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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중 4명은 밥도 제대로 못 먹어.."

체제붕괴 조회수 : 581
작성일 : 2008-12-25 08:12:53
"10명중 4명은 밥도 제대로 못 먹어.."
[재래시장 르뽀②-가락시장] "경기? 말해봐야 입만 아파"
박준석 기자 / hanam21@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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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 같으면 차량으로 넘쳐야 할 가락시장 내 통로가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하다.
사진 더 보기 ⓒ 민중의소리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눈 앞에서 오토바이가 넘어졌다. 급하게 물건을 싣고 가던 운전자는 벌떡 일어나 넘어진 오토바이를 세워 타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

뒤 따라가보니 운전자는 어느 트럭에 물건을 옮겨 싣고 있다. "왜 그렇게 급히 가셨냐"고 묻자 그는 웃으면서 "오랫만에 많은 물건을 구입한 손님 차에 물건을 실어줘야 하는데 혹시 늦으면 취소할까봐" 라고 답한다.

성탄절을 앞두고 서울엔 많은 눈이 내렸다. 23일 새벽 찾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도 눈으로 시장통 바닥이 얼어 곳곳에 엉덩방아 찧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기온이 떨어져 상인들은 곳곳에 난로를 피우고 몸을 녹이고 있었다. 난롯가에 모인 상인들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경기가 어떠시냐"는 질문에 상인들은 표정부터 어두워진다. "말해봐야 입만 아파" 라며 자리를 뜨시는 분부터 "기자가 잘 써줘서 경기가 좋아진다면 내 한마디 하지"라는 분까지. 모두 "경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쪽에서 손아무개(65, 여)씨가 "경기가 좋으면 지금 이 시간에 여기서 난로를 쬐고 있겠어"라고 작게 중얼거리니 모두가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가락시장에서는 시금치 한박스를 출하하기 위해 박스값만 1천원이 소요돼는 현실에서 농민들의 손에는 과연 얼마가 쥐어질까 걱정이라는 상인의 말이 있었다.
사진 더 보기 ⓒ 민중의소리

난로를 쬐는 상인들을 뒤로 하고 야채도매시장으로 향했다. 시금치 상자 등이 쌓여있는 상가에서는 흥정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생 자녀를 2명 둔 황아무개(55, 남)씨와 식당을 하는 손님 간에 흥정이 한창이다. 시금치 한상자를 두고 1천원을 깎아달라는 손님과 황씨의 줄다리기는 결국 황씨가 5백원을 덜 받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시금치 한 상자 가격은 7천원이었다. 황씨는 "이거 팔아봐야 남지도 않는다"면서 "더욱 걱정인 것은 시금치를 출하하는 농민들"이라고 한다. "7천원짜리 한 상자 납품해봐야 박스값만 1천원인 상황에서 농민들의 손에 얼마가 쥐어질지 뻔하다"는 것.

황씨는 "IMF 때도 이렇게 장사가 안 되지는 않았다"면서 "가게세 내기도 벅차 일하던 직원 3명중 2명을 어쩔 수 없이 내보냈다"고 말했다.

황씨에 따르면 요즘 들어 특히 10년 이상된 단골들이 저녁에 찾아와 '가게 문을 닫았다'고 인사를 하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들과 막걸리를 나누며 인사를 할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황씨는 덧붙였다.

또 "가락시장 상인들을 100명으로 놓고 보면 그중 30명은 조금 벌고 30명은 밥만 겨우 먹고, 나머지 40명은 밥도 제대로 못 먹는 시절이 2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한창 이야기를 하던 중 옆 가게에서 황씨에게 일찍 파장하자고 재촉이다. 황씨는 "예전 같으면 이 시간(오전 8시)이면 한창 바쁠 시간인데 지금은 손님이 거의 없다"면서 "그래서 요즘은 8시 전후로 가게 문을 닫는다"며 '막걸리 마시러 가니 같이 가자'고 권한다.

막걸리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고 길을 건너 마늘 파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마늘가게 김아무개 씨는 "50년 동안 마늘장사를 해오며 이렇게 힘든 1년이 없었다. 살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요즘 같으면 죽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김씨에 따르면 3년 전만 해도 경기는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상인들은 앞다투어 좋은 자리(농수산 시장의 중앙통 인근 상가)로 대출 등을 받아 자리를 옮겼다. 많은 돈을 빚까지 내서 좋은 목에 자리를 잡았지만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어, 당시 그쪽으로 옮긴 상인들은 지금 울상이라고 한다. 지금은 싸게 내놓아도 가게가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야채 등을 파는 도매시장 앞에는 조그마한 소쿠리를 놓고 깐쪽파 등을 파는 할머니들이 줄줄이 앉아 있다.

최아무개(70, 여) 할머니는 "하루 종일 앉아 있어봐야 버는 게 없다. 예전 같으면 이 시간이면 벌써 다 팔고 들어갔다"며 새롭게 쪽파를 까기 위해 한 묶음을 무릎 위에 펼쳤다.

바닥에 쌓인 눈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녹았지만 만나는 상인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가고만 있다.

가락시장은 부지 54만여㎡(16만여평) 규모에 47개동이 들어서 있다. 2년 전만 해도 하루 가락시장을 이용하는 사람은 13만명, 거래물량은 7천여톤, 거래금액은 80여억원에 달했었다.



오전 장사가 안돼서 난로 주위에 모여 추위를 피하고 있는 가락시장 상인들
사진 더 보기 ⓒ 민중의소리
IP : 121.159.xxx.7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구름이
    '08.12.25 8:48 AM (147.47.xxx.131)

    파란 목도리 한개 가지고는 턱도 없다.
    없는 사람 다 죽고 난 다음에 서민대책이라고 목도리 주문했다고 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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