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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영감님. 콧물 닦고 전철 끊어지기 전에 집에나 가세요.

고양이를 부탁해 조회수 : 588
작성일 : 2009-01-03 22:19:36
추운 겨울날 밤...
늙어 주름진 영감님들 수십 명이 하나같이 코에는 줄줄 흘러내린 콧물덩어리 달고서
괜히 주위 사람들한테 눈 부라리며 눈이라도 마주치면 버럭 성을 내는 모습.............
(뭐 뀐 넘이 성낸다는 속담의 현장체험학습 열공^^)

보신 분들 계시죠?

저는 그 날 밤.... 둥둥 떠오르는 종이등... 왠지 꿈처럼 날아오르는 작은 불꽃을 보며
정말 눈물나게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어떤 사람들이 총을 드는지 알았습니다.


어청수가 타종식에서 촛불과 일반시민을 분리대응하겠다고 했더군요.
네..저는 일반시민으로 분리되어 멀찌감치 촛불시민들이 외치는 구호소리를 들으며 서 있었습니다.
(여의도에 들렀다가 조금 늦었거든요.)

주위의 젊은이들은... 아무도 촛불시민을 욕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방송화면에서 소리가 나지 않자 금방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최소한 그 순간 제 주위에 있던 일반시민(아.... 정말 웃기는 명칭)들은 그랬습니다.
이명박을 욕하고 나눠준 손피켓을 들었습니다.

경찰이 분리한 일반시민 대열이었어요.
물론 구호를 같이 외치지는 않았어요.
저 혼자 저 멀리서 들리는 구호에 맞춰 가끔 외쳤지만, 그래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저보고 시끄럽다는 사람도 없었고, 손에는 다들 피켓을 들고 있었습니다.


다시 그 노인들....
노인들 손에는 촛불반대 / 촛불은 물러가라가 빨강 파랑으로 인쇄가 된 A3 복사지가 들려있었죠.
급하게 준비했는지 얇은 복사지가 바람에 구겨져도
영감님들은 굳건하게 두 손으로 번쩍 들고 소리를 지르며 주위의 우리 젊은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원을 그리며 행진했습니다.
맨 앞에는 돼지같은 얼굴의 40대 인간이 앞장서 있었죠.
간혹 아줌마도 끼어 있었던 것 같은데, 노인들만 확실하게 돌아다니셨어요.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 비집고 지나갈 수도 없이 그저 섰던 자리에 꽂힌 채로
그 광경을 계속 봐야했죠.

영감님들 콧물이라도 좀 닦아가며 일하지, 더러워 죽겠더군요.
저 콧물이 옆사람한테 묻는다면?
사람이 너무 많아 빈틈이 없는데 소리지르다 침이 튀면?
저는 너무 가까운데 서 있어서 타종이고 뭐고 신경쓰여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들고 있던 엠비악법 저지 / 한나라당 해체 피켓을 순식간에 움켜잡고는 구겨서 땅바닥에 패대기치는 겁니다.
동작은 얼마나 재빠른지 겉모양만 노인이지, 원..... 당장 북파를 시켜도 한몫하시겠더라구요.
하도 기가 막혀서 웃음밖에 안 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발인촌마냥 성질뻗쳐 죽겠는데  
저 늙은이를 확 밟아버릴까 ,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허파에 구멍이나 난 듯이 웃음만 실실 나왔습니다.

네... 그 늙은이가 이명박은 아니지만, 오세훈은 아니지만, 어청수 홍준표 박희태 진성호 최시중 강만수 전여옥 나경원 홍정욱 정몽준 이재오 (너무 많다 너무많아...).....들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스스로 온갖 시발잡새들의 대표자로 그 순간 내 앞에 버티고서  나를 도발한 장본인이니 뭐 대리인으로 인정할 수도 있죠.

어쨋든, 전경들 코 앞에서 제가 이리저리 생각만 하고 끝낸 관계로 저는 지금 무사할 수가 있는 것이고,
제 피켓을 작살내놓고는 마치 어디 해보자라는 식으로 적반하장 버티고 서 있는데....
그냥 한 마디 했습니다.

콧물이나 닦고 전철 끊어지기 전에 집에나 가시라고.
그게 애국하시는 거고, 그냥 죽기 전에 좋은 일 한번만 하시라고.

하지만 시끄러워서 잘 못 들은 것 같더군요.^^
노인네 가는 귀도 먹었겠지요.
아니면 제가 웃는 얼굴로 중얼거리니까 피켓 찢은 거 고맙다고 들었는지도 모르고.
......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노인들이 사라졌어요.
정말 전철 끊어지기 전에 집에 갔나 봅니다......

어쨋든 슬프고 춥고 아팠던 2008년 마지막 밤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저는 공연이 끝나고 한참 후..왠지 너무 춥다해서 보니 주위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고,
수많은 깃발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청소부들이 몰려와 청소를 시작하고, 구급차가 갑자기 나타나고, 검은 파카 전경들이 우루루 몰려나가고...
저멀리 시위대들을 몰이하는 광경이 보였습니다. 얼마 남지도 않은 것 같은 시위대를 말이죠.
터벅터벅 걷기 시작해서 광화문으로 갔죠.

때는 바야흐로 2009년 1월 1일 새벽 1시 반 정도...

인간이... 싫더군요.

오세훈의 혈색좋은 파안대소가 떠오르고
이런 상황을 만든 사람들이 생각나고......

이 모든 게 깨어날 수 없는 악몽같아서 정말 눈에 띄는 인간들 아무나 확.............
사회부적응 (정신적) 연쇄살인범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행인가 불행인가 그 시간의 세종로 뒤편 지방경찰청 근처에는 쥐새끼 한 마리 없었습니다.
물론 총도 없었고. 클클......


바이트낭비인 이런 글을 올리는 게 죄송하지만, 뭐....
하도 심장이 터질 듯 하여 저도 신세한탄 글 좀 올렸습니다.
콧물 흘리며 주접떨지 말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IP : 125.177.xxx.201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님 말씀대로
    '09.1.3 11:23 PM (61.253.xxx.140)

    늙어도 곱게 늙어야지
    그리고 너무 오래 살지 말아야지
    다짐합니다.

  • 2. 프리댄서
    '09.1.3 11:34 PM (118.32.xxx.61)

    전 노무현 탄핵 때 광화문 집회에 나갔다가 '그런' 노인네들한테 쌍년 소리 들었어요.^^
    입성도 허름하고 주름도 깊에 패여 있던 그런 노인네들이 빨갱이 노무현 어쩌고 하는 피켓 들고
    저한테 쌍년이라고 하더라구요.
    무솔리니에 맞서 싸웠던 그람시가 품었던 의문 '왜 빈민층이 독재자를 지지하는가?'....
    정말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입니다.

  • 3. 3babymam
    '09.1.3 11:48 PM (221.147.xxx.198)

    세종로 그 황만한 곳에 같이 있는듯....
    저 또한 가슴 한편이 아려 옵니다.

    님 너무 가슴아파 하지 마세요..
    대한민국이 성장통을 알고 있다 생각하시고
    거듭날 때까지 힘내서 견뎌봐요..

  • 4. 그 밤의 광경이
    '09.1.3 11:59 PM (58.225.xxx.246)

    제가 직접 본 것처럼 느껴지네요.
    정말 그 노인네들은, 그리고 그 놈들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걸까요?
    내가 아는 노인(우리 엄마, 아빠 등)들은 나만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데, 그래서 본능으로 누가 자기를 위해 노력하는지 누가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하는지 알고 계시며, 모르면 자식들에게 물어보는데, 왜 저 노인네들은 다른 노인까지 싸잡아 욕을 먹이는지...
    좋은 사람은 노인이 되도 좋은 노인으로 늙을 겁니다. 저 노인네들은 젊었을 때도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까? 아마 지금 모습이랑 비슷한 젊은 놈이었을 겁니다.
    우리 아름답게 살다 아름다운 노인이 됩시다.
    원글님! 차가운 가슴에 한 잔의 코코아 드려도 될까요?

  • 5. 서걍
    '09.1.4 12:58 AM (211.104.xxx.157)

    그 늙은이들도 이멍바기만큼 나빠요. 그들이 이멍박을 만들었잖아요...

  • 6. ⓧPianiste
    '09.1.4 1:32 AM (221.151.xxx.213)

    바이트 낭비 아니에요.
    오늘 여의도에서 촛불시민들과 전견들 밀고 당기기 하는거 보면서
    제 입에서 저도 모르게 이말이 나왓어요.

    "이건 양쪽다 에너지 낭비야..."

    뭐를 해야겠는데, 뭐를 해야할지 모르는거에요.

    정말 답답한 마음을 안고 돌아왔어요. 고양이를 부탁해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네요.

  • 7.
    '09.1.4 2:48 AM (222.97.xxx.207)

    당해봐야 정신차릴까 하는 마음도 드네요. 맨날 방송서 땡박뉴스하고 진실감추고 하다가 자기 삶에 마이너스가 많이 오는 그순간에 정신차릴까? 지금 국민들 정신차리는것 밖엔 방법이 없는데...

  • 8. phua
    '09.1.4 6:25 AM (218.237.xxx.104)

    작년( 이젠 작년이 되었네요,,,) 조선일보 앞레서의 기자회견에서도
    원글님,프리랜서님과 비슷한 일이 있었지요,
    한 순간 욱~~ 해서 "" 당신들이 만든 이 빌어먹을 세상 좀 봐욧!! "" 이라고
    버럭!! 큰 목소리와 함께 성질을 냈었답니다, 후후후~~~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 화낸 모습이 , 아무때나 성질을 버럭버럭 내는
    무식한 아줌마로 매도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그 분들은 콧물 흘리며 주접 떠는
    노인들도 아닌데요,,,,

  • 9. phua
    '09.1.4 6:25 AM (218.237.xxx.104)

    레ㅡㅡ>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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