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기저귀 갈기의 달인

혜원아빠 조회수 : 930
작성일 : 2008-12-24 12:40:34
기저귀 갈기가 별거 아닌것도 같지만..
알고보면 기저귀 갈기의 기술은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오한듯하다.


내 경험에 의하면..
우선 초보들은
한번 가는데 보통 5분이 걸린다. 쩔쩔맨다. 균형이 맞지 않는다. 한마디로 헤맨다.
가는 도중 손에 오줌 묻히고 똥묻히고 가관이 아니다. 가히 글로 형용키 어려울 정도로 민망하고 안타깝다.


그 다음 단계가 중급인데..
이 단계는 기저귀를 갈기 시작한지 한달반정도 이후부터의 단계이다. (꾸준히 정진하였을시)
기저귀 가는 시간이 1분 이내로 단축된다. 손동작이 민첩해진다.
기저귀의 상하좌우 대칭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속옷을 입혀놓은것처럼 우아해진다.
단 중급 초기에는 시간차 조절에 실패하여 아기의 오줌이 손을 적시거나 이불을 적신다.


꾸준히 정진하였을시..
시작한지 5달 정도가 지나면 고급단계로 올라서게 돼는데..
일단 시간이 30초 안에 일을 끝마친다. 손놀림이 마치 붓으로 난을 치듯, 학이 날개를 치듯 우아하다.
시간차 조절을 실패하여 이불을 적시는 실수는 하지 않는다.
이 단계에는 기존 기저귀 밑에 새 기저귀를 먼저 대놓고 기저귀를 가는 신묘한 기술이 터득된다.
이 기술은 기저귀 갈기 기술의 발전과정에서 한획을 긋는 획기적인 것으로서
가히 인류의 역사과정중 산업혁명에 견줄만하다 하겠다.
소변 기저귀는 기본이고 대변 기저귀 또한 한치의 오차 없이 한점의 오물없이 처리한다.
가히 인간이 도달할수 있는 최고의 경지가 아닌가 싶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꿈속에서도 기저귀를 간다.


본인은 최근에 이미 이 단계를 마스터한 입장에서 한동안 의기양양하고 기세등등하여
세상에 두려울게 없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 한가지 일에 정진하여 드디어 그 끝을 경험한 인간의 희열이랄까?
더이상 나아가며 정진할 길을 잃어버린 막다른 길에 고독이랄까?
이제는 고요히 손을 놓고 하산하여야 할때란 말인가?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혜원이 엄마가 기저귀를 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허걱..
거의 놀라 쓰러질뻔 했다.
아~ 저 기술은.....
그건 인간의 경계를 무너뜨린.. 가히 신의 경지였다.


혜원이 엄마의 그 놀라운 기저귀 가는 기술..
마의 15초 벽을 무너뜨린 그 신비의 기술..
그것은 정말 평범함 속에 있었다.
바지를 벗기지 않고 발목까지만 내린채로 기저귀를 신속히 갈고
바로 바지를 올리는것.....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것인가?



무릇
기저귀를 갈려면 바지를 벗겨야만 한다는 정설..
천년을 내려온 그 강박관념을 산산히 박살내버린 그 신비의 기술..
그것은 정말 극히 평범함 속에 있었던 것이다.
실상..
마의 15초벽을 깰수 없으리라 당연시 했던 믿음은..
기저귀를 가는 시간보다는..
기저귀를 갈고 마지막 마무리인 바지를 입히는 그 과정에서 어쩔수 없이 소비되는 그 시간의 낭비이다.
도저히 어쩔수 없으리라 누구나 당연시했던 그 시간을..
바지를 벗기지 않고 그냥 살짝 내려 발목에 걸쳐놓고
기저귀를 가는 순간
전광석화처럼 한순간에 걸쳐놓았던 바지를 올려버리는 그 찰라적인 손동작이
결국 신의 영역이라 여겼던 마의 15초벽을
허무하게 무너뜨려 버린것이다.


아.. 새삼 느끼는..
평범은 위대하다 위대는 평범하다..라는 진실..


과연 기저귀 갈기 기술의 깊이는 어디까지인가? 그 끝은 어디란 말인가?

IP : 218.155.xxx.169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ㅎㅎ
    '08.12.24 12:54 PM (59.13.xxx.51)

    서서 놀고있는 아이 바지내려 기저귀가는 저는 어떤 경지에 있는건지~~^^;;;

  • 2. ㅋㅋ
    '08.12.24 12:57 PM (122.199.xxx.42)

    학이 날개를 치듯..에서 웃고 갑니다..ㅋㅋ

    저도 기저귀 갈기 9개월차에요.
    이제 전 고급단계네요. 혜원이 엄마분은 진짜 달인이신가봐요.
    우와~~~^^b

  • 3. m
    '08.12.24 1:08 PM (218.48.xxx.48)

    ,하하하....넘 잼있어서 로그인했어요...
    저도 혜원이 어머니처럼 하는데....ㅋㅋ

  • 4. 푸하하
    '08.12.24 1:15 PM (125.184.xxx.193)

    신의 경지... 너무 재미있게 글을 쓰시네요..

    전 아직 아기가 뱃속에 있어서 저런 경지는 꿈도 못꾸지만...기대되네요..ㅋㅋ

  • 5. 전 어떻습니다.
    '08.12.24 1:18 PM (222.98.xxx.175)

    연년생 애둘 기저귀를 이제야 뗀 저는 어떤 단계일까요?ㅎㅎㅎ

  • 6. 10개월차
    '08.12.24 1:35 PM (211.255.xxx.38)

    고급단계로 올랐다가 요즘 아기의 비협조로 다시초보단계로 내려가거나 아기가 협조적일 경우 신의 경지입니다.
    간혹 목욕후 필사적인 아기의 비협조시에는 밴드형 기저귀를 팬티로 미리 만들어 서있는 상태로 입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어떤 단계로 분류하면 될까요?

  • 7. 혜원아빠
    '08.12.24 2:04 PM (218.155.xxx.169)

    아아..."서서 놀고있는 아이 바지내려 기저귀가는 저는.." 님.. 너무 놀라워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습니다. 거의 무아지경이군요.. 그리구.."목욕후 필사적인 아기의 비협조시에는 밴드형 기저귀를 팬티로 미리 만들어 서있는 상태로 입히는 경우도..." 님... 이건 또 무신 신비로운 경지입니까? 아....제가 모르는 중원고수들이 너무 많군요.. 제 실력은 정말 조족지혈이었군요.. 세상 살기 싫어집니다.ㅠㅠ

  • 8. 혜원아빠
    '08.12.24 2:09 PM (218.155.xxx.169)

    아 그리고.. "연년생 애둘 기저귀를 이제야 뗀 저는.." 님.. 그냥 무심코 지나칠뻔 했습니다. 글 의미를 잘 헤아려보니.. 그 경지가 ... 아.. 말문이 막힙니다. 상상이 안갑니다. 혹시... 바지를 내리지 않고 기저귀를 갈아버리는.. 그런 경지는 아니십니까?

  • 9. .
    '08.12.24 2:44 PM (125.128.xxx.239)

    혜원아빠님 종종 글 올려주세요. 재밌게 잘 읽었어요.. 댓글도요
    말씀하신 내용과 혜원아빠의 혜원이에 대한 사랑이 눈에 선합니다
    낼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 10. ㅎㅎㅎ
    '08.12.24 2:46 PM (220.75.xxx.247)

    한손으로는 전화를 받으면서
    아이를 다리로 힘 조절을 해가면 누르고
    나머지 한손으로 기저귀를 가는 경지는
    어디에 넣어 주시렵니까?

  • 11. 헉...
    '08.12.24 3:03 PM (59.10.xxx.22)

    전화통화 하면서 똥기저귀까지 갈고 닦아주고 하는 나는.....

  • 12. ㅎㅎㅎㅎ
    '08.12.24 3:04 PM (59.13.xxx.51)

    서서 놀고있는 아이 바지내려 기저귀가는 첫댓글 주인인데요~^^;;
    세상 살기 싫어지신다니....살고 싶어지는 한줄기 희망의 빛을 드리자면...
    제 남편은 아직도 생초보단계입니다. 기저귀요?? 앞뒤구분도 못합니다. 기저귀에 써있습니다.
    앞!!!!또는 前!!!!!이렇게..ㅎㅎㅎ
    아이 목욕시키고 제가 욕실 정리하고 있는동안 아이좀 챙기라면 기저귀 들고 쫓아다니면서
    땀흘리구요...기저귀들고 아이를 못잡으니 매직팬티 머리에 뒤집어쓰고 쫓아다닙디다 ㅠㅠ
    간신히 다리한쪽 끼웠나하면...아이는..다리한쪽에 기저귀달고 도망갑니다~^^;;

    그러니 제 남편 입장에서 님은 이미 고급단계를 통과하여 고수로 가시는 길이니 심히
    부러워할 일입니다.^^

  • 13. 우와..
    '08.12.24 3:14 PM (221.146.xxx.1)

    혜원 아빠님 글 정말 잘쓰신다. ㅎㅎ

  • 14. ㅎㅎ
    '08.12.24 4:33 PM (220.120.xxx.193)

    한편의 무협만화를 보는듯 했네요.. 저도 살짝 고수측에 낄라나?ㅋㅋ

  • 15. 혜원아빠
    '08.12.24 4:57 PM (218.155.xxx.169)

    전화통화 하면서 똥기저귀까지 갈고 닦아주고 하는 나는.....님.. 아... 진정 고수중에 고수이십니다. 실전경험을 토대로 막 써본 첫글에 이렇게 성원에 주시니 몸둘바를 ;;; 여자분들만 계신 이곳에 글 올리는것도 참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2박3일 고민하다가 올렸는데.. 다행입니다. 제가 요즘 이제 5개월된 딸래미 육아에 푹 빠져있슴다. 서투른 아마추어글이라 어여삐 여겨주시길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33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576
682632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243
682631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524
682630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75
682629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672
682628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380
682627 꼬꼬면 1 /// 2011/08/21 27,412
682626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607
682625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794
682624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51
682623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6,993
682622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215
682621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193
682620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399
682619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311
682618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632
682617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4,080
682616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56
682615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626
682614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61
682613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392
682612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46
682611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041
682610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545
682609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59
682608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819
682607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808
682606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33
682605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8,084
682604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83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