '그까이거 뭘~' 이러고 생각했던게 얼마나 수고스럽고 힘든 작업인지 알게되서,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겁이 납니다.
그덕에 해마다 아낌없이 퍼주시는 된장,간장,고추장들이 얼마나 귀한 것들인지 깨닫게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진 냉장고 넣을자리없다고 홀대받던 물건들이라, 제게 오자마자 헤쳐져서 주변에 나눠줘버린게 2/3 이상이었어요

시골에서 보냈다고 말하면 열렬히 탐을 내는 지인들(자취하는친구,결혼한 선배, 친구어머니)에게 거의 반이상 나눠주었는데 그 짓도 올해부턴 양을 대폭 줄일래요.
가볍게 생각했던게 할머니께 죄송스럽고, 새삼 귀해보이고 그래서 좀 아껴둬야 겠단 생각이 듭니다.
특히 10kg짜리 고추장병에 감동하시던 친구 어머니.
올해부턴 못드릴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대신 친구한테 골고루 1~2kg정도는 싸서 보낼께요.

다른 사람들도 주는 양을 대폭 줄일 예정입니다. 그냥 맛만 보시라고 한 1kg안되게 포장할 예정인데 너무 조금이라 주고도 욕먹을까 싶어 그냥 주지말까 고민 중 이에요.

저도 이제부터라도 항아리 몇개 들여놔서 집에서 보내오는 장류를 꼬박꼬박 씨장으로 모아서 저장할까 싶습니다
아니면 아예 항아리를 종류별로 하나씩 가져올까봐요.
할머니왈, 독이 바뀌면 장맛도 바뀐다고 그냥 항아리째 가져가면 좋은데라고 매번 아쉬워하셨거든요.
손자손녀들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장을 먹게하시려는 그 마음이 지금에 와서야 가슴에 와닿습니다.

저 메주 괜히 산것 같다 후회했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건진게 있다 생각해요.
올해부턴 집에서 장담는날 내려가서 눈으로 보고 돕기도 하면서 차근차근 장담는법을 몸으로 배워야겠어요.
(근데 장담는날 내려갈수가 있을지 그게 제일 걱정이라는 ㅡ.ㅜ)

그나저나 저 한말을 뉘 코에 붙일까 싶다가도 스스로 뭔가 시도해본다는 의미로 일단 한번 해봐야겠어요.
IP : 124.111.xxx.102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메주
    '09.1.24 8:34 AM (118.223.xxx.52)

    한말이 약8kg정도라는 군요..메주 두개가 그럼 하나에 4kg라는 건가요??
    그럴리가???...@@
    아무리 큰메주라두 4kg라면 너무 큰데요...
    장 담기 생각보다 장들은 좀 짠듯하니 담는게 나중에 다시 콩 삶아 덜 짜게 햘 수 있으니 좋아요~~
    근데 아파트베란다는 장이 어렵다네요...
    하루 동일 볕이 들어와 장이 너무 졸여져 마니 짜진답니다...

  • 2. 장,,
    '09.1.24 8:37 AM (119.201.xxx.6)

    장이라도 배워보시는건 어떠세요?^^
    저희엄마두 집에서 메주사서 된장 담기시고 간장 만드시던데,,
    물론 할머님 수고에는 미치지않는 일이지만요,,^^

  • 3. 원글이
    '09.1.24 9:56 AM (124.111.xxx.102)

    메주무게는 5.6kg이에요. 하나가 2.3kg정도구요
    대개 콩한말을 8kg, 메주한말을 5.5~6kg이라고 계산해서 판매하던데요.^^

  • 4. 虛雪
    '09.1.24 10:33 AM (58.121.xxx.221)

    콩한말은 7.5kg기준이구요, 메주는 6키로 정도 됩니다.

  • 5. 알뜰주부
    '09.1.24 10:42 AM (121.153.xxx.34)

    한말의 기준은 곳곳마다 약간의 차이가 나는듯 합니다. 8kg 하는곳두 있구, 6kg 하는곳도 있고 그런데 두덩이는 좀 작은것 같네요..3~~4 덩이는 되는데..파시는 분이 알아서 파셨겠지요. 한말이 얼마나 되는지 여쭤보심이,,,,장담그는 법을 배우시려는 마음이 어여쁘십니다..ㅎ
    알고나면 쉬운것 같아도, 배울때는 쉽지 않거든요. 저도 새댁시절부터 고추장 된장 담았는데..친정엄마께 전화 수십통 해서 깨달은 공부...ㅎ 한번에 성공한건 아니지만...아뭏튼 담아먹으니..좋긴합니다... 넉넉히 실컷,. 주고싶은사람 퍼주고...하면서...
    저도 메주 40kg 씩 쑤는데...한말에 (6kg) 3~~4 덩이 나오는데..사신 메주는 좀 크게 만드신 모양입니다.. 올 정월에 장담는것..꼭 배우셔서...담가보세요..성공하시길 바랍니다..ㅎ

  • 6. 원글이
    '09.1.24 11:17 AM (124.111.xxx.102)

    저 위에 오타요. 하나가 2.3kg이 아니라 2.8kg이네요.
    크긴 큰데 납작하니 만들어서 괜찮을것 같아요.
    육면에 곰팡이도 골고루 예쁘게 피었고, 냄새도 거의 없고, 메주 색깔도 고와요.
    그런데 메주 냄새가 없는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잘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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