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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글을 읽고...

하늘을 날자 조회수 : 1,054
작성일 : 2008-12-30 11:09:56
자유님의 취중진담 글을 읽었습니다.


1. 노동법 전문 변호사


연수원 시절에 노동법 수업을 들었습니다. 주* 변호사라는 분이 3시간인가 강의를 하셨었지요. 자신은 time

charge로 시간당 48만원을 청구하는 변호사라는 둥 자신이 노동법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 중에서는 대한민국

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둥 이런저런 자랑을 하셨었지요. 뭐,  그러면서 자신은 한국노총 자문 변호사이기도

하며, 버스 노조를 후원하고 있고, 그 외에도 이런 저런 후원들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나름의 사회적 책무-"노

블리스 오블리제"라고도 불리지요-를 다 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덧붙이셨지요. 그렇지요. "블루오션"을 개척

하신 분이지요. "노동법"이라고 하면, 노동법을 공부한다고 하면, 당연히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해고하고, 노동조

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사용자 측의 여러 조치들-"부당노동행위"라고 불리는 것들이죠-에 맞서서 싸우는 것만

을 생각했었으니까요. 대부분의 성실한 노동법 연구자들이 그랬었지요.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관한 대법원의 여

러 판단들 -파업이 불법이냐 합법이냐에 관한 판단들이죠-을 비판하면서 도대체 한국에서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

하긴 한 것이냐, 정말 대법원은 문제이고 노동법을 공부하면 할 수록 오히려 현실에 관해서 절망감만을 느낄 뿐이

다라고 주장하는 논문들이 대부분의 성실한 노동법 연구자들의 태도였어요. 그런데 난데없이 노동법을 성실히 연

구하면서,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열심히 옹호하고 자유자재로 인용하면서, 사용자 측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는

노동법 전문 변호사가 등장하였으니 그야말로 블루오션을 개척한 것이었지요. 노동법 수업을 듣는 여러 동료들

은 대체로 위와 같은 나름의 비판적 인식(부끄럽게도 저는 별로 비판적인 인식이 없었고, 졸면서 들은 경우도 많

았어요. ㅠ.ㅠ)을 가지고 노동법을 수강하였는데, 갑자기 주 변호사님 같은 분이 강의를 하시니 어리둥절한 기분

일 수 밖에 없었지요. 수업 전체를 조율하는 교수님의 말씀으로는 여러분들이 너무 한 쪽 -주로 노동자 쪽- 입장

만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아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초빙하게 되었다고 설명을 덧붙이긴 하셨지만요.


얼마전에 어떤 송년회 자리에서 다시 주 변호사님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친한 형이 그러더라구요.

그 분이 노동법 실력으로는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갑자기 울컥해서 민주노총 법률원에 계시는 분

들이 노동법 실력으로도 훨씬 뛰어날 것이라고 그런 말씀 마시라고 대들다가 괜한 논쟁도 하게 되었었지요. 그러

다가 괜히 검찰에 관해서 이야기가 나와서 그 형이 정말 현재 검찰은 "개"인 것 같다고 하셨었지요.(이런 표현을

써서 죄송합니다.) 저는 현 검찰 수뇌부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일부 "잘 나가는" 검사들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전

국의 형사부 대부분 검사들은 지금도 한 달에 300건씩 사소한-물론 당사자들에게는 너무나 중대하겠지만- 사건

들을 처리하고 있으며, 많은 검사들은 거악과 타협하기는 커녕 거악의 꼬리나 깃털도 못보고 있는 상황일 것이라

고 대들었고 그럼 형은 뭐냐고 되묻게 되었지요. 갑자기 분위기가 급반전 되었어요. 그 형이 그러더군요. 나

도 "개"라고. 대형 펌 소속 변호사로서 "자본의 첨병"이니 나도 개라고. 뭐 그러면서 갑자기 급우울한 분위기로 바

뀌면서 논쟁이고 뭐고 그냥 술이나 먹는 분위기로 바뀌었지요. (참고로 덧붙이자면, 저는 검찰 관계자는 아닙니

다)  


2. 그의 친구라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

전에 이 게시판에서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변호사들에 관한 경향신문 특집기사를 보았습니다. 여연심 변호사가

나오던군요. 그 남편인 최성호 변호사님도 나오고. 아시다시피 최성호 변호사님은 KTX 여승무원의 간접고용 문제

에 관한 대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받아내신 분이지요. 제가 아직 그 결정문을 자세히 읽어보진 못했습니다만, 주심

이셨던 김지형 대법관의 성향, 평소 입장이나 발표하신 글들(제가 제대로 읽어 본 것은 아직 없고, 주워들은 것

에 불과합니다만;;;)에 비추어 봐서는 훌륭한 결정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김지형 대법관도 훌륭한 분이시지

만, 제 생각에는, 최 변호사님이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지요. 힘든 싸움에서 결국 이겼으니까요.


여연심 변호사와는 대학 동기였습니다. 친구일지도 모르구요. 저는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여 변호사도 저를 친구

로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런 걸 농담삼아 "편면적 친구"라고도 하지요;;; 여 변호사야말로 훌륭하지요.

성실하고, 재능도 뛰어나고, 따뜻하고, 의지도 강하고. 잠깐 함께 일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깜짝 놀랐었어요. 정말

로 제가 그의 친구라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운 친구이지요.


조영래 변호사라는 분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위인전으로 박상률 님이 "인권변호사 조영래"라는 책도 펴냈

고, 유명하신 분이지요. 아니 유명하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그야말로 "전설"적인 분이지요. 그 분 친구들이 그 분

돌아가시고 많이 했던 말씀들대로 "그의 친구인 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운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그 분

의 쓰신 글들 모음집을 보면서 나도 커서 꼭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지요.  특히나 "그의 친구인

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운 그런 사람"이 꼭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지요.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저는 어찌어찌 직업을 구하게 되었고, 친구들은 민주노총 법률원으로 많이들 갔지요. "공

감"이라는 공익변호사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도 있구요. 모두들 너무나 열심히 그리고 훌륭하게들 일하

고 있어요. 노동자들의 편에서, 초심대로. 이제 저는 혼자서 속으로 "나는 이렇게 훌륭한 친구들이 많아."라고 되내

이며 잠깐씩 웃을 뿐, 제가 그렇게 "친구임이 자랑스러운 사람"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답니다.


3. 깜냥

저는 제가 속한 곳에서 제 "깜냥" 혹은 그릇에 맞게 제 일을 해나갈 뿐이에요.


음냐. 시간이 많이 지나버려서 "깜냥" 부분은 다음에 써야겠네요. 지난 밤 눈도 오고, 자유님 글을 읽으니 뭔가 울

컥 해서 일단 글은 써봤는데, 끝맺질 못하네요... 한 번에 다 써야되는데... ㅠ.ㅠ

IP : 124.194.xxx.146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자유
    '08.12.30 11:20 AM (59.19.xxx.171)

    죄송합니다. 제가 글을 내리는 바람에...혹여 하늘을 날자님 글이 뻘쭘해지신 것은 아닌지.
    (다시 원글 복구해야 하나요ㅠㅠ:: )

    원글님, 저는 그 변호사님들뿐 아니라, 원글님도 참 훌륭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저 비겁한 소시민이고,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 연말에도 출장 다니는 엄마인데.
    글 잘 읽었습니다.
    덧붙여 님과 같은 분이 계신 82를 알고 있는 것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 2. 후~
    '08.12.30 11:23 AM (219.250.xxx.164)

    저는 비겁한 소시민도 못되는 그저 아이 키우고 밥하는 사람이네요.
    저 또한 아니, 더욱 울컥하는 아침입니다. (아니, 점심이네요)

  • 3. 커밍아웃?
    '08.12.30 11:36 AM (222.235.xxx.44)

    대체로 비겁한 소시민...
    그래도 한번씩 욱해서
    소시민답지 않은 일도 저지르는...

    저도 이런 글 읽을 수 있는 82 공간....
    좋습니다.

  • 4. ..
    '08.12.30 12:10 PM (210.111.xxx.170)

    좋은글 감사합니다.
    관련일을 하는 사람과 살고 있어서 할말은 많으나 가슴만 뜨거워 집니다.

    깜냥글도 기다릴게요.. 더불어 자유님도 행복 하세요.

  • 5. 하늘을 날자
    '08.12.30 1:52 PM (124.194.xxx.146)

    자유님께서 글을 내리셨네요. 음냐.

    제가 여태 여기에 글을 몇 개 썼는데,
    댓글에 어떻게 답글을 달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거의 답을 안달았었어요.
    지금도 잘 모르겠는데... ;;;

    암튼 좋게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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