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그래, '쑈'를 하라

사랑이여 조회수 : 412
작성일 : 2008-12-31 14:30:42
말이란 것이 그저 판박이로 들리는 경우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요?
그런 걸 두고 립서비스 -- 입에 발린 말 -- 라고 하는지는 몰라도요...

아래는 그런 식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신년사에 비아냥대고 싶은 증거들입니다.

과거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고들 하지 않나요?
신년사.... 어떻게들 다가오나요?

저 아래에 세우실 님이 퍼다놓은 신년사에 대한  두 개의 기사글이 보이던데요...

--------------------------------------------------------------------------


[곽병찬칼럼] 그래, ‘쑈’를 하라    

» 곽병찬 논설위원

  

“…굶주린 아들 딸애들의/ 그, 흰 죽사발 같은/ 눈동자를,/ 죄지은 사람처럼/ 기껏 속으로나 눈물 흘리며/ 바라본 적이 있은/ 사람은 알리라.// 뼈를,/ 깎아 먹일 수 있다면/ 천 개의 뼈라도 깎아 먹여주고/ 싶은,/ 그 아픔을/ 맛본 사람은 알리라.// ….”
국방부가 불온도서로 낙인찍은 신동엽 시인의 장편 서사시 <금강>의 일부다. 지금과는 거리가 멀고도 먼 상황임에도, 그런데도 국방부가 굳이 금서 목록에 올린 이유를 알 수 없다. 굶주림을 실직이나 빈곤, 차별 따위로 바꾸어 읽을 염려가 있어 그랬다면 혜안이겠지만.

<금강>의 시편은 지금 현실의 한 단면으로 다가온다. 체제를 위협한다는 청년실업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는데도, 기업들은 해고자를 쏟아내고, 정부는 공공부문에서마저 정리해고를 강제한다. 지하도엔 노숙자가, 거리엔 청년 백수, 새벽 인력시장엔 날품 일꾼들이 넘쳐난다. 그렇다고 밥까지 굶기야 할까마는, 상실감과 절망감은 그때 못지않다. 서른이 가까워 오도록 알바를 전전하고, 어쩔 수 없이 인생 막장이라는 비정규직으로 들어선 자식을 보는 부모라면, 천 개의 뼈를 깎아내는 심정이다.

그럼에도 ‘그분’은 물정 모르는 소리로 상처에 소금을 뿌려댄다. “냉난방이 잘 되는 사무실에서 하는 경험만 경험이 아니라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며 얻는 경험이 더 값지다.” 염장 지르는 걸까. 요즘 이력서 칸이 모자라 알바·인턴 경력이 없는 젊은이가 어디 흔한가. 그런데도 “상황을 탓하며 잔뜩 움츠린 채 편안하고 좋은 직장만 기다리는 것은 해법일 수 없다”고 강조한다. 비정규직은 왜 기피하느냐는 것인데, 지옥행 열차라는 비정규직호로 떠미는 그 용기가 존경스럽다.(그 실상을 알고 싶다면 연극 <대한민국 20대, 누가 구원할 것인가> 대본이라도 구해 보시라.)

1년 전 그의 첫번째 티브이 찬조연설자가 청년 백수 이영민씨였다는 걸 그는 기억할까. 부산 자갈치 아지매를 어머니로 둔 그는 100번 이상 원서를 냈지만 허사였다며 그에게 ‘제발 살려주이소’라고 호소했다. ‘냉난방 따지고, 편안하고 좋은 직장 기다리지 말라’는 말은 그에게 한 답이 됐다. 두번째 찬조연설자는 충북 진천의 ‘소 할머니’였다. 한-미 쇠고기협상이 타결되자, 할머니 입에선 ‘딱 굶어죽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값싸고 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하겠다, 마음에 안 들면 안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호기롭게 말했다.

엊그제는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다시 한 노점상 할머니를 만났다. 구원투수로 이용했던 사람들이 생각났던 것일까. 할머니는 그에게 기대어 눈물지었고, 그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왜 할머니에게 이렇게 속삭이지 않았을까. 지금 주식 사면 부자가 된다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나도 미웠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러나 돌아서자마자 부자들의 세금은 덜어주고, 실업자·노점상·비정규직에게 돌아갈 지원금은 대폭 깎아버린 예산안을 독려하는 태도를 보고는 더 심한 독설이 떠올랐다. 그러면 그렇지, 그는 이렇게 생각하는 거다. “쥐어짜면 짜는 만큼 나오는 거야. 연말 기부하는 건 서민들이라고 하지 않아. 민심은 조변석이다. 쇼만 잘하면 돌아오지.”

그럼에도 다산의 <애절량> 한 구절 풀어야겠다. 세금(군징) 때문에 갓난 사내아이 생식기를 자른 남편을 보고 울부짖는 어미 이야기다. “…말 돼지 거세함도 가엾다 이르는데/ 하물며 뒤를 잇는 사람에 있어서랴/ 부자들은 한평생 풍악이나 즐기면서/ 한 톨 쌀, 한 치 베도 바치는 일 없으니/ 다 같은 백성인데 왜 이다지 불공한고 ….”


IP : 222.106.xxx.172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30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591
    682629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251
    682628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531
    682627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87
    682626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682
    682625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395
    682624 꼬꼬면 1 /// 2011/08/21 27,426
    682623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619
    682622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811
    682621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61
    682620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7,004
    682619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225
    682618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204
    682617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413
    682616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319
    682615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643
    682614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4,109
    682613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65
    682612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634
    682611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73
    682610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403
    682609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53
    682608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055
    682607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555
    682606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67
    682605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829
    682604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816
    682603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41
    682602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8,106
    682601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84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