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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자랑

사랑해 조회수 : 942
작성일 : 2008-12-25 11:36:17
요즘 연말을 맞아 며칠 연속 친한 사람들을 만나 밥을 먹었어요.
평소에는 1-2달에 한 번쯤 만나지만 비교적 솔직한 사람들이라 이야기가 겉돌지 않고 진지했었어요.
그 분위기에 저도 편승해서 솔직하게 말을 해왔죠.

그런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남편이나 아이들, 시어머님, 친정 부모님 이야기가 나와 서로 하다보면 왠지
저는 본의 아니게 자랑을 했던 것 같아요.

상대방이 자기 남편은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오고, 심지어 여자있는 술집에도 다녀왔고, 아이들 공부도
안 봐주고....
그런데 제 남편은 원래 술 안마시고, 칼 퇴근에 들어오면 아이들 공부 봐주고, 저랑 얘기하고, 가끔
맥주도 한잔씩 하고.. 저는 정말 자상하고 도덕적인 남편이 너무 좋아요. (결혼 12년)

상대방이 자기 애들은 공부도 안하고, 책도 안 읽고, 컴퓨터만 한다고 하고....
저희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책은 너무 읽어서 걱정이고, 컴퓨터는 거의 안하고, 해도 스스로 30분만 하고
그만 하지요.

특히 남편 이야기가 나오면 괴리가 아주 심해져요.
제 남편은 결혼 초부터 지금까지 분리수거, 목욕탕 청소, 음식 쓰레기, 베란다 청소를  맡아놓고 하고 있어요.
재활용에 버리려고 상자 하나 들고 나가다 퇴근하는 남편을 우연히 마주쳤는데 우리 공주님이 왜 이런거를 하시냐며 양복 차림에도 얼른 제 손에서 뺏어서 자기가 갖다 놓고 올 정도예요.

저녁에 제가 가끔 친구들이나 동네 아줌마들 만나면 술 마시고 늦게늦게 들어오라고 전화도 안해요.
정말 실컷 놀다 늦게 들어오면 애들이랑 같이 마치 엄마없는 애들처럼 나란히 자고 있어요.

홀 시어머님에 끔찍한 장남이지만 제게 강요는 하지 않아요.
다행히 저도 좀 착한여자 컴플렉스가 있는 여자라 어머님께 제 스스로 잘해드리려고 노력을 해서 남편이랑 갈등은 별로 없어요.
직장도 탄탄한 직장이고, 돈도 적당히 벌어오고, 부부관계에도 성실하고...

단점은 자잘한 것들이지만 물건을 좀 막 사고(등산 용품, 군것질거리..), 마음이 좋아 남에게 거절을 못하고,
물건이나 할 일을 잘 잊어버리는 것 정도예요.

전에는 다들 솔직히 말하니까 나도 솔직하게 말한다고 얘기하면 분위기가 자랑하는 것으로 가게되는 것 같아
이번 연말 모임부터는 마음 먹고 입을 꼭 다물고 있었더니 재미도 없고, 분위기도 어색하네요.

결혼 연차가 좀 되었어도 진심으로 부부간에 민주화가 확고히 자리잡았고,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부부 모임 좀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서로 좋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주고 받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 청량제가
될 것 같아요.

살림, 직장으로 바삐 살다가 연말에 지인들 만나 밥먹으면 기분전환될 줄 알았는데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매번 밥만 먹고 들어오니 좀 허무해서 여기에 글 써봤어요.

행복한 부인들 연락좀 주세요.
다복회 하나 만들어요. ^^
IP : 61.83.xxx.138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12.25 11:50 AM (121.157.xxx.68)

    좋으시겠어요
    아주 부럽네요
    부인이 하는 만큼 남편분도 하시겠지요
    다복회라...자격없는 사람이 그냥 지나가며 댓글 달아요

  • 2. 사랑이여
    '08.12.25 12:31 PM (222.106.xxx.172)

    <단점은 자잘한 것들이지만 ... 마음이 좋아 남에게 거절을 못하고,>....
    덧붙인다면 혹시 부군이 친구에게 돈빌려주는 일만은 절대 없기만을 바랍니다.
    곁에서 죽어나간다해도 돈거래만은 '단점'이 되길 바랍니다.
    장점이 된다면 안 되지요.^^

    제 경험인데요..제 고교 친구 부부에게 돈빌려주고는 영영 인간도 잃고 돈도 잃고....
    거절못하는 제 성격이라서 그랬던 것이라.....

    님의 부군에 대한 글을 읽다보니 생각나서...ㅠㅠ

  • 3. ...
    '08.12.25 12:42 PM (58.226.xxx.11)

    전 제가 쓴 줄 알았어요.
    우리 남편이랑 많이 비슷해요.
    다만 애들은 지독히도 말을 안든다죠. 공부, 책... 하고는 담을 쌓았답니다. ㅠㅠ

  • 4. ^^
    '08.12.25 12:52 PM (115.139.xxx.195)

    저도 다복회 할래요^^ 저희 남편 아직 결혼2년차이긴하지만..너무 자상해요.자랑하자면 온종일 걸릴꺼 같아서 ㅋㅋ
    자기 월급 좀 올랐으니..기부하는 액수 좀 올리면..안되냐고.. 재무부장관(저 -,-;;) 한테 허락 좀 받아야 할꺼 같아서 물어본다고... 나중에 애들한테도 세상은 더불어 사는거라고 가르쳐야 한다는..

    이런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남편이 하지만 돈관계에서는 정확한 ^^;; 이런 남편..
    자랑해도 되죠?

  • 5. 추카추카
    '08.12.25 1:49 PM (61.248.xxx.1)

    물건은 좀 막 사고 : 조금 단점 같아요.
    마음이 좋아 남에게 거절을 못하고 : 단점 아니고 장점이예요
    물건이나 할 일을 잘 잊어버리는 것 : 조금 큰 단점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냥 부럽네요.
    성탄절날 이렇게 따뜻한 가정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저도 따뜻한 가정 만들어보려고 노력할래요.

  • 6. 가을이
    '08.12.25 4:09 PM (218.148.xxx.90)

    재활용 분리수거 손도 못대게 하고...
    우리집 이야긴줄 알았네요.
    결혼 연차는 제가 몇 년 더 됐구요. ^^

    연말 여러 부부동반 모임가서
    별로 안 친한 사람들앞에서는
    그냥 이야기 들어주고 웃어주기만 하구요.
    정말 친한 지인들 팀에서는
    저희 가족은... 부부생활 강사(?)가 됩니다.
    기꺼이 들어주고, 배우려고 하고
    우리들의 행복을 축복하며
    본받을려고 하는 지인들앞에서만요.

    니들은... 진짜 사랑하는구나... 합니다.

    어제 크리스마스 이브도
    일년중 아빠가 가족을 위한 최대 이벤트를 하는 날.
    배꼽 빠지게 많이 웃고 행복했네요.

    가난한 집 효자 장남을
    선뜻 최고의 사윗감이라고 기꺼이 맞아주신
    친정어머니의 탁월한 선견지명으로
    참 많이 행복합니다.

    시부모님들도 아주아주 좋으신 분이세요.
    많은 분들이 가장 부러워한다는 일체의 텃치없이
    그저 니들만 행복해라... 잘된것은 다 며느리덕이다... 하시는 분들입니다.
    물론, 저도 꽤...남들만큼,이상 하는 며느립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와서요.

    도덕적으로... 이 부분이 어쩌면 가장 큰 신뢰의 기본일테고.

    아마도 원글님이 다복회로 저를 만나
    아무 눈치없이 서로 거리낌없이...
    서로서로 일상을 편안히 자랑아닌 그대로를 이야기한다해도
    저를 만나면... 조금 심정 상하실듯요. ^^*

    노력하면서...많이 행복합시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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