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시즌.
일년에 두번정도 만나는 남자들의 모임이 있어서 동반으로 나갔습니다.
모두들 어린시절부터 친구들이라 허물없는 사이랍니다.
어린 학생 신분일때부터 친구라 애인도 생기고 하나둘씩 결혼도 하고 이젠 반은 결혼해서
아이들을 하나, 둘씩 안고와서 제법 규모가 커져버렸네요.^^
서른명 남짓이 둘러앉아 한두잔 술을 마시고...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아이들과 함께.
대부분 초보엄마들이라 출산, 육아가 제일 큰 화제.
얘기를 나누다보니 일찍 결혼해서 이미 딸 둘이 있는데 셋째를 준비한답니다.
이유는?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물었지요. 아들이 꼭 있어야 해?
대부분(아니, 저 빼고 모두...) 아들은 꼭 있어야 한답니다. 둘이되던 셋이되던 아들 낳을 때까지...
생활이 넉넉치 않아서 고생하는 것 알고 있는데 그래도 아들 낳을때까지 셋째도 딸이면 넷째까지...
물론 아무 말 안했습니다. 사람 사는거, 생각하는 거 다 다르니까요.
그중 명문대 나와서 전문직으로 일 잘하던 언니 한명이 그럽디다.
나도 아들 낳을때까지 낳을 거야. 너도 얼른 애 낳아.
공부? 그거 오래 해봤자 애낳고 키우는데 하나도 소용없어. 공부 그만하고 얼른 애 낳아.
속으로... '언니... 언니까지 왜 이래... 그래도 결혼 전 까지는 안그랬는데...'
그러다 텔레비젼에서 뉴스를 합니다.
촛불도 나오고, 일제고사도 나오고, 국제중도 나옵니다.
화제가 당연히 그리 돌아갑니다.
다들...
촛불?! 내 주변에는 못 봤다. 괜히 힘쓰고 그래.
일제고사?! 나라에서 보라면 봐야지. 뭐가 그리 특별하다고.
국제중?! 지금부터 사교육 더 열심히 시키면 안될거 없답니다...
여기까지 얘기가 오가니
더이상 대화를 할 수 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술자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현실적인 문제에 무관심이나 대응은 그렇다치더라도...
대부분 좋은 대학교 나와서 좋은 직장들 다니는 이제 서른초반인데
사고방식이 무척 보수적이라 적잖이 놀랐습니다.
남자들의 생각에도 놀랐지만, 같은 여자들의 생각에 더 놀랐습니다.
돌아오는 길.
아무 말없는 제게 제 남자^^가 물어보더군요. 왜 그렇게 기분이 별로냐...
그래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저보고 지금 하는 공부 계속하랍니다.
돈벌어오란 소리가 아니고... 자기는 남자든 여자든 돈들이고 시간들여서 공부했는데
여자라고 너무 쉽게 포기해버리지 않았으면 한답니다.
나중에... 나중에...
자기가 아니라... 제가... 너무 후회 할 것 같다면서요.
우린 아들, 딸 구별말고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낳자. 그래서 딱~ 하나만 낳자... 이러데요.
그 소리에... 그래도 내 남자는... 다행이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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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를 다녀와서 느끼는 이 기분은 뭘까?
쭈니 조회수 : 679
작성일 : 2008-12-23 16:45:53
IP : 118.34.xxx.22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8.12.24 12:34 AM (121.133.xxx.66)결혼 잘 하셨네요^^
남편분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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