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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세입자

... 조회수 : 1,313
작성일 : 2008-12-27 10:49:58
며칠전 기존 세입자를 내보냈다. 2006년 고점에 우리에게 집을 팔았던 사람이 이사안가고 세입자로 눌러앉았었다.
12월 만기인데도 8월달부터 무던히도 괴롭혔었다.
8월에 빨리 나간다기에 천만원 낮춰 부동산에서 내라는대로 냈다. 그랬더니 천만원만 낮췄다고 더 낮추라고 난리 한바탕.
그러더니 그 다음주에 전화와서 이제 원래 날짜대로 나가겠단다.

10월 중순, 또 전화왔다.
자기가 이사갈집이 10월중에 나갈수도 있으니 이달까지 기다려보고 그집 안나가면 방빼겠단다.
자기집은 재벌 총수도 살고 연예인들도 사는 고급 빌라 어디라고 자랑 비스무레하게 했다.

내놓자 마자 집이 안나가자 그때부터 일주일에 한번꼴로 전화하기 시작했었다.
전세값은 계속 떨어지고 소위 입주폭탄 맞았다는 지역의 헌아파트..대부분 새아파트로 가겠다는 사람들이어서 최악중에서도 제일 최악이었다.

5천 낮춰 냈다. 부동산에서는 열심히 보고 가는데 거래는 잘 되지 않는 모양이었고..
이 와중에 이사람들은 내용증명을 두차례나 보내고 나중엔 협박성 비슷한 편지도 한번 보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여기저기 돈줄이 다 막혀버리고 담보가 있어도 은행에서 대출이 안된다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통보가 왔다.
12월 15일에 만기니까 12월 16일에 임차권 등기명령을 넣겠단다.
이미 서류 준비도 다 되었고 16일 되면 바로 넣기만 하면 된단다.

부동산에서 내라는대로 가격도 낮췄고 지금 상황이 상황인데 그리고 우리가 돈이 없는것도 아니고 은행 대출만 풀리면 해결되는데 그렇게까지 해야겠냐니까 임차권 등기 떨어지고 이자가 20%라는데 그걸 받아야겠단다.

계약하자 가격 다 깎아놓고 출발하려하면 계약 안하겠다 전화하는 부동산, 심지어 차타고 출발했는데 천만원 더 안깎음 계약안한다 하는 부동산, 가격을 너무 깎길래 너무하다 했더니 지금 전세 널렸다고 고함 탕탕치며 전화끊던 그런 부동산들.. 상황이 역전되면 언제 그랬냐는듯 사모님 하면서 살살 길 간도 쓸개도 없는 비굴한 양아치 부동산까지 한 몫 거들어 몇달을 지옥속에 살았다.

결국 이 동네 부동산 다 웃는 개값에 집을 세 놓고 모자란돈 겨우 맞춰 만기 지나고 5일만에 내 보냈다.

그런데 내 보내면서 수선충당금을 10개월치를 더 받아갔다는걸 부동산 뜬 직후에 알았다.
세입자의 고의인지 관리사무소 실수인지 날짜가 틀렸고 명백한 서류상의 문제였기에 바로 부동산으로 연락했더니 흔쾌히 자기들이 관리사무소 가서 알아보고 돈 받아준단다.
원래 부동산들이야 복비받으면 하늘이 무너져도 꼼짝안하는 걸로 알았는데 이렇게 쉽게 되니 나름 복이다 싶었다.
그런데 차라리 처음부터 돈받았으니 못해준다 했으면 내가 나서서 했을텐데  친절한 목소리로 내일갈께요. 오늘 바빴어요. 사무소 전화해놨어요. 하더니 결국 아무것도 안해놓고 말만 이리저리 돌리고 날짜만 가고 있었다.
돈 받았으니 땡이다 하는 부동산이 차라리 더 인간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세입자에게 직접 전화 했더니 이제와서 말을 바꾼다. 자기들이 최근에 수도꼭지 바꾸고 샤워꼭지 바꾼게 십만원이란다.그러면서 10개월치 수선충당금 10만원 되는돈을 못주겠단다.

70넘은 노인네들이고 남자는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랑 같이 1937년생이어서 더 조심했었다.
돈이, 세상이 힘들게 만들지 사람까지 미워할필요 있나.. 아이낳고 그런생각이 더 들어 내가 좀 손해보더라도 양보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그동안의 일은 잊고 이왕 맺은 인연..앞으로도 잘 사시라고 부동산 밖까지 나가서 마중했고 아이들 나란히 세워 인사 시켰다.

2006년,, 발령을 그쪽으로 받았고 집값이 막 움직이는 터라 퇴직금까지 다 털고 대출 엄청내서 집을 샀었다.
무리수를 둔건가.. 나날이 이자는 오르고 집값은 빠졌었다.
세상에 오를때가 있으면 내릴때도 있지..열심히 살고 우리식구 건강한것에 우선 감사했다.
발령도 취소되었고 우리는 더 못한집에서 더 아끼고 살았다.

처음부터 좋게 나갈려고 했던 내 태도가 후회된다. 세상에는 좋은 인연도 있지만 악연도 있다.
그걸 인정하고 악연에는 악연으로 대응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제 조금 깨닫는다..아닌건 아닌거다.
저 사람들은 악질중에 악질이고 나는 재수없게 똥을 밟은거다.
같이 진흙탕에서 뒹구르고 법정으로 끌고가 이꼴저꼴 다 보는게 저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방법이었을것이다.

나는 지금부터 저이들을 70평생 산 나이가 아깝게 빌어먹을 거지 세입자로 취급할 것이고 앞으로 저 사람들을 변소다 생각하며 내 머리속의 더럽고 추잡한 것들은 모두 거기다 가져도 버릴것이며 세상 온갖 나쁜일들은 저사람들에게 떨어지기 바란다.

뼈저린 교훈도 얻었다.
저렇겐 늙지 말아야한다. 저렇게 아이들을 키우면 안되는거다.
IP : 222.237.xxx.3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핑크
    '08.12.27 11:08 AM (218.232.xxx.86)

    그동안 악한 사람들때문에 고생 너무 많이 하셨네요
    이런 나쁜 사람들 때문에 좋은 사람들이 몸을 사리게 되는거에요

    이런 일겪고 사람에게 데이고 나면 부정적인 선입관이 한동안 가득하더라구요
    그리고 방법은 있어요 장기수선충당금 잘못 계산한건 부동산 가서 받으시면 되는데
    위임받은 부동산의 명백한 계산 실수이기때문에 좋게 좋게 이야기했는데도 안된다면,
    해당구청 해당부서에 신고하셔서 협의해서 받아낼 수 있어요
    가령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같은거 다 주셨는데 이런 작은 실수 그쪽에서 했다면
    부동산 거래에 있어 중대 실수는 아니지만 부동산에서 세금이나 공과금같은 문제는
    자기들이 알아서 정확하게 계산해주겠다는 서로간의 묵시적인 구두계약이 있었던거와 마찬가지겠죠
    부동산에선 우선 버팅겨서 안주구요 이런 방법 취하면 바로 주더라구요

    가령, 집주인이 아닌 사람과 매매나 전세계약맺었다거나,
    담보설정, 후순위세입자여서, 잘못되서 경매로 넘어가면
    그럴일 없다 그런경우에서도 자기네들이 보험되있어서 해결해준다고

    부동산에서 말은 그럴싸 하게 호언장담하지만
    정말 그런 경우 닥치면 폐업신고하고 나몰라라~ 하거든요

  • 2. ////
    '08.12.27 11:27 AM (121.168.xxx.192)

    옛날 생각이 나네요 Imf때 우리도 전세가 너무떨어져서 결국엔 집을 팔았어요 너무 아까운 집을~~ 세입자가 새벽마다 전화와서 매일 공포에 떨었네요 그집도 직장다니는 부인이라 그런지 출근하기전에 맨날 전화를 걸어서 노이로제였네요 이자감당도 안될거 같아 그당시에 1억이나 싸게 팔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무서워요 융자도 하나도 없는 집인데 맨날 나간다고 글쓴분세입자하고 비슷해서 갑자기 생각나네요

  • 3. 심하다는
    '08.12.27 12:47 PM (220.75.xxx.228)

    특별수선 충당금 문제만 빼면 세입자가 그렇게 심하게 악질이란 생각 안 드네요.
    결국엔 세입자가 만기 날짜 지나서 나간거고 요즘같이 부동산이 꽁꽁 얼어붙은 시기에 잘못하면 새로운 세입자 못구해서 그집에 계속 눌러 살아야하는것이니 세입자로써의 권리를 법적으로 절차 밟았을뿐이란 생각입니다.
    이렇게 부동산이 꽁꽁 얼어붙은 시기엔 집주인 노릇이란게 쉽지 않아요.
    전세비 한푼이라도 더 올려받고 싶어하거나 알아서 빼서 나가라는 배째라식 집주인들도 많으니 "을"의 입장인 세입자들이 먼저 나서서 법을 들이민것일겁니다.
    저흰 원글님과 반대로 세입자의 경험이 있는데 집주인이 전세비 반드시 더 올려서 내놓아야한다고 그가격에 그대로 세입자 받기 싫다면서 무조건 기다리라는 입장이었어요.
    그땐 집값이 뛰는 시기였으니 어쩌면 집주인이 무리한 요구도 아니었을겁니다.
    하지만 날짜가 다가와도 더 올려서 들어오겠다는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저흰 집을 매매했기에 잔금 날짜맞춰 전세비를 빼야하는 상황이었으니 집주인보다는 저희가 그야말로 똥줄이 타는 입장이었지요.
    저흰 법을 들이대기 보다는 부동산 잘 꼬드겨서(복비 더주겠다고요) 집주인이 원하는 대로 전세비 올려내는 세입자 구해 간신히 빠져나왔지요.
    날짜 다가오도록 집주인이 천하태평 기다리란 소리만 해대서 세입자 안구해져도 계약기간 만기되면 알아서 전세비 빼달라고 하니까 그건 또 못해준답니다.
    그 소리할땐 저희도 원글님네 세입자처럼 당장 법적인 절차를 밟고 싶었지만 울 부부가 독한 사람들이 못되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우리가 복비 더주고 빠르게 해결 봤습니다.
    지금은 집값이 떨어지고 매매가 얼어붙은 상황이니 세입자는 법의 힘을 빌리는게 빠른 해결책이니 그게 나쁘다고만 할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4. 심한데요.
    '08.12.27 1:04 PM (119.207.xxx.10)

    세입자가 미리 나간다해서 맞춰주었는데 나중에 또 번복을하고 이랬다저랬다해서 시기를 놓치게 세입자들이 만들었는데요.. 그래놓고 만기되니 법적으로 한다고 큰소리고..
    이런과정없으면 몰라도.. 이런과정에 수선충당금문제까지 있으니 심한거 맞다고 생각합니다.
    원글님 마음 고생많이 하셨겠어요.
    요즘 세상은 좋게좋게 대해주면 더큰 상처로 다가오더군요.. 저도 나이먹어가면서 그런걸 깨닫고 그냥 딱 상식선에서만 할려고 합니다..

  • 5. 이상한 세입자도 많
    '08.12.27 7:09 PM (203.237.xxx.223)

    전 세입자가 나간다고 해놓고 이랬다 저랬다 하길래,
    부동산에다가 알아서 상호 날짜 맞춰달라고 했어요.

    시세보다 훨씬 싸게 1년이나 더 있었으면서
    나가면서 참 얄밉게 굴더군요.
    남편은 전화해서 나간다 하고
    와이프는 아직 결정 안됐다 하고... 전화걸면 이랬다 저랬다
    자기들 살 집은 미리 다 구해놓구도 나한텐
    나갈지 어쩔지 말도 안해주고
    전화도 안받고.. 저혼자 발을 동동 구르다가
    부동산에서도 학을 떼었다 하더군요.
    돈 받을 사람은 저희들인데 내가 왜 난리인가 싶더라구요

  • 6. 원글님
    '08.12.27 8:40 PM (211.205.xxx.254)

    을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해 드리고싶네요..
    저런 별난 세입자를 경험한 집주인 심정은 겪어보지않으면 모릅니다.
    지금은 아파트살지만, 그전에 단독주택 4가구세주면서 7년동안 계약서 34번
    썼지만 별난사람 진짜많더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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