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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의 추억.......

아프다 조회수 : 442
작성일 : 2008-12-29 12:53:26
촌지 얘기가 하도 많아서...어릴적 충격적이었던 일이 기억나네요.

전 80년대 후반부터 초등학교를 다녔어요.(82에선 어린 나이 축에 들듯...)
제가 살던 동네는 서울도 아니고 경기권도 아니었고 저어~~기 밑에 경상도의 도시에요.
사실 이쪽은 서울만큼 치맛바람이 대단하지도 않았고 엄마들의 교육열이 불타지도 않는...
그래서 촌지나 치맛바람같은 단어는 TV나 신문 속에서만 보던 단어였어요.
아, 우리땐 촌지란 단어도 쓰지 않았군요. "돈봉투"라고 했으니까요.

또 그런 도시 중에서도 제가 살던 동네는...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모여살던 도시였어요.
(지금 전 이 동네를 ghetto라 표현합니다..-_-;;)

어쨌든 전 초등학교 5학년때 그 동네로 전학을 갔어요.
우리집 역시 소득 수준이 그렇게 좋지도 않은...그냥 그 동네의 보통집이었어요.
전학 첫날에 엄마는 저에게...화이트 드레스를..입혀서 보내셨습니다.-_-;;
요즘 아이들 같음 싫은 옷 입히면 싫다하고 딴 옷을 입었겠지만
우리집은 그러지 못했어요.

엄마는 너무 너무 강압적이었거든요. 정말 강압적이었어요.
싫은 옷은 거부할 수 없었지요. 전 싫다고 너무 싫다고 아침에 울기까지 했지만
엄마는 그 옷을 꼭 입어야 된다고 절 때려서 보냈던 기억이 나요.

전학 첫날 흰색 드레스를 입고 온 여학생...아이들이 어떻게 봤을까요?
저라도 싫었겠네요..참.......

엄마는 아마..TV에서 보던 부잣집 딸 이미지로..절 만들고 싶었나봐요.
근데 우리집은 정말 찢어지게 가난했거든요...고기도 거의 못 먹을만큼...
그렇게 지옥과 같은 전학 첫날을 보내고...학교에서 저는 부잣집 딸,
혹은 공주병 걸린 아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첫 인상을 그리 강하게 줬으니..그럴만도 하죠..-.-;;;;

그후로 전 친한 친구도 거의 없이..반에서 강한 아이들에게 찍혀 놀림이나 당하는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매일 학교도 가기 싫었고 학교가 그냥 폭삭 내려 앉았으면 좋겠다고..
상상하고 잤어요.
전 성격도 얌전했고 소극적이었거든요. 공부는 꽤 잘했구요...

전학왔지만 반에서 부반장이 되었어요.
어찌된건지는 몰라두요..어쨌든 엄마는 또 제가 부반장이 되었다고 절 시장에
데리고 가시더라구요.
다음날 소풍이었거든요. 우리집 형편에는 정말 무리였던..고급 5단 찬합을 사시고
그 안은 고급 술안주, 반찬 등으로 꽉꽉 채우셨어요.
그 도시락은 당연히 선생님꺼였죠......

그러던 어느날.

절 놀리는 아이들 몇명이 저에게 와서 말합니다.
"너네 엄마 선생님한테 돈봉투 줬지?"
전 이때까지 돈봉투란 단어도 뭔지 몰랐지만..직감적으로 어떤걸 말하는지 알겠더군요.
"돈봉투? 몰라. 난 그런거 몰라"

"야 너네 엄마가 선생님한테 주는거 몇반 누구가 봤데."
그러고는 또 자기네들끼리 절 놀리고 깔깔 웃으면서 가더군요. 반 아이들 다 있는 곳에서...

너무 속이 상해서 며칠동안 고민하다가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 혹시 선생님한테 돈 줬어?"

엄마는 펄쩍 뛰더군요.
"돈?? 무슨 돈? 누가 그런 말을 해????"

"반 애들이...엄마가 돈 주는거 누가 봤데..."

엄마는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고 오히려 화를내고 소리를 지르셨어요.

하지만 전 알고 있었어요. 엄마가 돈봉투를 줬단걸.......
왜냐면 볼일도 없는데 엄마가 곱게 화장하고 옷을 입고 학교에 오는걸 본 기억이
몇번 나거든요....

엄마의 돈봉투로 뭐가 나아졌는지 모르겠어요.

전 전교에서 돈봉투 준 아이, 혹은 공주병 걸린 아이로 알려졌고
그 꼬리표는 중 고등학교까지 따라갔어요.

쟤는 어떤 어떤 아이다...라구요.

고등학교 시절까지 즐거웠던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친했던 친구들도 많았지만
그 돈봉투는 항상 저의 아킬레스건이었어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때마다..이 친구도 혹시 그 얘길 들었나, 얘도 그 학교 출신인가..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구요.

다 큰 지금도 고등학교때까지 자라온걸 생각하면...기억이 잘 안 나요.

어디선가 읽었는데...어릴적 너무 아픈 기억은 무의식적으로 내 몸속에서
밑으로..밑으로 보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너무 힘들었던 기억은 잘 안 난다고..

아마 그런가봐요. 너무 아프고 싫은 기억이라..고등학교때까지 기억나는 일은 잘 없습니다.

다 큰 지금..엄마에게 "그 돈봉투가 정말 날 위한거였어? 사실 그 돈봉투는 내 어린시절
가장 어둡고 침울했던 기억이야" 라고 말하고 싶어요.

엄마는 날 위해 내민 돈봉투였겠지만...사실 저에겐 그것만큼 제 인생이 독이 된건 없었다고 생각해요.

IP : 117.20.xxx.5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도촌지싫지만
    '08.12.29 1:11 PM (59.7.xxx.203)

    어려운 형편에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자식 기죽이고 싶지 않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그대로 반영 된듯합니다.
    그 시절에 화이트 드레쓰며 고급 찬합등은 형편에 비해 과하다고 히시면서 자랑처럼 들리기도하지만..
    아이들 대부분은 사실 어떤 면에서도 튀고 싶지 않는거지요..
    정말 철들은 아이라면 와 우리 부모님 대단하시구나 하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설사 철들었다 하더라도 남들이 하지 않는 특이한 행동과 내력은 아이들에게 나쁘던 좋던 관심의 대상이 되는것에 힘들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 어른이 되셔서까지 그걸 아직도 상처나 지금 살아가는데 방해가 되거나 그 아픔때문에 정신적으로 독 일 이유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때 아이들에게 많은 따돌림이나 놀림을 받았어도 과거에 집착하기 보다 지금 현재의 삶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부모의 절실한 노력의 과정과 동기는 이해해주시고 오히려 보듬어 주는것이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 한조각은 있어야 하는 것이 나이 먹은 어른으로써의 자식의 도리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되어 집니다.

    못나고 못생긴데다 가난해서 맨날 행정실에 불려 가는 아이 보다는 행복한겁니다.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그런 아이가 있었어요.
    정말 불쾌한 외모에 몸에서 냄새가 났지만 글 하나는 정말 잘쓰던 아이가 있었죠..
    행정실에 집처럼 불려 다니던 아이..

    그 친구랑 마음으로 가까와진적 없지만 소리 없이 뒤에서 응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공주과에 잘사는 집 아이의 티냄은 제 성격상 조금 얄미워 보이거나 부러운정도였으며 대부분의 제주위의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갔던것 같아요.

    그렇게 주위의 친구들이 과하게 님에게 부정적인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그 공주꽈 라는 이미지보다 다른 개인적인 이유가 더해져서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원글님께서 정말 그냥 적당히 부모의 챙김을 무시하과 쿨~!하게 넘어갔다면 오히려 아이들은 그런가보다 ..잘나가는집 아이인가보다 하고 말수도 있는 겁니다.
    오히려 신경 곤두서고 본인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그부분을 의식했을수도 있어요..
    저도 몰랐는데 엄마가 고 3때(그때당시 공부열이 장난 아닌 8학군의 학교였습니다)담임께 한달에 한번인지 어쩐지 촌지를 주셨더군요.
    저 하위권 맨 밑바닥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이과반이였는데..
    어쩐지 자율학습을 빠져도 아무말 안하시고 넘어가시고 유난히 저에게 관대하셨어요..
    같은 이유로 선생님한테 걸려도 저만 야단 안치시고 ( 두세번 그런 일이 있었어요)넘어가시고..
    바로 제 옆친구는 아주 눈물 나게 호되게 야단쳤던 기억이 있었죠.
    20대 초반때서야 그 사실을 알았죠..

    전 그때 그랬죠..
    물론 선생님이 저를 편애 한다는 시선이 있었지만 돈봉투는 몰랐던 상황이고..
    저는 오히려 그런 시선을 무시하고 똑같이 행동했더니 아이들도 별 신견 안쓰더군요.
    돌아가신 친정 엄마께 너무 고맙다는 말 했던 기억은 납니다.
    하지만 그것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차별 받았던 일은 슬펐다고 말씀 드렸지요..
    그정도가 정상적인 반응이라 생각합니다.

    촌지 개인적으로 안된다는 주의지만..
    이미 고래고적 지난 일 굳이 마음의 상처가 되서 독까지 된다는건 부모님의 입장에서 너무 서운할것 같습니다.(저도 자식 키우는 부모입니다)

  • 2. 원글이
    '08.12.29 1:22 PM (117.20.xxx.52)

    다른건 모르겠지만..."그 시절에 화이트 드레쓰며 고급 찬합등은 형편에 비해 과하다고
    히시면서 자랑처럼 들리기도하지만.."라는 부분은 동의할 수가 없네요..^^;

    자랑처럼 보였나요? 아니에요. 자랑이 아니고 정말 고기도 못 먹을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
    그런걸 해서 보내는 엄마가 이해 안 가서 써 놓은 부분이에요.
    화이트 드레스는 남에게 얻어온 옷이었습니다..쩝..

    자랑처럼 보였다면 제 글을 잘 이해하지 못하셨군요....
    전 어릴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그냥 생긴대로 형편대로 사는게 좋아요.

    그리고 차라리 돈봉투의 여파가 초등학교에서 끝났으면 좋았을법 했습니다.
    근데 그 꼬리표가...고등학교까지 따라갔으니 문제죠...
    초등학교땐 항상 힘 있는 아이들의 놀림감이었구요.
    이제 막 전학가서 친구도 하나 없는 소심한 여자아이...다른 아이들이 작심하고
    놀리고 괴롭히면...대들 힘이 있을거라 생각하시는지요......

    그 소문이 중학교로 가서 똑같이 힘 있는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고..
    가끔 맞기도 하구요...
    고등학교땐 아이들이 철이 들어서 티는 안 내지만 쟤가 그랬다더라
    수근수근 놀림감이 되고....나도촌지싫지만님은 그게 어떤 기분인지 잘 모르실거에요...
    당한 사람만 아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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