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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기는 시니컬하다...를 읽고

하늘을 날자 조회수 : 1,254
작성일 : 2008-12-23 15:43:08
윗 글 및 댓글들을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 '애착형성'과 관계된 댓글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드네요.

먼저 밝히자면, 전 남자입니다.


제 딸 아이는 이제 16개월인데, 제가 아내보다 먼저 퇴근해서 집에 가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집에 대략 7시 반쯤

도착하는데, 아내는 야근해서 좀더 늦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주말에는 물론 둘이 함께 있지만요. 아침에 할머니

께서(제 어머니죠.) 저희 집으로 출근(!)하셔서 아이를 봐주시다가 제가 집에 가면 저와 함께 같이 아이와 놀아주

시다가 아내가 퇴근할 무렵이 되면(경우에 따라서는 제가 퇴근하면 같이 저녁 드시고 아기 목욕 같이 시켜주시고

한 9시 반쯤에), 집으로 돌아가시는데요.


제가 잘 못놀아줘서 그런지 아이가 할머니와는 잘 노는데 도통 저한테는 잘 오려고 하질 않네요. 안아주려고 해

도 버둥거리면서 할머니한테 안아달라고 하고, 맘마(아직 밥을 잘 안먹으려고 해서 분유를 계속 주고 있어요)를

타서 제가 주려고 해도 할머니한테만 계속 달라고 하고. 그러다가 할머니가 먼저 집에 돌아가셔야 할 경우가 생겨

서 엄마 오기 전까지 저와 둘이서만 있게 되면, 뭔가 지루해 하는 것 같아요.


어제는 할머니가 먼저 9시 반쯤 집으로 가셨는데, 아이가 계속 엄마만 찾고 울어서 안아서 노래불러주면서 달래느

라 애를 좀 먹었어요. 그나마 애기 엄마가 금방 와서 다시 진정이 되긴 했지만. 애기 엄마가 돌아오니 또 쏜살같이

엄마한테 가서 안거더군요. 음냐.


아빠와 뭔가 정이 덜 쌓인건지, 뭔가 제가 아이의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들을 계속 한건지... 좀 걱정이 되네요. 만2

살까지 생긴 관계가 평생 갈 수도 있다니 덜컥 겁이 나네요. (애착형성이라는 게 그렇게 결정적인 것인가...ㅠ.ㅠ)

저희 집에는 아예 TV를 안놓았어요. 그래서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릴 일도 별로 없는데... 저와 아이만 있을 때 제가

너무 피곤해서 10시 반넘어가면 애가 더 놀아달라고 해도 그냥 재우려고만 계속 노력한 적은 몇번 있는데... 그래

서 그런건지...


아무튼 어떻게 놀아주면 좋을지 혹시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궁금해서 한 번 여쭤봅니다. (애기 아빠들

만 주로 들어오는 사이트 같은 건 어디 없는지요... ㅠ.ㅠ)


애기 엄마 하는 대로 따라서 해보기도 했는데, 어째 제가 그대로 따라해도 아이가 별 관심을 안가지고 울면서 엄

마만 찾는지... 에고... 아무튼 내년에는 아내보다 제가 더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은데(내년 초엔 동생

이 태어나거든요. 그러니까 첫째와는 제가 더 많이 놀아줘야겠죠. 엄마는 아무래도 수유 등 여러가지로 둘째에 신

경을 더 쓰게 될테니...), 걱정이 많이 되네요. 거울보기, 노래 불러주기, 같이 책보기, 목마 태워주기, 숨바꼭질, 그

네 등도 다 해봤는데, 뭔가 근본적인 부분에서 아빠는 엄마에게 안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암튼 복잡하네요... ㅠ.ㅠ  
IP : 124.194.xxx.14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기들은
    '08.12.23 3:52 PM (125.184.xxx.193)

    엄마에게 아무래도 좀더 익숙할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아빠들이 더 쉽게 포기하게 되는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엄마는 아기가 생겼을때부터 10달간 들어온 심장소리를 가지고 있고, 10달간 24시간 한번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생활했습니다.

    아빠요? 아빠도 물론 생활했지만 엄마를 거쳐서 들어오는 소리뿐이죠..

    그리고 태어나서 모유수유를 했다면 그 모유수유하는 시간까지...

    남자들은 어쩔 수 없이 당연히 아기에게 있어서 좀 불편한 상대일 수 있습니다. 엄마에 비해서 아빠는 아기를 안아본 횟수조차 당연히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에 원래 이런가보다...하고 생각하며 지레 포기를 하거나 난 아기 보기에 익숙치 않아..라고 합리화 해버릴 수 있습니다. 그치만 노력해보세요.

    아기에게 말도 자주 걸고, 아기가 자고 있으면 잘자라..사랑한다 아가야.. 이런 말도 해주고.. 아기가 받아 줄때까지 지치지 말고...노력하세요. ^^ 엄마들도 그렇게 해서 엄마가 되는거랍니다.
    첫애인데 편하게 안아주는법..아기 낳고 나서 자동으로 습득하게 되는거 아니잖아요.
    이렇게 안아보니 아기가 칭얼대고, 이렇게 안아보니 아기가 잘자네..이런걸 보면서 습득하는거죠.
    아기가 심심해 하면 뭔가 새로운걸 생각해 보세요.

    바깥 풍경에 대해 설명을 해줘도 좋구요.. 책을 읽어줘도 좋겠지요.. 크리스마스에 대해 설명해줘도 좋아요. 아기가 못알아 듣는데 뭐하러 힘빼냐구요? 알아듣건 못알아 듣건, 아빠의 목소리, 아빠의 행동, 아빠의 체취에 익숙해지라고 그러는 겁니다.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이시니 분명 잘해내실껍니다.^^

  • 2. .
    '08.12.23 3:55 PM (122.199.xxx.42)

    참 어려운 문제네요.
    아까 그 글에도 제가 아기와 함께 놀 수 있는 여러가지 놀이를 적었는데요.
    우리집의 경우 아기가 저보다 아빠를 더 많이 좋아합니다.
    신생아때부터 쭉 그랬구요..그래도 지금은 저랑 많이 있어서 그런지 저도 많이 좋아해주는데
    한 5개월때까진 아빠만 너무 좋아해서 제가 많이 섭섭했어요.
    전 전업인데도..아빠만 찾더라구요.

    이유가 뭔지 분석해보니..뱃속에 있을때부터 아기가 들은 목소리라곤 아빠밖에 없더라구요.
    엄마 목소리는 잘 안 들린데요. 제일 잘 들리는게 아빠 목소리라고...
    전 임신했을때 남편 말고는 사람들이랑 거의 못 만났거든요.

    여튼 신생아때부터 좋아하더니 지금도 그래요.
    아빠만 오면 너무 좋아합니다. 아빠가 또 아기를 좋아하기도 해요.
    뱃속에 있을때부터 지극정성이었으니까요...
    집에 오면 아기부터 안고 쪽쪽 빨고 신생아때도 아기가 잠 못 자면 새벽에 일어나서
    아기 안고 달래고 그랬어요. 물론 이런 아빠들 많겠지만요...
    시간이 없어서 자주 놀아주진 못하지만 놀아줄때면 정말 찐~하게 놀아주는구나 싶어요.

    전 저질체력이라 아기랑 몸으로 잘 놀아주지 못하거든요.
    근데 아빠들은 엄마들보단 낫잖아요. 체력이...
    그러니까 비행기도 태워주고 목마도 태워주고..몸으로 노는건 참 잘해요.
    많이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수시로 사랑해 사랑해 아빠는 ㅇㅇ이를 너무 사랑해~
    그런 말도 참 잘하구요.(이건 우리 부부 둘다의 특징입니다. 이제 9개월 아기지만
    하루에도 수십번 사랑한다 말해주고 말로써 사랑을 자주 표현해요)

    그리고 아기들 성격 차이도 크니까 너무 걱정은 마세요.

    어릴때 2살때까진 부모의 사랑을 듬뿍 주셔야 되고 6세까진 자존감을 높여주세요.
    아이를 많이 칭찬해주고 넌 멋진 아이야. 똑똑한 아이야. 엄마 아빠에게 넌 참 소중해.
    라는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사랑도 받아본 아이가 줄줄 알고 칭찬도 받아본 아이가 남을 칭찬할줄도 안답니다.

    너무 좌절하진 마시고 이런 글 올리신것만으로도 이미 좋은 아빠이십니다.
    힘내세요.

  • 3. 님의
    '08.12.23 3:58 PM (219.255.xxx.131)

    글을 읽으면서 분명 좋은 아빠 일 꺼란 생각이 듭니다.
    전 아이가 없어서 좋은 의견을 드리진 못하지만^^ 윗분 좋은 글 써 주셨네요.
    잘 해내실 꺼예요.

  • 4. 조카
    '08.12.23 4:08 PM (221.146.xxx.1)

    제 조카도 엄마를 더 좋아해요. 근데, 아빠랑 둘 만 있을 땐 아빠랑 정말 잘 놀더라고요.
    약간 과격한 놀이..(힘센 아버지만 해줄 수있는..)가 땡길 때는 아빠한테 가요. (아직 12개월임)

    으샤~ 하면서 하늘로 번쩍 들어주는 놀이나, 비행기놀이, 목마 놀이 등등..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면 좋아하는 거 같아요.

  • 5. ...
    '08.12.23 4:19 PM (116.39.xxx.70)

    힘들더라도.. 아이와 둘만있는 시간을 조금씩 가지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좋은아빠되실거예요.

  • 6. ^^
    '08.12.23 4:39 PM (221.151.xxx.16)

    아빠들은 아기가 말을 해야 좀 놀아주기가 쉽다고 하더라구요..제 남편도 아기가 자기한테 잘 안 온다고 못 놀아 주겠다고 하는데요..자주 놀아주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야근하느라 며칠 못 놀아주면 확실히 아빠한테 덜 가더라구요..아기가 좋아하는 놀이를 해주시구요..좀더 커서 말하고 그러면 더 수월해질 테니까 조금씩 노력해 보세요..이런 고민만으로도 벌써 좋은 아빠이신 거 같은데요^^

  • 7. 애착형성
    '08.12.23 4:49 PM (211.243.xxx.231)

    제가 그 애착형성 댓글 단 사람인데요..
    그 문제라면 걱정 안하셔도 되요.
    애착형성은 주변 사람 모두와 하는것이 아니라 주양육자와 하는거랍니다. 주양육자와 아기의 일대일 관계예요.
    원글님 아가는 많은 시간을 돌봐주시는 할머니와 애착형성이 되었을거 같아요.
    그리고 주양육자와 애착형성이 건강하게 이루어진 아기는 다른 사람들과의 정서적 유대를 가지는 데에 어려움이 없어요.
    가끔 할머니와 애착형성을 하면 엄마나 아빠는 아가와 소원해지는거 아닌가하는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건 전혀 걱정할 문제가 아니예요. 단지, 아이의 첫 사랑의 대상이 할머니가 되는거죠.
    하지만 엄마나 아빠를 덜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아니예요. 아이는 애착형성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게 될 뿐이구요.
    이후에는 다른 사람들도 얼마든지 깊이 사랑할 수 있게 되는거죠.
    그러니 그 문제로는 걱정을 안하셔도 되구요.
    단지... 아빠가 아이의 욕구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니 아이가 아빠보다는 할머니나 엄마를 더 좋아하는것 같네요.
    그건 아이 성격형성이나 정서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아빠로서는 좀 서운할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아빠가 해주는 몸으로 하는 놀이들을 더 좋아하게 될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구요.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이런 걱정을 하신다는것 자체가 원글님은 이미 좋은 아빠이신것 같네요. ^^
    그리고 애착형성이나 유아의 심리적 발달에 관심이 있으시면 발달심리학 책을 한번 구해서 보세요.
    아기 키우는데에 도움 되실 부분이 많을거예요.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들에는 모두 개인차가 있는거니까 좀 융통성을 가지고 보시구요.

  • 8. 하늘을 날자
    '08.12.23 5:12 PM (124.194.xxx.146)

    정성어린 댓글들 감사드립니다. ^^;; 꾸벅

    음냐. 애착형성과 관련해서는 다시 설명을 들으니 좀 안심이 되네요. 발달심리학 책을 한 번 봐야겠군요. 에고. 아무튼 조금씩이라도 좀더 노력해야겠네요. 조금만 기다리면 몸으로 하는 놀이의 시간이 오고 말도 통하는 시기가 올 테니 한결 나아지겠군요. (왠지 흐뭇 ^_______^ 하하)

    암튼 댓글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 9. 좋은 아빠
    '08.12.23 11:42 PM (219.240.xxx.207)

    아기가 아직 어려서 그렇습니다
    이런 고민 올리신 것만 해도 육아에 상당한 관심과 애정이 있으신 것 같은데
    그 관심 계속 유지만 하셔도 3돌 정도 되면 아빠 찾아 삼만리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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