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쯤 차분히 읽어보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좀 보이더라구요.
오늘 오후 4시반에 올라온 글이니 최신 분석판이라고 해야 할까요?
크게 재미는 없지만, 같이 읽어보자고 퍼 놓습니다.
이런 글 읽고 경제 뉴스를 접하면 행간의 의미, 숨은 이야기들이 조금은 보이더라구요.
김광수 경제연구소포럼에 가끔 글 올리시는 분인데, 덧글에서는 더욱 솔직하게 의중을 내 보이더라구요.
'나도 미네르바 못지 않게 경제를 잘안다!'라는 정신과 자세로 글을 쓰시는 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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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간 곤조와 근성(곤조는 '근성'의 일본말이라고 합니다)으로 환율이의 적정선은 1250선이라고 강변해 왔습니다. 대충 이 정도면 나름 괜찮다 싶은 수치라고 봐서 뽑아본, 아주 근거가 약한 점괘입니다.
며칠 놀았더니, 요너마가 마구 춤을 추었나 보네요. 이 녀석을 다시 함 정리해볼 필요가 있지 싶습니다.
[1] 환율이 결정 변수들
- 무역/경상수지와 같은 '수지'양들이 펀더멘털 요인이 되겠습니다.
울나라의 수지양에 현재 결정적 변수는 '유가'입니다.
따라서, 산유국들의 움직임과 내년의 유가가 수지양의 얼개를 형성한다고 봐야 쓰겄네요.
- 지긋지긋한 외화표시부채가 있습니다.
한미통화스왑 자금 끌여들여 지금 우찌저찌 막아내고 있지만, 우리 금융권과 기업이 내년과 후년에 갚아야 할 외화부채는 사실 엄청난 물량입니다.
이게 차환발행되거나 만기연장되기를 기대한다는 건 어째 온전한 과거로의 회귀를 말하는 것이어서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결국은 그간에 쌓아놓은 외환보유고 곳간을 헐어 메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때 우리의 외환보유고의 주축인 미국 국채와 모기지 채권이 현금화될 수 있느냐가 여전히 걱정거리입니다.^^
- 외국인 투자금의 동향입니다.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얼마나 빠져나가거나 들어오느냐.
일단 지금 당장은 미국이나 유럽등 자본수출국들에서 헤지펀드들의 환매가 얼추 끝나가고 있어서 투자금 유출이 부각되고 있지 않습니다.
향후 국내 금리마저 제로금리를 향해 밑으로 아래로 돌격!이라는 방향성이 존재하는 한, 채권투자의 레버리지와 재정거래의 장점을 누리기 위한 채권유입자금이 존재할 것입니다.
정말로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금리수준까지 가버린다면, 그 다음은? 아무도 모릅니다.^^
- 당국의 개입. 현재 연말 환율시장에 정책당국이 살벌하게 개입하고 있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일일 거래량 40억불쯤 되는 시장에 정책당국이 매일 5억불씩 쏟아붓고 있다고.
다 연말결산 재무제표 이쁘게 포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하는 짓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지만, 어찌 보면 한은 등이 이런 장부놀이 할 만큼 여유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해줄 여지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근데, 외환보유고는 통화스왑을 통한 실탄은 계속 줄어들고 있겠죠?
내년 초에 환율이 어찌 움직일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유가랑 수지양들
올 들어 3/4분기 초까지 우리나라의 수출전선은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다만, 유가랑 원자재가가 폭등을 하면서,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양의 몰골이 나락의 모습을 보였더랬죠.
크게는 유가가 죽음의 초대장이었습니다.
이 유가가 10월 넘어 하향 안정화됨에 따라 두 수지양이 쪼메 살아나는 형국입니다.
당장은 산유국들이 일정정도 원유 감산에 합의하고, 아랍에미리트도 감산에 동조한다고 하고, 당장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치면서 유가가 쪼메 올랐습니다.
사실 현재의 유가가 지속된다면, 모든 산유국들은 기존에 펼쳐놓은 각종 사업들이 죄다 중단되거나, 혹은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와 재정적자를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 아라비아의 무역수지 균형점이 대략 배럴당 55불 수준이라고 합니다.
다른 나라들은 이보다 좀 더 높아야겠죠.
따라서 장기적으로 산유국들도 먹고살려면 유가는 배럴당 60-70달러 선은 맞춰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들 산유국들도 당장 심각한 경기침체에 직면해 있고, 이에 대응해 현재의 유행인 과감한 재정팽창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대규모 국채발행을 통해 해외자본을 끌어모으면서, 싼 가격일망정 기름 팔아 자금 당기려고 하겠지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내년도 평균 유가를 대략 배럴당 37달러 수준으로 예상하고 지른답니다.^^
유럽의 주요 경제관련 기관들은 유가를 대략 50-60달러 수준으로 예상을 하고 있구요.
어찌 보면 사우디가 지나치게 보수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당장의 원유 수급상 대략 60달러 수준은 상한선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우리 정책당국(특히 한은)은 내년도 평균유가를 배럴당 55달러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경상수지가 대략 200억불(?) 흑자를 보일 거라 기대하고 있구요.
세간의 우려대로, 미국 달러의 평가절하가 급속히 진행되지만 않는다면, 55달러 선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라 봅니다.
따라서, 수출이 깨지든 말든, 수입이 덩달아 줄든 말든, 우리의 수지양은 나름 튼실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장기적인 수급인 펀더멘털의 측면에서, 환율이는 긍정적이라고 봐도 별 탈이 없을 듯도 합니다.
근데, 이 넘은 너무 장기적이라는 게 흠이랄까요.
어떤 아이나 청년이 될 때까지 살아남아만 준다면, 쓸 만한 일꾼이 되겠죠. 과연 살아남느냐가 문제이지.
[3] 외채
앞서 말씀드렸듯이, 사우디 아라비아도 적자국채 발행해서 경기부양한다고 합니다.
미국도 내년에 대략 2조달러 규모의 신규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는 최소 3조달러 규모의 적자국채 발행이 예상됩니다.
그런데, 시장은 그 크기가 제한되어 있고, 당장의 '신뢰의 붕괴'로 이 막대한 채권이 과연 제대로 소화될 수 있을지 걱정을 해야할 형편입니다.
그나마 기축통화국과 선진국은 자체의 신용으로 어찌저찌 채권 물량을 소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금리가 오르든 말든 그건 나중 문제이구요.^^
그런데, 우리와 같은 소규모/신흥국가는 어찌 될까요?
수출전선의 붕괴와 내수기반의 약화로 더 비실대고 있을 테고, 안 그래도 갚아야 할 외채는 많은 이 나라가, 과연 적정한 수준의 금리로 외국자본을 성공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요?
'화폐'전쟁은 곧 '신용' 전쟁이기도 할 것입니다.
신용이 센 넘과 약한 넘이 크기가 일정한 채권시장에서 다이다이 맞붙어 제 나라 채권을 비싸게 팔아먹어야 하는 정글 게임의 장이 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과연 이 국제신용시장에서 한은의 말발이, 발권력이 먹힐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해외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의 총량은 제한적일 테고, 조달금리는 꽤나 높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게 신간 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달가능한 자금량이 제한적이라 함은, 기존 외환보유고 곳간 털어서 갚아야 할 돈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고, 이 곳간이 비어갈수록 저들의 우리를 보는 시각은 싸늘해질 것입니다.
이러면, 환율이 아래로 향하는 데는 강력한 저항이 생기는 것이겠죠. 그렇죠?
[4] 외계 투자금
외채랑 거의 같은 분석이 가능합니다.
실물경제 침체가 속속 확인되고 전세계 증시가 동조화되면서 죽을 쑤고, 우리의 금리마저 실질금리 0를 향해 나아가면, 딱히 우리 시장에 돈이 들어올 수 있을까요?
경상수지야 다소 흑자를 보이겠지만, 우리의 주력 수출업체의 매출은 급속히 줄어들 테고, 덩달아 기업의 수익성도 엉망이 될 것입니다.
주력수출업종 몇몇은 이미 사실상의 공적자금 투입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내국적으로야 초저리 시설자금/연구개발자금 대출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갚아야 할 부채이고, 당겨다 쓴 미래소득입니다.
우리 기업중 다른 나라보다 딱히 수익성이 나은 게 몇 개나 될지 궁금해지네요.^^
채권시장은, 당장 한은의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예상되기도 합니다.
이는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준과 영란은행의 뒤를, 다소 뒤늦게 유럽중앙은행(ECB)가 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지금 높은 금리 쳐주는 채권 사놓는 게 남는 장사라고 여기고 독일 국채를 사쟁이고 있다고 합니다.
막상 ECB가 금리를 낮추면, 독일의 채권을 계속 사모을까요? 우리는 또 어떻게 될까요.
세계적인 신용시장 자체가 축소되었고, 발행되어야 할 적자국채는 매일 늘어만 가고, 돈을 향해 손을 벌리는 곳은 많은데, 돈은 적고... 큰 그림이 이렇지 싶습니다.
[5] 한은의 윈도드레싱
가판대에 내걸린 마네퀸덜 이쁘게 보일라고 한은이 열심히 유리창을 닦고 있습니다.
요즘은 너무 노골적이어서, 한은의 움직임이 그래프로도 훤히 내다보일 지경입니다.
이게 장부상 숫자맞춤 이외에 어떠한 효과가 있다고 이리 하는지, 저로서는 정말로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12월 들어, 20 거래일 중 15일 동안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섰고, 이렇게 해서 대략 40억 달러를 쏟아부은 듯합니다.
마치, 올 연말만 잘 보내면, 내년은 모든 문제가 없어지기라도 한 듯이.
당장 내년초에도 이리 거대한 규모로 개입을 해댈 것입니까?
내국 금융시장에 거대하게 개입해 각종 금리를 '성공'적으로 조작해내더니, 이제 외환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으리라 강한 확신을 갖고 있는 듯하네요.
뭐, 뒷감당은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에 이리 움직이고 있을 것이니, 일단 대충 믿어주고 지켜보는 수밖에.
저 개인적으로는, 오늘 내일 중에 다소 환전해 놓고 싶을 것 같습니다.^^
[6] 결론
역시 환율이는 오리무중입니다.
각국이 화폐전쟁에 나선 이상, 우리의 수지양들과 원화가 잘 싸워주기를, 외환보유고와 통화스왑이 잘 막아주기를, 산유국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허리띠 졸라매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환율이는 그다지 낙관하고 싶지 않아집니다.
끝.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악파트의 글을 통해 보는 경제분석 밑그림
소심소심 조회수 : 1,738
작성일 : 2008-12-29 21:55:23
IP : 210.91.xxx.18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소심소심
'08.12.29 9:56 PM (210.91.xxx.186)원문은 http://cafe.daum.net/kseriforum
에서 경제현안 카테고리 중 <악파트>의 글.2. .
'08.12.29 10:04 PM (125.186.xxx.183)소심님 감사드립니다.
선리플 후 정독 들어갑니다.3. ..
'08.12.29 10:13 PM (211.207.xxx.26)저도 일단 프린트해 놓았습니다.
저도 읽고 남편도 보여주고..
애들도 (대학생) ...
소심님 글은 항상 우리집
온 가족 회람용입니다...4. 소심소심
'08.12.29 10:16 PM (210.91.xxx.186)에고, 부끄럽습니다.
=.=;;;;5. ^-^
'08.12.29 10:33 PM (122.37.xxx.213)소심님 저여요. ^^;;
저는 선 프린트, 중 댓글, 후 정독
오늘도 감사합니다.6. 인천한라봉
'08.12.29 10:38 PM (219.254.xxx.88)국제적인 망신을 오늘 톡톡히 당했는데.. 우리한테 신용이 있을까요?
환율 안정을 위한 믿음이 우리 시장에는 없을꺼 같네요. 오직 만수 도시락만 바라보다 빚만 늘어나지 않을까.. 그거 기간내에 어찌 다 갚고을꼬... 정말 하나씩 파는걸 내눈으로 보는 일이 생기는게 아닐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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