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어떤 분이 야학에 관해 말씀을 하시길래
문득, 열정의 그 시절이 생각나 낙서를 좀 하겠습니다.
피가 뜨거웠던 지난 어느 시절 나이, 더불어 뜨거운 피를 요구하던 그 시절에는
보통의 청년들은 자기자신보다 정의라는 것에 관심이 많고,
불평등에 울분하고, 그 것을 깨어 부수어한다는 사명감과 정열 때문에,
지금은 할 수 없는( 할 수 없는게 할려는 의지가 없는지도.. )활동을 하신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듭니다.
열매가 전혀 없어 쓸데 없는 넋두리지만, 저도 한때는 그러한 면이
아주 조금은 있었나 봅니다.
80년대 중반에, 서울 성수동에 있던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생활)야학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수녀원이라는 특성 때문에 학생은 모두 여자였고,초등반,중등반, 고등반 이렇게 3개 반이 있었는데,
교사 회의 때마다 이야기의 중심은 거의 초등반이었습니다.
우리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는 반이었습니다.
이야기1:
30대 중반의 초등반 학생이, 초등부 선생들에게 남편과의 연애시절 이야기를
해 주었답니다. 그 분은 연애할 때 언제나 중국집에서 짜장면만 시켜 먹었답니다.
연애 초기에는 남자 분이 다른 맛있는 음식을 먹기를 권했나 봅니다.
(남자들은 아무리 주머니가 가벼워도 애인에게는 팍팍 쓰는 속성이 있잖아요.
그래야 빨리 손도 잡고, 뽀뽀도 하고, 그 다음 것도...흐흐.)
근데 여자 분이 짜장면을 좋아 한다고, 너무 강력하게 이야기하니까
남자가 더이상은 다른 음식을 권하지 않더랍니다(이 남자 속으론 웃었겠죠. 돈이 적게 들어가니까).
드디어 오늘은 신랑과 함께 자기가 정말 먹고 싶어 하던 음식을 먹고 왔다고 자랑(?)을 하더랍니다.
초등부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중고등부 선생들 중에는,
눈시울이 붉어진 사람도 꽤 있었습니다.(난, 절대 아니야!)
글씨를 몰라서 중국집에서 짜장면만 물리도록 먹다가......
이야기2:
40대가 넘으신 초등부 아주머니가 과일을 가지고 왔습니다
기뻐다구요. 오늘 은행에서 돈을 직접 찾아 왔다고요.
70000원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습니다, 전표와 함께요.
전표에는 '철 만원' 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은행원 아가씨 착하죠?
이야기3:
인천 쪽에서 오는 초등부 아주머니도 계셨습니다.
평소에는 자리가 있어도 앉지 않고 항상 서서 오셨는데
오늘은 편히 앉아서 오시면서 잠시 졸기도 했답니다.
여지껏 글자를 몰라서 지하철만 타면 스피커 나오는 쪽으로
가서 귀를 기울이고 하셨답니다.(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국철이나 1호선은 스피커 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습니다.)
2호선 건대입구 표지판을 보고 내렸답니다.
이해가 안되는 건, 그 때 이야기를 할 때마다 담배가 무지 땡긴다는 겁니다.
얼마나 노력해서 끊은 담배인데.... 참아야지! 끙!
안타깝고, 재미 있는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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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수녀원 야학 시절 때의 이야기
인간답게 조회수 : 581
작성일 : 2008-12-25 17:27:47
IP : 61.74.xxx.13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소심소심
'08.12.25 5:50 PM (210.91.xxx.186)ㅠㅠ
2. 토끼눈
'08.12.25 6:43 PM (121.180.xxx.199)ㅎㅎ
3. 님의 글 읽으니
'08.12.25 6:45 PM (211.187.xxx.189)저도 80년대 초반에 신정동에서 야학하던 생각이 나네요. 정말 우리집에서 무지 먼 곳이었는데 그땐 열정이 넘쳐흘렀었음을 새삼 느끼네요. 저도 할 얘기 많고 얘기 들으며 뜨거운 것이 저 가슴 바닥에서 목구멍으로 치밀어옴을 느낀 적도 많았었죠. 그 학생들 지금 뭘 할까..개신교도 아닌데 개척교회에서 야학을 했었는데 그때 목사님이 안계신 전도사님이 하시는 교회였었는데...그 전도사님은 지금 안녕하신지...모두 궁금하네요...
4. 스피노자
'08.12.25 7:45 PM (114.29.xxx.15)저도 72년도에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서 야학을 했었습니다. 잠실(누에 사육장)에서 열 댓명쯤 되는 학생들과 희미한 석유램프를 켜놓고... 그때는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소년소녀들이 많았슴니다. 그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언 30여년의 세월이 훌쩍 흘러 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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