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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고...길을 모르겠다던 인생입니다.

괴로운인생 조회수 : 1,360
작성일 : 2009-01-04 01:11:31
많은 분들의 진심어린 위로와 조언들에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사촌 동생의 결혼식에 갔었습니다.  감기기운에 힘들어 하는 남편이 선뜻 함께 가자고 해서 그리했지요.
제 부모님의 얼굴 봐서 가기로 했던 것입니다.  삼촌들 고모들이 제 부모님께 은근히 불만스런 말을 하시나봐요  저희 부부에 대해서요.  밤새 뒤척이며, 친척들을 어찌 대할 것이며 그들은 나를 어찌 대할 지 생각이 많았습니다.  아버지 형제들(7남매)은 어찌나 우애가 좋은지 그 자식들까지도 걸핏하면 모이고 뭉치고 하는 데 그간 이리 저리 잘도 피하고 살았습니다.  그간 사촌동생들은 아이도 여러명씩 낳았더군요.

오늘은 결혼식이라는 경사스런 날이라 그런지 어느분들은 저희 내외를 아주 반갑게 맞아주시고, 어느 분들은 저것들이 왠일로 나타났지?하는 눈으로 형식적인 인사, 어떤 사람들은 너희들이 누구더라?하는 눈으로 본체만체, 옛날에 저를 이뻐하시던 고모부는 대놓고 서운한 내색을 하시고...그래도 염려했던 것보다는 나았어요.

그 철천지 원수놈이 축의금 접수를 하고 있어서 얼핏 눈이 마주쳤는데 제가 먼저 외면했습니다. 예전에는 두렵고
어찌해야할 지를 몰라서 피했는데, 이제는 '넌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이 개새끼야'하는 심정으로 당당하게
외면해버렸습니다.

저보다 4살 위인 막내고모와 한테이블에서 식사했는데요...저를 동생처럼 잘 챙겨주고 이뻐하던 고모거든요.
너랑 너무 오랫만이라 좀 어색하다...는 고모말에 눈물이 왈칵 날뻔 했습니다.
고모랑 이렇게 가까이 또 오랫동안(2시간) 함께 있기는 근 10년만 입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혼주인 아버지 바로 밑의 작은 아버지 댁으로 모두들 몰려갔습니다.  함께 가서 술한잔 할까하다가...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실수해서 남의 잔치날 망칠까봐 그냥 빠져서 집으로 왔습니다.

집에와서 고모에게 문자라도 할까 싶었지요....고모, 너무 미안해.  근데 막내삼촌땜에 내 가슴에 맺힌 한은 무엇으로도 풀지를 못하겠어.

그런데 하지 않았어요.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고 해결될까 싶어서요.  그리고 여러사람 알게 되면 내 상처가 치유될 지 아니면 상처가 더 커지고 깊어질 지 그 방향을 알 수가 없네요.

제 부모님께 말하고 도움을 청하라는 조언이 많았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으려구요.   당뇨를 앓는 칠순의 아버지가 감당해내실 지 자신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자신의 마음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예요.

지금까지는 제가 그 개자식을 피했지만, 이제부터는 그 쪽에서 저를 피하도록 만들려구요.
그간 이래저래 잠깐씩 부딪칠때마다 제가 무시하고 외면했는데 아무 소리 못하는 것을 보면 그 놈도 나름 캥기는 게 있기는 한 것 같아요.

철저히 무시할 거예요.

나 늙었다고?  그거 다 너 때문이야...라고 그 새끼에게 제 속마음을 내보인 후로 저 자신이 전보다 많이 용감해지고, 여러분의 위로와 조언 덕분에 많이 냉정해졌습니다.


성폭력의 나쁜 기억으로 괴로워하며 사시는 분들...그것이 과거의 일로 지난 것이라면 더이상 거기에 매달리지 마세요.  그런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잖아요.  진정 당신 자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더러운 똥 밟았다 여기고 현재와 앞으로의 자신을 아끼시기 바랍니다.

저처럼 가해자를 계속 보고 살아야하는 처지의 분들...가해자와 더이상 부딪치지 않을 길을 적극적으로 찾으세요.  저도 그 방법을 몰라서 30여년을 방황했기에 어려운 일인 것을 알지만, 내 잃어버린 30년이 너무 분해요.

자식 키우는 부모님들...아이들을 잘 살피세요.  가까운 친인척에게 성폭행당하는 사례가 의외로 많습니다.  저도 가해자가 삼촌이어서 부모님께 말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신 분들(년놈들)...진심으로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하세요.  저는 저를 짓밟고도 천연덕스런 그 인간이 끔찍한 사고로 죽기를 매일 기도합니다.  딸들까지 버리고 재혼해서 새로 얻은 5살짜리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죽어가는 그 인간의 모습을 그리면서 간절히 기도할 겁니다.  제가 독한 심성이었다면 그 처와 자식들 모두에게도 저주를 퍼붓던지 앙갚음을 할 것 같습니다.
개새끼야!!  너를 위해 내가 약간의 시간을 매일 할애해주마.  너 일찍 뒈지면 다 내 덕인 줄 알아라.

정답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전보다는 훨씬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남편에게 너무 감사하고...위로주신 많은 분들께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IP : 220.88.xxx.244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1.4 1:18 AM (118.221.xxx.46)

    맞아요.
    원글님 잘 못 절대 아닙니다.
    절대 아니예요.

    담대해지세요.

  • 2. 어제도
    '09.1.4 1:22 AM (61.102.xxx.124)

    어젯밤에 저도 님의 글을 읽었어요.
    댓글은 달지 않았었지만, 같이 가슴아파했었답니다.
    정말 성추행의 아픔이 이렇게나 한사람을 평생을 아프게 하는것인데..가해자는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뻔뻔히 살아가고있다는것에 같은여자로서 너무 화가 나고 분했어요.
    님...
    제 사적이 경험인데요,
    저도 성과 관련된건 아니지만, 아주 저에게 씻을수없는 상처를 준사람때문에
    평생 가슴앓이 해오다가 얼마전에 전화로 직접만나서 말할자신은 없어서
    전화로 속에있는말 다했거든요.
    그랬더니 가슴속 응어리가 한순간 다 풀어내려갔어요.
    부모님에게 알리기도 어렵고 또 다른친척들에게알려지는거 부담되시면
    전화나 문자로라도 하고싶은말 하는건 어떠세요? 그렇게나마 님의 한을 풀어내세요.

  • 3. 정답이 없는 삶
    '09.1.4 1:38 AM (218.156.xxx.229)

    원글님이 편할 수 있는 그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산다는 것.
    그것에 정답이 있다면...이 자게도 없었겠죠.
    원글님인지 알아 볼 방도야 없겠지만 종종 자게서 뵈요~~^^

  • 4. 와~
    '09.1.4 3:07 AM (121.140.xxx.156)

    원글님이 어제와는 많이 달라지셨어요.
    계속 그렇게...더욱 담대해지고 용기있게 살아가세요.
    앞으로는 밝고 좋은 일만 있기를 기도합니다.

  • 5. 토닥토닥
    '09.1.4 3:13 AM (116.47.xxx.115)

    저도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전 한 3년을 당한듯하네요...
    정말 말로 하기 싫을 정도로 당했습니다...

    그러다 그 새끼네 집에 머물려야하는 어쩔수 없는 상황이였는데
    그 새끼기 제 방에 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큰소리로 너 내가 한짓 기억 못할거라 생각하지
    미친새끼 여기 왜 들어왔어 왜 또 같은 짓 해보려고?
    해봐 새끼야 그랬더니 지 아빠가 듣는 다고 소리 낮추라고 하면서 나가더라구요...
    그러고 일년도 안되서 성폭행범으로 들어갔습니다... 물론 다른 여자를 또 건들다가...
    친척들은 그새끼는 착한데 친구 죄 뒤집어 쓴거라고 말들 하지만... 흥 이다...
    근데 이 새끼가 나올때가 되어가네요... 많이 불안합니다..
    전 신랑도 모르고 있는데 그 새끼가 우리집에 오면 어쩌다 그런 불안감 때문에
    요즘 가끔 멍하니 있답니다...

    전 나이 들어 엄마와 단둘이 있을때 얘기 했습니다.
    전부 다는 아니고 그런 일 비슷한게 있었다라고만...
    내 보호막이 되어 주던 엄마도 이제 없는데 그 새끼 감옥에서 나오면 어쩌죠 ..

    눈물만 나네요...

  • 6.
    '09.1.4 3:23 AM (124.111.xxx.224)

    어제도 댓글 달았는데...
    제가 요새 새벽돼서야 자다보니 님 글을 계속 읽게 되네요.
    오늘 잘 하셨어요.
    원글님 한 마디면 가문에서 매장당할 짐승이 원글님 보고 놀랐을 생각하니 고소하네요.
    자기 집에 가고 나서야 가슴을 쓸어내렸을 겁니다.
    지난 과거 후회하며 불안에 떨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어제도 님 말씀처럼 직접 말씀하셔도 되고
    (만약에 님이 그 짐승 집에 간다고 하면 까무라칠걸요?)
    오늘처럼 당당히 나타나서 번번히 가슴 철렁하게 해주셔도 되구요.
    마음 속이 울컥 하시면 82에도 글 자주 올려서 수백, 수천명이 같이 저주해 줍시다.
    그래서 원글님 마음이 어느정도 치유되면
    더이상 그 짐승을 집에 끌어오지 마세요.
    원글님이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 가지는 동안
    그 짐승은 님 집에 와있는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 인간이랑 얽힌 일 있을 때만 당차게 대처하시고
    평소에는 지금의 좋은 남편과 행복한 시간만 보내세요.
    원글님 인생의 아까운 시간을 할애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인간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친척들의 원망 같은 거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자주 안 온다 혼내시면 나 아끼고 보고싶어했구나 하면서 넘겨버리시면 됩니다.
    고모한테 문자 보내고 싶으면 정말 보고 싶었다고, 오늘 봐서 정말 좋았다고 그렇게 보내시구요.
    세상 살면서 내 행동을 다 설명핲 필요가 있나요? ^^
    저 같으면 그 짐승 한 놈만 찍어서 다양하게 괴롭혀 줄 겁니다.

  • 7. ^^
    '09.1.4 12:49 PM (222.111.xxx.190)

    그동안 정말 맘고생 많았구요
    앞으론 어두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좋은 남편옆에서 행복하게 사세요

  • 8. 힘내세요
    '09.1.5 2:01 AM (220.117.xxx.104)

    글을 읽는데 왠지 눈물이 맺히네요.
    어쩌면 여기다 털어놓고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 것도 일종의 치유과정이 된 걸까요?
    아뭏든 원글님 용기에 감탄하고, 저도 같이 그 놈을 저주합니다.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가세요. 그리고 좋은 엄마가 되실 겁니다. 홧팅!

  • 9. 힘내세요
    '09.1.5 2:02 AM (220.117.xxx.104)

    아참, 그리고 남편분 너무 잘 만나신 것 같아요.
    역시 세상은 플러스마이너스제로 아니던가요? 아니, 제로보다 더 윗쪽이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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