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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는 없다
레터홀릭 조회수 : 568
작성일 : 2008-12-31 23:41:14
사랑의 매는 없다 -
앨리스 밀러 지음, 신홍민 옮김/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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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매"가 여전히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보아야 하는 책이다. 저자 앨리스 밀러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2차대전 후 스위스에서 살고 있는 전직 정신과 의사다. 1986년 아동보호와 인권에 기여한 공로로 야누슈 코르착이라는 상을 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책을 시작하면서 세가지 전문적인 용어를 설명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부정의 교육(poisonous pedagogy) : 어린이의 의지를 꺾고 노골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폭력을 휘두르고, 조종하고, 협박하여 어린이를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듣는 신하로 만드는 교육
2. 간접 보호자 : 학대 받는 어린이를 편드는 사람, 일상적으로 겪는 난폭한 폭력이 상쇄될 수 있을 만큼 어린이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을 뜻한다. 간접 보호자는 어린이 주변의 누구라도 될 수 있다. 이런 간접 보호자를 만나지 못하고 성장한 사람은 폭력을 숭배하게 된다. 어린 시절 학대를 받았으나 어떻게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가, 왜 범죄자가 되지 않았는가에 대한 해답이 여기에 있다.
3. 전문가 증인 : 간접 보호자가 어린이에게 한 것과 같은 일을 성인에게 하는 사람이 전문가 증인이다. 이들은 정신적으로 상처 받은 사람들 편에 서서 아픔을 함께 나눈다. 많은 치료전문가, 이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가진 교사, 변호사, 카운슬러, 작가들이 전문가 증인에 속한다.
저자는 왜 매로 아이들을 다스리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가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그것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런 이야기가 된다.
체벌을 당연시하는 전통적 교육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고통과 굴욕을 부인하게 된다. 그 결과 감성적으로 둔감해지고 정신적 외상을 피하기 위해 뇌속에 사고를 폐쇄하는 장벽을 설치한다. 그 결과 이들은 새로운 정보를 습득, 가공하는데 둔해지고 만다. 또한 육체는 자신이 겪은 굴욕을 기억하고 있다가 다음 세대에게 무의식적으로 전달하게 된다. 사고가 폐쇄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어린 시절 그 일로 겪은 정신적 외상을 기억하지 못하므로 그 행위를 근절시킬 수도 없게 된다. 이것을 근절하려면 어린 시절 일어난 일을 되살려야만 한다.
특히 이 책은 기독교가 사회 전반에 펼쳐진 세상에서 쓰인 탓에 기독교, 즉 종교가 어떻게 이런 폭력을 옹호하고 심지어 떠받들었는가를 잘 보여준다. 종교의 유형은 다르지만,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유교의 권위도 기독교의 이런 횡포와 하등 다를 것이 없다. 아니, 더 심할지도 모르겠다.
- 아이는 환영받지 못하거나, 미움을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복종을 선택한다.
- '다 너 잘되라는 뜻'에서 모욕과 고통을 준다는 말을 되풀이하면, 경우에 따라서 아이는 그 말을 평생 믿게 된다. 또 그 아이가 어른이 되면, 똑같이 아이들을 학대하면서도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 체벌 없는 교육을 상상하지 못하는 교사도 많다. 그들이 체벌을 선호하는 것은 스스로가 폭력 속에서 성장하여, 아주 어릴 때부터 체벌의 '파괴력'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린 시절에 어린이의 고통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심성을 아예 키울 수가 없었다. 또 교육을 받는 동안에도 그것을 학습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체벌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공격적인 행동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거의 깨닫지 못하는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 집에서 매를 맞는 아이가, 교실의 걸상에 앉아서까지 위험을 모면하는 일에 주의를 쏟아야 한다면, 수업에 집중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체념에 빠진 아이는 교사의 움직임을 뚫어지게 관찰하며, 피할 수 없는 매라면 차라리 맞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분명히 말하건대, 매와 벌로는 아이의 학습의욕을 일깨우지 못한다.
- 우리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압하고 부인하는 태도를 학습한다. 모욕을 주고 매를 드는 것은 우리가 잘 되라고 하는 일이니 고통스러워해서는 안 된다고 배운다. 두뇌에 이런 허위정보가 저장된 상태에서, 똑같은 수단으로 우리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우리에게 좋았으니 그들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주입한다. 수십 억이나 되는 사람들이, 아이들은 폭력을 써서 키워야 착하고 이성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다고 아주 진지하게 주장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불안감을 통해서 아이가 배울 것은 불안감을 느끼는 것밖에 없다.
이 책을 읽다가 이건 지나친 환원주의 - 모든 원인을 어린 시절의 학대로 돌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유럽의 지식인들이 쓴 책은 일방적인 자기 주장만 늘어놓지 않고, 제기될 수 있는 반론을 모두 거론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책에도 바로 그 부분에 대한 해명이 있었다. (저자는 예로써 히틀러, 스탈린, 고르바초프, 차우세스쿠, 모택동 등을 언급하고 있다.)
-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세계사적인 사건을 오로지 한 인간의 어린 시절로 설명할 수 없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그들은 내가 환원주의에 빠졌다고 비난하며, 또 내가 '오로지' 한가지 원인만을 내세운다는 구실을 내세워 일체의 토론을 회피한다. 그런 구실만 앞세우면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떳떳하다고 믿는 듯하다. 그렇지만 나는, 앞서 말한 것이 세계사적인 사건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믿지 않는다. 내가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원인들이 항상 무시된다는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지나치게 서구인들을 위해서 쓰였다. 그런 한계를 뭐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나는 이런 책이 우리 사회를 근간으로 해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런 점에서는 이 책을 번역 출판한 출판사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이 책에서는 어린 시절에 폭력을 겪어도 "간접 보호자"가 있으면 그 위해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도 어린 시절 어머니한테 많이 맞았지만(그리고 이 책에도 나오다시피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때린 것은 분명 아니다.) 아버지는 내게 손찌검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또한 어머니와 할머니는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것은 할머니에게 책임이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커서 알긴 했으나, 내 어린 시절에 할머니는 나의 절대적인 지지자로 나를 지켜주셨다. 어쩌면 나의 어린 시절은 이런 대가족 제도의 마지막 현장이었을지 모르겠다. 이미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핵가족 문제에 대한 여러 우려가 나왔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는 점차 이 "간접 보호자"로서의 할머니와 같은 분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보면 저자의 다른 책을 보고 자신의 문제점을 찾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차례 나온다. 책은 삶을 이런 면에서 보강해준다. 책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삶의 문제들을 방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독서란 매년 받아야하는 건강검진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어쩌면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간접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책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자. 사랑과 매는 형용모순이다. 사랑의 매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저자의 홈페이지가 있다. 다행히 영어로 되어 있다. 앨리스 밀러 [클릭]
http://orumi.egloos.com/
소설가 이문영님의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IP : 121.160.xxx.23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레터홀릭
'08.12.31 11:41 PM (121.160.xxx.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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