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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 이야기...
예랑이엄마(2008.12 .20 11:52) 조회(20958) 리플(85) 링크판(0) 신고(0)
신랑이 늦둥이라 저와 나이차가 50년 넘게 나시는 어머님..
저 시집오고 5년만에 치매에 걸리셔서 저혼자 4년간 똥오줌 받아내고
잘 씻지도 못하고, 딸내미 얼굴도 못보고, 매일 환자식 먹고
간이침대에 쪼그려 잠들고, 4년간 남편품에 단 한번도 잠들지 못했고,
힘이 없어 변을 못누실땐 제 손가락으로 파내는 일도 거의 매일이었지만
안힘들다고,, 평생 이짓 해도 좋으니 살아만 계시라고 할수 있었던 이유는
멀쩡하시던 그 5년간 주셨던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제나이 33살 먹도록 그렇게 선하고 지혜롭고 어진 이를 본적이 없습니다..
알콜중독으로 정신치료를 받고 계시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제가 10살때 집나가서 소식없는 엄마.. 상습절도로 경찰서 들락날락 하던 오빠..
그밑에서 매일 맞고..울며 자란 저를 무슨 공주님인줄 착각하는 신랑과
신랑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 글썽이며 한시라도 빨리 데려오고 싶다고
2천만원짜리 통장을 내어주시며, 어디 나라에서는 남의집 귀한딸 데리고 올때
소팔고 집팔아 지참금 주고 데려 온다는데,, 부족하지만 받으라고
그돈으로 하고싶은 혼수, 사고싶은거 사서 시집오라 하셨던 어머님...
부모정 모르고 큰 저는 그런 어머님께 반해, 신랑이 독립해 살고있던 아파트
일부러 처분하고 어머님댁 들어가서 셋이 살게 되었습니다.
신랑 10살도 되기 전에 과부 되어, 자식 다섯을 키우시면서도
평생을 자식들에게조차 언성 한번 높이신 적이 없다는 어머님...
50 넘은 아주버님께서 평생 어머니 화내시는걸 본적이 없다 하시네요...
바쁜 명절날 돕진 못할망정 튀김 위에 설탕병을 깨트려 튀김도 다 망치고 병도 깬 저에게
1초도 망설임 없이 "아무소리 말고 있거라" 하시고는
늙으면 죽어야 한다며 당신이 손에 힘이 없어 놓쳤다고 하시던 어머님...
단거 몸에 안좋다고 초콜렛 쩝쩝 먹고있는 제 등짝을 때리시면서도
나갔다 들어오실땐 군것질거리 꼭 사들고 "공주야~ 엄마 왔다~" 하시던 어머님..
어머님과 신랑과 저. 셋이 삼겹살에 소주 마시다 셋다 술이 과했는지
안하던 속마음 얘기 하다가, 자라온 서러움이 너무 많았던 저는
시어머니앞에서 꺼이꺼이 울며 술주정을 했는데,,,그런 황당한 며느리를 혼내긴 커녕
제 손을 잡으며, 저보다 더 서럽게 우시며, 얼마나 서러웠노,, 얼마나 무서웠노..
처음부터 니가 내딸로 태어났음 오죽 좋았겠나,,
내가 더 잘해줄테니 이제 잊어라..잊어라...하시던 어머님...
명절이나 손님 맞을때 상차린거 치우려면 "아직 다 안먹었다 방에 가있어라"하시곤
소리 안나게 살금 살금 그릇 치우고 설겆이 하시려다 저에게 들켜
서로 니가 왜 하니, 어머님이 왜 하세요 실랑이 하게 됐었죠...
제가 무슨 그리 귀한 몸이라고.. 일 시키기 그저 아까우셔서 벌벌 떠시던 어머님...
치매에 걸려 본인 이름도 나이도 모르시면서도 험한 말씨 한번 안쓰시고
그저 곱고 귀여운 어린 아이가 되신 어머님...
어느날 저에게 " 아이고 이쁘네~ 뉘집 딸이고~~" 하시더이다...그래서 저 웃으면서
"나는 정순X여사님(시어머님 함자십니다) 딸이지요~ 할머니는 딸 있어요~?"했더니
"있지~~서미X(제이름)이 우리 막내딸~위로 아들 둘이랑 딸 서이도 있다~"
그때서야 펑펑 울며 깨닳았습니다.
이분 마음속엔 제가, 딸같은 며느리가 아니라 막내시누 다음으로 또 하나 낳은 딸이었다는걸..
저에게 "니가 내 제일 아픈 손가락이다" 하시던 말씀이 진짜였다는걸....
정신 있으실때, 어머님께 저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하고 잘하려 노력은 했지만
제가 정말 이분을 진짜 엄마로 여기고 대했는지...
왜 더 잘하지 못했는지, 왜 사랑하고 고맙단 말을 매일 매일 해드리진 못했는지..
형편 어렵고 애가 셋이라 병원에 얼굴도 안비치던 형님
형님이 돌보신다 해도 사양하고 제가 했어야 당연한 일인데, 왜 엄한 형님을 미워했는지..
말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사무치고 후회되어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밤 11시쯤,, 소변보셨나 확인 하려고 이불속에 손 넣는데
갑자기 제 손에 만원짜리 한장을 쥐어 주시더군요..
"이게 뭐에요?" 했더니 소근소근 귓속말로
"아침에~옆에 할매 가고 침대밑에 있드라~아무도 몰래 니 맛있는거 사묵어래이~" 하시는데
생각해보니 점심때쯤 큰아주버님도 왔다 가셨고,,
첫째, 둘째 시누도 다녀갔고..
남편도 퇴근해서 "할머니~ 잘 있으셨어요~?"(자식들 몰라보셔서 언젠가부터 그리 부릅니다)
인사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아침 7시에 퇴원한 할머니가 떨어트린 돈을 주으시곤
당신 자식들에겐 안주시고 갖고 계시다가 저에게 주신거였어요...
그리곤 그날 새벽 화장실 다녀왔다 느낌이 이상해 어머님 코에 손을 대보니 돌아가셨더군요....
장례 치르는 동안 제일 바쁘게 움직여야 할 제가 울다 울다 졸도를 세번 하고
누워있느라 어머님 가시는 길에도 게으름을 피웠네요...
어머님을 닮아 시집살이가 뭔지 구경도 안시킨 시아주버님과 시누이 셋..
그리고 남편과 저..
서로 부둥켜안고 서로 위로하며, 어머님 안슬퍼하시게
우리 우애좋게 잘살자 약속하며 그렇게 어머님 보내드렸어요..
오늘이 꼭 시어머님 가신지 150일 째입니다..
어머님께서 매일 저 좋아하는 초콜렛. 사탕을 사들고 담아오신 까만 비닐봉지..
주변에 널리고 널린 까만 비닐봉지만 보면 눈물이 납니다..
어머님이 주신 꼬깃꼬깃한 만원짜리를 배게 밑에 넣어두고..
매일 어머님 꿈에 나오시면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말해드리려 준비하며 잠듭니다..
다시 태어나면 처음부터 어머님 딸로 태어나길 바라는건 너무 큰 욕심이겠죠...
부디 저희 어머님 좋은곳으로 가시길..
다음 생에는 평생 고생 안하고 평생 남편 사랑 듬뿍 받으며 사시길 기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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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톡펌... 원본 출처 : http://pann.nate.com/b3643821
고부간이 이렇기만 하다면 정말 더 이상 바랄게 없을텐데요.
1. 눈물나네요.
'08.12.30 12:58 PM (61.78.xxx.74)시어머니처럼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고싶습니다.
2. 훗..-_-
'08.12.30 1:01 PM (125.184.xxx.193)읽으면서..눈물이 나서 읽기가 힘들엇네요.
저런 분도 계시는군요...
저도..나중에 저런 저런 고운분이 되어야 할껀데.. 그래서 제 후대에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할껀데.. 제 그릇이 그리 되지 못할듯 보여서 참 민망하네요.
간만에 어머님과 울 엄마에게 전화나 드려야 겠습니다.3. 아이고...
'08.12.30 1:04 PM (210.221.xxx.4)널 뛰는 환율 때문에 울고 시작한 하루가
이런일로 눈물을 보탭니다.4. ...
'08.12.30 1:05 PM (219.249.xxx.24)감동적입니다.
저는그리 사랑을 받아도 그리 사랑을 할 수 있을지... 자신 없네요...5. 저도
'08.12.30 1:24 PM (119.196.xxx.17)이런 시엄니 되고싶어서 펌해 간직할래요...
6. 상큼마미
'08.12.30 1:34 PM (124.28.xxx.173)눈물이 납니다. 우리딸들도 원글님 시어머님같이 어진 분 만나길 기원해 봅니다. 저는 딸만 둘있는 아낙입니다. 돌아가신지 4년 되어가는 친정아버님 생각에 잠시 눈시울이 붉어졌네요.^^
7. 눈물이
'08.12.30 1:46 PM (219.254.xxx.159)멈추질 안네요
이런 엄마가 되겠습니다8. 웃음조각^^
'08.12.30 1:51 PM (203.142.xxx.25)아.. 눈물이 글썽글썽..
9. 아름다운
'08.12.30 2:03 PM (211.57.xxx.106)고부간이셨네요. 감동이에요.
10. 땡그리
'08.12.30 3:16 PM (121.173.xxx.41)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11. ...
'08.12.30 3:17 PM (218.39.xxx.244)저를 10년 가까이 힘들게 한 시엄니 생각과 교차하면서
눈물이 하염없이 나네요 정말 아름다운 분이라 생각합니다
좋은데 가셔서 행복 하실겁니다~~~12. 행복지수
'08.12.30 3:34 PM (115.86.xxx.34)울 어머니 생각나게 하시네
울 어머니 딱 이분같으셔는데...
그래도 울 어머니는 가시는날 새벽에 햇살가득
받으시고 벗꽃이 날리는벤치에 앉으셔서
저한테 꿈에서라도 인사하시고 가셨는데.....13. 아
'08.12.31 12:40 AM (58.146.xxx.7)눈물이 안멈추네요
14. 엄마생각
'09.1.2 6:01 AM (125.177.xxx.67)어제 딸아이와 싸우고 너무 속상해서 새벽에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검색해서
읽어보고 있었는데
님의 글을 읽고 너무 눈물이 나서 엉엉 울었어요
어머님 보다도 님이 어머님이 주신 사랑을 알고 진심으로 어머님을 인정하고 사랑하셨네요
받고도 막연하게 고맙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저는 형편어려운집에 막내로 태어났지만 혼자된 엄마 밑에서 사랑받고 자랐어요 하지만
딸에게는 미친듯한 정성을 하면서도 엄마에게 잘 못하고 살았어요
그딸 하나를 키우면서도 너무나 화내고 성질내고 ...감당 못하고 했어요
원글님 어머니 같은 분을 닮고 싶네요
그러면 자식하고도 문제가 생기질 않았을 텐데
지헤로우시고 따뜻하신 분이네요
긴 인생을 살면서 두고 두고 생각하면서 살고 싶은 글입니다
친정엄마도 잘 챙기지 못한 저는 맘이 너무 슬펐어요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친정엄마에게도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또다른 가족에게도 원글님과 어머니같은 그런 사람이 되도록 생각하며 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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