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정에 갔더니 텔레비전 위에 뭐가 놓여 있더라고요.
바로 우등상장. 국어, 기술가정,미술 우등상장이네요.
나이 오십에 못 배운 한을 풀고자 중학교에 입학한 엄마가 타 온 상이었어요.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라셔서 국민학교만 간신히 졸업하고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친구도 없이 우리 두 딸만 바라보며 사신 우리 엄마.
학교에 가서 너무 행복하시다네요.
친구들이 문자 보내면 너무너무 기뻐하고.
친구들 이야기, 선생님 이야기.. 젊게 사시는 거 같아 보기 좋아요.
저한테 happy가 무어냐고 물으셔서 가르쳐 드렸더니 자꾸만 잊어 버리십니다.
우리 엄마가 이 험한 세상에서 이런 것도 모르면서도 우리를 잘 키워내셨구나.
가슴이 찡합니다.
사실 제가 올해 아이를 낳았거든요.
엄마가 학교 다니고 아버지 일 돕는다고 10분 거리에 살아도 산후조리 같은 거 전혀 해주지도 않으시고 살림도
안 도와주시고. 그래서 시어머니가 산후조리 다 해주셨는데...아무리 잘해주셔서도 친정 엄마만 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원망도 하고 여기 자게에 글도 올리고 그랬는데...
많은 분들이 냉철한 조언을 해주셨지요.
그래서 좀 힘들어도 힘들다는 소리 안 하고 엄마에게 도움 안 청하고 꿋꿋이 살림 살았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그러시네요.
'네가 나 생각해서 힘들어도 조용히 산 줄 안다. 엄마 인생 살게 해줘서 고맙다.'
그때 여기 82님들 댓글 읽으면서 섭섭해서 울기도 울었는데...
감사드려요.
엄마의 우등상이 참 자랑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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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입학해서 우등상장 받아온 우리 엄마...
딸 조회수 : 737
작성일 : 2008-12-31 18:21:30
IP : 125.180.xxx.4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8.12.31 6:22 PM (218.156.xxx.229)저희 엄마도 늦게 공부하셔서..방통대 가정학과 졸업하셧지요.
여고 동창생이라고 만나면..얼마나~~~진짜 여고생들처럼 노시는지.
여고 동창생?? 검정고시학원...같은 반사람들...ㅋㅋㅋ2. 82지엥
'08.12.31 6:23 PM (125.177.xxx.3)저도 원글님과 어머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심성 원글님과 어머님께 배워갑니다3. 자유
'08.12.31 6:30 PM (211.203.xxx.54)참 훌륭하신 어머니에, 참 반듯한 따님이네요.^^
4. ...
'08.12.31 7:04 PM (220.117.xxx.104)어머님 너무 대단하시네요. 만학의 꿈을 이루시면서 우등상까지 타시다니요.
'네가 나 생각해서 힘들어도 조용히 산 줄 안다. 엄마 인생 살게 해줘서 고맙다.'
이 말씀도 너무 좋으시네요.
원글님 아기 키울 때 많이 도와주진 않으셔도 아이에게 말해줄 수 있잖아요?
얼마나 훌륭한 할머니신지에 대해서요.
자부심 가지셔도 되겠습니다.5. 어머나
'08.12.31 7:27 PM (121.131.xxx.127)축하드려요
어머님 참 존경받으셔야 할 분이시네요^^6. ..
'08.12.31 8:40 PM (77.57.xxx.32)놀라운 어머님이시네요. 원글님께서도 야무지시구요. 모전여전입니다.
자긍심, 이란 단어가 생각나요. ^^7. 정말..
'08.12.31 8:53 PM (211.108.xxx.50)멋진 어머님과 따님이세요... 참 보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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